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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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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70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0.06.21 20:41
조회
134
추천
2
글자
9쪽

5화

DUMMY

미영은 종합병원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자신들을 찾고 있을 사람들에게 발각이 될 위험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꾸만 간격이 좁아지는 통증에 걸을 수 없었기에 서둘러 택시를 타고는 병원이 아닌 세희가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배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금방이라도 아이가 박차고 나올 것 같은 공포감을 주었고, 그래도 세희가 있는 집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 물고 고통을 참으면서 버텼다.

길위에서 아이를 낳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위험스러운 병원보다는 그래도 세희가 있는 자신들의 방이 더 안전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막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발버둥치는 아이에게 조금만 참아줄 것을 마음으로 빌면서 제발 빨리 집으로 가기를 바랬다.


병원으로 간 줄로만 알았던 미영이 힘들게 배를 움켜 잡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에 세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왜 왔어요?”


“이 동네 산부인과에서는 아이를 받아주지 않는다네요. 그렇다고 큰 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다가는 그들에게 분명히 들킬 것 같아서.....”


미영은 고통으로 말을 다 이을 수가 없었고, 아이가 금방이라고 나올 것 같아서 급하게 방으로 들어갔다.

급하게라고 하지만, 그녀의 걸음은 금방이라도 아이가 쑥하고 나올까봐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는 수준이었다.


“그럼, 아이가 나오면 어떻하지요?”


자신이 아이를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한 것인지 세희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얗게 변해 갔다.


잘못하다가는 산모가 아이를 받게되는 상황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세희의 머릿속은 안개속마냥 뿌엿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세희씨가 좀 도와 줘요. 내가 아이를 낳을 수 있게...”


이제 미영이 의지 할 곳은 세희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놀란 세희를 안정시키고 자신을 도와서 아이를 태어나게 해야했다.


“저는 그런 일을 한번도 해 본적이 없거니와 가까이에서 구경해 본적도 없어요. 그런 제가 어떻게 도울수 있을지 겁이나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고, 미영이 세희에게 어떤 지시도 하지 않았건만 세희의 얼굴은 벌써 아이를 둘이나 받은 것같이 초죽음이 되어 있었다.


“나도 겁나기는 마찬가지예요. 그래도 이 방법 밖에는 없으니까 도와 줘요. 우선 따뜻한 물을 끓여 주고, 아이를 감쌀 포대기와 옷가지. 탯줄을 자를 가위. 뭐 이런 것들부터 준비 좀 해 줘요. 겁내지 말구요. 세희씨”


미영은 자신의 입에서 이런 말들이 거침없이 술술 나오는 것이 이상하고 신기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아이가 나오려고 발버둥을 칠때마다 자신은 죽음의 고통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고통으로 정신이 오락가락 하기 전에 세희가 해야 하는 모든 것들을 말해야 한다는 생각에 죽을 힘으로 사라지려하는 정신을 붙잡고 고통의 신음 소리만을 내뱉고자 하는 입을 애써 움직이면서 말해야 했다.


세희는 자신도 머지 않아 아이를 낳아야 하는 몸이라 이젠 가뿐하게 움직이지 못하면서도 미영이 요구한대로 이것 저것을 분주하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이나 미영이 모두 죽을 수 있다는 공포에 정신없이 미영이 시키는 일들을 제정신이 아닌 머리로 되내이면서 서둘렀다.


그러는 사이에 미영의 진통은 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그녀를 덮치고 있었고, 이제는 곧 아이를 낳을 정도로 자궁이 열려져 있었다.

엄마가 되기 위한 고통 역시 그 강도가 점점더 세어지고, 이겨내야 하는 엄마의 인내는 한계를 향해서 가고 있었다.


미영이 쏟아내고 있는 태반과 피들을 정신없이 치우면서 머지 않아서 엄마의 자궁을 탈출하고 나올 아이를 받을 준비를 세희는 온 정신을 집중하면서 했다.


헐떡이면서 힘을 주어 아이를 세상밖으로 내 보내려는 엄마의 안간힘에 아이의 머리가 서서히 나오기 시작하였고, 엄마의 밀어내는 힘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좁은 산도를 통과해서 처음으로 이 세상의 공기를 자신의 폐로 들여 보냈다. 그 고통으로 울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한 아이가 이 세상으로 자신만의 삶을 부여받으면서 나왔다.


