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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적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로 날아간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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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흉적
작품등록일 :
2022.01.2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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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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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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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더스 - 4화

DUMMY

-왜, 왜 행성연합은 우릴 구하지 않는 거지?


겁에 질린 교직원이 울부짖었다.


그는 기어를 타고 아퀼라의 부스터 작업을 하던 중 근처에 포격이 날아오자 도망쳐서 숨어버렸다.


이해 갈 법도 하다. 그는 지금까지 눈앞에서 수많은 동료들이 죽는 것을 봤고, 또 카리옷의 포위망에 갇혔다는 공포심에 이성의 끈을 놓기 일보직전이었다.


“진정해. 이제 우리는 탈출할 수 있어.”


페넬로페가 그를 달래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진정? 제가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저 망할 1학년 계집애가 날 배에 태우지 않았어요!


엘라노어가 연습함 아퀼라에 태운 사람들은 1, 2 학년 생도들과 부상자들 위주였다.


타지 못한 나머지는 이제부터 2차 탈출 루트로 가야하는 것이다.


-여기서 남동쪽으로 150km만 가면 행성연합의 궤도방어기지가 있어요. 왜 그들은 우릴 구하지 않는 거죠?


이 의문은 다른 사람들도 가지고 있는 의문이다.


왜 그곳의 행성연합군은 이번 사태를 모르는 척 방관하는 걸까?


왜 이곳에 와서 카리옷을 물리치고 우릴 구하지 않는 걸까?


대답은 간단하다.


“안됐지만 그들은 우릴 구할 수 없어.”


-네?


공포에 질린 직원의 얼빠진 대답 뒤로는 수많은 사람들의 침묵이 있었다.


페넬로페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이다.


“궤도방어기지는 말 그대로 방어를 위한 포격 요새야. 아퀼라 궤도나 근처로 다가오는 것들은 박살낼 수 있지만, 아머드 기어는 얼마 없고 있다해도 모두 팔라딘 아니면 알비온이라고.”


-그, 그러면?


“그래, 때문에 아퀼라의 궤도방어기지는 우릴 도울 수 없다. 또 우리도 거기까지 갈 수 없고 말이지.”


페넬로페의 대답 다음에 이어진 침묵은 절망이었다.


하긴 육로로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간신히 이곳 우주항까지 왔는데, 바다건너 150km를 더 가야하는 인공섬을 지금 어떻게 간단 말인가.


-그, 그러면 2차 탈출 루트는 뭐죠?


다른 직원이 끼어들었다.


지금 항구 주변은 카리옷의 레버넌트들이 차근차근 포위하고 있었다.


아직까진 항구와 연습함의 포격으로 견제하고 있지만, 놈들이 본격적으로 공격을 시작하면 도망자들은 죽은 목숨이다.


“2차 탈출루트는···비밀이다.”


잠깐의 침묵 후 비명과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말해요! 2차 탈출루트가 뭐냐고요!


-죽고싶지않아, 죽고싶지-


“조용히 햇!”


페넬로페의 고함소리에 통신들이 일시에 조용해졌다.


“생도들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나? 생도들을 지키다가 죽어간 다른 동료들을 볼 면목은?”


직원들과 교관들은 페넬로페의 일갈에 대답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봐라, 저기 생도들은 카리옷의 손에 잡혀서 고초를 당했다. 다친 아이들도 있고, 죽은 아이들도 있어. 눈앞에서 친구들이 죽는 것을 봤단 말이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데, 선생이란 작자들이 이게 무슨 추태야! 부끄러운 줄 알앗!”


하긴 그들도 보았다.


많은 아이들이 어제까지 선생이었던 자들에게 붙잡혔고, 또 그 손에 죽어갔다.


그리고 이런 아수라장에서 적들을 막아내고 그 손에서 이들을 구해낸 것은 다름 아닌 1학년 생도들, 그것도 호수의 여인에 사는 이진건, 루메, 엘라노어, 피오였다.


이 넷은 교관 교수진들도 하기 힘든 일을 해내어 결국 이들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


“그 아이들이 해낸 것을 봤겠지? 그러니 그 아이들은 앞으로도 해낼 것이다. 그러니···믿어라.”


페넬로페의 말에 교직원들의 회선이 숙연해졌다.


-저기요, 분위기 좋은 건 아는데 좀 돕죠?


그때 피오가 슬쩍 끼어들었다.


-아, 알았어.


-서둘러! 생도들을 탈출시켜야 한다.


사기가 돌아온 교직원들은 다시 작업으로 돌아갔다.


페넬로페는 그 모습을 보며 피오를 불렀다.


“피오 사른 생도.”


-네?


“몸은 어떤가?”


-히힛, 멀쩡하죠.


눈과 팔과 다리가 하나씩 사라져버린 피오는 밝게 웃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녀는 연습함 아퀼라를 타고 도망갔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끝까지 남았다.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서.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페넬로페는 생도들을 지키기 위해 오늘까지 살아왔지만, 많은 생도들이 눈앞에서 죽었다.


