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정상수 님의 서재입니다.

아크란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정상수
작품등록일 :
2010.11.20 13:40
최근연재일 :
2010.07.23 16:04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967,069
추천수 :
12,364
글자수 :
492,184

작성
10.07.10 16:34
조회
34,499
추천
98
글자
11쪽

아크란 - 1. 뭘 하고 살아야 하니?(1)

DUMMY

1. 뭘 하고 살아야 하니?


한 소년이 열심히 검을 휘두르고 있지만 그 소년을 바라보는 중년인의 얼굴은 그리 만족스러운 표정이 아니었다. 무려 6년에 걸친 시간동안 소년에게 검술을 가르쳤지만 안토니오 가문 검술의 기본 검식을 아직도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마나 소드의 기본은 전수를 했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소년을 바라보던 중년인은 막 옆으로 다가온 또 다른 중년인을 향해 보고하듯이 말을 건넸다.

“그나마 가문의 마나 소드는 그런대로 전수가 된 것 같군. 보통이면 4년 이내에 끝내야 하는 마나 소드를 이제야 마치다니 어지간히 재능이 없는 것 같군.”

나중에 나타난 중년인의 말에 처음의 중년인, 기사단의 단장 가르소 준남작의 표정이 곤혹스럽게 변했다. 주군의 세 아들 중에 막내인 아크란은 머리는 총명하지만 다른 두 아들에 비해 몸은 둔했다. 마나 소드의 검식은 상당히 복잡했다. 그렇기에 세세한 동작을 하려면 몸이 날렵해야 하는데 동작 하나하나를 나눠서는 곧잘 하면서도 연속적으로 전개하면 끝까지 전개하지 못하고 중도에 혼란에 빠져들었다. 최근에야 겨우 그 형식을 몸에 외울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그 나이라면 마나 소드 중급은 되어야 하는데 초급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2년을 노력한다면 상급에 이를 것 같은가?”

아르얀 안토니오 자작의 질문에 가르소 준남작은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그런 실력이 되어야 귀족들이라면 모두 입학하는 왕립기사아카데미에 갈 수 있는데 불가능해보였기 때문이다.

“불가능한 것 같군. 결국 행정아카데미라도 준비를 시켜야 하는가?”

가르소 준남작이 대답을 못하자 이미 대답을 알고 있다는 듯이 바로 말을 잇는 안토니오 자작이었다.

“두 형들은 모두 저만한 나이에 모두 상급에 이르렀는데 저애는 고작 초급도 이르지 못한다니 같은 형제라도 저렇게 다를 수가 있는가? 다 제 운명이려니 해야 하겠지.”

안토니오 자작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돌아섰다. 힘없이 돌아서는 안토니오 자작을 보던 가르소 준남작은 아직도 검식을 수련하느라 정신이 없는 소년에게 다가가서 멈추게 하였다.

“이제 마나 소드의 기본 형식은 전개가 가능한 것 같습니다. 하나 아직도 자세가 불안하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가르소 준남작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소년 아크란에게 말을 건넸다. 노력이 부족하다면 혼을 내거나 질타를 하겠지만 그 나이 또래의 누구보다도 충실하게 수련을 하는 아크란이었기에 그런 질책을 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동작을 하나하나 따로 할 때는 쉬운데 연결하면 꼭 이상합니다. 저도 모르게 동작이 흐트러집니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니 계속하면 성과가 있겠지요.”

“그러면 저는 일이 있어 먼저 갈 것이니 남은 시간동안 더 수련을 하다가 돌아가십시오.”

가르소 준남작은 굳이 더 남아서 지켜볼 필요가 없기에 밀린 기사단의 일을 하기 위해 연무장을 떠나갔다.


마주 앉은 세 사람의 표정은 상당히 심각했다. 중년의 남자와 소년의 티를 갓 벗은 청년, 덩치는 크지만 청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려보이는 소년이었다. 그들은 안토니오 자작과 기사아카데미가 방학을 하자 영지로 돌아온 두 아들들이었다.

큰 아들 제롬은 기사아카데미 졸업반인 4학년에 다니고 있었고 둘째 아들 콘라드는 올해 기사아카데미에 진학해 1학년에 다니고 있었다.

