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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적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로 날아간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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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흉적
작품등록일 :
2022.01.2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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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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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더스 - 2화

DUMMY

일반적인 아머드 기어는 비행시 기체의 조정을 위해 팔다리의 보조 버니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안드로메다는 중력장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팔다리를 조금 잃어도 큰 문제는 없다.


‘그래도 이건 좀 심한데.’


루메는 엘라노어가 막아서던 자리를 자신이 이어받아 지키고 있었는데, 현재 안드로메다는 치열한 전투로 인해 왼팔과 오른다리를 잃은 상황이다.


하지만 카리옷의 레버넌트들은 계속해서 모여들고 있고, 그중에서도 에이스들은 집요하게 루메를 노렸다.


‘도망치긴 쳐야 하는데, 도망칠 수 있을까.’


루메는 수세에 몰려가면서도 악착같이 달려들어 새는 놈들을 막았다.


엘라노어가 피오를 데리고 조금이라도 더 멀리 도망칠 수 있게.


루메는 방금 자신의 다리 위에 누워있던 피오를 떠올렸다.


자신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해주던 피오가 다쳤다.


눈이 깨지고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하지만 피오는 그런 몸으로도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싸웠고, 결국 팔과 다리마저 잃었다.


바로 루메 자신의 실수 때문에.


그 생각이 루메의 손에 힘을 넣었고, 그 때문에 반응이 조금 느렸다.


뒤에서 날아온 레버넌트의 사격이 등에 직격한다.


“아악!”


기체가 흔들리고 망토가 부서진다.


중력장이 폭주하며 조종이 되질 않는다.


“으으윽!”


팔다리의 자세제어용 버니어만 정상이었어도 어떻게든 균형을 바로 잡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 팔과 한 다리만으론 무리였다.


안드로메다가 빙빙 돌며 추락한다.


추락의 충격을 막기 위해 간신히 균형을 잡고 버니어를 지상으로 쏘았다.


하지만 결국 땅에 충돌했고, 엄청난 충격이 조종석까지 전해진다.


“흐읏!”


에어매트가 전신을 때리고 안전벨트가 사지를 조인다.


루메는 정신이 멍해진 와중에도 카리옷들의 통신을 엿들었다.


-땅에 떨어졌다. 죽여라.


루메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중력장을 응축했다.


날아오던 탄환이 그 손에 모이더니 휜다. 그리고 기체에 비껴 맞는 게 고작이다.


이게 지금 루메와 안드로메다의 한계였다.


기체는 여기 저기 심각한 손상을 입어 정상 작동이 힘들고, 파일럿도 계속된 전투로 피로해져 중력장을 위한 정신집중이 힘들었다.


중력장 조절 망토도, 전신의 보조 버니어도, 땅을 디딜 다리도 망가졌다.


“하하, 이렇게 끝인가.”


막상 이런 순간이 닥치자 루메는 헛웃음이 나왔다.


죽을 것을 알지만 할 만큼 했다. 그래선지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허탈한 마음이 든다.


모든 것을 내려놓다?


“풉.”


루메는 이때 갑자기 이진건이 생각나는 자신이 우스웠다.


연이은 충격에 조종석이 뒤흔들리고 카메라가 당해 화면이 여기저기 나가는 와중에도 이런 사실들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게 주마등인가?’


루메는 파편이 흩날리는 중에서도 계속 이진건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곳 아머드 아카데미 아퀼라에 와서 처음으로 만난 외계인 친구.


둘은 길을 못 찾아 헤매었고, 그러다가 엘라노어와 피오를 차례로 만났다.


친구들과의 첫 만남은 그리 순탄하진 않았다.


순탄은커녕 대소동과 난동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즐거웠다.


그리고 그때 이진건은 자신들을 위해 대신 싸워주었다. 그것도 몇 번이나.


루메는 이진건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몰랐다.


모든 행동에 이익과 손해를 따져보고 정치적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디메스 왕녀 루메에게 별다른 목적 없이 남을 위해 움직이는 이진건은 이해 불가능한 존재였다.


‘왜?’


그리고 이진건은 조금만 달라붙고 만져도 질겁하고 자지러졌다.


‘왜?’


또 이진건은 아머드 기어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스킬과 조종실력에 대해서도 차원이 다른 경지를 가지고 있었다.


‘왜?’


답은 하나였다.


이진건이니까.


