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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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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54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1.02.21 07:07
조회
99
추천
2
글자
7쪽

11화

DUMMY

포대기에서 선생이 꺼낸 것은 작은 목걸이가 맞았다.

눈입자 모양의 펜던트가 달린 금목걸이였다.


그것 뿐이었다.


목걸이를 발견하면서 기대했던 어떠한 메모도 없었다.

신참아이는 엄마에게서 버려질 때 선물 하나는 받았던 모양이다.


건네 받은 목걸이를 들고 한참을 바라보던 목사를 향해 순자 선생이 아이의 이름을 무어라 지을지 물었다.


“글쎄요. 아직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예쁜 이름으로 지어 주세요. 목걸이를 보니 이 아이는 사정이 있어 보이네요. 목사님.”


“예. 생각해 보겠습니다.”


선생들의 아이 돌보기는 그렇게 시작 하였고, 밤사이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던 목사는 충혈된 두 눈을 비비면서 자신의 서재로 들어 왔다.


쇼파에서라도 잠깐 눈을 부칠 요랑이었다.


서재라고는 하지만, 책과 책상. 작은 쇼파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책들이 가지런히 꽃혀 있는 책장이 한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것외는 없는 작은 공간이었다.


간간히 이 곳을 찾아주는 자원 봉사자나 기부금을 전달하러 오는 고마운 사람들을 위해서 차를 대접하는 곳이기도 했다.


책꽃이에는 종교에 관한 책들뿐만 아니라 사회, 인문, 역사등 목사가 관심있어하는 분야의 책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곳은 진우가 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곳이기도 했다. 진우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물론 정품은 아니더라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그림이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생명의 나무’


책상을 마주하는 벽면에다 걸어둔 그림이다.

의자에 앉아서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이 그의 유일한 힐링의 시간인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한 신도에게 화가의 화집을 선물 받았었고, 화집 속에서 유난히 그 그림만이 그의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벽면에 걸어 두고 보고 싶은 마음에 그림을 구해서 걸어두었다.


노오란 바탕에 소용돌이 모양의 가지들이 생명의 연속성을 상징하면서 휘돌아 그려져 있고, 직선이나 사선이 아닌 곡선으로 가지들이 그려져 있다.


이런 나뭇가지의 곡선은 자신도.

이곳의 버림 받은 아이들도 그 가지들에 그려져 있는 회오리모양의 정신없고 힘든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땅에 굳건히 박혀 있는 뿌리와 휘돌아치면서 하늘을 향해서 뻗어나가는 가지들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자연의 모든 생명체들의 삶을 닮았다는 그림의 해설은 그가 참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변화 무쌍한 삶의 반복속에 작은 죽음이 이 나무에도 있다.

가지 중간에 홀로히 앉아 있는 검은 새 한 마리가 그것이었고 생명을 의미하는 나무는 그 속에 죽음을 같이 감싸고 있다는 의미로 그는 받아 들이고 있다.


우리네 인생이라는 생명의 연장선 속에는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죽음의 구덩이들이 숨겨져 있어 그 길을 달리는 우리들의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 구렁으로 빠뜨려 버리곤 한다.


저 나무에 작게 그려진 까만 새처럼 말이다.


진우는 그 그림을 보면서 이곳으로 들어오는 아이들의 삶을 생각하였고, 그들의 죽음과도 같은 외로움을 걱정하였다.


하지만, 그림에서 느낄 수 있는 생동감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다시 한번 믿곤 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책상에 앉아 그 그림을 보면서 손에 들려 있는 목걸이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름이라’


아이들의 이름을 지을 때가 목사는 제일 난처 하다.

이름이라는 것이 아이의 평생을 따라다나는 상징 같은 것이어서 함부로 지을 수 없다는 부담이 항상 그를 힘들게 했다.


그러다가 손에 들려 있는 목걸이를 바라보았고, 눈 모양이 눈에 들어 왔다.


아이가 이곳으로 온 어제 저녁은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렸던 것이 기억났다.

그리고 우연인지 아이가 가지고 있었던 목걸이의 모양 역시 눈 모양이어서 괜실히 연관을 지어 이름을 지으면 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설이’


스치듯이 생각이 난 이름이었다.

설이.


그리고 자신의 성을 붙여서 이름을 지었다.


이 설!


외자라서 조금은 신경이 쓰였지만, 그가 생각하기에 그만한 이름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이라는 이름은 어떨까요? 선생님들?”


부엌에서 우유병을 삶던 선생. 부엌과 연결되어 아이들을 돌볼수 있는 공동 육아 공간에서 아이의 기저기를 갈아주던 선생. 또다시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이던 선생들의 동작이 서재의 문을 열고 나와서 하는 목사의 그 말 한마디에 일시에 정지되었고, 시선은 진우에게로 모아졌다.


신도들 앞에서 설교를 하는 목사이기는 하지만, 설교와는 다르게 이런 일로 여인들의 시선을 한꺼번에 받는 것에는 아직 익숙치가 않아서인지 진우의 얼굴은 머석함에 살짝 붉어졌다.


진우는 시선을 선생님들과 마주치다가 자신이 없어졌는지 꽉 다문 입술에 힘을 주고는 고개를 조금 숙여서는 목걸이만 만지작거렸다.


“설이요?”


순자 선생의 놀라는 것같기도 하고, 약간 이상하다는 느낌의 억양에서 자신감을 잃은 진우는 괜실히 자신의 손으로 뒷목을 잡고는 주무르는 시늉을 해댔고, 이름을 다시 지어야 하는구나 싶은 생각을 했다.


‘역시 너무 촌스러운가?’


“좋은데요”


그런 그에게 순자 선생의 긍정적인 반응이 들렸고,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싶어서 고개를 들어 다시 선생님들의 시선과 하나하나 맞추어 보았다.


미소를 담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를 표하는 선생들까지 전부 설이라는 이름이 어울린다고 찬성의 뜻을 전해 주었다.


자신의 이름이 정해진 줄을 아는것인지 기저귀를 갈아주는 선생님의 손길에도 울지 않던 아이가 으앙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설이는 좋아서 인지. 아니면 이제는 정말이지 엄마없는 외로운 삶을 혼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실감해서인지 아주 우렁차게 울었다.


“목사님, 설이는 그 이름이 싫은가 본데요?”


설이의 기저귀를 다 갈고 나서 아이를 안아 들었던 선생님이 농담삼아 말했다.


“신생아는 발언권 없음! 설이로 통과!”


순자 선생님의 말에 모든 선생님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그것은 진우의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설이는 그 곳에서의 진정한 하루의 시작을 맞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1.02.21 07:37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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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1 20.06.21 134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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