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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적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로 날아간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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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흉적
작품등록일 :
2022.01.27 01:18
최근연재일 :
2022.07.10 23:02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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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75,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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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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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필사즉생 필생즉사 - 5화

DUMMY

세르반테스는 카리옷은 급변하는 전황에 전율했다.


적들의 전력이 상상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다.


루메 위리브의 안드로메다는 바랑칼을 뛰어넘는 중력장과 플라스마 사용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엘라노어 나비의 갈레온이 가진 전자전 능력은 행성의 한 면을 뒤덮을 정도로 막강하다.


피오 사른의 아틀라스는 전함급 관성제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느 것 하나 괴물이라고 불리기 손색이 없는 기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셋은 지금의 전력으로 충분히 싸워 이길 수 있는 적이다.


하지만.


“이진건···.”


마침내 원흉의 이름이 세르반테스의 입에서 나왔다.


지금 이진건이 모는 저 아머드 기어는 나머지 셋을 합친 것 보다 월등히 뛰어난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빠르고, 강하다. 그리고 비할 데 없이 정확하다.


그뿐이었다.


그러나 이진건은 이쪽의 공격을 모두 피하고 있는 반면, 놈의 일격에 아군은 반드시 한 대씩 터져나간다. 그것도 끊임없이.


‘저게 과연 인간인가?’


세르반테스는 평생을 군에서 보냈다.


철이 들자마자 사방으로부터 핍박받는 인류 연방을 위해서 일했고, 말년에는 자신들을 내친 행성 연합을 위해서도 일했다.


오직 인류를 위해서.


하지만 그 수많은 싸움 속에서도 저런 존재는 없었다.


디메스의 왕족에도, 외계의 괴물에도 이진건 같은 규격외의 존재는 없었다.


제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아머드 기어는 아머드 기어에 불과했기에 강적이 나타나면 더 강한 전력으로 밟았고, 전술적인 깡패는 전략적인 마무리로 짓밟았다.


그러나 이진건은 그런 세르반테스의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는 존재였다.


그 어떤 대처법과 해결법으로도 답이 보이지지 않는 존재였다.


-괴, 괴물.


통신으로 들려오는 비명이 답을 알려주었다.


괴물. 이진건을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는 수식어다.


입학식 때부터 괴물 이진건은 교수진 네 명을 일방적으로 털었다.


훈련에서도 무시무시한 실력을 뽐내 교관들을 질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 교장 일파가 도망칠 때는 후미를 담당해 수많은 카리옷의 엘리트 파일럿을 전사시켰으며, 오늘의 전투에서도 셀 수 없는 베테랑들이 이진건의 손에 명을 달리했다.


하지만 그것도 모두 인간의 힘으로 감당이 가능한 수준이었지, 지금 이정도 까지는 아니었다.


-세르반테스님! 물러나십시오!


다가오는 리퍼를 막으며 달려가지만, 그 레버넌트들이 차례차례 썰려나간다.


그의 주변에 있는 것은 카리옷가 최고의 정예들.


그 정예들조차 허공을 향해 사격하다 죽고, 엉뚱한 곳에 검을 휘두르다 죽는다.


“이진거언-!”


보다 못한 세르반테스의 고함이 공용회선을 통해 울려 퍼진다.


그것은 부당한 세상에 짓밟히는 사람의 비명이었으며, 자연재해에 모든 것을 잃은 자가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존재에 외치는 발악과도 같은 노호성이었다.


그러자 저 멀리서 학살을 멈춘 리퍼가 세르반테스를 보았고, 주변의 레버넌트들도 리퍼를 노리고 사방을 포위했다.


-세르반테스 카리옷? 설마 직접 전선에 나섰을 줄은 몰랐는데.


쌍방간의 화면이 열리고 보인 것은 이진건과 디메스의 왕녀, 굿호프의 선장 딸이다.


저 비좁은 조종석에 세 명이나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원래부터 그렇게 설계된 것은 아닌지 엉망으로 타고 있다.


-용건이 뭡니까? 유언이라면 들어주죠.


이진건의 오만방자한 말에 부하들이 발끈했지만, 세르반테스는 그 말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게 들려서 별다른 저항감이 없었다.


그래서 달아오른 머리를 냉정히 식히고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이건 그에게 마지막 찬스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네는, 정말 인간인가?”


뜬금없지만 그렇다고 영 이상하진 않은 질문이다.


