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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적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로 날아간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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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흉적
작품등록일 :
2022.01.2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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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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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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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엑소더스 - 5화

DUMMY

“가속레일이!”


페넬로페도 가속레일의 끝부분 스키점프대가 파괴되는 것을 보았다.


카리옷은 아퀼라가 최종 단계에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집중포격을 퍼부었고, 결국 점프대 부분의 지지대를 파괴했다.


그렇다고 이제 아퀼라를 옮길 수는 없다.


이미 메인 추진기는 점화했고, 가속 레일은 발사되어 브레이크로 간신히 막아둔 상황인 것이다.


-망할!


이진건의 산지니가 몸을 돌려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가속레일의 점프대 부분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간다.


그 걸음에 파도가 일고, 날아온 포격에 폭풍이 인다.


“이진건 생도! 뭘 어쩌려 거야!”


-어쩌긴요! 저걸 받쳐야지!


이진건이 말한 의미에 페넬로페는 멈칫했다.


지금 이진건은 산지니로 부서진 지지대를 받치고 설 생각인 것이다.


파괴된 부분은 스키점프대 전체가 아닌 지지대 부분, 아머드 기어가 들어가 받치고 일어나면 이론상 가능은 하다.


-야야, 그건 내가 할 거야.


뒤이어 피오의 팔라딘도 달려든다.


-진건아, 내가 더 튼튼해. 가변기체 산지니는 찌부러질걸?


-몸도 안 좋은 애는 빨리 2차 탈출루트로 가시지.


두 생도가 티격태격할 때, 페넬로페의 알비온이 날았다.


“모두 탈출 위치로 가라.”


페넬로페의 알비온이 날아서 먼저 지지대로 날아갔다.


그리고 부서진 골조 사이로 밀고 들어가서 알비온의 팔로 골조를 밀어 올렸다.


-교수님?


이진건의 산지니가 자신의 자리를 새치기한 알비온을 멍하니 바라본다.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야.”


그녀의 말대로 이것은 학생을 지켜야 하는 선생의 일이다.


-아니 교수님, 왜···.


“이진건 생도의 기체는 손상이 심각해, 그리고 피오 생도의 기체는 작업용. 하지만 나의 알비온은 비행이 가능하다! 아퀼라가 발진한 다음 빠져나갈 수 있어!


그렇게 말한 페넬로페는 알비온으로 지지대를 받치면서도 사격을 해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격추한다.


“대응사격 뭐하나! 카리옷이 포격하지 못하도록 쏴!”


페넬로페의 말에 얼마 있지 않는 화력이 집중되어 카리옷 포격부대를 노린다.


“이진건 생도! 피오 사른 생도! 서둘러 탈출 위치로 가라! 어서!”


그녀의 외침에 두 생도의 기체는 방향을 돌렸다.


-교수님, 나중에 꼭 탈출하깁니다.


이진건의 목소리는 어딘가 울적했다.


“약속하지.”


대답하는 페넬로페는 이진건을 볼 수 없었다.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


“뭐? 페넬로페 교수님이 알비온으로 지지재를 받친다고?”


엘라노어도 놀랐다.


스키점프대의 파괴된 부분을 아머드 기어로 받친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하지만 이제 머뭇거릴 틈은 없다.


주 추진기가 점화한 지금 가속레일의 브레이크는 한계다.


“좋아! 발진!”


엘라노어는 다시 조작에 들어갔다.


브레이크를 해제하고, 추진기의 출력을 높이고, 동시에 가속레일을 발사했다.


그러자 아퀼라가 충격과 함께 가속하기 시작했다.


“대공포화 아끼지 마! 지금 맞으면 망한다고!”


엘라노어가 말하지 않아도 아퀼라와 방어대의 아머드 기어는 물론이고, 항구의 무인포대까지 작동해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고 있었다.


아퀼라는 레일을 따라 점차 가속했다.


그리고 마침내 점프구간으로 들어섰다.


그때 페넬로페는 알비온을 울리는 진동을 느꼈다.


적들의 포격이 아니라 아퀼라가 다가오는 진동이다.


이제 페넬로페의 알비온은 총을 버리고 양팔로 지지대를 받쳤다.


‘제발 버텨다오.’


그녀는 이쪽으로 다가오는 아퀼라의 선수에서 빛나는 카리옷의 문장을 보았다.


카리옷.


페넬로페 린드버그는 카리옷의 가구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병기로 길러졌다.


그녀는 노리개로 살다 망가지는 동료들을 보았고, 전장을 떠돌다가 죽어가는 형제자매들을 보았다.


전쟁이 끝난 후 행성연합은 살아남은 그녀를 인간으로 인정했지만, 정작 인간들은 그녀를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페넬로페는 그저 카리옷이 만든 노리개였을뿐. 가슴속에 복수를 품은 인조인간은 잠정적인 위험대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머드 아카데미 아퀼라의 교장 패트릭 뉴턴은 달랐다. 그는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했다.


