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16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0.05.17 08:19
조회
382
추천
9
글자
6쪽

1화

DUMMY

“세희씨,일어나세요.”


한 남자가 조용히 방으로 들어와서는 자신의 소리를 누군가 듣지 못하도록 아주 낮은 소리로 의자에 기대어 잠깐 눈을 부치고 있던 여자의 어깨를 살짝 흔들면서 말했다.


침대곁의 낮은 조도의 스탠드 조명에 나타난 그녀의 실루엣은 산모였다.

무릎에 담요를 덮은채 그녀는 남자가 부르는 작은 소리에 얼굴에는 긴장을 담은채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반응으로 봐서는 남자가 그렇게 신호를 줄때까지 긴장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남자의 출현이 전혀 놀랍지 않다는 듯이 조용히 등을 의자 등받이에서 떼고는 일어나려 하였고, 그런 그녀를 그는 조심스럽게 부축했다.


“아니예요. 선생님. 아직은 괜찮아요. 저 혼자 할께요.”


남자의 부축을 정중히 사양한 그녀는 한 손으로 자신의 배의 아랫부분을 받치고 다른 한손으로 의자 팔걸이를 짚고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바라보는 남자의 걱정스런 시선속에서 그녀는 말처럼 행동에 아주 힘들어 보이지 않았고, 조금은 가벼운 느낌이었다.


그녀의 말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일어나다 그녀가 삐끗하지나 않을까하는 생각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짐은 챙길 시간이 없어요. 대충 옷만 입고 나가야 합니다. 밖은 추우니 옷은 되도록 따뜻하게 입으세요. 그리고 미영씨를 좀 도와줘요. 몸이 많이 무거워져서 조심을 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아마도 이렇게 조용히 불러야 하는 사람이 하나 더 있는 모양이었다.

남자가 말하는 미영이라는 여자 역시 산모였고, 그가 지금 일으키려고 하는 세희보다는 배가 더 부른 상태였다.


이들 산모들은 각자의 방에서 생활하고 있었기에 남자는 세희를 만나고 나서 서둘러서 옆방에 있는 미영이라는 산모에게로 갔다.


미영은 이미 남자와 세희의 소곤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는지 아니면 이 시간을 초조하게 혼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역시나 누워 있던 자신의 침대에서 힘들게 몸을 일으키면서 내려오려고 하고 있었다.


세희에게 남자가 말하던 대로 그녀의 배는 세희라는 산모보다는 더 불러 있었기에 침대를 내려오는 동작에도 더 많은 조심이 들어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남자는 급하게 다가가서는 미영이 신발을 싣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들의 지금 움직임은 이미 계획이 되어 있었던 행동이었기에 그녀들은 옷을 이미 갈아 입고 있었고, 이제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외투만 걸치면 되는 복장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비밀스러운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그 곳에서 기거하던 산모가 세희와 미영 둘뿐이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아마도 다른 산모들이 있었다면 일이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들을 돌보기 위한 나이트 근무를 맡은 간호사는 이미 데스크에 엎드려서 잠이 들어 있었고, 산모들을 찾은 남자는 이미 그것을 확인한 후에 산모들을 깨우고 있었다.


이렇게 산모들을 조심스럽게 깨우고 있는 남자는 그녀들을 이 곳에서 돌보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인 김민기였다.


민기가 장담하건데 지금 데스크에 엎드려 자고 있는 간호사는 한참을 그렇게 깨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민기가 이 시간을 위해서 미리 간호사에게 수면제가 들어있는 커피를 주었고, 그것을 간호사는 의심없이 그것도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 기꺼이 마셨기에 지금 조용히 자고 있는 것이다.


간호사의 데스크.

그리고 산모들이 기거하는 방의 감시 카메라와 수술방.

그가 근무하는 진찰실에 있는 카메라 역시 그가 이미 복사해둔 화면으로 대치시켜 두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카메라들은 민기가 자신의 사무실의 컴퓨터로 다 통제가 되게 설치되어 있었던터라 어렵지 않았다.


아마도 그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라도 산모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 수 있도록 만든 배려였다.

그 화면 속에서 민기는 자신의 진료실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책을 읽고 있었고, 간호사는 차트를 정리하고 있었으며, 산모들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의 그들의 일상이 특별나게 차이가 나는 하루들이 아니었기에 미리 녹화를 하던 민기도 이 작업을 하면서 알았다.


이 건물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행동은 매일이 크게 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민기의 그 건물안에서의 하루는 산모들을 검진하거나 자신의 방에서 책을 보는 것 말고는 다른 행동이 보이지 않았고, 산모들 역시 민기에게 검진을 받거나 자신의 방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태교를 하고 있었다.


그 나름의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그녀들이 하는 행동에는 세희는 십자수를 열심히 하거나 음악을 듣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미영의 경우에는 책을 읽거나 잠을 자거나 음악을 듣는 것 말고는 딱히 하는 행동은 없었다.


이날 저녁에 민기가 컴퓨터에 자신들의 부재를 숨기기 위해서 미리 만들어 놓은 화면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산모들을 이곳에서 빼내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영상은 시간이 길지 않았고,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었다.


작가의말

소설이라는 작업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나의 상상을 현실화 시킨 작품입니다. 그래서 다른 어떤 이야기보다 더 짠하게 남아 있는 작품입니다.

저의 그 첫 설레임이 담긴  이글을 같이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생령을 품은 아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1화 22.12.04 79 0 -
86 87화 24.05.03 4 0 9쪽
85 86화 24.05.01 5 0 8쪽
84 85화 24.04.27 6 0 7쪽
83 84화 24.04.16 8 0 10쪽
82 83화 24.04.13 8 0 8쪽
81 82화 24.04.10 8 0 8쪽
80 81화 24.04.07 6 0 9쪽
79 80화 24.04.05 11 0 8쪽
78 79화 24.04.03 8 0 8쪽
77 78화 24.04.01 12 0 7쪽
76 77화 24.03.30 8 0 8쪽
75 76화 24.03.28 7 0 8쪽
74 75화 24.03.26 13 0 8쪽
73 74화 24.03.24 11 0 8쪽
72 73화 24.03.11 8 0 8쪽
71 72화 24.03.08 11 0 9쪽
70 71화 24.01.10 11 0 9쪽
69 70화 24.01.08 8 0 9쪽
68 69화 24.01.04 7 0 8쪽
67 68화 24.01.01 10 0 9쪽
66 67화 23.12.29 8 0 9쪽
65 66화 23.12.27 16 0 8쪽
64 65화 23.12.25 11 0 8쪽
63 64화 23.12.22 8 0 8쪽
62 63화 23.12.20 11 0 8쪽
61 62화 23.12.18 8 0 7쪽
60 61화 23.12.15 10 0 7쪽
59 60화 23.12.14 9 0 7쪽
58 59화 23.12.11 10 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