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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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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58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2.11.06 06:37
조회
66
추천
1
글자
8쪽

17화

DUMMY

이제 찬이 집 자잘한 집안일들이 손에 익숙해졌다.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는 시간이 그녀의 하루 일과가 되었다.

그리고, 또하나 반찬을 만들기 위한 장보기 역시 그녀의 몫이 되었다.


아마도 찬이 역시 집안일을 맡아서 하고, 음식을 만들어 주는 미영이 싫지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가끔씩 혼자 나가서 미영의 속옷이나 생활복을 사가지고 들어왔다.


그녀가 이 집으로 올 때 가지고 온 것은 입고 있었던 옷말고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갑도 집에 그대로 두고 나온 터라 미영이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새 그녀의 방에는 그녀의 옷들이 하나씩 생겼고, 속옥과 여자들이 쓰는 용품들을 넣어두는 서랍장도 놓여졌다.

그렇게 찬의 집에 미영의 물건들이 하나 하나 늘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미영의 마음은 여전히 이 집을 나갈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었고, 그에게 말을 꺼낼 시간을 찾았다.


드디어 미영이 마음을 먹은 날.

그녀는 정성스럽게 밥을 짓고 김치찌개를 맛있게 끓여 놓고는 그가 좋아하는 밑반찬인 콩나물 무침과 연근 조림. 쇠고기 장조림을 만들어 저녁 식사를 같이 하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온 찬은 깨끗이 씻은 뒤에 언제나 그랬듯 아주 당연하게 자리를 잡고 미영이 차려주는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치우는 그를 보면서 미영은 입을 떼었다.


“저어. 찬이씨!”


여러날을 준비한 말이었지만, 막상하려니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뜸을 들이는 미영이 보통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는지 찬은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 놓고 미영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이제 제 몸도 좋아졌고.. 더 이상 폐를 끼지면 안될 것 같아서....”


미영은 찬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 할 자신이 없었던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젓가락을 집게 손가락 끝으로 깔그작거리면서 말했다.


“......”


미영이 자신의 곁에 항상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애당초 가지지 않았던 찬이였지만, 그녀의 갑작스러운 말에 침묵 속에서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찬은 말이 없었고, 계속 미영의 말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러니 조만간 이 집을 나가려고 합니다.”


자신이 진짜로 해야 하는 말을 마치고 미영은 고개를 들어 찬의 표정을 보았다. 아마도 그 얼굴에 그녀는 알지 못하는 뭔가를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불편하십니까?”


절대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을 무심함으로 애써 포장하면서 말했다.

지금은 절대로 그녀를 보내서는 안되는 그만의 이유를 그녀에게 들킬수는 없었기에 그렇게 말 하면서도 계속해서 미영을 붙들 이유를 찾았다.


“아니요. 절대로 그런 것은 아니고...”


미영은 찬이 자신을 잡을 말. 그러니까, 가지 말라는 말부터 하리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마음이 뭔지 확실히 알수 없지만, 왠지 그의 기대하지 않은 말에 서운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왜 나가시려고 하는 겁니까? 혹시 그래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이유? 내가 여기서 나가야 하는 이유? 있지! 하지만,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는데..’


미영은 갑자기 이유를 묻는 말에 당혹스러웠다.


‘찾아라. 빨리. 그녀를 잡을 이유를 찾아. 정찬 뭐하는거냐!’


찬의 머리에서는 답을 열심히 찾느라 분주했지만, 미영이 지금 바라보고 있는 찬의 모습에는 이런 시간이 올줄 알았다. 그러니까,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라는 안도감으로 보여졌다.


‘이 남자는 내게 왜 이유를 말하라 하는거지?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미영은 이해시킬만한 이유를 찾으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미영씨만 상관없다면.... 저는 미영씨가 이곳에서 계속 생활을 해도 상관없습니다.

아니, 지금처럼 옆에 있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왜 이런 말을 하는거야! 내가 저 여자없이는 안된다는 이런 허무맹랑한 말을 해 버리다니... 정찬! 정말이지 그런 말밖에는 없었던거냐?’


찬이 미영을 잡기 위해 만든 이유라는 것이 애정이었다.

자신이 미영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뤼앙스를 풍기는 이상 야릇한 말들로 그녀를 붙들려 했다.


그렇게 말하고 찬이는 쑥쓰러운지 고개를 숙여 버렸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 자신의 입밖으로 나와 버렸고, 이제는 끝까지 밀고가는 수밖에는 수습할 방법이 없게 되었다는 것을 그는 속으로 받아들였다.


있어주면 좋겠다는 찬의 말이 가슴이 와닿았다.

미영은 그렇게 말하는 찬에게 자신이 이곳을 나가야 하는 이유를 더 이상 찾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으로 찬을 보았다.


그런 미영의 머리에 다른 생각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녀의 지금 감정과 무관하지 않는 질문이기도 했다.


‘이 남자가 나를 좋아한다는 말인가?’


그런 생각이 꿈틀거리면서 일어나자 그녀의 마음에 흔들림이 생겼다. 아니! 아마도 미영은 그의 입에서 그런류의 말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의 말에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미영에게 찬은 단지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래서 밥을 먹는 것 말고는 같이 하는 일들은 아무것도 없었다.

서로 얼굴을 부딪히는 일들이 별로 없었다는 말이다.


미영이도 되도록 그를 피하면서 지냈다. 고맙기는 하지만 낯선 남자와 같이 있는 것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미영은 찬이도 자신과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었다. 내심 자신이 이곳에서 빨리 나가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었다.


자신이 먼저 나가겠다고 말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기에 그런 자리를 마련한 것인데 그가 도리어 있어주기를 바라는 말을 하는 바람에 그녀의 감정은 고마움에서 다른 것으로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었다.


“찬이씨! 제가 불편하지 않으세요?”


미영의 말에 찬은 자신이 던진 말의 미끼를 그녀가 물었다는 확신이 왔고, 그녀를 붙들어야 하는 긴박함에서 한 고비를 넘긴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확실히 그녀를 묶어두기 위해서 더 대담하게 자신의 감정을 포장하기 시작했다.


“저는 불편하지 않습니다. 집에서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따뜻하고 좋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당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은 아니니까 오해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미영씨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진심입니다. 혹시 미영씨를 기다리는 남자가....”


‘잘한다. 정찬. 이제는 질투심까지 느낀다고 말하려는 거냐? 이렇게 갑자기 너무 훅하고 들이대도 되는거냐고. 아니지? 그녀도 너를 마음에 두고 있는지도 모르잖아? 그녀에게서의 일이 끝날때까지 이렇게 그녀를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대해보자.’


그렇게 생각을 하니 찬은 똑바로 미영의 얼굴을 쳐다 볼수 있었고, 그 대담함으로 그녀의 과거에 대해서 슬쩍 돌려서 물어보려 했다.


“아니예요. 그런거. 제게는 아무도 없어요. 그래서, 당신의 지금까지 배려와 돌보아 준 마음이 너무나 고마웠어요. 그리고, 더 이상 당신에게 폐를 끼칠수는 없을 것 같아서....”


미영은 자신도 모르게 찬에게 지금껏 누군가를 좋아한 적이 없었다고 강하게 부정하는 꼴로 말했다.


“그럼. 여기 있어주세요. 그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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