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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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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50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0.06.28 08:27
조회
132
추천
3
글자
7쪽

6화

DUMMY

몸에서 힘이 다 빠진 것 같아 많이 피곤하였고, 긴장이 풀린 탓인지 미영의 움직임이 둔하였다.

그래서, 그 움직임은 그리 조용한 것도 아니었는데 세희는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한채 아주 단잠을 자고 있는 듯 보였다.


아이가 추위에 떨지 않도록 여러겹으로 감싸고는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미영은 아이를 낳은지 몇시간 되지 않아서 회복이 되지도 않은 자신의 몸을 추슬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은채로 세희와 이 곳으로 오는 날에 우연히 지나치듯 보였던 그 시설로 아이를 데려가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곳이라면 그들도 찾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배가 아프고 아이를 무사히 내 놓은 그녀의 자궁은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한 상태로 아이를 세상밖으로 보내느라 기운이 다빠져 버린 상태였다.


하지만,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녀의 마음은 힘들어 질 것이고, 아이를 보내지 못할 것을 잘 알기에 미영은 자신의 몸의 고통은 아량곳하지 않은채 밖으로 나온 것이다.


그것이 미영과 세희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미영이도. 잠이 들어 있던 세희도. 알 수가 없는 밤이었다.


그렇게 미영은 아이를 온 몸으로 감싸 안은 채로 눈내리는 거리를 하염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미안해요. 세희씨. 정말로 미안해요.’


‘미안하다. 아가야. 이럴 수밖에 없는 엄마를 용서해. 미안하다.’


미영은 그 눈길을 걸어가면서 끊임없이 이 말들을 반복하였다.





***






거리의 인적이 거의 사라진 시간에 밤하늘에선 사람들이 보았다면 올해의 첫 눈이라고 환호를 지르면서 사진을 찍으려 하거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낭만을 찾을 그런 함박눈이 소리없이 내렸다.


그것은 아마도 눈들이 자신들의 세상 첫나들이에 시끄러운 소음을 피하고자 사람들이 잠들어 알지 못하는 이 시간을 빌어서 내리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처음에는 좁쌀크기의 눈송이들이 내리더니 차츰 커지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눈 송이 하나가 어른 엄지 손톱만큼이나 커져서는 거리의 모든 것들을 하나 둘씩 삼켜가고 있었다.


도시의 건물들엔 그 밤 깨어 있는 몇몇 공간에서.

그리고, 늦은 귀가를 서두르며 간간이 지나다니는 차들이 눈이 서서히 내려 앉고 있는 차도를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서행하며 불빛을 내뿜고는 있었지만, 내리면서 점점더 굵어지더니 서로 합쳐지는 굵은 눈들로 인해서 짙은 안개속에서 거의 꺼져가는 불빛마냥 하나 둘씩 힘을 잃어갔다.


마치 화려한 색채의 풍경화가 하얀 색으로 덧칠해져서는 원래의 색감이 흰 바탕아래에서 힘겹게 색을 뿜어내는 모양같았다.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 불빛이 온기를 뿜어내고 있기는 하지만, 끊임없이 날리면서 부딪히고는 녹아내리기를 반복하는 눈들의 차가운 기운에 온기를 유지하기가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다.


불빛을 향해서 모여드는 여름날 벌레들처름 말이다.


건물도 이제는 하염없이 내리는 눈과의 싸움을 포기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밝히던 불빛을 하나씩 꺼버렸다.


이제 거리는 사람의 발걸음. 지나던 차들의 바퀴자욱도 사라졌고, 하얀 시멘트로 다시 깨끗하게 포장을 한 것 같았다.


내리는 눈이 모든 움직임의 흔적들을 덮어버리고, 모든 것을 점령해 버린 풍경을 깨뜨리며 한 여인이 아주 힘들게 걸어 오고 있었다.


여인의 머리와 어깨에는 이미 몇센티의 눈이 쌓여서 굳어졌는지 이리저리 움직임에도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머리와 어깨 위로 눈은 계속 쌓이고 있었지만, 눈의 무게에도 그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온 몸으로 내리는 눈을 견디면서 그녀는 가슴에 작은 보따리 같을 것을 꼭 안고 있었다.

내용물이 아주 귀한 것인지 외투로 감싸고는 자신의 체온으로 온기를 전하는 듯이 보였다.


언제 그칠지도 모르는 끊임없이 내리는 눈의 군대에 그나마 대항하고 있는 것은 그 여인 하나뿐인 듯 보였다.


그녀의 한걸음, 한걸음이 내리는 눈의 속도보다 훨씬 느렸지만, 멈추지는 않았고, 그녀의 걸음으로 보아 아직 그녀의 목적지에 닿지는 않은 듯했다.


그렇게 눈송이들과 그녀사이의 싸움이 계속되었고, 서로가 먼저 포기할 때까지 밀어붙이고, 그것에 저항하는 시간들이었다.


삐뚤거리며 따라오고 있는 그녀의 발 자욱 모양이 아주 힘들게 눈에 저항하면서 걸어오고 있는 상태를 설명하였고, 그러다가 여인이 어느 한 곳에 머물렀다.


그것은 눈에 저항하기를 포기하려는 의도는 아니었고, 그녀가 그렇게 힘들게 그 길을 걸어와야 했던 목적지였기에 그녀의 의지가 작동한 멈춤이었다고 보아야 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동작에 놀란 눈들이 그녀를 감싸듯이 휘감으면 내리고 있었다.

그 곳은 작은2층 건물에 딸려 있는 베이비 박스 앞이였다.


건물 내부는 이미 불이 다 꺼져 있었고, 베이비 박스를 비추고 있는 작은 전등의 노란 불빛만이 그 눈 속을 걸어오던 그녀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방향을 모른채 힘겹게 걷던 그녀에게 그 작은 불빛은 폭풍속을 헤매는 절박한 배의 유일한 희망처럼 그녀를 조용히 끌어 당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 여인이 그 앞을 눈을 맞으면서 서 있다.


여인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며 눈의 의지에 저항하지 않는데고 불구하고 이제는 아예 그녀를 땅에 쓰러뜨릴 기세로 여전히 눈이 그녀를 덮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가슴에 아이를 안고 있었는데도 눈은 아이와 엄마의 사정을 봐 주지 않았다. 그녀의 온몸을 하얀 토끼털같은 부피로 덮어 가고 있었고,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그녀의 신발과 그에 감싸여 있는 발은 이미 오래 전부터 눈속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이미 눈에게 그녀의 발만은 점령을 당했지만, 그녀를 쓰러뜨릴 정도의 큰 타격을 주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아마도 그녀가 온 몸으로 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웅크려 감싸고 있던 그 포대기 속의 아기를 버릴 모양이었다.


그런 그녀였지만, 아기가 한기를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마지막까지 애를 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시 한번 생각을 하세요. 당신의 미래를 . 아이의 미래를.

정 아이를 버리실 생각이라면 이 베이비 박스 안으로 넣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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