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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고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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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몽몽이™
작품등록일 :
2023.11.15 19:02
최근연재일 :
2024.04.05 19:05
연재수 :
1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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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05
추천수 :
313
글자수 :
835,086

작성
24.02.0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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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89

재밌게 봐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DUMMY

꺼내 든 물건을 모조리 여분의 주머니와 인벤토리 창 따위에 적절히 배치해 넣은 본좌는 언덕 아래를 향해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꽤 버거웠는데 말이죠. 이런 곳에서 이렇게 고렙 분들을 만나서 정말 다행입니다."


눈사람들과 싸우고 있던 일행의 대표 격으로 보이는 사람이 지존과 본좌를 향해 웃으며 다가왔다. 그런 모습을 보며, 지존은 그 남자에게 웃음을 보이며 환대했다.


"뭘요. 어쩌다 지나가던 길에 보이더군요.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그러셨군요. 지나가던 길이라면 두 분도 빙룡을 잡으러 가는 길인가 보군요. 그런데 방한복도 없이 가시는 겁니까? 역시 고렙은 다르군요."


사내는 레벨이 높으면 추위도 안 타는 줄 아는 모양이다. 본좌는 약간 이맛살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하하! 아닙니다. 사실 북해에 처음 와서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방한복을 깜빡했지 뭡니까.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다시 마을로 돌아가기도 그렇군요. 아시다시피 거리가 꽤 되지 않습니까?"


사내는 본좌의 말에 인벤토리에서 방한복 두 개를 꺼내 들었다.


"아, 그러셨군요. 이거라도 입으시죠. 최상품은 아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본좌와 지존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다. 눈앞의 사내는 상당히 눈치가 빨라 보였다. 본좌와 지존은 그 점이 약간 거슬리기는 했지만 개의치 않기로 했다. 아무렴 도움을 주는 사람인데, 눈치가 빠른가 또는 느린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오직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중요할 뿐.


"아이고, 고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꽤 추웠거든요. 근데, 무슨 이벤트라도 있었습니까? 왜 이렇게 눈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거죠?"


방한복을 입으며 질문하는 지존을 향해 사내는 어두운 얼굴로 대답했다.


"사실 저희는 빙궁 출신 무사들입니다. 문파 재정을 확충하려는 계획으로 이 근처에 스키장을 만들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이곳에 자리를 틀고 있던 몹들하고 싸움이 붙게 된 겁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몹토벌에 나선 것이죠. 스키장 부지는 운영자한테 확정받았기 때문에 몹들이 더 이상 리젠되지는 않지만 이미 이곳에서 살고 있던 녀석들은 없애야 하거든요."


사내의 말에 지존과 본좌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제 철거 팀이었군. 이런, 우리가 몹쓸 짓을 한 게 아닌지 모르겠네. 불쌍한 몹들.]


[음, 재건축하면서 보상도 안 하는 것은 조금 잔인하긴 하지.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게임인데.]


[그렇지.]


현실세계에서 비일비재한 재건축과 보상금 문제 등이 게임상에서도 벌어지자 지존과 본좌는 약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상대방이 빙궁 출신이라는 데 일단 안심을 하며 호의 있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건 그렇고, 빙룡이라니요? 빙룡이 이 근처에 사나요?"


지존의 질문에 사내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빙룡 잡으러 오신 분들이 아닌가요? 이쪽으로는 이렇다 할 특별한 던전이나 관광지는 없습니다. 그저 끝없는 얼음 밭과 몹뿐이죠. 여기서 북쪽으로 더 올라가시다 보면 커다란 산이 있습니다. 산 중턱에 동굴이 있는데 거기에 빙룡이 살죠.”


지존과 본좌의 얼굴이 환해졌다.


“아, 거기였군요? 그래도 방향은 얼추 맞았네요.”


“다행이네. 허탈칠 뻔했는데.”


지존과 본좌의 말을 들은 사내는, 둘에게 추가 정보를 건넸다.


 “빙룡사냥 이벤트는 한 달에 한 번 있는데, 못 잡으면 이벤트 종료하고 다음 달로 넘어갑니다. 누적 이벤트지요. 저번 달에 못 잡았으니까 이번 달에는 두 마리죠.“ 


 “두 마리요?”


 “네. 솔직히 한 마리 잡는 것도 힘든데 두 마리라니······. 님들 같은 고렙들이 많이 오면 모를까 이번에도 상당히 힘든 이벤트가 될 것 같네요.”


 “한 번에 두 마리면 쉽지는 않겠는데?”


 “너무 쉽게 생각했나?”


 사내는 이를 악물었다.


 “이게 다 그놈의 세일러문 놈들 때문이죠. 가뜩이나 추운 땅에 들어와 깽판을 쳐대니 그나마 북해 지방에서 플레이하던 유저들이 전부 따뜻한 남부지방으로 내려가 버렸어요. 에휴, 이렇게 북해가 몰락하다니······. 옛날이 좋았는데······.”