방금까지 보여준 이진건의 실력은 정말로 인간의 경지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의 질문에 이진건의 대답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그저 눈빛이 조금 변했을 뿐이다.


하지만 세르반테스는 그 조금을 놓치지 않았다.


자신의 말 중에서 무언가가 그의 과녁에 명중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다시금 혀에 다음 화살을 재었다.


“이런, 실언을 했군. 정정하지.”


그리고 말하려고 했다.


‘자네는 또띠야에서 온 이진건이 맞는가?’


원래는 그렇게 말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방금까지 보았던 이진건의 무용이, 이 세계의 존재 같지 않았던 그 실력의 잔상이 세르반테스의 혀를 조금 붙잡았다.


“이진건, 자네는 이 세계의 사람인가?”


세르반테스는 말을 해놓고도 적이 놀랐다.


설마 이런 실수를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빗나간 화살은 어이없게도 과녁 정중앙에 명중했다.


그 말을 들은 이진건은 정말 가슴에 화살을 맞은 것 같은 얼굴이 되어있었다.


-지, 진건아?


옆에 있던 루메가 이진건을 조심스레 흔들 정도였다.


정신을 차린 이진건은 화면너머로 세르반테스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끊어 씹듯이 말했다.


-세르반테스 카리옷. 넌 무엇을 알고 있지?


세르반테스는 이진건이 질문한 ‘무엇’이 뭔지는 모르지만, 그가 지은 표정이 어떨 때 짓는 표정인지는 잘 알고 있다.


그것은 해답을 갈구하는 자가 짓는 표정이었다.


-너도 저쪽 세계에서 온 사람인가?


이진건의 질문에서 나온 단어들. 너도, 그리고 저쪽 세계. 그 단어 둘에 세르반테스의 두뇌가 맹렬하게 회전했다.


이진건이 말한 저쪽 세계란 과연 어디일까.


관념적인 저쪽 세계라면 일상과 군인, 일반인과 살인자, 일반 파일럿과 경지를 넘어선 파일럿을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물리적인 세계를 뜻한다면?


아무리 게이트를 뛰어넘어 공간이동을 했다 해도 그것이 다른 세계로 갔다는 의미는 아니다. 출발지나 도착지나 같은 우주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진건이 말한 저쪽 세계란-


-대답해-!


리퍼의 모습이 순간 사라졌다.


반사적으로 레버넌트들이 세르반테스의 앞을 막았지만, 그 모두가 단 일격에 쓸려 넘어진다.


마치 거대한 낫으로 밀밭을 후려치듯, 하반신만 남은 레버넌트들의 위로 잘려나간 상반신들이 뛰논다.


그리고 어느새 리퍼가 왼손으로 세르반테스가 탄 레버넌트의 멱살을 붙잡고 들고 있었다.


화면으로 보이는 이진건의 얼굴은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 일그러져 있었다.


희망과 절망, 기쁨과 분노, 환희와 슬픔.


아니, 그것보다는 원치 않는 정답과 원하는 오답 사이에서 갈망하는 자의 얼굴이었다.


-세르반테스 카리옷! 너는 뭘 알고 있는 거냐!


이진건의 격한 반응이 세르반테스로 하여금 조용히 쾌재를 부르게 했다.


지금 이진건은 답을 찾고 있으며, 그것에 대한 실마리를 세르반테스가 가지고 있다고 멋대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그 주도권은 다른 것으로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세르반테스의 착각이었다.


“이런, 이건 대화를 원하는 자의 예의가 아닌걸.”


그렇게 세르반테스가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본 것은 해답을 갈구하며 애걸복걸 하는 인간이 아니라 답에 굶주린 짐승이었다.


“윽!”


세르반테스는 갑작스런 기동에 숨을 삼켰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상체가 난도질당한 레버넌트였다.


그리고 이진건은 그 파일럿을 리퍼의 손에 들고 세르반테스가 탄 레버넌트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착각하지 마, 이건 대화가 아니다.


이진건의 으르렁거림과 함께 레버넌트의 메인 카메라 앞에서 카리옷의 파일럿이 으깨져 죽었다.


아머드 기어의 악력에 사람이 터지고, 코와 입에서 튀어나온 피가 헬멧을 채웠다.


세르반테스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또 주변이 바뀌었다.


이번엔 중장형 레버넌트가 가슴장갑을 뜯겼고, 그 파일럿이 다시 리퍼의 손에 붙잡혔다.


-어어?


