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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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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53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1.02.15 20:08
조회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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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10화

DUMMY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달려 있는 종들이 은은하게 울렸다.

소리가 그리 큰 것은 아니어서 아이가 깨지는 않았다.

아마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아이는 깨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우가 보기에 마치 아이는 이 세상의 소리에는 반응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무슨 눈이 이렇게 온대요? 아후, 거리가 온통 눈이예요. 도무지 걸을 수가 없으니 원. 안녕하세요. 목사님.”


이곳의 베테랑 선생인 순자 선생이 옷과 신발, 가방에 가득 묻어 있던 눈들을 현관을 열기 전에 전부 털어내지 못한 것을 그제서야 알아차리고는 서둘러서 정리를 하느라 투덜대고 있었다.


이 목사가 가장 의지하는 엄마나 누나 같은 선생님이다.


“어서 오세요. 선생님.”


여느날 보다 더 반가운 마음인지 목소리에 기쁨이 묻어 있는 진우였다.


“어제 밤에 들어온거예요? 저 아이?”


대충 눈을 털어 내고는 서둘러 난로 곁으로 다가가서 몸을 녹이던 선생이 말했다.


그녀의 손은 눈을 털어내느라 붉그스레하게 변해 있었다. 아이의 곁에 다가가기 위해서 서둘러 자신의 체온을 올려야 했기에 그녀는 난로옆에서 두손을 빠르게 비비면서 두 눈은 아이의 침대에 고정시킨채로 말했다.


진우가 이렇게 제일 먼저 선생님들을 맞는다는 것은 새벽에 아이가 새로 들어온 이유라는 것쯤은 경험상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예. 그런데 깨지 않아서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진우의 얼굴에는 자신이 맡은 일을 완전히 수행하지 못한 인턴사원의 난처함 같은 것이 묻어 있었다.


“어젯밤엔 기온도 많이 내려가서 추웠을 텐데...... 아이는 괜찮은가요?”


자신의 몸이 어느정도 데워졌다는 기분이 들고나서 순자 선생은 아이곁으로 다가 왔다. 그리고는 천천히 포대기채로 아이를 안아 들었다.


그녀의 몸은 난로 곁에서 충분히 데워졌고, 아이가 느끼기에 한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살포시 안고 있는 모양이 마치 자신의 아이를 안고 있는 듯 진우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공주님인가봐요. 목사님. 핑크빛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아이네요.”


“....”


진우는 아무 생각없이 눈만 둥그런히 뜨고서 선생님의 동작만을 바라 보았다.


솔직히 색맹은 아니지만, 아이의 성별조차 그는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을 선생님의 말을 듣고야 알았다. 그래서 아이의 옷이 핑크색인지도 그때 알았다.


정말이지 자신은 그 밤 내내 아이를 위해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것이 그렇게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자 봅시다, 우리 공주님. 무슨 사연이 그리 많아서 태어나자마자 이렇게 엄마를 잃으셨어요.”


진우는 순자 선생이 아이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깨우고 있는 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순자 선생의 흔드는 진동에 아이는 깨어났고, 그제서야 칭얼거리면서 분유를 찾았다. 서둘러 분유를 태우고는 아이의 배를 채워 주었다.


‘나도 선생님처럼 흔들어 깨워서라도 좀더 빨리 우유를 먹일거 거랬군’


진우는 새벽에 일직 근무를 하던 선생님에게 자신에게 맡기라고 했던 쓸데없는 자신감이 부끄러워졌다.


“이렇게 잘 먹을 거면서 왜 한 번도 깨지 않았어요. 우리 공주님. 엄마랑 떨어져서 슬펐어요?”


“아이쿠, 잘 먹네. 우리 이제부터 이렇게 잘 먹고, 잘 자면서 살자. 아가야.”


순자 선생은 아이가 마치 말귀를 알아 들을 수 있는 것처럼 대화를 하였고, 아이는 배가 불러서 인지, 아니면 자신을 안고 있는 사람의 따뜻한 품이 엄마라고 느껴서 인지 그새 또 잠이 들어 버렸다.


그런 아이를 선생님은 능숙한 솜씨를 발휘하여 트럼을 시켰고, 어렵게 트림을 한 아이는 조용히 자신의 수면을 취했다. 적어도 어른의 눈들에게는 그런 모습이었다.


순자 선생이 하는 모든 동작을 지켜 보면서 진우는 밤새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한심스러워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선생님의 30분의 과정을 자신은 온 밤을 세워가면서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차마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가 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진우의 미숙한 아이 보기는 선생님의 한 눈에 티가 났고, 그렇게 아이를 돌보면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선생님이 고맙기까지 했다.




