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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적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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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흉적
작품등록일 :
2022.01.2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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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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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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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쿠오 바디스 - 9화

DUMMY

루메는 친구 셋을 모두 뒤에 놓고 도망쳐야 한다는 사실에 가슴 한켠이 먹먹했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뒤를 막는 역할은 그녀가 맡았어야 했다.


기체의 성능이나 실력이 아니다.


왕녀 루메 위리브는 어려서부터 그렇게 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고 자랐기 때문이다.


왕족의 의무가 무엇인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에-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사람들은 행성 연합의 사람들이지 디메스가 아닌걸.’


문득 든 생각에 루메는 피식 웃으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방금 자신이 한 생각이 단순히 논리적으로 당연한 것인지, 디메스 다운 것인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아마 친구들의 영향이겠지.


무엇보다 지금 당장은 무력하게 죽어가는 이들을 구하고 싶었다.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준 친구들과 함께.


‘진건이는 공장에서 싸우고 있고, 피오는 본관에서, 엘라노어는 중간에 끊고 있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새어나오는 놈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레이더에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레버넌트 두 대가 보인다.


놈들은 탈출하는 사람들을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이쪽은 화물용 트레일러 트럭에 타고 이동하고 있으니 날아오는 레버넌트를 따돌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아무래도 중간에 조금 끊어야겠는걸.”


루메가 안드로메다의 기수를 틀려고 할 때였다.


-루메 위리브 생도.


페넬로페 린드버그 교수였다.


-우리가 여기서 적들을 막아내겠다. 사람들을 이끌고 탈출하도록.


그녀와 다른 교관들의 알비온들이 멈춰서 뒤를 돌아서고 있었다.


“그거 안 될걸요?”


그 모습을 본 루메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뭣이?


“교수님들은 기동성도 떨어지고 전투력도 떨어져요. 그러니 알비온들은 트레일러 옆에서 최종방어선을 구성해야죠.”


루메의 말대로 엘라노어의 갈레온은 비행형에 속도가 빠르고, 루메의 안드로메다는 중력장 방어막이 있어서 여차하면 도망칠 수 있다.


그런데 알비온은 그게 안 된다. 뒤에 남으면 무조건 죽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여기서 더 멀어지면 피오를 데려오기가 힘듭니다.”


-데려온다고?


생각지도 못한 지적에 페넬로페의 말투가 약간 멍해졌다.


“어머, 당연히 데려와야죠. 그럼 우리가 피오를 그냥 저기 죽도록 내버려 둘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


-그, 그게···.


-위리브 양!


이 다급한 목소리는 헤일리 교관이었다.


“네, 헤일리 교관님.”


-다른 생도들을 모두 구할 수···있나요?


그녀가 말한 다른 생도들이란 지금 뒤에서 적들을 막아서고 있는 생도들, 헤일리가 담당하는 제자인 이진건과 엘라노어, 피오 들이다.


그래서 아까부터 헤일리는 다 죽어가는 얼굴로 축 처져있었다.


자신의 제자들이 사선에 서서 악전고투 하고 있고, 그런 그들에게 앞으로 남겨진 것은 오직 죽음뿐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야 당연하죠. 친구들을 회수할 작전이 다 있습니다.”


확신에 찬 루메의 대답에 헤일리가 다급해졌다.


-작전이 뭐죠? 우리가 도울 수 있도록 알려주세요.


“어머, 미안요. 진건이가 안된다고 했어요.”


-설마 우리가 정보를 흘릴 거라고 생각하나요?


“그건 아니죠. 다만 카리옷이 선생님들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할 거라고 했어요.”


사람들은 루메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했다.


지금 카리옷 놈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무슨 수라도 쓸 것이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무슨 수라도.


“그러니까 일단 저는 저기 새는 거 막고 그 길로 바로 피오를 회수하러 갈게요. 안 그러면 시간에 안 맞아요.”


-이진건 생도는요?


헤일리의 말에 루메가 멈칫했다.


이진건과의 작전에서 그 자신을 회수하는 방법은 없었다.


이진건은 여러 가지 상황을 상정해서 루메와 엘라노어, 그리고 피오가 뒤에 남겨졌을 경우 누가 어떻게 구할 것인지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자신에 대해서는 빼놓고.


당시엔 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질문하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계속 마음에 걸렸다


‘어떻게든 하겠지. 진건이니까.’


