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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77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0.07.08 06:07
조회
121
추천
2
글자
9쪽

7화

DUMMY

그 여인이 박스 손잡이를 당겨서 아이를 넣지 않고, 잠시 머물게 한 것은 작은 불빛으로 읽을 수 있는 그 박스의 문구였다.

아이를 버리려고 이 곳으로 온 그녀에게 박스의 문구는 그리 효력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 한줄에 영향을 받을거였다면 아이를 금방 낳고서 이런 날씨의 거리를 아무도 모른채 오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내가 이 아이를 여기에 보내는 것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야. 나만 잘 살겠다고 아이를 버리는 것이 아니란 말이야.’


그렇게 그녀는 소리없이 자신을 비난하고 있는 박스의 문구를 향해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듯이 한참을 노려 보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을 충분히 이해해. 그러니까 그 아이는 걱정하지마.’


머릿속을 괴롭히던 박스의 글자들이 그렇게 이야기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만 안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지금 입장과는 맞지 않는 그 문구가 야속하다고 느꼈다.

키울수 있다면 백번이건. 천번이건 키울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라 여기는 그녀에게 그 문구는 그녀를 비정한 엄마로 만들어 버렸다.


한동안 망설이는 듯이 보였지만, 이내 그 여인은 박스의 손잡이를 자신쪽으로 당겨 내렸고, 손잡이에서 느껴지는 한기에 순간 몸이 떨렸지만, 이내 차가운 박스 안으로 아이를 감싸고 있는 포대기를 잘 여며서는 아이를 집어 넣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녀가 잡았던 차가운 손잡이와는 다르게 아이를 밀어 넣을 때 그녀의 손등으로 전해져 오던 박스안의 공기는 서늘하지 않았고, 따뜻했다.


그래서 손을 빼내고 문을 얼른 닫아 버렸다.

지금 그녀 주위를 감싸고 있는 차가운 눈들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는 아이를 놀라게 할 것 같은 불안함에 서둘러 닫은 것이다.


철컥하고 쇠소리가 적막함을 깨뜨렸지만 오히려 그녀는 안심이 되었다.

엄마와 아이를 가로 막고 있는 벽이내는 닫히는 소리가 어떤 위험에서도 아이를 지켜 줄 것 같은 든든함으로 들렸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말을 하지 않았어도 아이는 엄마품에서 많이 추웠을 것이다. 엄마의 몸이 아이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 정성껏 감쌌다고는 하지만, 엄마 자신의 몸이 너무나 차가웠기에 아이는 조용히 견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지금 따뜻한 그곳에서 아주 달콤한 잠을 잘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그녀가 닫힌 문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리고나서 그녀는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의 날씨를 생각해서 아이가 너무 오랜 시간 그 박스 안에 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베이비 박스 옆에 있는 작은 빨간 색 벨을 눌렀다.


내가 지금 나의 아이를 이곳에 두고 가려하니 빨리 나와서 이 아이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 달라는 그녀의 무언의 외침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아니라면,

누군가 나오지 않는다면 아이에 대한 미련으로 한없이 그 앞에서 서 있을 것 같은 자신을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벨의 색깔과 그것을 누르려고 뻗은 그녀의 손가락 색이 차이가 나지 않는 밤이었다.

그녀가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벨을 눌렀지만, 그녀에게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벨이 그녀의 손가락에 의해서 눌려지고 있다는 느낌만이 전해 질뿐 그 벨소리에 놀랄 준비가 되어 있던 그녀의 귀에는 어떤 진동으로도 전해지지 않았던 것이다.


단지 그녀에게는 머리에서 쌓이던 눈이 더 이상의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채 떨어지면서 간간이 귀를 스치는 눈의 차가움만이 전해질뿐이었다.


차라리 다행스러웠다.

그 부저 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렸다면 그것을 듣는 그녀에게는 감옥의 문이 열리는 부저 소리로 받아들여졌을 테이까 말이다.


‘엄마가 자신의 아이를 버리고 있다. 그것은 누가 뭐라 해도 죄를 짓는 행동이다.’


그녀 속에서는 그런 외침이 끊임없이 메아리처럼 온 몸을 돌았다.

그 벨은 아마도 밖으로가 아니라, 건물 안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장치인 듯 보였다.

일단 벨을 눌러서 박스 안에 아이가 있다는 신호를 보낸 그 여인은 서둘러서 그 곳을 벗어나려 했다.


이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은 모두 끝이났고, 나머지는 하늘의 몫이라고 그녀는 받아들이면서 죄지은 자가 도망을 가듯이 빠른 걸음으로 돌아 서려 했다.


그런 그녀에게 순간 켜지는 불빛이 눈에 들어 왔다. 그리고는 그 불빛이 켜진 이층을 잠시 올려다 보았다.

