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61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3.01.15 08:05
조회
46
추천
1
글자
7쪽

26화

DUMMY

목안으로 들어오는 한기를 막기위해 단단하게 여며야 했다.

손과 볼이 한기에 불그스레 변하고 있었지만, 집까지 남은 거리를 차의 힘을 빌리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그냥 걷고 싶었다.

뻐근한 어깨와 구두로 인해 아파오는 발로 그녀의 걸음은 조금씩 비틀어지고 느려졌다.


그래도 사그락거리는 나뭇잎에 중독이 되었고, 화려한 불빛들 사이를 천천히 여유를 부리며 걸어가는 것도 쇼핑을 하는 듯해서 좋았다.


아마도 한 시간은 족히 걸은 것 같았다. 걸음의 뻐근함이 발목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허벅지 근육까지 타고 올라오는 것으로 보아서 집은 분명히 다 온 듯 했다.


걷는 것에 익숙해서 느끼는 거리감은 그녀의 시계보다 정확하다 스스로 믿고 있다.

그녀가 사는 동네에는 시내의 복잡함과 화려한 불빛들은 없다. 군데군데 흐릿한 조명이 보이는 작은 동네다.


그런 조명의 가게는 골목의 작은 슈퍼거나 치킨집이 전부다.

걸음은 훨씬 더 느려지고 있었지만, 가뿐한 기분이 들었다.

추운 날씨기는 했지만, 오래 걸었던 탓에 등에서 땀이 났다. 운동을 하고 난뒤의 뻐근함속의 개운함같다


골목길 모퉁이에서 먹음직스러운 붉은 빛깔의 떡볶이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돌돌 말려져 비닐로 잘 덮여져 있는 순대 그리고 지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고개를 돌려 쳐다보게 만드는 구수한 냄새의 어묵을 팔고 있는 포장마차를 발견하고는 세희는 갑자기 배고픔을 느꼈다.


이상하게 이 포장마차의 냄새를 맡고 불빛을 보면 아늑함이 느껴졌다. 그것은 집근처에 있기에 더욱 그런지도 몰랐다.


지금까지 자신을 유혹하던 모든 불빛과 가게의 음식 냄새에도 꿋꿋이 저항하면서 걸었던 그녀였지만, 많은 시간 육수에 불어있는 어묵이 풍기는 은은함에는 저항할 힘이 없었다.


그래서, 뻐근한 다리를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아가씨. 퇴근이 늦었네. 우선 뜨근한 어묵 국물부터 조금 마셔요. 그럼 몸이 많이 풀릴테니. 저녁이 되니까 제법 쌀쌀하지요?”


“네, 그러네요. 고맙습니다. 저 순대 3인분과 떡볶이 2인분만 포장해 주세요. 그리고, 저 어묵하나 먹을께요.”


“알았어요. 많이 드리리다.”


퇴근길에 자주 들렀기에 아주머니의 인사가 낯설지 않고 더 친근한 곳이다.

자신을 반겨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는 아주머니의 미소다.

동생과 같이 먹을 양의 순대와 떡볶이를 포장하는 동안 그녀는 어묵을 하나 집어 들었다.


오랫동안 육수에 담겨져 있어서인지 어묵의 식감은 부드러웠다. 얼마 씹지 않았는데 스르르 목구멍으로 넘어 가 버렸다. 어묵 하나를 먹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종이 컵으로 국물을 떠 자신의 몸속 온도를 높였다.


뜨거운 멸치국물에 불어 야들야들해진 어묵고치 하나가 힘들게 걸어온 그녀 하루의 보상이라도 된다는 듯이 그녀를 미소짓게 했다.

어묵과 아주머니의 따뜻한 미소로 녹여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 왔다.


집은 여전히 어둠에 싸여 있었고, 동생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 사람이 충분히 많겠지만, 어두운 방에 불을 켜고 들어오는 것은 여전히 낯설다. 동생과 같이 사는 공간일지라도 잘 적응이 안된다.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은 옥탑에 위치한 것으로 그래도 방이 두 개가 있어 그녀와 남동생이 생활하기에 나름의 개인 공간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비록 여름에는 열기를. 겨울에는 한기를 더 많이 느끼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옥탑방의 장점을 찾는다면, 하늘의 별들을 아주 편하게 누워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땅보다는 하늘에 더 가까이 있는 공간이라는 억지스러운 자부심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 그녀의 집이다.

