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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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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55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1.03.21 17:32
조회
103
추천
1
글자
10쪽

14화

DUMMY

‘지금쯤이면 내가 무슨 일을 벌였는지 알았겠지?


' 아마도 이런 나를 무정하다고 비난할지도 모르겠네. 세희씨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


'가고싶다!

그녀의 비난을 받더라도 가고싶다!'


'하지만, 난 다시 갈 수는 없지. 세희씨의 아이를 보면 내가 정말이지 견딜수 없을 것 같아. 그리고, 어차피 우리들은 같이 있으면 안되잖아.’


‘그래도 조금있으면 그녀도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어쩌지...’


‘미안해요. 세희씨. 몸 조심해요.’


가고 싶었다. 가서 그녀를 도와주고 서로 의지하면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한 일을 말한다면 그녀는 분명히 다시 아이를 찾아오기를 강요할 것이고, 미영의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 자신 말고 하나더 생긴다는 것은 위험이 배로 늘어나는 것이기에 미영은 세희가 앞으로 힘들것이라는 사실이 불을 보듯이 뻔하였지만 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을 하면서, 갈 곳을 몰라 하는 중에도 그녀의 몸은 고통으로 계속 힘들게 했고, 미영은 배를 움켜 잡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배를 찌르는 듯한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고, 이제는 가슴까지 터질 것 같은 아픔을 주고 있었다.


살아 있다는 것을 그녀의 몸은 고통으로 전했고, 받아들이기에 힘이 들정도로 그녀를 몰아 부쳤다.


그녀는 아이를 낳자마자 포대에 싸서 버렸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녀의 퉁퉁 부어오른 가슴은 아이가 먹을 우유를 만들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벌써 일부는 흐르고 있었고, 가슴께의 옷은 흔적을 남기며 축축하게 젖어갔다.


차고 넘치는 젖이 아이를 찾고 있었지만, 아이의 입은 어디에도 없었고, 그 젖은 속절없이 엄마의 옷만 계속 적시며 차가운 한기에 굳어 버렸다.


가슴의 통증은 아이의 입을 찾지 못하는 모유의 몸부림같았다.


배와 가슴을 동시에 감싸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리저리 손을 옮기면서 고통을 줄여 보려고 하였다.


그녀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았다면, 배를 잡고는 움츠렸다가 이내 가슴으로 손을 옮겨서는 감싸 안기를 반복하는 그녀의 모양새에 아마도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할 것이다.


쉴틈없이 들락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그녀는 그렇게 한동안 자신의 고통과 씨름하였다. 그런 그녀에게 눈발이 섞인 겨울바람같은 것은 더 이상 느낌으로 전해지지 않았다.


스치는 사람들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힐끔거릴뿐 다가와서 괜찮은지를 묻는 사람은 없었다.


그곳이 병원의 응급실 앞이라 의료진을 향해서 언제든지 뛰어 들어갈수 있다는 생각에서인지. 아니면 내 일이 아니니 별 상관은 없지만, 이상한 눈요깃거리로 보는 것인지 무심한 시선들이 그녀를 지나가기만 했다.


눈은 서서히 걷혀 가고 있었고, 하늘을 뒤덮고 있는 구름들 역시 쉬이 자신들의 세력을 줄일 의지는 없어 보였다.


그런 하늘아래에 그녀가 여전히 응급실 앞에 서 있었다.


“잠깐만요. 아가씨!”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아주 급하게 뛰어 와서는 그녀의 팔을 잡았다.


순간 섬짓 움츠리면서 놀란 미영은 팔을 빼고는 뒤로 물러섰다.


“어디로 가려는거요!”


“당신은 누구세요?”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그녀의 행선지를 묻는 것이 이상해 경계의 눈초리로 조금더 그에게서 떨어지면서 물었다.


“나는 당신을 여기에 데리고 온 사람입니다. 당신은 쉬어야 한다고 들었어요. 몸도 많이 안 좋은 상태라고 간호사가 하는 말도 들었다구요. 그런 당신이 왜 병원을 나온거요?”


미영이를 이리 저리 찾으며 뛰어 다녔는지 말을 하는 남자의 목소리에는 헐떡이는 숨소리가 섞여 있었다.


한참을 뛰어 다녔나보다.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거의 90도에 가까운 인사를 하는 것처럼 몸을 숙인채로 그는 말했다.


‘이 남자가 왜 나를 이렇게 숨가쁘게 찾은거지? 혹시?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럼, 돈을 받기 위해서?’


미영은 그렇게 생각하자 자신에게 지갑같은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에 대한 것 말고는 아무 생각없이 집을 나왔기에 옷도, 돈도 미영에게는 없었다.


