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정상수 님의 서재입니다.

아크란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정상수
작품등록일 :
2010.11.20 13:40
최근연재일 :
2010.07.23 16:04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967,153
추천수 :
12,364
글자수 :
492,184

작성
10.07.22 16:08
조회
20,923
추천
96
글자
11쪽

아크란 - 3. 세상 참 어렵네.(2)

DUMMY

수도에서 아크란과 포이안 사이에 있던 일이 소문나는데는 이틀이면 충분했다.

“멍청한 놈.”

제나이든은 씩씩거리면서 욕을 해대고 있었다.

“포이안이라면 마르코스 백작가에서 제법 실력이 좋은 녀석인데 엇비슷한 실력이라니 상대가 실력이 좋은 것 같은데. 더구나 그냥 몇 번 검을 나누다가 경비대가 개입하여 그만두었는데 그것을 가지고 흥분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데.”

라이트만은 열을 내는 제나이든이 흥분하지 않도록 다독였다. 자칫 과격한 제나이든이 일을 더 어렵게 만들까 걱정이었다.

“조금 전에 세자전하께서 다녀가셨어. 어디서 그 소식을 들었는지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은데.”

“뭐라고? 어떤 소문인데?”

“소문이 어떻게 난줄 알아? ‘기사아카데미 3학년에 다니는 근왕파 마르코스 백작가의 차남 포이안이 행정아카데미 1학년에 다니는 귀족파 안토니오 자작가의 아크란이라는 소년에게 실력이 달려 쩔쩔 매다가 경비대가 나타나서 말린 덕분에 겨우 무승부로 끝이 났다.’ 이런 말들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어.”

라이트만은 소문을 듣자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상황을 악화시키기 위해 소문을 왜곡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되면 근왕파의 우세 속에 잠잠하던 정국이 점점 대립으로 치달을 소지가 있었다.

“큰일인데. 일을 키우면 에스콘신 왕국과의 일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누군가 소문을 부풀려 대립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

“누가? 설마 에스콘신 왕국의 첩자들이 그런다는 것인가? 아니면 귀족파들이 이번 일로 정국을 반전시키려고 그러는 것이냐? 내 생각에는 행정아카데미의 패배자들과 귀족파의 쥐새끼들이 기회라고 생각하여 소문을 내면서 뒤에서 난리를 피는 것 같은데.”

제나이든은 항상 행정아카데미 출신을 패배자라고 비하했다. 그 이유는 검술 실력이 되지 않아 기사아카데미에 다니지 못하는 자들이라는 의미였다.

“그렇다고 해서 일을 키우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커. 자칫 대립이 격화되면 귀족파와 전면전으로 비화된다.”

“이번에 아예 일을 키워 승부를 확실히 내도록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래야 귀족파 놈들이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아. 아예 더 판을 키울 수 있다면 키워 저들을 한 번에 정리하는 기회로 삼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설마 다른 일을 도모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것은 세자전하께도 좋지가 못해. 정 하고자 한다면 확실히 승리를 거두는 수준에서 불명예를 씻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야.”

라이트만은 제나이든이 과격하게 일을 처리할까 염려되어 황급히 만류했다.

“어쨌든 세자전하께서 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라고 했으니 뭔가 해야 하겠지.”

“다시 말하지만 적당히 하다 말아야지 쓸데없이 분란을 키우지는 마. 그렇지 않다면 나도 더 이상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제나이든의 기세에 라이트만의 얼굴에는 걱정스런 표정이 어렸다.


제나이든의 호출에 기사이자 마르코스 영지의 소영주인 세트란 마르코스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바보 같은 동생 녀석 포이얀 때문에 수도에서 가문의 체면이 말이 아닌데 선배마저 그 일로 부르는 것 같았다.

“멍청한 짓을 해서 세자전하의 심기를 흐트러뜨리다니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제나이든은 그렇지 않아도 귀족파에 비해 근왕파에 속한 귀족자녀들의 수준이 엉망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시점에 나이 많은 기사아카데미에 다니는 자가 나이 어린 행정아카데미에 다니는 자에게 망신을 당했으니 그냥 그대로 지나칠 수는 없었다.

이일로 인해 기사아카데미는 연일 대책회의를 하고 대안을 수립하려고 했지만 포이안의 수준은 기사아카데미에 다니는 또래들 중에 상당히 뛰어난 편에 속해 있었다. 문제라면 그 상대인 아크란의 실력이 또래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에 속했다. 물론 대결 초반에 중단하여 그 실력을 그대로 비교하는 자체가 이상한 것이지만 소문이라는 것이 이상하게 왜곡되어 감당이 어렵게 되었다.

“한 번 중지한 결투를 다시 하자고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 아닙니까? 소문이 가라앉으면 나중에 기회를 보아 설욕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가 아무리 재능이 있다고 해도 행정아카데미에 다니는 상황이니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세트란은 아무리 화가 나지만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입장이라 나중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라도 나서서 어떻게 하고 싶지만 그것은 더욱 상황을 악화시키는 짓이었다.