그녀들의 이진건에 대한 믿음은 확고하다.


지난 한 학기, 길면 길고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는 기간 동안 이진건과 그녀들은 함께 생활했다.


그래서 RGB삼총사는 이진건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며, 어떤 것을 잘하고 어떤 것을 못하는지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나는 한 단계 더 알고 있지롱.’


때문에 그녀들은 이진건이라면 어지간한 위험 속에서도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적은 많고 아군은 적으며, 지킬 것은 많은데다 아군은 뿔뿔이 흩어지기 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이진건은 탈출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


‘상황 최악.’


루메는 이쪽을 향해 날아 오는 두 대의 레버넌트를 보았다.


엘라노어의 저지를 뚫고 날아드는 놈들이다.


-잡종년이!


아니나 다를까 안드로메다를 알아본 카리옷들이 욕설을 퍼붓고 매도한다.


“아-, 레퍼토리 뻔해. 창의력 부족이야.”


안드로메다와 레버넌트들은 서로 사격을 교차하며 거리를 좁혔다.


안드로메다의 레일건은 레버넌트의 방패와 장갑에 막힌다.


반면 레버넌트들의 레일건은 그대로 안드로메다에게 날아갔지만 중력장에 휘어서 안드로메다 주변을 맹렬히 회전한다.


쏘면 쏠수록 탄환들이 안드로메다 근처에 모여 고리를 형성해 회전한다. 중력장의 절묘한 응용이다.


단지 힘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정교한 조절로 근처의 궤도로 계속 비껴나가게 한 것이다. 때문에 출력은 많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조종자의 세심한 조정이 필요하다.


마침내 거리가 더욱 가까워지자 두 대의 레버넌트가 레일건을 집어넣고 초진동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기체의 질량을 실어서 직접 공격하려는 것이다.


마침내 안드로메다와 레버넌트가 교차하며 지나갔다.


“안녕.”


루메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날았다.


반면 두 대의 레버넌트는 출력이 저하되어 점점 고도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이게 대체.


-비행 모듈이!


루메는 서로 교차하는 순간, 안드로메다 주변을 회전하는 레일건 탄환의 고리로 레버넌트의 비행모듈을 때린 것이다.


이정도로 레버넌트는 파괴되진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비행 모듈을 작동불능에 빠트려 추적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최우선이다.


새어나온 둘을 처리한 루메는 곧 엘라노어에게로 날아갔다.


“엘라노어!”


-루메!


척 봐도 엘라노어의, 갈레온의 상태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몰려드는 레버넌트들을 필사적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야아아아-!


갈레온이 소닉붐과 함께 쏘아져 나간다. 고속의 기동방어를 펼쳐 적의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놈들의 이동경로를 막아서는 것이다.


그러고도 빠져나가는 놈이 있으면 악착같이 달려들어 육탄전으로 접촉한 다음 전파장악으로 기체의 무력화시키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갈레온은 오른팔을 잃어버렸다.


잘린 오른팔은 저쪽에 정지한 레버넌트의 목에 꽂혀있었다.


-나 걱정하지 말고 어서가!


갈레온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레일건을 피하지만, 레이저에 명중한다.


장갑이 터져나가고 기체가 휘청거린다.


-가, 어서!


그렇게 소리치는 엘라노어의 옆에서 기체의 경보음까지 울려 퍼질 정도다.


“···나중에 봐.”


루메는 최대한 평정심을 가장하며 중력장을 발동했다.


그리고 떠나기 전 광범위 중력장을 걸어 레버넌트들의 비행을 한 차례 둔하게 한 다음, 본관 방향을 향해 날았다.


“피오!”


루메는 날아가며 피오를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지금 체리 다이아몬드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모든 장착 무장을 잃은 채 억지로 육탄전을 벌이는 모양인데 상당히 고전 중으로 보인다.


지금 피오를 상대하는 것은 단 5대의 레버넌트임에도 놈들은 치밀한 연계 공격으로 체리 다이아몬드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중 한 대의 움직임이 특별났다.


‘에이스가 있다.’


저 에이스가 다른 레버넌트들을 직접 지휘해 체리 다이아몬드를 사냥하고 있는 것이다.


용량을 넘어선 피해에 기가스 드라이브는 헐떡대고 있고, 전신의 장갑은 마모되었다.


