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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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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725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3.02.12 06:04
조회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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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30화

DUMMY

주차장이 건물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던 터라

택시에서 내린 그녀는

굽높은 힐의 불안한 발걸음으로

자갈길을 조금 걸어서 가야 했다.


찻집 앞에는 작은 정원이 만들어져 있었고,

돌아가고 있는 작은 물레방아 주위로

색색의 꽃들과

잘 다듬어진 작은 정원수들이

이곳으로 오는 손님들의 시선을

한동안 묶어 두었다.


돌돌거리면서

작은 물줄기를 쉼없이

아래의 작은 웅덩이에 쏟아내고 있는 물레방아와

고인 물이

저물어가는 태양빛을 받아서 반짝거렸다.


밖으로 펼쳐지는 저수지 풍경을 보면서

조용히 차를 마신다면

그 자체로도 힐링이 될 것 같은

분위기와 아늑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세희는 이런 곳을 정해 준

그가 고맙기까지 했다.


자신은 어렵게 시간을 내거나,

힘들게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는다면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이런 곳으로 차를 마시러 오는 일들도

쉽지가 않을뿐더러

지금까지 그녀는 이런 분위기를 느끼면서

살지도 않았기에 말이다.


저수지의 수면은

저물기 전 온 힘을 다해 태양이 뿜어내는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고,

그 위를 날아다니는 새들의 날개짓이

마치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특이하게도

이곳은 찻집이라는 상호도

가게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어떤 표지도 없었다.


한적함까지 있어서

마치 어느 회장님의 별장으로

초대를 받아온 느낌이다.


버스나 지하철만 타고 다니는

도시의 서민인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찾아내기에

이곳은 조금 어려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자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발걸음을 잡았다.


연인이 생긴다면

다시 이런 곳을 올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세희가 알수 없는 미래의 일이고,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될수 있는대로 많이

그녀 주위의 풍경을

자신의 눈과 기억 속으로 담아가는 것 뿐이었다.


시간이 많았다면

세희는 하늘이 별들로 채워지고

은은한 달빛이

저수지의 수면에 박힐때까지

주위를 서성이면서 감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세희에게

시간의 개념을 되새겨 준 것은

그녀의 발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힐을 신고

경치에 빠져 있기에

발은 신발에 적응하지 못했고,

머리가 느끼는 가슴 따뜻한 감상이

발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통으로 자신의 힘듬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들어가서 앉아야 하는 타임이었다.


세희가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그녀의 생각대로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은은한 불빛과

잔잔한 음악이

밖에서 느끼는 기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편안해졌다.


테이블 몇 개에

손님들이 삼삼오오 앉아서

가게의 분위기 때문인지

옆자리에서조차 들리지 않을 것 같은

낮은 목소리와

조용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들리지는 않았지만

대화의 내용들 역시

큰 고민이라든지.

슬픈 연애사같은 것은

아닐거라는 막연한 생각까지 드는 세희였다.


세희의 눈에 아는 얼굴이 하나 보였다.


그녀쪽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고

조금전까지 세희가 넋을 놓고 보고 있었던

주위의 풍경에 그 역시 빠져 있는 듯이 보였다.


세희가 일찍 왔다고는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기영이 와 있었고,

창가자리를 잡아서는

창밖을 내다보면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 기영을 발견하고

세희는 자리로 가서는 인사를 했다.


바닥을 걸을때마다

자신의 힐에서 나오는

또각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분위기를 깨는 것 같아서

눈치가 보였다.


그래서일까?


세희를 기영이 돌아 보았다.


“왜 이렇게 일찍 오신거예요?”


창밖을 계속 보고 있었다면

주위를 둘러보고 있던

세희의 모습도 분명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기영의 표정은

이런곳에서 너를 보다니라는 표정이다.


“으응, 왔어? 그냥 오늘 일이 일찍 끝났어.

나 신경쓰지 말고 자리나 잡고 기다리고 있어.”


말과는 다르게

기영은 한시간 전에

이곳으로 왔다.


미리와서 인터뷰를

조용히 지켜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자신의 존재를 미리 알리고

그녀의 부담과 긴장을 덜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네, 고맙습니다.”


세희가 기영을 향해서 웃음을 지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기영은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고,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당황스러웠던지

시선을 살짝 돌려

주위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는 다른 손님들을 보면서 말했다.


“고맙긴 뭐. 잘 마치고 나면 나중에 밥이나 사던지...”


“예, 그렇게 할께요.”


세희는 또각거리는 소리를 최대한 줄이려는 듯이

살짝 뒷발을 들고서

가게의 중앙에 위치한,

기영이 자신들을 잘 볼 수 있는 곳이라는

확신이 드는 자리에 앉았다.


