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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적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로 날아간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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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흉적
작품등록일 :
2022.01.27 01:18
최근연재일 :
2022.07.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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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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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2화

DUMMY

이진건은 침대에 누워서 잠든 피오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지금 약을 먹고 자고 있었다.


얼굴에는 붕대를 감고, 팔과 다리의 절단면에는 패드를 붙여놓았다.


새 안구와 팔다리의 준비에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진건아!


갑자기 엘라노어와의 통신이 연결되었다.


“엘라노어?”


이진건은 여기저기 붕대를 하고 깁스를 한 엘라노어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그녀는 지금 갈레온의 조종석에 있는 모양이다.


“갈레온으로 연락했구나. 아퀼라에 탄 사람들은 잘 도착했어?”


-으응, 이쪽은 모두 게이트 관리소에 잘 도착했어. 지금 부상자들도 치료받고 있고, 아무도 위중한 사람은 없어. 교장 선생님도 안정되었고 말이야.


“다행이다···.”


이진건은 위로 올라간 사람들이 무사히 도착했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아악!


뒤에서 불쑥 나타난 루메에 엘라노어가 기겁했다.


-말했지? 지금 이렇게 궤도와 지상간의 통신이 있으면 카리옷이 반응할 수 있다고.


-아냐아냐, 이거 카리옷은 눈치 못채. 진짜야!


지긋이 노려보는 루메의 시선에 엘라노어가 허둥지둥 변명하고 있었다.


루메는 엘라노어를 잠시 힐난의 시선으로 보더니 다시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피오는?


“이제 괜찮아. 응급처치를 받았고, 워낙 몸이 튼튼해서 걱정할 필요없대. 다만 눈하고 사지는 만드는데 시간이 걸릴 뿐이야.”


-그래, 다행이다. 정말로···.


화면 너머의 루메와 엘라노어는 곤히 잠든 피오를 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그래, 진건아. 지상팀은 어떻게 탈출했어?


“그건 우리도 운이 좋았지.”


이진건은 탈출하던 때를 떠올렸다.


300명이 좁고 어두운 통로로 150km를 가는 길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너무 오래된 터널이라 곳곳에 파손된 부분이 있어서 시간이 지연되었고, 얼마 안남은 물과 식량은 300명 사이에서 금방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산소도 점차 희박해져갔고, 산소캔과 순환기 필터도 한계에 달했을 때였다.


“그때 궤도 방어기지 정찰대와 마주친 거지.”


아퀼라의 궤도방어기지는 아머드 아카데미 아퀼라에서 일어난 이변을 눈치 채고 있었다.


그러나 쌍방 간의 전력차가 너무나 다른 탓에 함부로 행동하진 못했고, 연습함이 있는 항구를 통해 몰래 정찰대를 투입하여 상황을 살필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터널을 거슬러 오던 정찰대는 중간에 마주친 탈출자들을 보고 놀라서 구조팀을 급파했었다.


-정말 위험했구나.


루메는 당시의 상황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확실하게 탈출할 수 있는 아퀼라와 달리 지하 루트는 불확실한 사항이 너무나 많았다.


우선 존재 자체도 모르는 해저터널이라 보수는커녕 제대로 뚫려있을 지도 의문이었던 것이다.


-지상팀은 다들 무사해?


“응, 이쪽은 걸을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었으니까.”


피오 빼고.


그녀는 최후까지 남아서 이진건과 함께 마지막으로 터널에 들어갔다.


-피오는? 피오 괜찮지? 나 피오 목소리 듣고 싶어.


엘라노어는 새근거리며 잠든 피오를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언제나 활발하던 피오가 지금은 전신에 붕대를 감고 침대에 누워있으니 가슴이 찢어진다.


-엘라노어, 피오는 지금 쉬어야 해. 그러니까 나중에···.


루메가 엘라노어를 진정시킬 때였다.


-그어억-


누워있던 피오가 거하게 트림을 했다.


-에?


-지, 진건아. 피오가 왜? 왜 갑자기.


중환자의 어마무시한 트림에 화면 너머의 엘라노어와 루메가 허둥지둥한다.


피오의 몸에 뭔가 이변이 생긴 게 아닐까 걱정하는 것이다.


“아, 저거. 자기 전에 영양보충이라고 알콜을 잔뜩 섭취했거든? 그래서 저렇게 편하게 자는거야.”


이진건의 설명에 루메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술을 마셨다고? 저런 상황의 애가?


“어어어, 술 아냐. 의료용 알콜이야. 의료용.”


-소독용으로 쓰는 그거? 술로 따지면 한 8~90도 되지 않아?


“아니아니, 7~80도 정도?”


-아유, 차아암 잘 하는 짓이다.