“페넬로페씨, 저는 당신을 이용할 겁니다. 그러니 당신도 저를 이용하십시오.”


즉 카리옷을 무너뜨리기 위해 카리옷의 도구를 쓰겠다는 이야기였다.


둘의 목적과 이익이 일치하는 터라 페넬로페는 흔쾌히 응했다.


그러나 패트릭은 서로 이용하는 관계였음에도 생체가구 페넬로페를 자신과 같은 인간으로 대우해 주었다.


그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져 인공적으로 사육당한 생체 가구를 인간으로 대해주었다.


그리고 인간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무엇에 의해 살아가는지 등 인간의 가치에 대해서도 천천히 알려주었다.


그렇게 아머드 아카데미 아퀼라의 교수로 살아가던 페넬로페는 자신이 점차 변해간다는 것을 느꼈다.


인간들의 노리개로 만들어져 아이를 만들 수 없는 페넬로페에게 자신이 가르친 생도들이 가끔씩 자신의 아이로 비친 것이다.


그녀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생체가구가 아닌 인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스스로의 한계는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복수심에 불타는 인조인간.


그래서 페넬로페는 가끔씩 생도들을 애틋하게 생각하는 자신이 무서웠고, 그 때문에 생도들과 거리를 두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자신이 가르친 아이들이 자신을 밟고 날아오르려 하고 있다.


엘라노어는 스키점프대에 올라서는 순간 선수에 달린 로켓 부스터를 작동시켰다.


맹렬한 분사가 발동되며 함이 떠오른다.


가속레일의 가속과 아퀼라의 하중, 로켓 부스터의 분사가 동시에 점프대를 휩쓴다.


알비온의 여지저기서 경보가 울린다.


“제바알!”


페넬로페는 이를 악물고 버텨내려 했다.


자신은 어떻게 되어도 좋았다.


인간들을 살리고 싶었다.


자신의 제자들을 살리고 싶었다.


자신의 아이들을 살리고 싶었다.


알비온이 발사순간의 하중을 버티는 것은 가능했지만, 그것을 분산시킬 수는 없었다.


모든 충격이 알비온을 향해 몰려들었고, 지지대의 부서진 부분들이 알비온을 덮치고 파고들었다.


골조들이 이빨처럼 내려와 알비온을 씹는다.


지지대들이 창처럼 찔러와 알비온을 꿰뚫는다.


장갑이 부서지고 프레임이 뜯겨나가고 망가져서 조종석이 드러난다.


지지대 파편에 짓이겨진 페넬로페가 위를 보았다.


저 하늘 위로 아퀼라가 날아가고 있었다.


자신보다 거대한 불꽃을 내뿜으며 위로 올라가고 있다.


페넬로페의 입술이 꿈틀댔다.


“···가라.”


아퀼라의 주변으로 카리옷의 포격이 날아온다.


하지만 아퀼라는 그것들을 뿌리치며 힘차게 날아올랐다.


그 모습이 흡사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 바깥을 나가는 생도들의 뒷모습 같았다.


“···가라.”


페넬로페 린드버그의 마지막 말은 그녀 자신도 듣지 못했다.


*****


“포격이 너무 거세!”


지휘통제실은 상승의 충격으로 크게 진동하고 있었다.


피탄의 충격도 전해지지 않을 정도라 상황판을 봐야 피탄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다.


“로켓 부스터에 레이저가!”


이제 카리옷은 필사적으로 사격을 가했다.


아퀼라가 날아오르면 더 이상 추적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뒤에서도 사격이!”


추격해서 날아오르는 레버넌트들의 사격이 추진기에 한 두발씩 명중한다.


“추력이, 추력이 떨어진다.”


엘라노어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지금 출력으론 목적지인 스카이후크까지 가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엘라노어는 벨트를 풀고 일어섰다.


“궤도 계산은 끝났어요! 거기에 따라 조타만 하면 되니까, 할 수 있죠?”


일어나는 그녀를 헤일리가 붙잡았다.


“어, 어딜 가려고요!”


“밀어 올려야죠!”


그렇게 외친 엘라노어는 헤일리를 뿌리치고 달렸다.


그리고 충격 속에 뒹굴면서도 달려 외부 갑판으로 나갔다.


거기엔 가속으로 인한 엄청난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이이이잉!”


엘라노어는 피부가 찢어지는 감촉을 느끼며 기어가 갑판에 고정된 갈레온에 다가갔다.


그리고 간신히 조종석을 열고 갈레온에 올라탔다.


“가즈아!”


갈레온은 애초에 우주를 순항하기 위한 기체라 그 추력은 행성연합의 상식을 벗어났다.


그런 갈레온이 갑판 위에서 빠져나와 아퀼라의 아래를 받치고 섰다.


