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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적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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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흉적
작품등록일 :
2022.01.27 01:18
최근연재일 :
2022.07.10 23:02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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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75,296

작성
22.06.0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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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쿠오 바디스 - 4화

DUMMY

“세상에···.”


본관 광장에 도착해 참상을 마주한 페넬로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곳엔 생도들을 지키다가 죽은 교관들의 아머드 기어가 전리품처럼 전시되어 있다.


인간형 기체를 이렇게 해놓으니 그 모습이 마치 시체를 꿰어놓은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땅에는 사람들의 시체들이 있다.


그것은 죽은 사람을 꺼낸 것이 아니라 산사람을 땅에 놓고 아머드 기어로 장난쳐 가며 죽인 것이 분명했다.


“이 놈들이··.”


분노한 페넬로페에게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교수님!”


저 아래서 생도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살려주세요! 여기요!”


“교수님! 여기에요, 도와주세요!”


죽음의 고비에서 살아난 생도들이 알비온에 달려와 매달린다. 자신들을 구해 달라고.


사람들이 아머드 기어의 발에 올라타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정신차렷!


그런 생도들에게 페넬로페의 일갈이 쏟아진다.


-허둥대지마! 소란피우지마! 구조가 늦어진다! 모두 안전하게 구할 수 있으니 차례를 지키도록.


언제나와 같은 페넬로페의 꾸짖음에 생도들은 곧 침착하게 교수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콰콱-콰가각!


갑작스런 굉음에 페넬로페의 알비온이 고개를 돌린다.


거기엔 루메의 안드로메다가 건물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건물 안을 긁어내 부수고 있었다.


그 잔해와 함께 카리옷의 전투용 로봇들이 아래로 떨어진다.


놈들은 실내전용 전투 로봇들을 투입해 인질들을 감시하거나, 실내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만약 이쪽에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 인질을 구하려 했다면 상당히 고전을 했어야 할 것인데, 루메와 엘라노어는 그냥 단순히 건물을 헤집어서 끝내버렸다.


가끔씩 휘말려서 떨어지는 인질은 루메가 중력장으로 부드럽게 받아내었다.


-이봐, 너희들. 교장 선생님은 어디 계시지?


페넬로페는 교장인 패트릭 뉴턴을 찾았지만 어디에도 그의 모습은 없었다.


-교장 선생님은 지하 대피소로 피신하셨다고 했어요.


생도의 말을 들은 페넬로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만약 패트릭 교장이 카리옷의 손에 떨어진다면 모든 싸움이 끝나기 때문이다.


“지하 대피소라···.”


본관의 지하 대피소는 본관 건물 아래 깊숙한 곳에 있다.


문제는 이미 지하층엔 대피소 문을 열기 위해 카리옷 전투로봇들이 진을 치고 있다는 것과 지하라 아머드 기어는 거기까지 갈 수 없단 것이다.


‘결국 우리가 들어가서 실내전투를 해야 하는군.’


페넬로페가 조종석에서 나오려고 할 때 루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수님, 그건 우리가 하죠. 피오.


-응? 나?


거대한 체리 다이아몬드가 앙증맞게 쿵쿵 걸어온다.


-뭉개버려.


-오키도키.


그러자 피오가 대피소가 있는 곳 주변을 체리 다이아몬드로 쾅쾅 밟아 으깼다.


“잠, 잠깐만!”


-피오, 페넬로페 교수님이 살살 즈려밟으래.


-잇힝, 그거야 또 내 특기지.


계단과 지하실들이 마치 종이박스처럼 으깨지고 무너진다.


거기에 있는 카리옷제 전투로봇들이 어찌될 진 자명하다.


-대충 된 듯하네. 이제 내 차례야.


움푹 파인 잔해 위로 안드로메다가 가더니 중력장을 발생시켰다.


그러자 잔해들이 두둥실 떠올라 말끔하게 치워졌고, 대피소로 들어가는 입구가 드러났다.


돌입이고 어쩌고 할 것 없이 손쉽게 끝난 것이다.


페넬로페는 서둘러 아래로 내려가 대피소 입구의 패널에 섰다.


‘암호는···.’


일반적인 암호로는 이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 암호는 교직원들, 카리옷도 알고 있으니 그것은 막았을 것이다.