“멍청하게 행동하여 일을 이상하게 만들었어. 이일은 두 사람, 두 가문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사아카데미와 행정아카데미의 문제, 귀족파와 우리 근왕파의 문제가 되고 말았다.”

제나이든도 이런 사소한 일에 자신이 나서는 것이 창피한 일이지만 그대로 방치하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것 같아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포이안을 내세워 그 아이랑 다시 대결을 하도록 하라는 말입니까?”

“그것이 그분의 뜻이다. 확실하게 결판을 지어 더 이상 이상한 소문이 돌지 않도록 만들라고 했다.”

제나이든의 말에 세트란 마르코스는 곤혹스럽기 그지없었다. 다시 나서서 결투를 하는 것은 이기나 지나 참으로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더구나 상대의 실력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만일 진다면 그대로 두는 것만 못했다.

“진다면 그 파장이 적지 않습니다.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 아이의 실력이 뛰어나 승리를 장담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기사가문으로 이름이 높은 안토니오 가문의 사람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기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설마 패배하려고 다시 대결을 추진하는 것인가?”

제나이든이 버럭 화를 내면서 어떻게든 이기게 만들라고 하자 세트란은 한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이렇게 해서 이기더라도 동생에게 하등의 이득이 없고 가문에도 이득이 없어 보였다. 결국 정파의 이득을 위해 억지로 대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세 달 안에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도록 하게. 그렇지 않는다면 세자전하의 노여움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네.”

시간마저 한정하여 통보를 하니 세트란은 달리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수도에서 들려온 소식에 안토니오 자작은 제롬을 불러 대비책을 논의했다. 발생한 일들을 톨리안이 마법통신으로 보고했기에 자세한 경위와 수도에 도는 소문을 알고 있었다.

“이런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향후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해 보도록 하자.”

“이 녀석이 뭔가 숨기더니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버리다니. 난감합니다.”

제롬은 아크란이 마나소드 최상급에 도달해 있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검술에 대하여는 아크란이나 콘라드에 비해 확고한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크란이 어떤 모습을 보였건 결과적으로 그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이미 벌어진 일을 탓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제 수습책을 논의해야지.”

“이 상황에서 무슨 수습책이 있겠습니까? 기사아카데미의 체면을 처참하게 뭉개버린 상황인데 과연 그들이 그대로 있겠습니까? 동생만 아니라면 나도 아주 분개했을 것입니다. 이는 귀족파나 근왕파를 떠나 기사아카데미 출신들 모두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그나마 귀족파는 그래도 조금 상황을 고려하여 침묵을 유지할 것이지만 근왕파들이라면 아주 난리가 났을 것입니다. 특히 그 중심에 있는 세자 전하나 제나이든 경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설욕을 하려고 할 것입니다. 생각보다 일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제롬은 일만 만드는 아크란을 강하게 비판했다. 수습책을 말하고 싶은 생각도 없기에 그저 일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그러니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느냐?”

“뭘 어떻게 한다는 말입니까?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없습니다. 막으려고 하다가는 우리 가문이나 영지마저 엉망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냥 지켜보면서 그 애가 수습하도록 놔두는 것이 최상입니다.”

제롬은 아크란만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화가 솟구쳤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하는 일 모두가 맘에 들지 않았다. 수도에서부터 이상하게 느낌이 좋지 않았다.

어찌 보면 대단한 쾌거를 이루고 가문의 이름을 떨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쓸데 없는 분란을 만들어 가문과 영지를 위험에 빠뜨린 것으로 단정하고 싶었다.

“마르코스 백작가는 가문의 힘을 기울여 아크란에게 어떻게든 보복을 하려고 할 것이다. 네 어머니는 이일로 염려가 되어 침식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그냥 지켜보자는 것이냐?”

아르얀 안토니오 자작은 제롬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아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분출했다. 얼마 전부터 아크란을 좋지 않게 말하더니 이번에도 그러했다.

“아크란은 아직 어립니다. 지금 상황에서 당사자인 포이안 마르코스를 제외하고 누구도 쉽게 나서지 못합니다. 만일 함부로 누군가 개입을 한다면 그 이후에 벌어질 일은 아무도 예측을 하지 못할 상황이 됩니다. 그러니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둘이 결판을 짓고 나면 이일은 더 이상 확대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버지의 질책에 제롬은 자신도 모르게 그간 생각한 것들을 말하고 말았다. 상황이 그렇기에 그대로 말한 것인데 역정을 내자 자신도 모르게 항변을 했다.

“결국 재대결이 전부라는 것이냐?”