“네 생각에는 행정아카데미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저도 그렇게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가문의 일원이니 검술의 수련은 계속해야 하지만 행정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있도록 별도의 준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행정아카데미가 누구나 들어간다고 하지만 검술이나 마법에 재능이 없는 모든 귀족들이 몰리기에 쉬운 것은 아닙니다. 시간을 놓치면 1년 정도 늦어질 수 있습니다.”

큰 아들이 말을 하자 안토니오 자작은 고개를 끄덕여 공감을 표했다.

“하나 우리 가문의 상황을 본다면 행정아카데미를 졸업한다면 크게 미래가 없지 않습니까? 플루민 숙부님을 보면 어떻게 될지 뻔하지 않습니까?”

작은 아들 콘라드가 약간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콘라드가 우려하는 것은 안토니오 자작가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르얀 안토니오 자작의 동생인 플루민 안토니오는 행정아카데미를 상당히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수도에서 중앙행정직을 얻지 못하고 영지로 돌아와서 영지의 잡일을 하는 상황이었다. 그것은 안토니오 자작가가 현재 수도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근왕파 귀족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국왕의 계승을 할 때면 귀족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왕자들을 선택하여 지지를 하였는데 성공을 하면 근왕파가 되고 실패하면 흔히 귀족파로 일컬어지면서 권력에서 소외가 되었다. 안토니오 자작가는 현재의 국왕인 드로인 2세의 즉위 시에 반대에 있던 카나린 왕자를 지지하였지만 왕위계승에 실패하면서 이름뿐인 맨피스 공작으로 수도에서 쫓겨나 크로얀이라는 지방에 사실상 유폐가 되면서 안토니오 자작가도 대외적인 활동이 금지를 당하고 말았다.

“그래도 아카데미를 나오지 않으면 귀족으로 대우를 받지 못하니 그렇게라도 구색은 갖춰주어야 할 것이다. 도움을 주도록 플루민 숙부님께는 제가 말씀을 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제롬은 그나마 장남이기에 동생을 위해 나서기로 했다. 사실 숙부인 플루민은 안토니오 자작과 형제간이지만 두 사람은 그리 사이가 좋지 못했다. 그 이유는 플루민이 영지로 복귀하면서 안토니오 자작이 다소 서운하게 대접을 한 것이 이유였다.

안토니오 자작령은 보통 1급 행정관 1명과 2급행정관 3명, 3급행정관 7~8명을 임명하여 영지를 다스리고 있었다. 플루민이 행정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수도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영지로 돌아오자 영지의 3급 행정관 자리를 주었는데 5년이 지나도 2급 행정관의 자리에 올리지 않자 불만을 가지고 그만두고 전대 자작이 물려준 작은 장원으로 칩거를 하고 말았다.

장원이라고 해야 조금 큰 저택의 수준에 농지도 10여 호가 소작을 할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니 귀족의 체면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처지가 좋지 못했다. 안토니오 자작도 2급 행정관의 자리에 동생을 올리고 쉽지만 수대 째 이어져 내려온 가신들이 형성한 영지의 질서를 깰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기회를 보고 있는 상황에 불만을 표출하니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그 후에 토라진 플루민은 형인 안토니오 자작의 도움마저 거절하고 가문의 행사에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참석을 하지 않고 있었다.


찾아온 소년을 보는 플루민 안토니오의 표정은 그리 좋지가 못했다.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행정아카데미에 가는 것을 말리고 싶지만 그런 아카데미라도 나오지 못하면 귀족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큰 조카인 제롬이 방문하여 아크란을 지도해 달라고 부탁을 하자 마지못해 승낙을 했다. 영주인 형이야 다소 무례를 범하더라도 같은 형제간이라 문제가 아니지만 조카인 제롬은 상당히 껄끄러웠다.

나중에 영지의 영주가 될 상황에서 서운하게 대하면 두 아들의 장래가 그리 좋지 못해보였다. 그나마 영주인 안토니오 자작이 말단 귀족인 훈작이라도 한 자리를 주어 아들들이 아카데미에 입학할 자격을 획득하였지만 나중에 아들들에게 그런 자격도 주지 않으면 손자들은 평민과 다를 바 없는 몰락귀족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자리에 앉아라.”

자신이 하루를 소일하는 집무실 겸 서재로 조카인 아크란을 불러 앉게 하였다.