마음만 먹으면 하늘의 모든 별들을 자신들의 가슴에 다 품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수시로 할수 있어 좋다.


아무리 도시의 밤하늘에 별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커다란 평상에 누워 한동안 하늘을 유심히만 본다면 사람들이 잊고 있었던 그래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찾지도 않는 별들이 하나씩 정말이지 하나씩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자주 경험을 한다..


별빛이 따뜻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가득한 이 도시에서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그녀와 동생은 그 별들을 느끼면서 살고 있다.


아직도 따뜻한 봉지 속 떡볶이와 순대를 작은 평상에 올려놓고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발목이 씨큰거려 그녀는 신발을 벗고 갇혀 있던 자신의 발에게 세상의 공기를 느끼게 해 주었다.


공기를 마시는 듯 발이 시원했다.


동생은 아직 아르바이트가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남매의 하루하루는 살기 위한 일의 연속이었고,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면서 젊은 시절의 노동을 견디며 사는 하루들이다.


걸어 오는 동안 피곤을 풀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따뜻한 집에 도착을 해 보니 온 몸으로 또다른 피곤이 몰려 왔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양까지 포장을 해온 음식이었지만, 먹고 싶다는 생각을 피곤함이 지워 버렸고, 동생에게 사온 것들 데워 먹으라는 작은 쪽지를 식탁위에 남겨두고는 세희는 간단히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꿈도 꾸지 않고 자는 것이 요즘 그녀의 수면 패턴이었다. 눈을 감았다가 뜨면 밤은 사라지고 아침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도 눈을 감았다 떠 보니 그녀의 새 아침이 그녀를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었고, 그날 수업이 늦게 들었는지 동생은 아직 자고 있었다.


자신이 어제 저녁에 사다 둔 것들은 다 먹은 빈 접시가 되어 깨끗이 씻겨진채로 였다.

그제서야 어제 자신이 어묵하나 말고는 먹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미 사라져 버린 순대와 떡볶이의 여운이 그녀의 배를 자극하였다.


‘조금이라도 먹을걸 그랬나? 오늘 또?’


그런 생각으로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던 그녀의 눈에 이번에는 누나를 생각하는 동생의 마음이 담겨 있는 식은 군고구마 몇 개가 들어왔다.


누나와 같이 먹을 생각으로 사 가지고 왔을 동생을 생각하니 아침부터 기운이 났다.

세희는 미소를 지으면서 동생이 일어나 먹을 것을 생각하면서 그 중에 제일 작은 것으로 하나 골라 전자렌지에 돌렸고, 아침 식사로 같이 마실 따뜻한 믹스 커피 한잔을 끓여서 마신다음, 사람들로 터질 것 같은 버스를 타기 위해서 서둘러 나갔다.


비록 작은 고구마 하나였지만, 자신의 뱃속을 든든하게 만들고 그날 하루를 열심히 살수 있도록 힘을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생령을 품은 아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28화 23.01.29 40 0 7쪽
26 27화 23.01.22 45 0 6쪽
» 26화 23.01.15 47 1 7쪽
24 25화 23.01.07 47 0 8쪽
23 24 화 22.12.31 59 1 4쪽
22 23화 22.12.18 65 1 5쪽
21 22화 22.12.11 63 1 6쪽
20 20화 22.11.27 65 1 6쪽
19 19화 22.11.20 67 1 11쪽
18 18화 22.11.13 71 1 8쪽
17 17화 22.11.06 67 1 8쪽
16 16화 22.10.30 71 2 8쪽
15 15화 +1 22.10.23 75 2 5쪽
14 14화 +2 21.03.21 104 1 10쪽
13 13화 +1 21.03.07 94 1 9쪽
12 12화 +2 21.02.28 94 1 8쪽
11 11화 +1 21.02.21 100 2 7쪽
10 10화 +1 21.02.15 95 1 9쪽
9 9화 +1 20.07.26 113 1 12쪽
8 8화 +1 20.07.12 111 2 10쪽
7 7화 +1 20.07.08 121 2 9쪽
6 6화 +1 20.06.28 133 3 7쪽
5 5화 +1 20.06.21 134 2 9쪽
4 4화 +2 20.06.15 152 3 8쪽
3 3화 +3 20.06.07 152 3 8쪽
2 2화 +2 20.05.31 185 4 8쪽
1 1화 +5 20.05.17 386 9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