“날아라아아아---!”


갈레온이 최대출력으로 분사를 시작했고, 조금이나마 아퀼라가 상승한다.


하지만 아래쪽의 추적도 끈질기다.


레일건과 미사일은 이제 힘들지만, 레이저는 아퀼라를 쏘기에 너무 좋았다.


회피기동도 할 수 없이 상승만 하는 거대 목표물을 맞추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그만 좀 쏴아아--!”


엘라노어는 레이저 포격이 아퀼라의 로켓 추진기와 주 추진기에 명중하는 것을 보았다.


자꾸 이렇게 되면 아퀼라는 결국 추락할 것이다.


그때 레이저 한 줄기가 갈레온에 명중했다.


섬광과 함께 장갑이 달아오르고, 부서지고 폭발한다.


“안돼에!”


바로 그 순간 날아오던 레이저 포격들이 휘며 여기저기로 빗나간다.


카리옷들의 레이저가 아퀼라 주변에서 비껴나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다.


-늦어서 미안!


“루메에에에!”


루메가 간신히 안드로메다를 재기동시킨 것이다.


안드로메다의 중력장 방어막이 펼쳐져 레이저들을 막아낸다.


-엘라노어! 현재 상황은?


“안 좋아! 출력이 너무 떨어졌어.”


비록 루메가 막긴 했지만 그전까지 이어진 공격들 피해를 너무 입었다.


지금 이 상황으론 스카이후크까지 못간다.


-해볼까아.


루메의 기합소리와 함께 갑자기 아퀼라가 휙 하니 상승했다.


그녀가 중력장으로 아퀼라의 무게를 떨어뜨린 것이다.


“됐다! 됐어어!”


-후우, 후우. 됐어? 이정도면 갈 수 있어?


“응, 근데 루메 너 경고음 많이 뜨는 거 아냐.”


-엘라노어 너도 만만찮은데.


그렇게 아퀼라가 날아오르는 사이 지상에서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모두 들어가! 서둘러!”


항구의 한쪽에서 이진건이 바닥의 뚜껑을 들어 올리고 소리치고 있었다.


“여, 여긴 뭐지?”


교관 한 명이 어두컴컴한 터널을 보며 이리저리 살핀다.


“해저 케이블 보수용 터널입니다.”


“해저 케이블? 그런 것도 있었나?”


들어본 적이 없는 정보에 교관의 고개가 갸우뚱한다.


이 터널은 행성 연합 이전, 인류 연방 이전에 건설된 구시대의 유물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이 모르지만, 이 이벤트를 겪은 이진건은 알고 있었다.


“네, 오래전에 있던 거긴 한데. 이게 우리들의 마지막 탈출루트입니다.”


탈출루트란 말에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래? 이 터널은 어디로 연결되어 있지?”


“행성연합의 궤도방어기지요.”


이진건의 대답에 교관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의 얼굴까지 핼쑥해졌다.


“궤, 궤도방어기지? 남동쪽 100km 떨어진 그곳?”


“정확히는 150km죠. 거기까지 이 터널로 가야합니다.”


사람들은 마지막 탈출루트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에 입술을 깨물었다.


“다들 식량과 산소호흡기, 조명등을 챙겨요. 빨리 가야합니다. 카리옷이 아퀼라에게 정신을 팔린 지금이 기회예요.”


지금도 항구쪽으론 포격이 날아오고 있다.


하지만 이진건이 말한 준비물 중에는 산소호흡기와 조명이 있었다.

즉, 이 터널엔 산소와 조명이 희박하거나 없다는 뜻이다.


터널의 크기는 사람 두 명이 간신히 서서 걸어갈 정도.


이제 남은 생존자 300명은 산소도 조명도 없는 터널을 150km를 걸어 도망쳐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여긴 바다 근처라 산소 순환기가 좀 있네요. 이걸로 어떻게든 버텨봅시다. 모두 가요!”


이진건의 말에 사람들은 차례로 좁은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허겁지겁 달려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스키점프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엔 하중을 못 이기고 무너져 내린 지지대와 그 사이에 꿰뚫려버린 알비온이 보인다.


탈출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고 마침내 이어지는 공격에 폭발까지 했다.


페넬로페 린드버그는 그렇게 죽은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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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3화 +2 22.06.29 906 40 12쪽
127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2화 +4 22.06.27 900 39 12쪽
126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1화 +4 22.06.26 981 38 11쪽
125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5화 +2 22.06.24 964 40 12쪽
124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4화 +1 22.06.23 913 38 12쪽
123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3화 +6 22.06.22 951 42 14쪽
122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2화 +3 22.06.21 933 38 12쪽
121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1화 +5 22.06.20 980 45 12쪽
120 엑소더스 - 6화 +3 22.06.18 937 45 12쪽
» 엑소더스 - 5화 +9 22.06.17 951 5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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