그리고 지금은 중상을 입은 생도가 그 몸을 이끌고 일을 하고 있다.


그것이 페넬로페를 괴롭게 했다.


-헤헤, 미안할 거 있나요? 내가 좋아서 하는데.


피오는 웃으면서 다시 작업으로 돌아갔다.


*****


“온다. 썅.”


이진건이 산지니를 포대 뒤로 숨겼다.


놈들이 충분한 병력이 모였는지 마침내 레버넌트들의 포격이 시작된 것이다.


이진건은 포격음을 들으며 공격할 준비를 했다.


“자자, 대가리 들고 쏠 준비 하시고!”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포격이 이렇게 쏟아지는데.


“포격 다음에 돌격이 상식이잖아!”


이진건은 그렇게 말하며 돌격해오는 레버넌트를 하나 저격했다.


레일건은 정확하게 날아가서 명중했지만 방패를 앞세워 날아오는 놈에겐 큰 효과가 없었다.


그리고 한발 쏘니 대여섯 발이 돌아온다.


이건 다른 쪽들도 마찬가지라 응사하려고 나섰던 팔라딘과 알비온들이 집중포화를 맞고 격추된다.


성능으로도, 숫자로도 열세인 상황이다.


“엘라노어, 놈들이 쳐들어오기 시작했다. 얼마나 더 버티면 돼?”


이진건은 기어코 날아오는 레버넌트 하나를 고꾸라뜨렸다.


-으으응, 3분, 3분만!


엘라노어는 지금 몇 개의 창을 띄워놓고 초짜들을 닦달하느라 미칠 지경이었다.


“다들 들었죠? 컵라면 하나 익을 시간 동안만 살아남자고요.”


-비싼 컵라면이군.


페넬로페의 알비온이 사격을 하며 끼어들었다.


“한정판 아닙니까, 나중에 프리미엄 잔뜩 붙을걸요.”


페넬로페는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을 잊지 않는 이진건이 우스웠다.


-그건 그렇고, 2차 탈출 루트를 알려줘도 되지 않을까?


조금 있으면 1차 탈출 루트인 아퀼라가 출발한다.


그러면 남은 사람들은 2차 루트로 바로 도망쳐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방이 포위된 지금은 어디로도 갈수가 없기에 사람들의 마음속에선 절망이 싹트고 있었다.


“응? 교수님 몰랐나요?”


-말해주지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페넬로페는 근접하는 레버넌트를 쏴서 떨어뜨렸지만, 놈은 기어코 일어나 달려왔다.


“어? 아니, 교수진들이라면 다 알거라고 생각했는데?”


-뭐를?


“2차 탈출 루트요.”


어째 서로 말이 헛도는 느낌이다.


-자, 출항 개시! 탈출이다.


그때 타이밍 좋게 엘라노어의 외침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녀의 명령은 처음부터 엎어졌다.


-아, 안돼! 주 추진기가 점화되지 않아


-야, 그게 무슨! 연료 예열하라고 했잖아!


엘라노어의 고함소리에 생도 한명이 얼타고 버벅였다.


-어, 응. 나 점검했어. 자 예열 스티커.


연료탱크에 붙은 스티커를 본 엘라노어가 눈을 질끈 감았다.


-아어어-


보나하니 저 생도는 실제로 점검하고 예열한 게 아니라 훈련 상황에 맞춘 예열 스티커를 붙인 것 같았다.


-이제 예열할 시간 없어. 누가! 누가 주추진기 외부에 추진 카트리지 놓고 점화시켜줘!


-내가 갈게.


엘라노어의 말에 피오의 팔라딘이 달려간다.


팔라딘은 고체 추진체를 주추진기 바깥에서 쑤셔 놓더니 레이저로 쏴서 점화시켰다.


그러자 폭발이 일어나며 추진기에 거대한 불꽃이 일었다.


이어서 고온에 예열된 아퀼라의 액체 연료들도 하나 둘씩 점화되기 시작했다.


눈앞에서 그 광경을 본 피오는 조금 찔렸다.


-저, 근데 이렇게 해도 돼? 딱 봐도 노즐이 좀 상한 것 같은데.


-장거리 항행 안하니까 상관없어. 스카이후크까지만 가면 돼. 다음은 가속 레일 상승! 아퀼라는 발진 위치로.


엘라노어의 명령에 따라 항구의 모든 가속레일들이 준비되고, 연습함 아퀼라가 그리로 서서히 이동했다.


-한꺼번에 다 쓰는 거야?


루메의 질문에 엘라노어가 히죽 웃었다.


-뭐, 보험도 있고, 카리옷의 눈속임도 있고.


-아하.


지금은 사방에서 카리옷이 몰려오고 있으니 그녀의 말대로 가속레일을 여럿 준비하는 게 정답일 것이다.


실제로 카리옷의 공격이 가속레일쪽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


지금 아퀼라의 지휘통제실은 아비규환이었다.