“응애. 응애. 응애”


엄마와 엄마를 도와주는 여인의 정신을 한 순간에 빼앗아가는 아이의 울음이 드디어 들렸고, 세희는 미영의 질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서 이 세상으로 나오는 핏덩어리 아이를 두 손으로 받아 들었다.


아이를 잘 닦이고는 엄마와의 마지막 끈인 탯줄까지 자르고서 아이를 미영의 가슴위로 살짝 눕혀 주었다.

아이를 밀어내는 고통을 참느라 엄마의 입술은 거의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아이를 무사히 낳았다는 기쁨에 화끈거리는 아랫도리의 고통도 엉망이된 입술의 통증도 미영에게 아무런 고통의 감각을 전하지 못했었다.


“고생했어요. 딸이예요. 너무 예쁘네요.”


아이를 건네주는 세희의 온 몸은 땀투성이로 지금도 얼굴에서는 비오듯이 흐르고 있었고, 눈에서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인지, 아니면 생명탄생에 감격하여서인지 눈물이 흘렀다.


“고마워요. 세희씨. 당신이 없었다면.....”


미영은 태어난 아이와의 만남과 무사히 일을 잘 해준 세희에 대한 고마움이 한데 섞여서 눈물을 쏟아냈다.


세희가 아니었다면 미영은 아이를 이렇게 무사히 안고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을 잘 알기에 세희가 눈물나게 고마운 미영이였다.


“아가야....”


미영은 자신의 가슴에서 가늘게 숨을 쉬고 있는 이 세상의 유일한 분신인 딸을 바라보면서 그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 아이를 어떻하지?’


뱃속에 있을때는 이정도로 아이라는 존재가 가슴으로 파고들줄은 몰랐다. 자신의 아이가 자신을 의지한채로 가슴에서 약하디 약한 숨을 쉬고 있었고, 엄마라고 하는 사람의 집게 손가락을 온 마음으로 잡은채로 놓지 않는 것이 미영은 가슴이 터질만큼이나 귀하고 좋았다.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자신의 가슴에서 평화로운 아이를 위해서 목숨을 기꺼이 내놓으려하는 이유를 너무나 실감하는 미영이었다.


딸아이와의 만남도 잠시 미영은 앞으로 다가올 위험 속에서 아이를 지킬 방법은 무엇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세희가 아이가 태어난 뒷정리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말없이 보면서, 여전히 새근거리는 아이를 안은채로 미영은 아이를 자신보다 더 안전한 곳으로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자신이 데리고 있다가는 언젠가는 그들에게 들킬 것이고, 그러면 아이의 장래는 보장할 수가 없게 된다는 사실이 미영을 자꾸만 두렵게 했다.


혼자서는 자신에게서 아이를 떼어 놓아야 하는 현실에 결심을 굳힐 수가 없었던 미영은 자신의 뜻을 뒷정리를 마치고는 자신의 도움으로 이세상에 나온 조카같은 아이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미영의 곁으로 다가 앉아 있던 세희에게 전했다.


하지만, 세희는 절대로 안된다는 말을 하면서, 그런 그녀의 뜻에 반대했던 것이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아이는 엄마가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미영에게 전달했다.


세희는 엄마가 자식을 버리는 것은 그것이 어떤 이유가 되었던지 범죄라고 했다. 그래서 자신은 어떤 위험도 아이와 함께 헤쳐나갈 준비가 되어 있고, 미영이와 아이도 자신이 함께 도울거라며 위안을 주었다.


그리고는, 지금 당장은 아이를 낳은지 얼마 안되어 무섭고, 두렵겠지만, 며칠이 지나면 그런 마음이 다 사라질거라는 말도 했다.


미영은 피곤하였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혼자 삶을 살아왔기에 혼자서 사는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너무나 잘 알지만, 아이의 안전이 우선이었기에 세희의 말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적어도 세희는 자신과 같은 외로운 삶을 살아보지 않았으니까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지어 버렸다.

미영에게는 지금이라도 저 방문을 박차고 들어와서 그들이 아이를 데리고 갈 것 같은 불안함이 떠나질 않았다.


물론 세희도 그런 상상으로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미영의 경우에는 그 공포가 더욱 컸었다.

미영은 더 이상 고민을 하다가는 아이를 정말이지 뺏길 것 같은 공포감에 아이를 포대기로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미영이 아이를 낳을 동안 긴장하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하느라 녹초가 되어서 잠깐 눈을 붙이고 있는 세희를 피해 아이를 데리고 추운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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