상황을 파악 못한 파일럿의 비명은 곧바로 유언이 되었다.


리퍼는 주먹에 잡힌 그의 목에 엄지손가락을 넣고 튕기자 마치 열매가 튕기듯 사람의 머리가 위로 솟구쳤다.


그렇게 시작된 학살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인간이, 카리옷의 사람들이 죽어갔다.


플라스마의 손바닥에서 불타죽는 자들은 금방 증발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천천히 끓어올라 죽는 자들도 있었다.


-대답해!


으깨지고 뜯어지는 사람들의 시신이 리퍼의 손가락에 끼인다.


-넌 무엇을 알고 있지?


그 피와 육편이 레버넌트의 카메라를 뒤덮는다.


-넌 어디서 왔어?


-너도 저쪽에서 왔나?


-돌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나?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세르반테스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건드려선 안될 것을 건드린 대가로 카리옷의 엘리트들이 참혹하게 죽어갔다.


인간이 아닌 고문의 도구로 이용되어 죽어갔다.


“그만둬!”


마침내 애원을 듣고자 했던 세르반테스의 입에서 애원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야.


울분에 휩싸인 이진건의 말과 함께 살육은 이어졌다.


격추가 아니라 살육이다.


이진건은 압도적인 실력으로 레버넌트들을 무력화 한 다음 파일럿을 꺼내 차례차례 죽였다.


그것도 고통스럽게 고문을 하면서.


-도망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모든 레버넌트들이 살기 위해 움직였다.


지금까지는 이기기 위해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이제는 리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다.


-오지마! 오지마아!


조종석에 붙들린 파일럿을 다짜고짜 꺼낸 탓에 그 몸이 안전벨트에 걸려 그대로 찢어진다.


-항복! 항복! 커억!


너무 급하게 손을 집어넣으니 잡자마자 으깨진다.


수많은 레버넌트들이 리퍼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이쪽의 그 어떤 공격도 놈에겐 닿지 않는다.


반면 저쪽의 공격은 그 어떤 것도 피할 수 없었다.


마치 도마에 올라간 생선처럼 차례차례 목이 잘리고, 도축장에 들어간 소처럼 순서대로 머리가 꿰뚫린다.


“그만해!”


누구의 비명일까.


이진건은 비명을 들었다.


아련히 들리는 그 소리는 마치 폭음 속에서 멀어버린 귀를 후벼 파는 것 같았다.


“그만해! 제발 그만해!”


“진건아, 정신차려. 진건아아.”


루메와 엘라노어의 울음소리에 이진건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루메? 엘라노어?”


이진건은 황급히 주변 상황을 살폈다.


리퍼의 주변에 있던 모든 레버넌트들이 후퇴하고 있었다.


-후퇴! 모두 후퇴하라! 여기서 개죽음을 당할 필요는 없다. 나는 신경쓰지 말고-도망쳐-!


세르반테스는 필사적으로 후퇴를 외치고 있었는데, 그건 마치 가라앉는 배에서 사람들에게 도망가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 이진건을 구하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진건아아-.”


루메는 울음을 터트리며 이진건에게 매달려 있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이진건을 흔들고 있었다.


“정신 차렸어? 정신 차린 거야?”


엘라노어도 울면서 조종간을 붙잡은 이진건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마치 더 이상 조종을 못하게 막으려는 것처럼.


그리고 두 사람 다 기체의 컨트롤을 하지 않아서 리퍼의 리미트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진건아, 이제, 정신이 들었어? 정신 든 거야? 응? 대답해 줘어어-


뒤에선 아틀라스가 리퍼를 꼭 껴안고 있고, 피오 역시 울고 있었다.


“아, 어.”


조종을 멈춘 이진건이 더듬더듬 입을 열자, 루메가 헬멧을 벗고 이진건의 헬멧도 벗겼다.


푸른 머리카락과 함께 눈물이 떨어져 이진건의 얼굴에 닿는다.


“진건아, 이제, 괜찮아?”


이진건은 얼굴에 흐르는 눈물의 감촉을 느끼며 대답했다,


“···응.”


그의 대답과 함께 울음은 통곡이 되었고, 모두 그에게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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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2화 +4 22.06.27 900 39 12쪽
126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1화 +4 22.06.26 982 3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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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3화 +6 22.06.22 952 42 14쪽
122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2화 +3 22.06.21 934 38 12쪽
121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1화 +5 22.06.20 980 4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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