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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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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64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3.01.22 06:00
조회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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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27화

DUMMY

그녀는 항상 제일 먼저 출근한다.

사무실을 정리하다보면 하나씩 선배들이 들어온다. 인사를 하면서 커피를 마실것인지 물어 보았다.


그녀의 부지런함과 다정함을 선배들은 좋아했다. 그녀의 호의를 마다하는 사람이 딱 하나있다.


3년차 선배. 김 기영이다.


차가운 성격은 아니지만, 도와주는 것을 매번 거절했다.

복사도, 커피 심부름도, 오타 수정도, 정리도. 무슨 일이 되었던 세희의 손이 가는것을 싫어했다.


처음엔 결벽증이 심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그의 책상을 보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커피를 마셨던 머그컵. 이리 저리 뒤섞여 있는 자료들과 원고들 그리고 불펜이나 풀. 칼들이 그야말로 제멋대로 놓여 있는 책상이었다.


하여튼 세희도 어려워서 말을 잘 건넬 수가 없을만큼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기영이 후배인 세희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외근을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커피를 사온다거나 군것질거리를 사와서는 그녀의 책상에 던져 놓기도 했다. 물론 그녀것만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모두 나누어주고 남은 것을 던져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세희는 그렇게 생각했다.


사회생활이 처음인 새내기들의 필수인 선배들의 기분 파악이 그에게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세희는 그가 시야에 들어오면 항상 긴장을 하게 되었다.


느즈막히 편집장이 출근을 했고, 사무실 사람들에게 넉살 좋게 아침인사를 건네고는 세희에게 커피를 부탁했다.


전혀 꾸미지 않고 대충 입고 나온듯한 아저씨 모습이다.


머리는 스트레스가 뽑아가는지 중앙부터 비어가고, 배는 다른 어떤 부분들보다 더 튀고 싶었는지 앞으로 나와 있다. 신기한 것은 그런 배를 억지로 감싸고 있는 와이셔츠 단추들의 놀라운 힘이다.


작은 키에 빵빵하기만 한 모습이 조만간 빵하고 터질 풍선을 연상시켰다. 아주 인상이 좋은 풍선 말이다.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 손으로 눌러 본다면 쑤욱하고 들어가는 느낌이 아마도 찹쌀떡을 눌렀을때와 같지 않을까 가끔씩 생각해 보기도 했다.


“아참, 그 노혜성 인터뷰건은 어떻게 됐지? 약속은 잡은 거야?”


세희가 건네주는 커피를 받아 들고 출근길이 벌써 피곤했던지 송글송글 땀이 맺혀 있는 얼굴로 고마움의 눈인사인지 눈을 찡긋했지만,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마에서 그 동작에 놀란 땀이 뚝하고 떨어졌다.


다행이 커피를 피해서 땀은 떨어졌다.


편집장은 짧은 단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책상 모서리에 살짝 걸터 앉아서 한 발끝으로 겨우 바닥을 디디고 다른 한발이 공중에서 데롱거리는 것이 사람들이 보기에 어색하고 바로 떨어질 것 같은 자세다.


직원들이 보기에 불안한 자세에 편한 척하는 편집장의 모습이 우습기만 하던 담당자는 혜성의 이름이 나오자 웃던 얼굴이 굳어졌다.


“그게 저어....”


“뭐야, 우물거리지 말고 똑바로 말해! 약속을 한거야. 안 한거야!”


여전히 그런 자세를 유지하느라고 한쪽으로 허리를 구부리고 있으면서도 조만간 당겨서 쥐가 날지도 모르는 자신의 나온 배 위로 커피를 들고 있는 손을 살짝 얹었다. 큰소리를 내면서 아침부터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재주는 아무것도 모르는 세희가 봐도 탁월한 편집장의 능력같다.


“아직..... 하지만 저희들의 의사는 전했습니다.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요.”


그 건을 담당하는 여자 선배의 목소리는 당당하지 못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편집장은 자신의 얼굴을 더욱 험학하게 찌푸리면서 다그쳤다.


“그게 무슨 소리야, 자네는 우리가 갑이라고 생각하는거야? 툭하고 인터뷰해달라고 전화하면 상대가 바로 달려와서 인터뷰를 할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편집장의 비아냥거리는 저 표정을 여자 선배가 보았다면 더욱 주눅이 들면서 자존심까지 망가질 거라는 생각으로 세희는 괜히 두 손만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일을 다그치고 있는 편집장의 스트레스보다 그가 지금껏 취하고 있는 자세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계속 그를 쳐다보았다.


“......”


선배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는지 이어질 편집장의 질책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기다리는 수 밖에는 없었다. 그것이 시간을 단축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전화가 안 되면 찾아가서 매달려야 될거 아니야. 판매부수 올릴 중요한 인터뷰라는 것을 잊었어?”


질책이 생각보다 길다.

선배들은 긴장모드로 바뀌어 갔다. 편집장의 배 위에서 커피가 식어가고 있지만 연기보다 그의 침이 사방으로 더 빨리 흩어졌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자신들에게도 불똥이 튈수 있다는 긴장감으로 뭔가 열심히 쓰는 동작하느라 바빠 보였다.


“문제가 뭐야!”


한순간 자신이 혼자 떠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질문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편집장은 자세를 전혀 바꿀 생각은 없어 보였다.


“실은 그 사람이 인터뷰에 조건을 걸면서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인터뷰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고 버팅겨서....”


자신의 어려움을 이해해 달라는 심정으로 불쌍한 표정까지 지으면서 여선배는 말을 끝까지 잇지를 못했다.


일이 이렇게 더디게 되는 것은 자신의 능력 탓이 아니라 인터뷰에 조건을 걸어서 애를 먹이는 상대방의 책임임을 강하게 주장하려는 그녀의 뜻이 사무실의 다른 동료들에게도 전달되었다.


“조건? 저번에도 한번 들어 주었지 않았어? 여기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의 건강 검진표를 달라고 해서 다 주었잖아. 그때도 별 시답잖은 요구를 한다싶었지만, 들어준 우린데 이번에는 또 뭐를 해달라는 거지? 돈이야?”


편집장의 얼굴에 있는 땀들은 이제 거의 사라져 있었고, 돈을 이야기하는 그의 감정으로 짙은 주름이 이마에 그려졌다.


“아닙니다. 돈이 아니라. 인터뷰 기자를 자신이 고르겠다는 ... ”


여전히 자신의 말에 자신이 없어보이는 선배는 편집장의 표정을 읽으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하였다.


“그 사람이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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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1 20.07.08 12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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