루메의 차가운 핀잔에 이진건은 억울했다.


“나, 난 억울해. 난 분명히 말렸어. 하지만!”


알콜을 본 피오는 싱글벙글 군침을 흘리며 깽깽이로 뛰어가 가로막는 이진건을 집어던진 다음 병째로 씹어 먹었었다.


-푸훕, 어쩐지 건강해 보인다 했어.


대충 상황이 짐작 갔는지 루메는 피식 헛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그 말에 이진건도 눈매가 차가워졌다.


갑자기 변한 분위기에 엘라노어가 둘의 눈치를 볼 때 이진건이 입을 열었다.


“복수해야지.”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 루메와 달리 엘라노어는 펄떡 뛰었다.


-아니아니, 잠깐만. 복수라니? 설마 카리옷을 치려고?


-물론, 빼앗긴 것은 되찾아야지.


그렇게 말한 루메의 표정은 자못 진중했다.


-그, 그치만 우리가 쳐들어갈 능력이···.


엘라노어는 당시 카리옷의 전력을 보았다.


100대가 넘는 카리옷을 상대로 이렇게 도망쳐 나온 것도 기적이다.


그런데 거기로 쳐들어 간다? 자살행위다.


“엘라노어, 어차피 카리옷은 공격할 거야.”


이진건의 말에 엘라노어가 움찔했다.


“놈들은 우릴 쫓아낸 게 아냐. 철저히 죽이려고 했지. 포로로 잡힌 생도들을 처형하는 것을 봤잖아.”


엘라노어는 그때의 참상을 떠올렸다.


비록 친하진 않았어도 얼굴은 아는 동기들이 차가운 시신이 되어 있는 모습들을.


“놈들이 우릴 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치는거야. 그러니까 엘라노어는 일단 정보수집을 해줘. 왜 카리옷이 지금 이 쿠데타를 일으켰는지, 왜 바깥에서 지원이 없는지, 그리고 바깥의 카리옷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등을.”


이것들은 어쩌면 생도들에게 공개하지 않을 수준의 정보들이다.


하지만 갈레온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점프게이트 관리소에 접속해서 알아내면 되니까.


-진건이, 너는 뭘할 거야?


지금 루메가 보고 있는 것은 화면 너머, 그리고 이진건 안에서 타오르고 있는 적의와 분노였다.


그녀는 지금 그 분노가 어디로 어떻게 튈지가 궁금했다.


“일단 싸울 준비를 해야지.”


-새 아머드 기어를 만들 거야?


“글세, 시간이 될까 싶어. 대충 봤는데 궤도 방어기지의 아머드 기어들은 모두 팔라딘이야. 공장도 부실하고. 그래도 어떻게든 뭐라도 만들어 봐야지. 그리고 너희들 스킬도 코디해 줄게.”


-알았어.


-자, 잠깐.


나직하게 전의를 불태우는 두 사람 사이로 엘라노어가 끼어들었다.


-저기, 얘들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우리 생도들의 역할이 아냐. 행성 연합군이나 하다못해 이쪽의 군인들에게 맡겨야지.


엘라노어의 말은 일단은 정론이다.


지금 그들은 생도이지 정식 군인이 아니다.


이런 일에는 행성 연합의 진압부대가 와야 해결될 일이다.


“엘라노어, 지금은 그걸 따질 상황이 아냐. 지금 카리옷이 아카데미를 장악한지가 이틀이 넘어가. 그 이틀 동안 행성 연합이 반응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돼. 적어도 부르고뉴에 있던 함대라도 와야 했다고.”


그때 이진건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버건디와 부르고뉴 게이트의 봉쇄.


얼마전 겟코가 말했었다.


헥터 카리옷이 갔던 개척지 버건디에서 모종의 사태로 격리코드가 발동했고, 그 때문에 부르고뉴 게이트가 봉쇄되었다고 했다.


“이거···당했네.”


-뭐가?


루메의 물음에 이진건은 대충의 흐름을 설명했다.


-과연, 카리옷은 이 격리 사태를 기회로 보고 일을 일으켰군.


루메는 점프 게이트의 지도를 펼쳤다.


-엘라노어, 지금 당장 게이트 관리소에 접속해서 현재 상황을 알아보자.


-알았어.


엘라노어는 우선 게이트 관리소의 권한을 뺏은 다음 게이트 통신을 통해 부르고뉴 메인 서버에 침투했고, 빼낼 수 있는 만큼 정보를 빼냈다.


-이거, 상황이 아주 안 좋네.


루메가 혀를 찼다.


“그러게.”


이진건도 동감이다.


현재 부르고뉴 주둔함대는 격리코드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중앙 함대도 오기가 힘들다.