기영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는 세희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선배도 이곳이 무지 마음에 드는 모양이네.

고맙습니다. 선배. 잘 할께요.’


그녀는 창밖만 보고 있는

기영의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인사를 했다.


기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났고,

혜성을 기다리면서

혼자 앉아 있어도

얼굴에 미소를 지을 정도로 마음이 안정 되었다.


수첩을 꺼내서

질문할 것들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만반의 준비가 다 된 것처럼 보였다.


시간이 지난 줄도 몰랐던 세희는

한 남자가 자신 앞에 서 있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었다.


“저어... 혹시 한세희씨입니까?”


생각에 빠져 있다

갑자기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서인지.


마음의 준비도 안 된 상태로

남자를 마주쳐서인지

놀라서 거의 의자가

뒤로 넘어질 정도로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세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동반되는 소음은

주위의 시선을 그녀에게로 모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른 손님들은

세희가 일으킨 소음의 뜻을

금방 알아차린 것 같았고,

다시 그들의 편안한 대화 속으로 돌아갔지만,

불편한 기분으로

바라보는 손님이 하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완전히 긴장을 다 풀어버린 것은

아닌게 분명해 보였다.


세희의 그런 행동을

기영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보았다.


정작 소음을 일으킨 장본인은

주위의 다른 시선들에는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고,

자신 앞에서

강한 향수 냄새를 풍기고 있는 남자의

세련된 외모에서 시선을 거둘수가 없었다.


남자의 첫 인상은 너무 강했다는 것을.

그래서

세희는 첫눈에 그를 완전히

마음속에 담아 버렸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남자는 가게를 들어오면서

바로 세희를 알아보았고,

수첩을 뒤적거리면서 살피던

세희의 모습을 보면서

곧바로 다가왔으며,

자신이 한 말에 놀라서 급하게 일어서느라

의자를 쓰러뜨릴뻔 한 그녀의 행동과

겨우 의자를 세워 놓고는

자신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못하는

그녀의 얼굴을 한 번의 눈깜박임없이

보고 있었다는 것을

과연 누가 알까?


혜성에게 세희는 처음 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에게 먹잇감이었다.


덫에 걸린 줄도 모르고

다가오는 순진한 먹잇감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이 그의 계산에 있었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없다.


그의 세련되고,

상냥한 매너 속에 담긴

진짜 의도를 알아차리기엔

세희는 너무 단순했다.


“예.행복한 여자의 한세희입니다.”


세희의 입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말이 나올때까지

몇초의 시간이 걸렸지만,

세희에게는 몇시간의 침묵을 깨고 하는 말처럼

어색하게 들렸다.


남자는 당황해하는 세희의 행동과

행복한 여자라는 잡지사의 이름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자리를 잡고 앉은 두사람에게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그리 화려해 보이지는 않지만,

무언가 기품이 있어 보이는

중년의 여자가 다가 왔다.


혜성이 주인과는 안면이 많다는 분위기로 인사하였고,

그날의 추천 차를 주문했다.


친분이 있어보이는 분위기였지만,

오고가는 대화에는

깍듯한 예의가 담겨 있었기에

듣고 있는 세희까지

중요한 인물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문한 차가 나오기 전까지

혜성은 말없이 세희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런 혜성의 시선을 세희는

신입이기에 자연스럽게 받아넘길 수가 없었다.


누군가 언뜻 그런 모습을 보았다면

세희가 면접을 보는 분위기였고,

혜성은 면접관과 같은 자세를 취하면서

보고 있는 모양새였다.


다행스럽게도

주문한 차가 탁자위를 채웠고,

따뜻한 김을 하늘거리면서 올리는

찻잔이 세희의 시선을

그나마 안정시켰다.


두잔의 수제 모과차와 한 접시의 한과와 약과.


여기는 딱히 메뉴가 정해진 그런 가게가 아니었다.

들어올 때 그녀의 코를 즐겁게 해 주던 커피향과는

다른 차들도

손님이 원하는대로 향을 낼수 있는 가게였다.


그것은 오직 주인의 마음가는대로였다.

커피를 제외한 다른 차들은

그날 그날 주인에게 선택권을 넘겨 주문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혜성과 세희를 위한

주인의 특별 서비스의 아주 예쁜 화과 몇 개가 담긴 접시도

탁자위에 놓여졌다.


시럽으로 옷을 입은 모양이 너무나 예뻐서

먹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으로

사과 모양과 딸기 모양의 화과에

세희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흐흠.흠”


그녀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인지

혜성이 어울리지 않게 헛기침을 했고,

세희는

그제서야 자신이 이곳에 온 진짜 목적에

정신을 차렸다.


두 사람은 어색한 인터뷰를 시작한 것은

혜성의 헛기침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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