장갑을 재생하려 해도 이미 한계를 넘어서 재생도 제대로 되지가 않는다.


그래도 피오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싸웠다.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서.


“피오!”


루메가 불렀지만 여전히 통신기에 대답은 없다.


하지만 루메는 조종석에서의 소음을 들을 수 있었다.


장갑 너머의 파괴음, 조종석 내의 삐걱거리는 소리, 그리고 신음을 참는 피오의 숨소리.


놈들의 공격이 체리 다이아몬드의 조종석까지 닿고 있다는 뜻이다.


루메는 이를 악물고 출력 레버를 최대한으로 밀었다.


이쪽으로 날아오는 레버넌트는 무시하고 계속해서 날았다.


다행히도 레버넌트들도 탈출하는 사람들을 쫓는 것이 주목적이라 안드로메다에게 몇 발 쏘기만 할 뿐 루메는 그냥 무시했다.


그래서 루메는 손쉽게 본관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피오오오-!”

루메는 비명 섞인 기합과 함께 달려들었다.


지금 레버넌트들은 체리 다이아몬드의 팔과 다리를 차례로 무력화 시킨 다음 조종석을 뜯어내고 있었다.


지휘관용으로 커스터마이징 된 레버넌트가 체리 다이아몬드의 조종석 장갑을 대형 진동검으로 베어내고 있었다.


그 진동검이 조종석을 내려찍기 위해 위로 올라가는 순간, 루메는 급가속했다.


“으아아아!”


그때 뜨거워졌던 루메의 머릿속으로 갑자기 차가운 얼음이 들어왔다.


위로 올라간 진동검의 각도가 이상한 것을 봤기 때문이다.


저 각도는 내려찍기 위한 각도가 아니었다.


루메는 최대 속도로 가속해 정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필사적으로 기체를 비틀었고, 레버넌트의 베어내린 검은 안드로메다의 어깨 장갑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에 그쳤다.


“으으윽!”


루메는 안드로메다의 조종석을 노린 일격을 간신히 피하며 지나갔다.


-마침 잘됐군.


일부러 큰 동작으로 루메를 유인했던 레버넌트의 파일럿이 말했다.


루메는 이 목소리가 누군지 알고 있다.


시엘 카리옷. 세르반테스 다음가는 권력을 가진 카리옷가의 대모.


그리고 수많은 디메스를 학살한 에이스 파일럿이었다.


-쫓아가는 수고가 줄었어.


그녀가 뭐라 하건 간에 루메는 피오를 살폈다.


“피오!”


-···루···메.


힘겨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언제나 강인했던 그녀에게서 저런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현재 그녀의 몸상태가 어떤지를 말해준다.


‘기체는···.’


루메는 재빨리 체리 다이아몬드의 상태를 살폈다.


팔다리의 손상이 심해 이동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중력장 발생장치도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원래는 두 기체의 중력장을 이용해 체리 다이아몬드의 무게를 줄인 다음 들고 이동하려는 계획이었는데 그게 물 건너갔으니 다음 계획으로 넘어가야한다.


‘피오만이라도.’


다음 계획은 피오를 꺼내어 탈출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우선 체리 다이아몬드로 다가가야 한다.


안드로메다가 앞으로 날았고, 루메는 자신을 향해 베어오는 진동검을 중력장으로 막으려 했다.


그러나 진동검은 중력장에 막혀 저항을 받는 순간 강하게 가속했다.


시엘의 레버넌트가 전신의 버니어를 가속해 달려든 것이다.


순간 초진동검이 안드로메다의 좌반신을 할퀴고 지나갔다.


“윽!”


너무나 손쉽게 중력장 방어막이 뚫리자 안드로메다가 물러섰다.


상대의 공격을 짐작하고 힘조절한 탓이다.


-흠, 방금 공격은 그냥 힘으로 막는 애송이였다면 막았을지도.


시엘의 레버넌트가 검을 고쳐 잡으며 다가온다.


-허나 나이에 비해 좋은 솜씨다. 마지막 순간에 비틀어 내다니.


진동검의 날 끝이 안드로메다를 겨냥한다.


-하지만 내가 디메스를 몇 마리나 베었다고 생각하느냐.


그리고 레버넌트들이 안드로메다를 둘러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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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3화 +6 22.06.22 952 4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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