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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적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로 날아간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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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흉적
작품등록일 :
2022.01.27 01:18
최근연재일 :
2022.07.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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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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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엑소더스 - 6화

DUMMY

-항복하겠습니다.


공용 회선으로 이진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흥, 이제 와서?”


세르반테스는 코웃음을 쳤지만 일단은 들어주기로 했다. 그의 신호에 부하들이 사격을 멈추었다.


-모두 항복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관대한 처분을 부탁드립니다.


이진건의 산지니 뿐만 아니라 다른 교관들의 기체도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원래 목표였던 아퀼라는 이미 이쪽의 추격을 벗어나 저 하늘 위로 날아오르고 있는 중이고, 그 아래에선 지금까지 저항하던 팔라딘과 알비온들이 숨어있던 항구에서 하나 둘 씩 나오고 있었다.


참으로 얄밉기 그지없는 광경이다.


“무기를 버리고 이쪽으로 오도록.”


세르반테스의 명령에 교장파의 아머드 기어들은 모든 무장을 해제하고 카리옷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그들이 어느 정도 접근했을 때쯤.


“이진건 빼고는 모두 쏴라.”


세르반테스의 명령에 카리옷의 아머드 기어들이 불을 뿜었다.


쏟아지는 공격에 무방비의 아머드 기어들이 순식간에 터져나간다.


-어! 어째서!


세르반테스는 이진건의 비명을 들으면서 담담하게 대답했다.


“교육이다.”


이어서 그는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퀼라에는 많이 타봤자 200명이 고작이다. 항구에 남은 나머지를 끌고 오도록.”


-옛!


카리옷의 아머드 기어들이 항구로 향했다.


탈출하지 못한 잔당을 잡기 위해서다.


산지니 주변으로 레버넌트들이 달려가지만 이진건은 아무것도 못하고 우두커니 서있기만 했다.


‘딱 좋군.’


세르반테스는 이진건의 마음이 꺾였다는 것을 직감했다.


최후의 순간까지 아득바득 덤벼들던 맹수의 이빨과 손톱이 마침내 뽑히고, 그 목에 올가미가 걸린 것이다.


“보아라, 이것이 나에게 저항한 자의 최후다.”


세르반테스의 말에 이진건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는 처음부터 대답을 바라지 않았기에 흐뭇하게 웃었다.


“이제 좀 더 보여주지. 그 최후들을.”


세르반테스는 도망 친 나머지들을 솎아낼 예정이었다.


재교육이 가능한 것들은 자비롭게 거둬들이지만, 그럴 가치가 없는 것들은 이 자리에서 이진건의 마음을 꺾는 도구가 될 것이다.


“애초에 네가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피차 이렇게 기분 상할 일은 없었어. 그리고 만약 그랬었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너는 나의 옆에서 영광을 함꼐 누렸을 것이다.”


이진건의 실력이라면 옆이 아니라 앞에서 영광을 찾아 가져왔겠지.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너는 내 앞에서 자비를 구걸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구걸에는 곧 친구들의 목숨, 아니지. 쓰레기들의 목숨도 추가될 것이다.”


-모두 항복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관대한 처분을 부탁드립니다.


“후후후, 그렇다면 네가 성의를 보여야하지 않겠나.”


그런데 세르반테스는 방금 이진건과의 대화에서 뭔가 부자연스러운 점을 느꼈다.


어딘가 조금 이상했다.


“방금 뭐라고 했지?”


-어! 어째서!


갑자기 이진건의 고함과 함께 산지니가 날아들었다.


-세르반테스님! 피하십시오!


주변에 있던 호위들이 레일건을 쏴 산지니의 팔과 다리를 날려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산지니는 추진기를 써가며 계속 날아왔고, 호위들이 달려 나가 산지니를 잡아 눌렀다.


그리고 그 순간.


-콰아앙!


산지니의 무장창이 폭발했다.


“이런!”


이건 누가 쏘거나 유폭한 것이 아니다. 스스로 폭발시킨 것이다.


“자폭을?”


세르반테스가 갑작스런 일에 놀랐지만, 폭발은 산지니뿐 만이 아니었다.


탈출자들이 숨어있는 항구 여기저기서도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좁고 어두컴컴한 해저 터널을 사람들이 걸어간다.


지금 그들에겐 사지에서 탈출했다는 희망도 있지만, 보금자리를 버리고 도망쳤다는 절망도 크다.


‘페넬로페 교수.’


이진건은 방금 페넬로페의 죽음을 보았다.


그녀의 알비온이 무너지는 지지대에 깔려 꼬챙이에 꿰어지듯 꿰였다.


그 광경이 과거의 그녀가 죽었을 때와 겹쳐진다.