벨소리가 안에서 제대로 작동을 하여서 누군가가 그 소리를 들었는지 캄캄하던 건물의 2층 어느 한곳에서 불이 켜졌고,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그녀는 가로등이 비추지 않는 곳만을 골라서 비틀거리며 걸어 갔다.


서둘러서 그 곳을 벗어나려 했지만, 목적을 이룬 뒤의 허탈감이 그녀을 덮쳤고, 이제는 다시 아이를 볼 수 없다는 가슴져림과 죄책감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그녀에게 다가와서는 너무나 오랫동안 눈속에 있었던 탓에 감각조차 없어진 그녀의 발을 잡고 있었다.


자신의 가슴을 그나마 데우고 있던 마지막 온기는 저 박스안으로 사라져 버렸고 그녀의 몸에서 이제 온기를 뿜어내는 곳은 심장뿐인 것 같았다.


아이를 둔 박스를 뒤로 하고 걷는 그녀의 걸음에는 열의가 보이지 않았다. 추위를 막기위해서 옷을 여미지도 않았고 두손을 호호 불면서 작은 입김으로나마 따뜻함을 찾으려는 노력 역시 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걸음은 흡사 거의 혼이 빠진사람이 죽음을 향해서 걷는 걸음처럼 보였다.

그녀가 뒤로 남기고 있는 발자욱들은 그녀의 마음을 이해라도 한다는 듯이 눈들이 금방금방 엷은 막으로 지우고 있었기에 그녀가 이곳을 다녀갔다는 사실은 어디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간간히 가로등 불빛이 보여주는 그녀의 힘겨운 뒷모습에서 삶은 보이지 않았다.

외투를 걸치고는 있었지만, 코트 속에는 아이를 낳느라 편한 옷으로 갈아 입었던 터라 여름치마같은 원피스가 내의도 입지 않은 가날픈 몸을 감싸고 있었다.


거기다가 단화에 양말조차 신고 있지 않았기에 그녀의 온 몸에서 온기가 빠져 나가고 있었고, 힘들게 고군분투하는 심장의 노력을 한계에 다다른 듯 보였다.


눈 속을 걸어가는 그녀는 허허벌판에서 새들을 쫓기 위해 대충 몇가지의 옷가지를 걸쳐 놓은 흔들거리는 허수 아비 같았다.

오는 길은 아이를 싼 포대기를 꼭 안고 오느라 허리 지지가 되었지만, 아이를 버리고 가는 길은 자꾸만 힘이 빠져서 꼬꾸라지려는 배를 부여잡고는 겨우 걸음을 옮기는 그녀였다.


이미 그녀의 두손은 눈과 한기에 많이 노출이 되어 발갛게 변해버린지 오래 되었지만, 그녀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걸을 수가 없었다.


힘이 빠지는 자신의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 간간히 벽에 손을 기대고 중심을 잡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벽과 가로등을 가리지 않고 의지해 걷다가 자꾸만 흐려지는 의식과 싸우는 정신의 나약함으로 담벼락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에 걸리기도 하였고, 버려져 쌓여져 있던 쓰레기 더미 위로 중심을 잡지못해 넘어지는 바람에 그녀 주위에 또다른 눈을 흩뿌리기도 했다.


누가 보더라도 그녀의 몸은 정상이라고 할 수 없을만큼 힘겨워 보였다.

그녀는 아이를 그곳으로 데리고 갈 동안에는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않았었다. 한시가 급한 움직임이었고, 선택이었기에.


엄마로서의 주저함이 또다른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그녀에게 전해오는 추위와 모든 고통을 잊게 만들었다.

엄마라는 본능이 다시 발동하기 전에 아이는 그녀의 곁을 떠나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면서 다그쳤던 걸음들이었다.


하지만, 허전한 마음으로 길을 돌아가던 그녀는 아이를 버린 죄책감과 이제는 아이를 뽑아낸 빈 껍질같은 자신의 몸으로 전해져 오는 고통에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아픈 엄마를 눈들이 서서히 삼키고 있는 동안에도 그 박스 안에 있던 아이는 울지 않았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자신과 자꾸만 멀어지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는 눈이 있었다.


그것은 지금 차가운 박스에 버려진 아이.


그 아이의 눈이 자신을 두고 떠나는 엄마의 힘겨운 모습을 쫓고 있었다.


엄마는 알 수가 없었다.

아이가 떠나는 엄마를 보고는 있고, 갓난쟁이의 육체적인 한계로 인해 잡을 수가 없어 그저 보고만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엄마!’


작가의말

일상이 무에 그리 바쁜지 글을 올리는 것이 늦었습니다.

몇분이시겠지만 이글을 기다리신 분들에게 정말로 죄송한 마음입니다.

늦지 않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주위의 환경이 좋다고는 할수 없지만 항상 건강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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