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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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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73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0.07.12 10:00
조회
111
추천
2
글자
10쪽

8화

DUMMY

아기는 눈을 감은채로 떠나는 엄마를 부르고 있었다.


‘ 아가야. 부디 잘 자라주렴! 그리고, 이럴 수밖에 없는 엄마를 이해주렴.’


엄마는 이제는 남이 되어 박스 속에서 엄마가 아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를 향해서 걸음을 옮길때마다 그렇게 용서를 빌고 있었다.

그밤.

그 눈덮힌 세상의 무심함속에서.


엄마와 아기는 서로가 들을수 없는 안타까움을 전하면서 다른 길로 갈라지고 있었다.

한순간에 지나가 버리는 밤 하늘의 별똥별처럼 엄마와 아기의 이생에서의 짧은 만남이 그렇게 흔적을 남기지 않은채로 사라져 갔다.




겨우 잠이 들었는데 자신의 방으로 부저 소리가 들렸다.

또 다시 누군가가 아이를 버렸다는 신호음이라는 것을 소리를 듣고 일어난 그는 잘 알았다.


자신만이 듣게 설치했던 부저였지만, 이렇게 실제로 소리를 낼때마다 그는 씁쓸한 기분으로 그 단발음을 들어야 했다.


방금 울렸던 부저소리는 이 건물 어디에서도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목사가 잠을 자는 방에서만 작게 들리도록 설치된 작은 부저였다.


부저 소리가 건물을 모두 통과한다면 이 소리에 잠을 자고 있는 아이들이 모두 경기를 하였을 것이고, 그들을 돌보는 선생님 역시 잠을 깨게 될것이기에 목사는 소리를 자신의 방으로만 한정시켜 놓았던 것이다.


이 진우.


그는 이 베이비 박스를 운영하는 작은 교회의 목사이다.


교회라고는 하지만, 아직 개척교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 신도들이랑 운영면적인 문제들을 포함한 여러 가지 것들이 정리가 되지 않은 작은 교회였다.


하지만, 목사인 진우의 사명감은 그 여느 목사 못지 않았기에 서서히 신도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 여러 가지 미흡한 재정적, 인적 상황에서 같이 병행하고 있는 이 시설이 힘은 들지만, 유난히 애착을 보이는 진우였다.


버려지는 아이들을 위해서 이 곳을 운영하기는 하지만, 이 부저 소리에만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누군가 자신의 아이를 버리면서 아주 당당하게 누르는 부저를 그는 매번 안타까운 마음으로 들어야 했다.


또다시 이 곳으로 아이가 새로 들어왔다는 부저의 알림에 그는 서둘러 잠자리에서 일어나 박스가 있는 1층으로 내려 갔다.


진우의 수면은 이런 밤시간엔 더 깊지가 못하였다.

항상 언제 들릴지 모르는 부저 소리에 빨리 반응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지 얕은 잠을 자곤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틀림없이 부저 소리가 처음 들렸을 때 바로 깨어버렸다. 그의 의식 속에는 항상 부저 소리가 잠재되어 있는지 시작되는 부저 소리에 몸이 바로 반응을 보였고, 침대에서 내려오는 시간도 자동 반사적으로 짧았다.


다른 방에서 잠을 자고 있는 아이들과 선생님이 깨지 않게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그러나 빠르게 내려 갔다.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이미 눈들로 하얗게 변해 있었다. 자신과 이곳의 아이들과 선생님이 잠이 들어있던 사이에 바깥 세상은 온통 눈으로 덮여버렸다는 것을 여전히 솜뭉치처럼 내리고 있는 눈을 통해서 보았다.


진우는 불을 켜지 않고 내려 왔지만 바깥의 눈들이 뿜어내는 색으로 그의 동선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초저녁부터 부슬거리며 내리던 눈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득 내려서 모든 형체들을 소복히 덮어 버릴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었다. 진우가 몇시간 전에 보았던 세상은 그 눈으로 사라져 버렸다.


1층으로 내려온 진우는 박스를 보았다.

실내등을 아직 켜지 않았기에 밖의 붉은 부저 색이 창너머로 불거스레하게 안으로 넘어왔다.


그 은은한 조명이 박스의 온기와 박스 속의 낮은 조명이 만든 노란색 띠를 두드러지게 해주었다.

박스 안이 따뜻하기는 하지만, 그런 날씨에 아이가 박스에 오래 있다가는 아플수도 있기에 그는 서둘러서 안에서 박스의 문을 열었던 것이다.


부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잠이 들었는지, 아니면, 이 추운 날씨에 기절이라도 한 것인지 아이는 작은 뒤척임도 없었다.

자신의 팔로 안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또 다른 생명하나가 이렇게 엄마에게서 버려졌다는 사실에 목사는 꿈쩍도 하지 않는 아이의 얼굴을 한 동안 보았다.


가슴에서 일어나는 가여움을 그의 팔의 온기로 전했다.

이렇게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아이가 버리진 상황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 어느것에도 목사를 이해시킬 것들은 지금까지 없었다.