‘이 여자는 너무나 따뜻한데! 꼭 엄마같은 가슴을 가지고 있잖아. 나에게 이렇게 맛있는 우유도 주고, 기저귀도 살펴주네. 너무 따뜻하고 편해. 이제는 나도 잠이라는 것을 한번 자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아이는 지금까지 이 모든 공간을 둘러보는 것을 그만두고 잠을 자 보기로 했다.


아니, 아이의 몸이 의지와는 다르게 뇌의 활동을 서서히 멈추어 주었다.

아이 역시 진우가 잠 못 이루고 자신이 깨기만을 기다리던 시간내내 진우의 행동을 유심히 살피면서 그 밤을 함께 지샌 것이다.


배가 부른 포만감이 아이 자신도 모르게 수면을 불러 왔다.

아이는 아마 이제는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몰랐다.


갑자기 자신이 세상밖으로 밀려져 나왔고, 엄마라는 여자의 품에서 얼마되지도 않는 짧은 시간의 따뜻함을 기억하기도 전에 눈오는 거리를 흔들리면서 이곳으로 버려졌고, 낯선 남자의 시선을 받으면서 어두운 공간에서 앞으로 자신이 맞이할 시간들을 떨림으로 살펴야 했던 모든 긴장들이 배부름으로 사라지고나니 더 이상은 잠에 저항 할 수가 없었는지도 몰랐다.



잠이 든 아이를 침대에 눕히자 한명씩 선생님들이 출근을 하느라 1층은 다시 부산스러워졌다.


선생님이 들어 올때마다. 딸랑거리는 종소리에도 방에서 잠을 자는 아이들은 깨지 않았고, 어른들만 서로를 확인하면서 인사를 했다.


이곳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들은 총 네명이 있다. 번갈아가면서 밤근무도 한다.

결혼이라는 것을 그리고, 육아라는 힘든 노동은 해본 사람은 순자 선생님 뿐이기에 이 곳의 선생님들은 이 왕언니의 경험들을 존중하고 잘 따르는 편이었다.


그것은 진우도 마찬가지이다.


“어? 어젯밤에 들어왔어요? 이 아이?”


“어디보자, 이번에는 공준가? 왕잔가?”


문을 열고 출근을 한 선생님들은 침대를 보면서 번갈아가면서 말했다.


“선생님들 먼저 몸부터 녹여야지. 아이가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요.”


서로 아이를 보겠다던 선생님들은 순자 선생의 말에 설금설금 난로로 가서는 앞서 순자 선생이 했던 행동들을 반복했다.


부지런히 털었건만 여전히 남아 있는 눈을 제거하기 위해서 옷을 다시 털고, 자신들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오늘 하루 일상의 준비를 끝냈다.


이제는 아이를 보기 위해서 선생들이 침대곁에 모여들었고, 잠을 자는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예쁘게 생겼네.”


“이런 이쁜애기가 안됐네...”


그런 선생님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 따뜻한 커피를 먼저 만들어 순자 선생님이 한잔씩 돌렸다.


잠을 자고 있는 아이가 깨지 않게 하기 위해. 난로 곁에서 잠깐의 커피 타임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눈이 내린 복잡하고 미끄러운 거리를.

하얀 눈으로 덮인 예쁜 풍경을.

그리고 새벽에 이곳으로 들어온 아이의 복잡한 사정을.

화제를 번갈아가면서 주고 받으며 하루를 준비하기 위한 선생님들의 작은 수다가 이어졌다.


그리고나서 자신들이 맡고 있는 일들을 하기 위해서 선생들은 하나 둘씩 이동하였고, 가는 길에 잠을 자고 있는 신참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그중 한 선생이 그 신참의 기저귀를 살피기 위해서 아주 조용히 아이를 만졌다.


이 곳의 선생님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아이들을 살피는데 세밀한 손놀림이어서 아이들이 불편함을 느끼면서 울음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일은 드물었다.


“어? 이게 뭐예요? 목사님. 포대기에 뭔가가 있는데요?”


“뭐가 있습니까?”


목사나 순자 선생은 포대기를 살피지는 않았다.


단지 아이의 얼굴을.

아이의 체온을 살폈을 뿐이었다.

살펴 보았다 하더라도 살짝 들쳐본 것이 다였기 때문에 무언가를 발견한 선생의 말에 의아해 하는 시선을 보냈다.


“목걸이예요. 목사님.”


작가의말

이제 부지런히 써서 올리겠습니다.

방금 너절하게 처져 있던 거미줄을 다 걷었네요.  재미나게 읽어 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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