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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60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2.11.27 05:56
조회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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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6쪽

20화

DUMMY

산모는 노산인데다 공교롭게도 태아의 목에 탯줄이 감겨져 있어 수술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시작할때와 다르게 무사히 태아를 받아내고 우렁차게 우는 아이를 기쁜 마음으로 신생아실로 보냈다. 그러나, 산모에게 느닷없이 호흡곤란이 찾아왔고, 그가 있는 병원보다 더 큰 병원으로 이송하던 도중에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테이블 데스가 처음이었기에 민기 역시 무엇을 어떻게 하였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산모는 아이 얼굴을 보지도 못한채 세상을 떠났다.


의사인 자신에 의해서 산모가 죽었다는 생각이 그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아이의 생명을 뺏던 수술만 하다가 간만에 맡게된 생명을 받아내는 수술이었는데 그것이 잘못되어 버렸다.


그는 산모의 생명은 살려내지 못했고, 아이에게서 엄마를 뺏은 결과를 만들어 버렸다.

산모의 죽음은 그의 정신을 혼미하게 할 만큼 아주 큰 사건이었다.


사망원인은 폐색전증이라고 했지만,산모의 가족들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병원을 상대로 고소를 하겠다며 병원에서 소동을 피웠다.


의료 소송에 휘말리게 된 민기는 더 이상 환자를 받을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혹시나 자신이 뭔가를 잘못한 것은 없는지를 되씹고 되씹는 시간을 보냈다.


엄마없이 평생을 살아가게 된 그 아이가 자꾸만 떠 올라서 괴로웠다.


의료 사고는 통상 의사들에게는 그리 큰 피해를 주지 않았다. 의사의 과실을 밝혀내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렸고, 그것보다는 병원과 합의를 원하는 유가족에 의해서 의사에게는 별 지장이없이 해결되는 사례가 더 많았다.


산모의 가족들과 합의는 잘 이루어졌고, 병원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병원장은 합의금을 보충이라도 하듯이 더 많은 중절 수절을 했고, 학습효과 탓인지 조금이라고 위험이 있는 산모의 수술을 되도록 피하려 했다.


민기에게는 되도록 수술을 시키지 않았다. 그것이 법원이 아니라 직장에서 내리는 조치였다.

민기도 별 불만은 없었다. 의욕없는 하루들이었다.

사건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기는 병원을 그만두었다.


그렇게 실업자가 되었고, 할 일 없이 자신의 방에서 누구와 연락하지 않은 채 하루를 보내는 생활을 시작했다. 그래도 저녁이면 가끔씩 포장마차를 찾아가 술잔을 기울이는 것은 빼먹지 않았다.


피곤을 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루의 할 일 없는 한 부분의 시간을 떼우기 위한 것으로 의미는 바뀌었지만, 주인 아줌마의 따뜻한 인사는 여전했다.

양복 차림으로 와서 마시는 술이 아니라, 평상복에 슬리퍼 차림이 한 번쯤은 궁금할 법도 하였을텐데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가. 민기는 그런 아주머니의 마음이 고맙고 편했다.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무릎이 한껏 늘어난 체육복 차림으로 오후 늦은 시간에 포장마차로 향했다.


회사원들의 퇴근 시간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포장마차 안에는 사람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고, 자리를 찾던 그의 눈에 혼자서 술을 마시는 혜성이 보였다.


자리가 완전히 없는것도 아니지만, 민기는 무엇에 이끌리듯이 슬리퍼를 끌고는 혜성의 자리로 가서 합석을 청했다.


자신과 혜성의 옷차림이 전혀 비교 대상이 안된다는 생각이 오히려 마음편했다.

몇자리 남아 있기는 했지만, 완전히 빈테이블이 아니었다. 생판 모르는 사람과 같이 앉는 것보다는 그래도 안면이 있는 사람과 앉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일부러 혜성이 앉은 곳으로 간 것이라 스스로 그 발걸음을 변명했다.


혜성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고는 자신의 술잔을 비웠다.


“아줌마, 여기 술 주세요. 우동도 주시구요.”


의자를 당겨서 혜성과 조금 거리를 둔 상태로 앉던 민기를 향해서 혜성이 갑작스럽게 말을 했다.


“저는 노혜성입니다. ”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혜성을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대했다.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그의 인사였다.


“아예,저는 김 민기입니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민기는 손에 무엇이라도 묻었다는 듯이 바지에 두어번 쓰윽 닦고는 손을 내밀었다.


순간 어색했지만, 이미 내밀어 버린 손을 그냥 거둬 들이기가 더 민망해 그냥 그대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곧 혜성은 자신의 손을 뻗어서는 민기의 손을 잡았고, 둘은 악수라는 것을 했다.

합석은 이번이 두번째라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말을 해 본적은 없었기에 서로 통성명을 한 지금 그들은 처음 만난 사람들처럼 여전히 어색했다.


“한잔 받으시죠.”


“예, 감사합니다.”


술잔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둘은 소주를 들이켰고, 다시 서로의 잔에 술을 따르는 예의를 수행했다.


“ 오늘 따라 유난히 술맛이 쓰네요.”


민기가 술을 들이키면서 말을 꺼냈다.


그것은 인사를 한뒤로 주고 받는 술자리에서 전혀 상관없는 사람처럼 무심할 수가 없었고, 혜성의 옷차림과 자신의 차림새가 다시. 아니 이번에는 더 강하게 비교가 되어 열등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민기가 혼잣말 반. 혜성이 들으라는 의도 반을 섞어서 나지막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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