 사내의 말을 들은 지존과 본좌는 저 멀리 북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거 뜻하지 않은 정보를 얻었군. 방향을 제대로 잡고 온 모양이야.]


[그러게 말이야. 북해에 온 본래 목적을 달성하고 떠날 수 있겠군. 크크.]


본좌는 사내에게 질문을 했다.


"빙룡 이벤트가 언제 다시 열리죠?"


사내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글쎄요. 어디 보자······. 게임상으로 일주일은 있어야 동굴의 문이 열릴 것 같은데요? 한 달에 한 번만 열리거든요. 동굴 근처야 뭐, 몹들이 이것저것 잔뜩 몰려 있으니 좋은 사냥터로 쓸 수야 있겠지만, 얼음 두더지들 때문에 사냥하기 까다로운 편이죠."


순간 본좌와 지존의 두 눈이 반짝였다. 특히 본좌의 입가엔 희미한 미소까지 맺혔다.


"호오, 두더지라··· 흥미진진하군요."


[그러게 말이야. 크크, 자네 덕분에 난 또 경험치 포식하게 생겼군.]


[그런가? 하하하하. 이거, 두더지들에게 미안하구만. 그나저나 얼음 두더지라? 어떻게 생겼을까 무척 궁금한데?]


[하하하하하하! 많이 예뻐해 주자고.]


지존과 본좌는 한껏 웃으며 기쁨을 토해냈다. 두더지라면 이미 질릴 정도로 상대해 보았던 둘이다. 물론 더 이상 두더지들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기는 했으나 약속은 깨라고 있는 것이라는 사상을 가진 둘에게 두더지 따위와의 약조는 이미 개에게나 줘버린 휴지 조각에 불과했다.


둘의 음침한 계획을 아는지 모르는지, 빙궁의 사내는 둘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참, 빙룡 잡으러 가실 거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저희와 함께 가시지 않겠습니까? 설마 이 얼음 바닥에서 일주일을 기다릴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여기서 반나절만 가면 빙궁이 있거든요. 거기서 잠시 쉬다 가시죠. 좋은 방한복들을 비롯해 북해에서 사냥하는 데 필요한 무수한 장비들을 싸게 팔고 있습니다.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사내의 호의를 지존과 본좌는 환영했다. 그렇지 않아도 쉴 곳이 필요했는데 가까운 곳에 빙궁이 있다니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왠지 북해에 와서는 빙궁과 계속 좋은 인연을 많이 맺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북해 지역에 들어오자마자 세일러문 패거리들과 싸우고 있는 빙궁의 무사들을 도왔고, 지금도 이렇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관계를 만들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관광지를 개발하고 있는 빙궁과 친하게 지내면 무언가 콩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둘이었다.


[뭐, 돕다 보면 스키장 회원권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크크, 최소한 아이스크림은 배불리 먹겠지.]


[하하하하하!]


둘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북해의 무사는 지존과 본좌와 함께 빙궁으로 향했다.


아무리 세가 약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역시 빙궁은 빙궁. 오랜 기간 북해를 지배해 온 유일무이한 문파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겉은 이글루와 같이 얼음으로 덮여 있지만 내부는 최상급 목재와 온갖 보석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정말 대단하군요!"


본좌의 감탄에 빙궁의 무사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하하, 아무렴요. 북해 지역이 만들어지고 나서부터 이 지역에는 빙궁 하나만 있었거든요. 여태껏 쌓아올린 게 많을 수밖에 없죠. 그러다 보니 그 콩고물을 노리고 세일러문 따위가 덤비는 실정이지만요."


"그렇군요."


아무도 없는 긴 통로를 걸어가는 동안 앞장서서 지존과 본좌를 안내하는 빙궁의 무사는, 과연 뒤에서 지존과 본좌가 눈을 번뜩이며 벽에 달려 있는 장식품들을 떼어 주머니에 넣는 광경을 보았을까.


"열려라, 참외!"


한참을 걷던 일행이 커다란 문 앞에 도착했다. 문 위에는 '문주 집무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무사가 커다란 문 앞에서 길게 읍을 하자 문이 천천히 열렸다. 문 안쪽에서는 후덕하게 생긴 인물이 커다란 탁자 앞에 놓인 서류들을 침으로 익사시키며 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문주!"


"허, 헉! 뭐, 뭐냐!"


턱에 늘어진 침이 종이와 연결되어 아름다운 오색을 반사시키는 모습을 보며 무사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쑥스럽다는 듯 지존과 본좌를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


"뭐, 늘 있는 일이지요. 자주 보면 익숙해질 겁니다."


지존과 본좌는 웃음을 참으며 자고 있는 빙궁의 문주라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비싼 물건들을 널어놓고 사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무사는 지존과 본좌를 이끌고 문주의 앞으로 갔다.