배를 한번도 몰아보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매뉴얼반 보고 배를 움직이려 하니 될 리가.


엘라노어의 지휘가 없었으면 예전에 망했을 것이다.


그때 한 교관이 슬쩍 손을 들었다.


“저기 엘라노어 생도?”


“뭡니까!”


“가속레일 운용 프로그램이 없는데 어떻게 하지?”


연습함 아퀼라가 상승하기 위해 충분한 가속력을 얻으려면 아퀼라 자체의 추진기는 물론이고 항구의 가속레일과 선수에 부착한 로켓 추진기의 힘이 모두 필요하다.


문제는 이 여러 가지의 힘들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운용프로그램이 필요한데, 지금 그 프로그램들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면 각자의 힘은 따로 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아퀼라는 제대로 상승하지 못한다.


이것은 이 항구를 담당하는 직원들과 교수들이 바로 카리옷파였기 때문이다.


놈들은 중요시설인 우주항을 파괴할 계획은 없었다.


그냥 무력화만 시켜도 충분하니까.


그들은 이번 쿠데타 전에 중요위치에 있는 프로그램에는 모두 해킹을 했고, 나중에 자신이 써야할 우주항은 그냥 프로그램만 텅텅 비워 놨다.


그래서 카리옷이 애초에 탈출가능성이 있는 이곳을 집중마크하지 않았었다.


가봐야 배를 움직일 인원이 없으니까.


하지만 놈들의 예상과는 달리 이곳엔 엘라노어가 있었다.


“헤엥, 그전 제가 수동으로 할테니 맡겨만 주시라고요.”


“어? 수동?”


“그러니까 하던 일이나 제대로 하세요오오.”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직원은 버벅이다가 엘라노어의 재촉에 자신이 하는 일로 돌아갔다.


“조았써. 해볼까나?”


엘라노어는 눈앞에 있는 홀로그램 패널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이 조종 패널은 연습함 아퀼라의 것이 아니라 갈레온의 것이다.


그녀는 갈레온의 전파장악으로 아퀼라의 통제권을 이미 빼앗아 놓은 것이다.


이러면 갈레온을 움직이듯 아퀼라를 움직일 수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없는 프로그램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옳지옳지. 이제 레일 위에 올라섰고···.”

드디어 아퀼라가 3번 레일에 올라섰다. 이제 주추진가, 로켓 부스터, 가속레일의 힘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면 아퀼라는 엄청난 추진력으로 날아갈 것이다.


“자, 막차 떠납니다. 탈 사람 모두 타요! 배 안 돌립니다.”


엘라노어가 말에 외부작업을 하던 인원들이 서둘러 배에 탔다.


“됐지? 탈 사람 다 탔지?”


엘라노어는 오래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 이미 7번 레일이 포격으로 망가졌고, 3번 쪽으로도 포격이 날아오는 중이다.


“좋아, 간다!”


엘라노어는 아퀼라의 주 추진기 출력을 높였다.


점화되어 추진연을 뿜어내고 있던 추진기에서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가속레일 각도 상승.”


아퀼라를 쏘아낼 가속레일은 그냥 직선이 아니다.


처음은 직선이지만 나중에는 완만한 곡선을 이루며 상승하는 스키점프대 방식이다.


하지만 아직 아퀼라는 나아가지 않았다.


충분한 추력을 얻을 때까지 가속레일에 브레이크를 걸어놓은 것이다.


추진력이 자꾸 상승하고 아퀼라를 잡고있는 가속레일의 브레이크에서 삐걱거리는 진동이 터져 나온다.


힘이 계속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야.’


충분한 추진력이 모였다고 생각한 엘라노어가 브레이크를 풀려고 할 때, 가속레일 저 앞쪽을 스치고 지나가는 섬광이 있었다.


폭발과 함께 스키점프대의 지지대 한쪽이 파괴되었다.


“아아앗!”


엘라노어는 조작하는 손을 멈추고 비명을 질렀다.


다른 레일이라면 모를까, 스키점프대쪽의 지지대가 파손된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날아오르는 아퀼라의 추진력을 이기지 못하고 점프대가 붕괴될 것이고, 아퀼라는 상승은커녕 바닷속으로 추락할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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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필사즉생 필생즉사 - 1화 +4 22.07.02 887 40 12쪽
129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4화 22.06.30 892 40 12쪽
128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3화 +2 22.06.29 906 40 12쪽
127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2화 +4 22.06.27 900 39 12쪽
126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1화 +4 22.06.26 982 38 11쪽
125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5화 +2 22.06.24 964 40 12쪽
124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4화 +1 22.06.23 913 38 12쪽
123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3화 +6 22.06.22 952 42 14쪽
122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2화 +3 22.06.21 934 38 12쪽
121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1화 +5 22.06.20 980 45 12쪽
120 엑소더스 - 6화 +3 22.06.18 937 45 12쪽
119 엑소더스 - 5화 +9 22.06.17 951 50 12쪽
» 엑소더스 - 4화 +7 22.06.16 932 3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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