당시의 페넬로페는 플레이어였던 이진건과 함께 팔라딘을 타고 단 둘이서 끝없이 밀려오는 카리옷의 병력을 막다가 결국 제자를 탈출시키고 홀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녀의 기체는 사지가 잘린 채 거대한 기둥에 꿰여 아카데미의 정문에 꽂히게 된다.


‘막지 못했다.’


페넬로페 린드버그는 결국 죽었다.


‘바꾸지 못했어.’


페넬로페 린드버그는 이번에도 죽었다.


바뀐 것은 있다.


레버넌트가 너무 빨리, 그리고 많이 생산되었고, 카리옷의 배반이 1년 빠르게 일어났다.


때문에 이진건의 현재 힘으론 어쩔 수가 없었다.


또한.


“진건아, 괜찮아?”


휠체어에 앉은 피오가 걱정스레 올려다본다.


지금 무엇보다 자신의 몸을 걱정해야 될 텐데도 말이다.


이진건이 기억하기로 그때의 RGB삼총사는 그리 다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슬슬 주력에서 밀려날 때기도 했고, 전투가 지금처럼 심하지도 않았으니까.


하지만 모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으며 지금 피오는 팔과 다리에 눈을 잃고 전신에 화상까지 입었다.


그녀는 왜 이렇게까지 다쳤어야 했을까.


적들이 강했기 때문이다.


적들은 왜 그렇게 강해졌을까.


이진건은 그 대답을 알고 있었다.


바로 자신 때문이다.


“너야말로. 괜찮은 거야?”


이진건이 피오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탄 냄새와 함께 버석거리는 머리카락이 잡힌다.


“에잇, 건강하다니까. 그런데에, 애들, 다 탈출했겠지?”


피오의 말끝이 걱정으로 늘어진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아퀼라였다.


그리고 그 밑에 갈레온이 내려와 있는 힘껏 밀어올리고, 위로는 안드로메다가 중력장을 발생시켜 들어올렸다.


그 정도로 탈출은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카리옷이 계속 밀고 들어오는 통에 아퀼라가 제 궤도에 오르는 것은 보지 못하고 서둘러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이지. 다 탈출하고말고.”


이진건은 웃으면서 피오를 안심시켰다.


그때 진동과 폭음이 뒤쪽 먼 곳에서 일어나 터널을 흔들었다.


“왁!”


“아악!”

“터널이!”


생도들이 어두운 터널 안에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그것은 점차 퍼져 이 좁은 탈출로는 혼돈의 도가니로 변해갔다.


“진정해! 이건 아까 우리가 자동으로 설정해놓은 아머드 기어와 항구의 폭탄들이 폭발한 거야. 이제 입구가 막혀서 놈들은 우릴 추적하지 못해.”


이진건의 설명에 사람들이 차츰 진정을 되찾았다.


중간중간에 교관과 교수들이 생도들을 추스러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 광경을 본 이진건은 희미하게 웃으며 어두컴컴한 뒤쪽을 돌아보았다.


자신이 마지막에 녹음해 놓은 목소리와 자동 조종으로 세르반테스를 한 방 먹이려던 게 성공했기 때문이다.


*****


“엘라노어! 괜찮아?”


루메는 경고음으로 가득 찬 조종석에서 엘라노어를 불렀다.


-어때 보여?


대답한 엘라노어의 기체 갈레온은 주 추진기를 최대한 분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체 뒤로 뿜어지는 추진기의 고온이 점차 조종석에도 전해져 엘라노어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원래는 이렇게 오랜 시간 사용할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잘하겠네.”


-그칭?


이제 카리옷의 추격도 떨어지고 아퀼라의 상승도 원활하다.


이대로라면 스카이후크에 제대로 도착할 것이다.


“진건이 하고 그쪽 사람들, 다 탈출했겠지?”


루메의 물음에 엘라노어는 잠시 대답이 없었다.


그녀들도 아퀼라를 들어 올려 도망치는데 집중했지 아래쪽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탈출했지잉! 누가 계획했는데.


엘라노어의 쾌활한 말투는 반쯤은 자기 자신을 북돋으려는 것 같았다.


“그래, 맞아. 누가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당연히 성공하지.”


때문에 루메 역시 엘라노어에게 맞장구를 쳤다.


모두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그런데 다시 앞을 본 루메의 표정이 묘해졌다.


“엘라노어?”


-왜?


“스카이후크가 왜 벌써 내려오지?”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스케줄상 분명···.


“스케줄은 스케줄이고 현실은 현실이야.”


루메의 말대로 저 하늘 위에서 거대한 기둥이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행성 아퀼라의 정지 궤도상에서 회전하고 있는 스카이 후크다.


지금 연습함 아퀼라는 저 위에 올라타야 하는데, 대충 눈대중으로 봐도 지금 속도로 가다간 못 탈 것 같다.


-꺄아아! 나 미쳐! 이것들이 스케줄을 업데이트 안하고 예전 것으로 해놨어어어!