그제서야 아직도 헐떡이는 남자에 대한 미안함이 들었고, 자신을 이렇게 병원으로 데리고 온 것에 대한 인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몰랐어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덕분에 길에서 무사할 수 있었어요. 눈을 떠 보니 아무도 없길래 집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그냥 나와 버렸네요. 제가 당신을 찾아서 감사의 인사와 돈을 드려야 하는 것을 잊은채로 말이예요. 미안합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가진 돈이 없는데.....”


미영은 갈 곳이 없더라도 응급실을 나오는 즉시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자신의 수중에는 돈 한푼도 없는데 이렇게 남자와 만나게 된 것이 정말이지 난처한 미영이였다.


“돈을 달라고 내가 이렇게 당신을 찾은 것은 아닙니다. 단지, 걱정이 되어서...”


가뿐 숨을 몰아 쉬면서도 자신이 구해준 여자의 입에서 자신을 돈을 못 받을까봐서 여자를 숨이차도록 찾아 다닌 남자로 오해한다는 느낌에 그의 기분이 상한 것처럼 보였다.


“미안합니다.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그저 제가 지금 가진 돈이 없어서... 그리고 저는 여기에 오래 있을 수가 없어요....”


미영은 헐떡임이 조금 수그러진 남자를 바라 보면서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말했다.

그녀의 몸은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순간에도 계속해서 괴롭히고 있었지만, 그 남자 앞에서 고통스러운 얼굴을 보일 수가 없었기에 어금니만 꽉 깨문 상태로 견뎠다.


‘빨리 이 남자의 연락처를 받아서 벗어나야겠다.’


미영은 그것이 희망이었다.


남자에게서 벗어나 조용히 몸이 전하는 고통을 견디고 싶은 것이다.


“갈데는 있습니까?”


난데없이 자신의 행선지를 물어 오는 남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던 미영은 동그란 눈으로 그의 얼굴만 쳐다 보았다.


‘이 남자가 내가 어디를 갈건지 왜 알고 싶은거지? 돈말고 다른 생각이라도 있나? 어떻게 이 남자에게서 벗어나야하지?’


미영의 의심하는 눈을 의식하고는 그는 자신의 두 손바닥을 미영이 쪽으로 향하여 살짝 들어서 말했다.


“오해 하지 마세오.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단지 당신이 갈곳이 있는지 걱정이 되어서 그런거요.”


이제는 완전히 정상적인 호흡을 되찾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평범하게 생긴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남자의 얼굴과 감정이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는 그의 생각을 알 수가 없었다.


미영은 지금까지 이 세상을 그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은채로 혼자 살아왔기에 습관적으로 타인을 경계하는 버릇이 있다.


지금까지 무사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그 버릇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자신을 걱정하는 그 남자의 진심을 여전히 의심하였다.


“아니, 없어요.”


‘이 바보. 있다고 말했어야지. 그래야 빨리 벗어나잖아. 멍청이!’


마음속으로는 그런 생각으로 마치 자신이 무슨 큰 실언을 한 것처름 두 입술을 꽉 다문채로 힘을 주었다.


그녀의 입술주위로 단단한 근육이 만들어진 기분이었다. 미영은 생각과는 다르게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연스럽게 사실을 말해 버렸다.


아마도 미영은 지금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여러 고통속에서 더 이상 견딜 힘이 없어서 누군가의 도움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본능에 따르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무리 봐도 당신은 아직 완전히 몸이 회복되지 않았네요.”


자신을 향해서 태연한 척 서 있지만, 여전히 몸의 고통으로 미세하게 일그러지는 미영의 얼굴을 예리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숨기려 해도 그녀의 몸상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으로 남자는 말했다.


“그럼. 당신만 괜찮다면 갈데가 정해질 때까지 내가 있는 거처에서 지내도 됩니다. 절대로 당신에게 나쁜 마음으로 이러는게 아니란걸 믿어 준다면 말이요.”


미영은 지금 춥다.


탈진한 자궁을 품고 있는 아랫배도 무지하게 아팠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두 가슴은 이제 손도 댈 수 없이 아파왔다.


그런 그녀의 온 몸으로 한기가 작은 펀치를 계속해서 날리고 있었기에 서있는 것조차도 힘이 들었다.


이렇게 남자에게 붙들려 있는 것이 그녀에게는 행운인지, 불행인지. 생각할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온 몸으로 전해오는 통증의 수위는 자꾸만 높아지고 있었고, 죽음이든 삶이든 빨리 결정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 남자의 말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설사 그것이 그 남자의 말과는 전혀 다른 위험한 일이 될지라도 여기서 이 상태로 고통스러운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었는지도 몰랐다.


“네, 당신을 따라 가겠습니다. 잠시만 신세를 지겠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말은 그녀 역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은 뒤의 일은 그녀의 기억에는 없을 것이다.

그 말을 하고는 바로 쓰러져 버렸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될 것이기에.



“응애. 응애. 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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