목사의 품에 안겨서 잠이 들어 있는 이 가여운 아이 역시 그 이해 할 수 없는 어른의 이기심으로 버려졌다는 생각에 가슴이 뻐근했다.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그 부저를 눌렀을지 모르는 아이의 엄마를 상상했다.


잠시 아이를 안고 있으면서 아이가 있던 박스공간의 따뜻함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전해지는 체온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던 목사는 서둘러 당직 선생님을 부르지 않았다. 아마도 그아이에게 엄마가 아니어도 사랑을 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아이를 안고 있던 목사는 아이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 낮은 조도의 실내등을켰다.

형광등불빛이 아이를 눈부시게 만들거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 이 사람은 누구지? 나를 키워줄 사람인가?’


아이는 눈을 감은채로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지만, 주위의 모든 것들을 살피고 있었다.

자신을 안고 들어가는 남자의 품에서 본 공간은 노오란 불빛들이 점점이 켜져 환한 빛을 냈고, 이곳은 조금전의 엄마품보다 바람도 없고 내리는 눈도 없었으며 훨씬 더 따뜻했다.


아이는 육체의 눈이 아닌 생각의 눈으로 사물을 보았다.

그래서 아이를 안고 있는 목사는 자신의 행동이 눈을 감고 있는 아이의 눈에 다 감지가 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다.


모르긴 몰라도 그런 것을 상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남자가 아이를 안고서 옮겨 놓은 곳은 엄마가 자신을 두고 간 공간보다는 훨씬 넓었고, 윗부분도 트여서 이 곳에 눕혀진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서 눈을 돌리면 주위 사람의 움직임이 다 보이는 그런 침대였다.


아이를 침대로 옮겨 놓은 남자가 잠든 모습으로 고요한 아이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 남자는 자신의 커다란 집게 손가락을 아기의 코에 대고는 호흡의 유무를 살폈다.


아이의 생명이 온전한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아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는 작은 숨을 한번 쉬고는 자신이 잘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는 포대기에 싸인채로 태어난지 얼마되지도 않은 아이가 도대체 무슨 사연으로 엄마의 품에서 버려진 것인지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목사는 아이가 춥지 않게 난로를 다시 살펴 보고는 아이의 이동식 유아 침대를 난로 곁으로 옮겼다.

이 침대는 이곳으로 처음 오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침대를 배정받기 전에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이것 저것들을 일차적으로 살펴보는 침대였다.


혹시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를 버린 엄마에게서 최소한의 징표라도 있지는 않은지, 혹시 지금 아픈지를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살펴보는 진찰대 같은 곳이기도 했다.


아이가 이곳으로 들어온 시간이 한밤이라 지금은 목사가 아침이 되어 선생님들이 출근을 할때까지 잠시 돌보고 있어야 했다.

아이들이 머무는 방은 전체적으로 보일러을 틀어서 온기를 유지 시키지만, 혹시나 오늘 처음 들어온 아이의 마음이 시릴까봐서 난로 가까이 옮긴 것이다.


목사가 운영하는 이 베이비 박스가 있는 곳은 이렇게 버려진 아이들을 일정기간 돌보다가 다른 위탁시설로 보내는 곳이었다.


보통 이런 베이비 박스를 운영하는 시설에서는 아이가 버려지는 그날에 받아서 며칠간 돌보다가 정식 위탁시설로 보내는 것이 일반적으로 행하는 방법이지만, 진우는 잠깐 동안 머무는 곳이 아니라, 거의 반년이라는 시간을 이곳에서 자라게 하는 것이다.


아예 완전히 돌보는 시설을 갗출수가 없는 상황에서의 최대한의 시간이었다.

사회적으로 사는 것이 팍팍하여 버려지는 아이들이 갑자기 많아지면, 이 센터의 아이들의 숫자 역시 늘어나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여러명의 아이들을 일정기간 돌보는 것이 재정적으로 인력적으로 문제와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 방식은 이곳을 처음 운영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목사가 세운 규칙같은 것이었기에 근근히 이어갔다.


이곳으로 버려지는 아이들을 위탁시설로 바로 옮겨 버리는 중간자가 아니라, 잠시라도 엄마의 정을 주기 위한 사랑의 집같은 의미를 담고 싶었다.

목사가 운영하는 2층 건물인 이 곳의 보육실은 아이들의 개월수에 따라 지낼 수 있도록 갓낸쟁이들 방과 개월수가 좀 지난 아이들의 방이 구분되어 있었고, 선생님들도 여러명이 있었다.


낮은 월급에도 온정성을 다하는 고마운 선생님들이 이런 목사의 재산이기도 했다.

이런 운영방식은 개척교회를 운영하는 진우에게는 모험같은 것이기도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별탈없이 유지되었다.


목사가 이리 저리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는지 그 곳으로 먼저 들어온 갓난쟁이들을 돌보면서 일직을 서던 여선생님이 방 밖으로 나와서는 목사가 돌보고 있는 아이를 보았다.


신생아들의 경우에는 방이 1층에 위치해 있다. 그러기에 진우의 움직임소리가 더 잘 들렸을 것이다.


“이 추운 새벽에 들어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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