엘라노어의 비명이 통신 회선을 찢어발긴다.


배를 처음 몰아보는 초짜들이 한둘이 아닌 탓에 이런 일이 터져나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저 탈 수 있을까?”


루메가 그렇게 말하는 사이에도 스카이후크는 계속 내려오고 있다.


연습함 아퀼라는 저 스카이후크 회전반경에 들어가 상대속도를 맞춘 다음, 그 지지대 위에 올라서야 한다.


그러면 행성 아퀼라의 대기권을 탈출할 수 있는데···.


-32초. 32초가 모자란데?


계산을 마친 엘라노가의 지친 목소리가 들려온다.


32초는 애매하다. 아예 안 되지는 않고, 그렇다고 될 것 같기엔 조금 애매한 수치다.


-루메, 좀 더 가볍게 할 수 없어?


“해볼게.”


루메의 조작과 함께 안드로메다의 동력로가 폭발 직전에서 또 가혹한 중노동이 떠밀린다.


“야야야, 버텨줘어. 지금 터지면 안돼.”


애가 타는 것은 루메 만이 아니다.


-이야아! 위, 아래, 위위, 아래!


통신상으로 엘라노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녀는 지금 갈레온의 조종 패널을 저 순서대로 쳐서 OS의 디버거 모드로 들어갔다.


그리고 갈레온의 추진기 한계를 풀어버렸다.


-콰아아앙-


그러자 갈레온의 몇 배나 되는 길이의 거대한 추진 불꽃이 굉음과 함께 분사되었다.


안전을 위해 걸어놓은 리미터가 풀려버리자 추진기의 출력이 확 올라갔다.


“엘라노어, 그거 괜찮은 거야?”


루메는 연습함 아퀼라 아래에서 일어나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걱정되었다.


리미터란 게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걸 풀어버리면 출력은 늘어나겠지만 안전은 보장 못한다.


-괜, 괜챃던데? 근데 한 30에서 40초 되면 터지더라.


엘라노어의 목소리는 긴장으로 꽉 잠겨 있었다.


갈레온의 폭발까지 짧으면 30초, 길면 40초. 스카이후크 도착까지는 32초.


“으아아아!”


-야아아아!


루메와 엘라노어는 서로 비명을 지르며 기체의 조절에 매달렸다.


터질 것 같은 기기는 달래어 누르고, 꺼질 것 같은 부품은 어떻게든 되살려 작동을 강제한다.


“조금만 더!”


루메는 머리 위 까지 다가온 스카이후크를 보았다.


-조금만 더어!


엘라노어는 아퀼라를 밀어 올려 스카이후크 위에까지 도달했다.


마침내 아머드 아카데미 아퀼라의 탈출자들을 태운 배가 스카이후크 위에 내려앉았다.


“꺼꺼꺼!”


루메는 서둘러 안드로메다의 동력로를 껐다.


하지만 오버히트 된 부위 곳곳이 터져나가며 기체가 비명을 지른다.


-와와와!


엘라노어도 사정이 다르진 않았다.


그녀는 아퀼라를 스카이후크 위에 들어 올린 다음 갈라져 가는 추진기를 재빨리 껐다.


그리고 그대로 스카이후크의 바닥에 처박혔다.


“다들 괜찮아?”


루메가 안드로메다에서 뛰어내렸다.


-여긴 괜찮아요!


통신채널로 헤일리 교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갑자기 춥다. 그리고 숨쉬기도 힘들어졌다. 바람 때문이 아니라 산소가 희박해진 탓이다.


이제부터 이곳은 저 거대한 기둥의 회전에 의해 대기권 바깥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서둘러 아퀼라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엘라노어!”


루메는 아퀼라의 옆을 타고 바닥으로 내려갔다.


거기엔 갈레온 바깥으로 나오려는 엘라노어가 있었다.


“어서 나와!”


루메는 서둘러 바닥까지 달려 내려가 기진맥진한 엘라노어를 부축해 아퀼라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의 뒤로 문이 닫히고 아퀼라는 스카이후크에 탄 채 계속 상승했다.


이제 잠시 후면 대기권을 벗어날 것이다.


마침내 이들은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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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2화 +4 22.06.27 912 40 12쪽
126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1화 +4 22.06.26 996 39 11쪽
125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5화 +2 22.06.24 978 41 12쪽
124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4화 +1 22.06.23 928 39 12쪽
123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3화 +6 22.06.22 964 43 14쪽
122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2화 +3 22.06.21 949 39 12쪽
121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1화 +5 22.06.20 995 46 12쪽
» 엑소더스 - 6화 +3 22.06.18 952 46 12쪽
119 엑소더스 - 5화 +9 22.06.17 964 51 12쪽
118 엑소더스 - 4화 +7 22.06.16 946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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