"손님들 모시고 왔어요. 스키장 건설 지역 몹들 토벌하는 데 도움을 주신 분들이에요. 이분들 아니었으면 저하고 제 PC방 동기들은 전부 로그아웃했다가 돌아왔을 겁니다."


문주는 말을 듣는 와중에도 계속 손으로 눈을 비비며 눈에 붙은 거대한 무언가를 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하··· 하하하하! 반갑습니다. 도움을 주신 분들이군요. 제가 밤새 일을 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 잠시 눈을 붙이느라··· 험험, 어쨌든 반갑습니다."


"뭘요. 지나가는 길이었는걸요."


"그러시군요. 이거, 제가 바쁘지만 않으면 직접 대접이라도 해드리고 싶은데, 제가 워낙 바빠서요. 야, 땅개야! 네가 손님들 잘 모셔라. 구경도 시켜드리고. 알았지?"


"네, 문주."


드디어 빙궁 무사의 이름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땅개. 좋은 이름이다. 지존과 본좌는 속으로 이름에서 느껴지는 푸근함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바쁘신데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천천히 구경하다 가겠습니다."


"하하하! 그러세요. 제가 워낙 바빠서······."


'졸려서겠지······.'


땅개와 지존, 본좌는 동일한 생각을 하며 문주의 사무실에서 나왔다.


"빙궁은 참 넓습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떠나가서 좀 을씨년스러워지긴 했지만요. 에휴··· 이놈의 날씨가 뭔지······. 옛날만 해도 고렙들이 꽤 있었는데 요즘은 렙 좀 오르고 돈 좀 벌었다고 다들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가더군요. 치사하게시리."


"그런 일들이 있었군요. 하긴, 춥긴 춥더군요."


지존의 말에 땅개는 한숨을 쉬었다.


"춥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아무래도 게임상에서 가장 북쪽 지역에 속하는 곳일 테니까요. 그건 그렇고, 어디부터 구경시켜 드릴까요. 일단 상점들부터 보시겠습니까? 싸게 드릴게요."


"하하, 좋습니다. 아주, 아주 '싸게' 부탁드립니다."


갑자기 두 눈을 번뜩이며 '싸게'란 말을 강조하는 지존과 본좌를 보며 땅개는 알 수 없는 오한을 느꼈지만, 곧 잊어버렸다.


"어이, 땅개! 오랜만이야."


한 명의 사내가 커다란 상점에서 나오며 땅개를 끌어안았다.


"하하, 오랜만이야. 성이 넓으니 통 얼굴을 못 보는군."


"나야 여기 짱박혀 있는데 뭘. 네가 안 오는 거지. 못된 놈! 나 혼자 얼마나 심심한지 알아? 아무리 사람이 없어도 그렇지 이 넓은 곳을 어떻게 나보고 혼자 담당하라는 거야?"


"하하, 미안해. 그건 그렇고, 인사하지. 이쪽은 내가 속한 건설팀이 몹들에게 둘러싸였을 때 도와주신 분들이야. 구입할 물건들이 있다기에 모시고 왔지. 싸게 해드리라고."


"알았어. 나야 항상 싸게 파는걸."


둘은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지존과 본좌는 천천히 두 눈을 밝히며 물건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정말 싸게 해줄까?"


"왜?"


"아니, 그냥. 여기서 싸게 사서 밖에서 비싸게 팔면 돈 좀 들어오지 않을까 해서."


"크크크, 뭐 하러 그런 생각을 하냐?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필요하면 좀 더 긁어오면 되는데······?"


본좌는 슬쩍 주머니를 열며 윙크했다. 주머니에는 어느새 빙궁의 복도에 붙어 있던 장식품들이 소복이 담겨 있었다.


"이렇게 말이지?"


지존 역시 웃으며 자신의 주머니를 열었다. 역시나 지존의 주머니에도 장식품들이 담겨 있었다.


"비싸 보이더라고. 많이 남아도는 것 같아서 몇 개 먹어줬지. 흐흐."


둘은 마주 보며 실실 쪼개다가 물건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떤 게 좋을까나? 레벨에 맞게 좀 더 럭셔리한 물건이 없을까?"


"그러게 말이야. 이건 어때? 빙궁 특제 아이젠이라는데? 호오! 최상급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졌군. 이걸 장착하면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지는 않겠군. 이것도 좋은데? 스키 세트도 있고, 보드 세트도 있어. 이거 무협게임 맞아? 크크."


"재미있군. 그나저나 이 열쇠들은 뭐지? 이봐요! 이 열쇠들은 뭐죠?"


본좌의 질문에 상점 안에서 좀 전의 그 사내가 걸어 나왔다.







예전에 작업한 글을 다듬어 리메이크 한 작품입니다.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리부트에 가깝습니다. 워낙 오래된 글이라 기억하시는 분도 없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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