페넬로페는 만에 하나, 최악의 상황에서나 쓰일 암호를 입력했고, 그제야 문이 열렸다.


“접니다! 페넬로페! 지금 문을 엽니다.”


페넬로페는 미리 자신이라는 것을 알리며 천천히 문을 열었다.


안에는 바리케이트를 치고 총을 겨누고 있는 교직원들이 보였다.


“린드버그 교수!”


여기저기 부상을 입은 동료들이 반색을 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지원군이 왔나?”


“카리옷은? 진압 되었습니까?”


바깥 상황을 모르는 그들이 질문을 던져왔지만 지금은 대답할 시간이 없다.


“이럴 시간 없습니다. 빨리 도망쳐야 합니다.”


페넬로페의 얼굴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읽은 교직원들은 즉시 생도들과 부상자들을 인솔해서 밖으로 빠져나갔다.


“교장 선생님은? 패트릭 교장선생님은 어디계시죠?”


페넬로페는 자신의 은인인 패트릭 뉴턴을 찾아 헤맸다.


“여기요, 여기에요! 린드버그 교수님!”


거기엔 손이 피투성이가 된 생도 한명이 앉아 있었고, 그의 앞에 패트릭 교장이 창백한 얼굴로 정신을 잃고 누워있었다.


“교장 선생님!”


페넬로페는 패트릭의 상처를 살폈다. 상처부위는 배다. 어떻게 지혈은 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하지 못했는지 피가 계속 나고 있었다.


생도의 손이 붉은 것도 그가 상처를 계속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때문이에요. 교장선생님이 저를 지키다가 다치셨어요.”


“지혈제는? 약은?”


페넬로페는 약을 찾았지만 이미 대피소의 구급상자는 텅 비어 있었다.


“교장선생님이 자기는 괜찮다고, 다른 위급한 환자에게 먼저 쓰라고 하셨어요.”


카리옷의 반란에서 부상자는 셀 수도 없이 많이 생겼다. 지금 이 대피소에도 중상자들이 가득하다.


그러니 그때만 해도 의식이 있던 패트릭은 그들의 치료를 서둘렀을 것이 분명했다.


“기다려, 내가 구급상자를 가져오지.”


페넬로페가 바깥에 있는 구급상자를 가져오기 위해 일어섰다.


지금 패트릭의 상태로 봐선 옮기기 전에 먼저 무슨 치료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아아! 젠자앙!


그때 갑자기 엘라노어의 곡소리가 들려왔다.


-서둘러요! 전파장악이 곧 뚫리겠는데?


안 좋은 뉴스가 연달아 이어진다.


하긴 1학년 생도가 아무리 스킬빨이라고 해도 카리옷의 베테랑들을 상대로 이 만큼 광범위하게, 그리고 장시간 속인 것만 해도 기적이다.


허나 상대는 카리옷. 계속해서 이어지는 전파장악에 대항해 해결책을 찾아내고 있었다.


전파장악이 풀리면 모든 것이 끝장난다.


지금까지 카리옷의 눈과 귀를 속이고 소수로 게릴라전을 펼쳐왔는데, 카리옷과 정면승부를 하게 되면 이쪽은 필패다.


“어쩔 수 없지. 모두 뛰어! 바깥에 차량을 준비해 놨으니 그걸 타고 탈출한다.”


페넬로페와 마리아의 지휘 덕에 교직원들과 생도들은 대형 컨테이너 차에 일사불란하게 올라탈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루메는 안드로메다로 저공비행해서 근처에 있는 대피소를 샅샅이 훑어 사람들을 구출해왔다.


-카리옷 파는 어쩌죠?


사람들을 차에 담는 루메의 질문에 페넬로페는 잠시 침묵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카리옷파 생도들은 당연히 다른 인질들과는 대우를 받고 있었다. 같은 편이니까.


그러나 카리옷파라고 전원이 카리옷을 지지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카리옷파 생도중 몇몇은 아예 아머드 기어를 타고 전투에 참가한 경우도 있지만, 적지 않은 수의 생도들은 이번 사태에 저항하다가 따로 감금된 경우도 있었다.


저기 있는 겟코 카리옷처럼.


그녀를 비롯한 카리옷 온건파(?)생도들은 겁에 질려 있었다. 자신의 가문이 한 짓을 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데려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차할 때는 인질이 되니까요.


루메의 의견은 끝부분이 섬뜩했다.