그래서 루메는 이해와 분석을 포기하고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녀는 이진건이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엘라노어와 피오 역시 이익을 위해 친해져야 하는 굿호프와 체리 피클의 VIP가 아닌 그냥 친구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즐거웠다.


친구들과 함께 놀고, 공부하고, 같이 지내는 게 너무 행복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행복하고 싶었다.


“헉, 헉.”


루메는 가쁜 호흡을 내쉬며 조종간을 당겼다.


레버넌트의 레일건 사격을 간신히 피하긴 했지만 아래를 스치고 지나가는 레이저 공격까지 피하진 못했다.


안드로메다의 남은 왼쪽다리도 종아리부터 떨어져 나갔다.


이제 오른팔 하나만 남은 안드로메다가 땅을 기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레일건이 쏟아지고 장갑 여기저기가 터져나간다.


루메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무심결에 핥았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진건이 먹던 커피를 뺏어먹은 적이 있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때도 이렇게 입술 옆으로 흐르는 커피를 혀로 낼름 핥았었다.


그걸 본 진건이의 표정이 정말 가관이었지.


그런 커피를 한 번 더 먹기 위해선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


“나는.”


루메는 위에서 내려찍는 초진동검을 남은 팔을 들어 막았지만, 장갑이 관통되며 팔이 날아간다.


그 모습에 루메는 카페인에 취해 쓰러진 자신의 팔을 붙잡아 일으키던 이진건이 생각났다.


다음에도 한 번 더 끌어줬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여기서 일어나야 한다.


“나는!”


안드로메다가 일어났다.


정확히는 레버넌트의 손이 내려와 사지가 잘려나간 안드로메다의 목을 붙잡고 들어 올린 것이다.


허공에 번쩍 들리는 기분이 이상하다.


그날 이진건이 자신의 허리를 안고 들어 올렸을 때도 그랬다.


또 그를 보고 싶었다. 또 그를 안고 싶었다. 또 친구들과 함께···.


루메의 멍해진 눈에 레버넌트의 검이 다가오는 것을 보였다.


초진동검이 안드로메다의 가슴에 닿고, 장갑을 부수며 기체 안까지 들어왔다.


“···나는.”


루메는 조종석을 꿰뚫고 자신의 앞으로 날아오는 초진동검을 보았다.


화면이 부서지고, 패널이 부서지고, 거대한 날이 얼굴을 노리고 다가온다.


그때 루메 위리브가 입을 열었다.


-나는 별의 계승자다.


안드로메다의 허리에서 고온의 플라스마 고리가 생성되어 가속하더니 검으로 찌르던 레버넌트를 그대로 갈아서 녹여버렸다.


엄청난 고온에 금속이 팽창해서 폭발하고, 녹기 전에 증발하는 곳도 있다.


사지가 잘린 안드로메다는 허공에 떠서 주변으로 플라스마 헤일로를 마구 방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휘말린 레버넌트들의 장갑이 녹고 팔다리가 잘려나간다.


“에? 어?”


갑자기 일어난 사태에 루메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방금 자신이 뭘 했는지 기억조차 안 난다.


“어어어?”


지금 안드로메다의 플라스마 엔진이 폭주하고 있다.


제어가 안 된다. 게다가 중력장도 엉망,


하지만 이건 단순히 파손에 의한 고장 때문만은 아니었다.


“뭐야뭐야, 왜 동력이 갑자기 상승하지?”


이어진 전투 끝에 안드로메다의 플라스마 엔진과 중력장 발생장치는 상당히 파손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출력이 올라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에 놀란 것은 파일럿인 루메 뿐만이 아니었다.


“저건 설마 바랑칼?”


시엘 카리옷 또한 안드로메다에서 뿜어져 나오는 플라스마를 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저런 플라스마 운용 능력은 일반 사병용 기체인 안드로메다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위 간부들의 기체인 바랑칼이나 가능한 능력이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엘은 방패를 앞세우고 레일건을 들었다.


그리고 사방으로 흩날리는 플라스마들을 막으며 사격했다.


연이어 날아간 탄환이 허공에 뜬 안드로메다에 명중하고, 기체가 다시 가라앉는다.


그걸 본 시엘은 쓴웃음을 지었다.


“사람 놀래키기는, 하긴 왕녀이니 이정도 능력은 당연한 것인가?”


한차례 소동이 지나가고 다시 레버넌트들이 안드로메다 주변으로 다가간다.


“이런, 왜, 아까는 잘 되었-큭.”


