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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62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2.10.30 07:13
조회
71
추천
2
글자
8쪽

16화

DUMMY

미영은 난처하고 창피한 마음이 들어 뭐라 말 할 수 없었고, 자신의 고통을 마치 알고 있다는 투로 말하는 남자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 보기만 했다.


어떻게 설명을 한단 말인가!


아이의 생명을 이어줄 양식이 그녀의 유방에서 흐르고 있으며, 먹어줄 아이의 입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에게 설명한다는 것이 난처하였다.

그녀는 그가 알면 안되고,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표정만 지을뿐이었다.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채로 자신의 가슴깨로 손을 무의식적으로 올려 놓은 미영의 모습을 보면서 남자는 갑자기 밖으로 나가더니 물건 하나를 들고 들어 왔다.


“이제는 정신이 돌아 왔으니 당신이 직접하십시오.”


남자는 무심한 얼굴로 들고 들어온 것은 미영이 언뜻 보기는 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다.


미영이에게 내밀은 것은 유축기였고, 그것은 산모들의 젖을 짜는 도구다.

사실 미영은 남자가 건네준 것이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미안합니다. 제가 급해서 먼저 당신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 사용을 하였습니다. 당신은 깨지 않았고, 열이 너무나 많이 나는터라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말을 마친 그 역시 미영과 마찬가지로 상황이 머리에 그려져서 얼굴을 들고 미영을 볼 수가 없었다.

미영은 그제서야 자신이 눈을 떴을 때 가슴의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를 알게 되었고, 그런 수고를 해준 남자의 성의가 고마웠다.


하지만, 그것을 알지 못한채로 널부러져 자신의 가슴을 오로시 그에게 드러냈던 모습이 또한 창피하였다.

그녀를 돌보고 있었던 것이다. 정신을 잃고 있는 동안 그녀를 위한 행동들이라 그를 탓할 수는 없었다.


남자가 한 행동들은 부부만이 가능한 일이다. 적어도 미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미영은 미안하기도 하고, 자신의 가슴을 어떤 이유에서든 그가 만졌다는 것에 대한 민망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고맙습니다.”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자신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얼른 하십시오. 아프실텐데... 저는 나가 있겠습니다.”


새삼 어색한지 남자가 서둘러서 방을 나갔다.

남자가 국을 다시 데워서 가져 오기 전까지 미영은 유축기를 사용해서 부풀어 오른 가슴 한쪽에 대고는 젖을 짜기 시작했다.


먹은 것이 없어서인지 그가 자주 짜주어서인지 양은 많은 것이 아니었고, 양쪽을 모두 다 짜고 나니 살 것만 같았다.



컵에 담겨진 노오란 모유를 보면서 아이에게 전하지 못하는 엄마의 무정함을 한탄했다.

그렇게 아이의 배를 채워줄 귀한 엄마의 사랑이 허망하게 버려졌다.


남자는 미영이 젖을 다 짜고도 한참을 있다가 방으로 들어왔다. 민망하지 않게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모유로 딸을 토실토실하게 살을 찌우면서 키워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그녀는 지금 통증을 없애기 위해서 억지로 짜내서 버려야 했고, 그런 그녀의 현실이 한없이 처량하기만 했다.


“들어가겠습니다.”


작은 쟁반에 얹혀져 그가 들고 들어오는 따뜻한 미역국을 보면서 미영은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산모에게 미역국은 친정엄마의 따뜻한 보살핌이자 사랑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영은 아이를 버리고 온 상태였고, 지금까지 혼자서 살아 왔기에 그런 엄마의 사랑을 기대할 수는 없는 몸이다.

이렇게 낯선이에게서 미역국을 받아 먹게 될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미영에게 쟁반을 내밀고는 그는 다시 밖으로 나가 버렸다.

조용히 혼자 먹게 하려는 그의 배려가 느껴져서 한없이 고마운 미영이었다.


맛이 너무나 좋았다.

정말이지 한번도 보지 못한 낯선 남자에게서 이런 정성어린 대접을 받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녀였기에 지금의 이 상황이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다.


미영이 밥을 다먹고 나서 다시 자리에 누웠을 때 남자는 약 봉지를 하나 들고 들어 왔다.


“이 약을 먹으면 유축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약사가 그랬어요. 이거 먹어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젖을 계속 짜낼 수는 없어서 그녀는 약을 받아서 먹었다.

남자가 자신도 모르는 것들을 혼자서 어찌 알고 이렇게 준비를 했는지 목으로 넘어가는 약알을 애써 누르면서 궁금해했다.


그렇게 미영은 그 낯선 남자와의 동거를 시작하였다,



그 남자의 이름은 정찬.


작은 컴퓨터 수리점을 운영하면서 살아가는 삼십대 후반의 미혼남이다.

집근처 작은 수리센터에서 잔고장을 일으키는 컴퓨터를 고치며 생활하는 소박한 사람이다.


미영의 몸은 점점 더 회복되어 가고 있었고, 이제는 곧잘 청소나 간단한 빨래정도는 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워졌다.

물론 이것은 찬이 가게에 나가 있는 동안에 할 수 있는 일 들이었다.


같이 있는 시간에서는 그가 말렸기 때문에 할 수조차 없었다.

어디서 들었는지 산모는 어느 정도는 쉬어야 한다며 궂이 집안일을 시키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남편이 아내를 위하는 마음으로 이것 저것 집안일을 도와주는 모양새였다.

미영은 찬의 집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여전히 꿈에서 자신이 버린 딸아이를 보았고, 깨고 난뒤의 허전함과 죄스러움을 느끼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루에도 수없이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자신의 행동으로 아이가 다시 위험에 빠질수도 있다는 생각이 그녀를 막았던 것이다.

의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그들이 알게 된다면 아이의 생명은 보장할 수가 없다.


솔직히 그말을 확인할 수 없는 그녀였지만, 자신의 임신이 일반적인 임신과는 다르기에 그녀들의 탈출을 도운 그 의사의 말을 믿을 수 밖에는 없었다.


미영은 갑자기 혼자 두고온 세희가 걱정 되었다.


‘아이는 낳았을까? 아직인가? 낳을 때가 얼마 남았지,아마도?’


이런 저런 생각에 몸은 이불 속에 누워 있지만,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

그래서 미영은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는 밤이 많았다.


갓난쟁이를 돌보는 엄마들이 곧잘 아이의 수면패턴 때문에 쪽잠을 자는 것과는 다르게 그녀는 정신적인 피곤함으로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나날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미영의 몸은 이제 거의 정상의 컨디션으로 돌아 온 것 같았고, 허리의 고통과 가슴의 통증들은 사라져 버렸다.


그것은 미영이 이곳을 이제 떠나야 하는 시간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찬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었던 미영은 몸이 괜찮아지면서부터 그의 집을 정리하고 밥도 하면서 그가 했던 일들을 하나씩 대신 했다.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집이고, 그의 곁이지만, 있는 동안만이라도 뭔가를 해 주어야겠다는 마음이 꿈틀거려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혼자서 살림을 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으로 미영은 음식을 만드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고, 간을 맞추는 것도 찬이보다는 훨씬 나았다.


매번 말리기는 했었지만, 미영이 차려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찬을 보면서 미영은 고마움을 조금이나마 갚는 것 같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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