그리고 나름 합당한 이유도 있지만 페넬로페는 거절했다.


-아니, 놓고 간다. 데리고 갔다가 전투가 벌어지면 다치지 않아도 될 부상자들이 생기니까.


-···생각보다 여리시군요.


어딘가 나른해 보이는 루메의 핀잔에 페넬로페는 그저 피식 웃고 말았다.


카리옷이라면 이를 갈던 자신이 단지 생도들이란 이유로 너그럽게 봐주고 있으니까.


“기다려요오오-!”


그때 저기서 헤일리가 생도 한 명을 안고 뛰어오고 있었다.


여기저기 상처와 먼지투성이가 된 그녀는 축 늘어진 생도를 꼭 껴안고 있었다.


“헤일리답군.”


-그러게요. 저도 못 찾을 정도로 잘 숨어 있었네요.


쓴웃음을 지은 페넬로페는 주변을 경계하며 사람들을 태웠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지금 카리옷의 주력은 있지도 않은 디메스를 상대하기 위해 공장쪽으로 갔고, 나머지는 디메스로 위장한 이진건을 잡으러 갔다.


만약 지금 전파 장악이 풀리면 놈들은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고, 그러면 탈출은 불가능하다.


-뚫렸어요!


그때 엘라노어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카리옷의 통신채널에선 환호성과 비명이 폭발했다.


-됐다! 전파 방해를 뚫었···어어?


-이게 뭐야! 본관 상황이 왜 이래?


-공장 쪽엔 아무것도 없다고? 속았다!


-본관에 적 다수. 아군은 모두 당했습니다.


-본관으로 간다!


페넬로페가 서둘렀다.


“서둘러!”


이제는 정말 출발해야 한다.


탈출 루트는 두 곳, 그래서 인원도 둘로 나뉘어 탈출하기로 되어있다.


“출발한다.”


태울 수 있는 만큼 태운 차량들이 줄지어 출발한다.


그러나 차량의 속도로는 아머드 기어를 따돌릴 수 없다. 비행형 모듈을 단 기체가 오면 바로 잡힌다.


-뒤는 나에게 맡기시라!


피오의 체리 다이아몬드가 으스대며 돌아섰다.


현재 후방은 그녀 혼자 맡기로 되어있었다.


“···부탁한다. 피오 사른.”


페넬로페는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피오는 자신이 지켜줘야 하는 생도다. 그런데 지금 그 생도가 홀로 뒤를 막아서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헤헹, 맡겨두시라.


피오는 밝게 웃으며 말했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무섭다.


체리 다이아몬드가 강한 것은 안다. 또 예전보다 강해졌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자신의 몸은 그렇지 않다. 부상이 심해 약간의 충격에도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파온다.


루메와 엘라노어는 탈출 루트를 호위해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린 체리 다이아몬드가 홀로 남아야 한다는 것은 이해한다.


때문에 이제는 친구들 없이 혼자 막아야하는 상황이라 더욱 무서웠다.


그때 체리 다이아몬드 옆으로 안드로메다가 내려왔다.


-피오.


“왜?”


부드러운 루메의 말에 피오는 쾌활하게 대답했다.


-세상에는 아직 맛있는 게 많아.


“그렇지. 먹을 게 얼마나 많은데.”


피오는 친구들과 식사를 하는 게 즐거웠다.


그래서 이번 일이 끝나면 모두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싶었다. 살아남는다면.


-예를들어 이진건이라던가···.


“엥?”


갑자기 루메의 입에서 영 엉뚱한 단어가 나와서 피오가 어리둥절할 때, 루메가 통신을 둘만의 비밀채널로 잠시 전환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난 다음 다시 채널을 개방했다.


-너 안 오면 나랑 엘라노어가 다 먹는다?


“안돼에에! 다음은 나라고! 지, 진건이 예약 잡았단 말야!”


-어, 그럼 잘해보셔.


루메는 약간 약 올리는 투로 손을 살살 흔들며 떠올라 사라졌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피오는 투지와 식욕을 불태우며 다시 섰다.


“나, 나도! 나도 먹을 거야!”


체리 다이아몬드는 다가오는 모든 것을 부숴버릴 기세로 두 주먹을 부딪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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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3화 +6 22.06.22 955 42 14쪽
122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2화 +3 22.06.21 940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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