루메는 다시 아까처럼 해보려고 했지만 이제는 기체가 완전히 맛이 가서 아무것도 안 된다.


방금 시엘이 쏜 사격이 아머드 기어의 중추계를 완전히 박살냈기 때문이다.


“와후.”


이런 상황에서 지칠 대로 지쳐버린 루메는 의자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마침내 그때가 왔기 때문이다.


“역시.”


그녀는 힘겹게 안드로메다의 부서진 팔을 들어올렸다.


아까 레버넌트의 검을 막고 잘려나간 팔이지만 아직 팔목까지는 남아있다.


그리고 그 위로 솟은 팔목을 산지니가 잡고 날았다.


“야호-.”


감탄사가 루메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꽉잡아!


이진건의 다급한 말에 루메는 피식 웃었다.


“미안, 나 잡을 손이 없네.”


-고생했어.


“아니 뭘. 다 고생했지.”


지금 비행형으로 변한 산지니가 팔만 내밀어 안드로메다를 잡고 날아가고 있다.


“근데 진건아, 속도가 너무 느리지 않아?”


-주 추진기가 없어. 보조 카트리지도 간당간당하고. 루메, 너 중력장 발생기로 어떻게 해봐.


“어-. 다 작살난 것 같은데?”


-뭐시라?


둘이 말을 주고받는 사이 뒤에서 추격대가 따라붙었다.


-잠깐만, 너 방금 별의 계승자 스킬 각성하지 않았어?


“응? 나?”


루메는 멍하니 가만히 있다가 자신의 스킬창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칸에 있는 스킬명을 읽었다.


-별의 계승자.


“어?”


루메는 갑자기 생성된 자신의 스킬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나오라고 나오라고 쌩 쇼를 다해도 안 나오던 스킬이 갑자기 떡하니 생긴 것이다.


-어, 는 무슨! 너 방금 플라스마 썼잖아. 그거 안드로메다가 쓴 게 아냐, 네가 저기 저 하늘에 떠있는 태양의 플라스마를 끌어온 거라고.


“아-.”


-아,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뭣 좀 해봐!


이진건은 최대한 날아보려 했지만 산지니의 고도와 속도가 자꾸만 떨어진다.


이제 카트리지도 다 써가고 안드로메다는 아무것도 못하는 짐짝, 이래서야 따돌릴 수 없다.


계기판을 살피던 이진건에게 머뭇머뭇 루메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에헷, 안드로메다 완전히 갔는데? 아까 팔 움직이고 나서 안 움직여.


“아이고, 그나마 그때 잡아서 다행이네, 응, 다행이야.”


최종방어선에 있던 엘라노어와 피오는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탈출 지점으로 갔고,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루메도 구했다.


이젠 정말로 탈출만 하면 된다. 할 수만 있다면.


-저기, 진건아. 좀 더 빨리 날 수 없어?


“최고속도입니다요. 왕녀님.”


차츰 뒤에서 날아오는 화망이 좁혀온다.


지금 이 상태에선 제대로 된 회피기동도 무리라 얼마 후면 명중탄이 날 것이다.


그러면 끝이다.


-진건아! 숙여!


그때 갑자기 엘라노어의 고함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를 들은 이진건은 산지니의 고도를 확 낮췄다.


그와 동시에 맞은편에서 함포사격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고출력의 레이저와 플라스마 포격이 쏟아지자 선두에 섰던 레버넌트 몇 기가 격추당하고 대열이 금방 흩어졌다.


“됐다. 이제 됐어!”


이진건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목적지를 향해 날았다.


탈출한 동료들이 먼저 도착해서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진건이 가는 곳은 이들의 1차 탈출지점, 바로 아머드 아카데미 아퀼라의 항구다.


정확히는 우주 항해용 훈련함을 정박시켜 놓는 곳으로서 그 항구에선 이미 연습함인 아퀼라가 기동준비를 하며 사출레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진행이 제법 된 것 같은데.”


그 주변엔 팔라딘과 알비온, 그리고 작업용 기어들이 총출동해 아퀼라의 출항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진건아! 루메에-


통신으로 엘라노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퀼라의 상층 갑판에서 초록색 포니테일의 여인이 미친듯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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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2화 +4 22.06.27 900 39 12쪽
126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1화 +4 22.06.26 981 3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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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4화 +1 22.06.23 913 38 12쪽
123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3화 +6 22.06.22 952 42 14쪽
122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2화 +3 22.06.21 934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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