게이트가 막힌 것이 문제가 아니라 행성 연합 전역에서 카리옷이 봉기를 일으킨 것이다.


-이런 미친···.


정보를 검색하는 엘라노어는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


비록 무장 충돌은 이곳 아퀼라에서만 발생했지만, 행성 연합 곳곳에 있던 카리옷 파벌들이 행성 연합의 명령을 거부하고 일어났다.


이 때문에 이들을 견제한다고 각지의 연합 함대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카리옷 파벌 소속의 부대들은 아예 그쪽으로 넘어가 버렸다.


“보통 일이 아니네.”


이진건의 눈빛이 심각해졌다.


그가 알고 있던 카리옷의 반란은 이정도까지가 아니었다.


그저 아머드 아카데미 아퀼라를 놓고 일어난 국지전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지금 일어난 것은 행성 연합 전역에 걸친 대사건이었다.


현재 행성 연합은 내전 일보 직전까지 치닫은 것이다.


-안 좋아, 아주 안 좋아.


혼잣말을 하고 있는 루메의 표정을 정말로 안 좋았다.


-난 디메스인이야. 그리고 왕녀지.


루메는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디메스는 이번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을 거야.


디메스 하면 통수의 달인.


이번 사태에 반드시 개입한다는 이야기다.


-서, 설마 이번 일에 끼어들어 전쟁을 일으킨다는 거야?


그렇게 질문하는 엘라노어의 목소리는 겁에 질려있었다.


-아니, 엘라노어 네가 생각하는 그런 전면전은 아냐. 다만 둘 사이를 저울질 하고 유리한 쪽에 끼어들겠지. 아마도 행성 연합의 편에 서서 카리옷을 칠 가능성이 높아. 일단 행성 연합의 전력이 우세한데가 카리옷이 우릴 싫어하는 만큼 우리도 카리옷을 싫어하거든.


-뭐야, 그러면 다행이잖아. 하긴 행성 연합과 디메스는 동맹이니까.


엘라노어가 다행이란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릴 때, 루메가 덧붙였다.


-하지만 그 전쟁을 늘릴 수 있겠지.


-어? 늘린···.


엘라노어도 루메의 말뜻이 무엇인지 깨달은 것이다.


-그래, 범위를 늘리고, 기간을 늘리고, 피해를 늘리고. 뒤로 온갖 더러운 수를 써서 행성 연합의 힘을 깎아놓으려 할거야. 그리고 그 과정에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겠지.


꽉 다문 루메의 입이 다시 열렸다.


-난 그런 것 싫어. 아무 잘못도, 죄도 없는 사람들이 왜 권력자의 다툼에 휘말려 죽어야 하는 거야.


그것은 낮지만 감정이 실린 포효였다.


“그래서 우리가 빨리 막아야지.”


이진건의 말에 두 여인의 시선이 그에게로 모였다.


“이곳 행성 아퀼라는, 그리고 아머드 아카데미 아퀼라는 카리옷의 정신적인 요람이야. 놈들의 수장인 세르반테스를 치고 아카데미를 되찾는다면 각지의 카리옷들은 흩어질 거야.”


이진건의 말대로다.


카리옷 놈들은 혈통과 전통을 떠받든다.


그런 놈들에게 수장의 죽음과 본거지의 몰락을 보여주면 전의는 대번에 무너질 것이다.


즉, 이진건의 말대로 이쪽이 선제공격해서 아카데미에 있는 카리옷 일파만 쓰러뜨리면 내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 놈들의 본거지는 바로 옆에 있다.


하지만 어떻게?


“일단 여기까지. 우선 정보를 수집하면서 준비를 하자.”


이진건의 말에 엘라노어와 루메는 통신을 끄고 자리로 돌아갔다.


이진건은 통신이 꺼진 다음 다시 피오에게로 갔다.


그리고 다친 그녀의 이마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비록 피오의 몸은 완치가 된다고는 했지만 이진건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이제 그 누구도 다치게 두지 않겠어. 그 누구도. 반드시.’


이진건의 눈앞에서 동료가 죽고 다치는 것은 이것으로 벌써 두 번째다.


그래서 이진건은 다짐했다.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잃어나지 않도록 반드시 막을 것이라고.


그 어떠한 대가를 치러서라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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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3화 +2 22.06.29 906 40 12쪽
127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2화 +4 22.06.27 900 39 12쪽
126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1화 +4 22.06.26 981 38 11쪽
125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5화 +2 22.06.24 964 40 12쪽
124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4화 +1 22.06.23 913 38 12쪽
123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3화 +6 22.06.22 951 42 14쪽
»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2화 +3 22.06.21 934 38 12쪽
121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1화 +5 22.06.20 980 4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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