“그렇죠. 진다면 사과하고 체면을 구기는 정도에서 끝나겠지만 이긴다면 상당히 곤란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행정아카데미를 다니는 아크란이 기사아카데미를 다니는 포이안을 이긴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제롬은 아크란이 이길 수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별일이 아니라는 제롬의 반응에 안토니오 자작은 가만히 제롬을 응시했다. 말하는 내용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그간 믿음직스럽게 보이던 제롬이 조금 부족해 보이기 시작했다.


---------

조금씩 등장인물이 과격해지고 있습니다. 다들 성질을 참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많이 어렵습니다. 다들 지기 싫어하니 아크란은 결국 결투를 하다가 사망할 지경으로 몰리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6

  • 작성자
    Lv.99 아몰라랑
    작성일
    10.07.24 11:20
    No. 31

    올마이티 작가님이 빽으로 있는데,
    결투 중에 쥔공이 죽는다는 건 어불성설이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뱃살이랑
    작성일
    10.07.26 23:42
    No. 32

    형의 질투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TheMonar..
    작성일
    10.07.27 19:38
    No. 33

    형제의 의를 말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그러나 권력의 마력때문에, 형제나 부자지간에 피부림한 일들이 숫하지요. 부모형제들과 점점 멀어지고 뭔가 숨기는게 있는 음침한 동생은 주의해서 지켜봐야하는 것도 소영주의 몫이라 생각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바다거북5
    작성일
    10.07.28 20:17
    No. 34

    제롬의 변화가 가슴에 와 닿지가 않네요.

    쓸모없는 녀석으로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잠룡이라서

    경계의 대상으로 생각이 바뀌게 되는 식이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美麗高雅
    작성일
    10.08.04 05:25
    No. 35

    제롬 맏형으로서 제일 허접해 보이는 놈이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5 꽃늑대
    작성일
    10.08.12 09:53
    No. 36

    그렇게요. 제롬아 왜 그렇니...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크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출판 및 연재본 삭제 +7 10.11.20 7,582 1 -
공지 아크란, 트레블러 등의 연재에 관하여..... +10 10.07.17 15,771 9 -
공지 연참대전 참여 +4 10.07.09 5,837 5 -
공지 당분간 연재를 쉽니다. +16 08.09.29 15,842 6 -
공지 국가의 위치 +5 08.09.17 16,884 8 -
공지 트레블러는 습작입니다. +22 08.07.28 186,793 22 -
100 아크란 - 3. 세상 참 어렵네.(3) +35 10.07.23 23,835 83 16쪽
» 아크란 - 3. 세상 참 어렵네.(2) +36 10.07.22 20,924 96 11쪽
98 아크란 - 3. 세상 참 어렵네.(1) +23 10.07.21 21,150 75 15쪽
97 아크란 - 2.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5) +26 10.07.20 21,303 70 12쪽
96 아크란 - 2.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4) +39 10.07.19 21,001 80 12쪽
95 아크란 - 2.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3) +22 10.07.17 21,195 69 14쪽
94 아크란 - 2.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2) +16 10.07.16 21,878 74 11쪽
93 아크란 - 2.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1) +16 10.07.15 22,324 84 12쪽
92 아크란 - 1. 뭘 하고 살아야 하니?(4) +17 10.07.14 22,029 88 10쪽
91 아크란 - 1. 뭘 하고 살아야 하니?(3) +19 10.07.13 22,615 78 12쪽
90 아크란 - 1. 뭘 하고 살아야 하니?(2) +15 10.07.12 25,452 83 10쪽
89 아크란 - 1. 뭘 하고 살아야 하니?(1) +18 10.07.10 34,500 98 11쪽
88 아크란 - 서문 +14 10.07.10 37,853 111 2쪽
87 트레블러(087) - 헤르시나 제국의 분할(06) +56 08.09.27 41,126 110 11쪽
86 트레블러(086) - 헤르시나 제국의 분할(05) +44 08.09.26 32,513 93 12쪽
85 트레블러(085) - 헤르시나 제국의 분할(04) +46 08.09.25 32,997 92 13쪽
84 트레블러(084) - 헤르시나 제국의 분할(03) +39 08.09.24 34,144 115 12쪽
83 트레블러(083) - 헤르시나 제국의 분할(02) +41 08.09.23 34,328 97 14쪽
82 트레블러(082) - 헤르시나 제국의 분할(01) +47 08.09.22 34,955 91 10쪽
81 트레블러(081) - 헤르시나 정벌(04) +49 08.09.20 36,654 96 15쪽
80 트레블러(080) - 헤르시나 정벌(03) +38 08.09.19 36,825 85 12쪽
79 트레블러(079) - 헤르시나 정벌(02) +39 08.09.18 36,159 85 13쪽
78 트레블러(078) - 헤르시나 정벌(01) +47 08.09.17 39,038 101 12쪽
77 트레블러(077) - 미케란 대공국(05) +50 08.09.16 40,831 96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