“오늘부터 오전에 나에게 행정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위한 학습을 받기로 했다. 당분간 내가 너에게 필요한 공부를 시켜줄 것이다. 뭐, 글을 읽고 쓴다면 몇 권의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외우면 행정아카데미 입학시험 정도야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아크란은 사실 기사아카데미에 갈 수 없다는 말을 듣자 실망하여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부모의 말씀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어 숙부의 집으로 형을 따라 왔다. 숙부와 아버지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은 그간의 눈치로 알기에 그저 조용히 눈치만 살폈다.

“일단 이 언어학부터 공부를 하자.”

플루민은 그렇게 말하면서 준비한 책을 아크란에게 건넸다. 아크란은 한 무더기로 쌓여있는 십여 권의 책을 보자 해야 할 공부가 만만치 않아 보여 걱정이 되었다. 어릴 적 그저 읽고 쓸 정도로 공부를 하고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은 아크란이었다. 검술 실력이 뒤처지는 처지라 딴 곳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어 제대로 책을 읽고 공부를 하지 못한 아크란은 또래에 비해 지적인 능력도 그리 높지가 않았다. 띄엄띄엄 글을 읽다보니 오전이 훌쩍 지나 결국 그날의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책이 너무 많아 플루민은 당장 급한 세 권의 책만 가지고 다니면서 공부를 하라고 해서 가방에 책을 들고 나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6개월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플루민으로부터 혼자 공부를 해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천성이 성실한 아크란은 가르치는 대로 충실히 공부를 했고 배운 것을 전부 이해하는 정도가 되었다.

“행정아카데미는 언어학, 문학, 산수, 예절, 행정학의 이해, 왕국의 역사, 마법의 이해, 군사학 등 총 8개의 과목을 시험본다. 입학정원은 대략 400명 정도인데 성적순으로 뽑는다. 문제는 어느 과목에서 일정점수를 넘지 못하면 과락을 맞아 아무리 다른 과목의 성적이 좋아도 합격을 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8개 과목 전부를 고르게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대충 ‘마법의 이해’를 가르쳐 주었지만 최근에 시험이 더 어렵게 나온다고 하니 영지 마법사인 칼렌 경에게 가서 한 번 더 가르쳐 달라고 해라. 그 과목에서 과락이 많이 나온다고 하는구나.”

플루민은 마지못해 아크란을 가르친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기에 공부를 하는 내내 꼭 배워야 할 것만 요약해서 가르쳐주고 질문을 하지 않으면 따로 가르쳐주지 않았다.

물론 과락을 받아 시험에서 불합격하면 그간의 공은 사라지고 자칫 원망마저 들을까 봐서 약간 불안한 마법에 관하여 더 공부하도록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크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출판 및 연재본 삭제 +7 10.11.20 7,580 1 -
공지 아크란, 트레블러 등의 연재에 관하여..... +10 10.07.17 15,770 9 -
공지 연참대전 참여 +4 10.07.09 5,837 5 -
공지 당분간 연재를 쉽니다. +16 08.09.29 15,842 6 -
공지 국가의 위치 +5 08.09.17 16,884 8 -
공지 트레블러는 습작입니다. +22 08.07.28 186,793 22 -
100 아크란 - 3. 세상 참 어렵네.(3) +35 10.07.23 23,833 83 16쪽
99 아크란 - 3. 세상 참 어렵네.(2) +36 10.07.22 20,921 96 11쪽
98 아크란 - 3. 세상 참 어렵네.(1) +23 10.07.21 21,149 75 15쪽
97 아크란 - 2.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5) +26 10.07.20 21,302 70 12쪽
96 아크란 - 2.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4) +39 10.07.19 21,000 80 12쪽
95 아크란 - 2.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3) +22 10.07.17 21,194 69 14쪽
94 아크란 - 2.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2) +16 10.07.16 21,876 74 11쪽
93 아크란 - 2.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1) +16 10.07.15 22,323 84 12쪽
92 아크란 - 1. 뭘 하고 살아야 하니?(4) +17 10.07.14 22,029 88 10쪽
91 아크란 - 1. 뭘 하고 살아야 하니?(3) +19 10.07.13 22,615 78 12쪽
90 아크란 - 1. 뭘 하고 살아야 하니?(2) +15 10.07.12 25,452 83 10쪽
» 아크란 - 1. 뭘 하고 살아야 하니?(1) +18 10.07.10 34,500 98 11쪽
88 아크란 - 서문 +14 10.07.10 37,853 111 2쪽
87 트레블러(087) - 헤르시나 제국의 분할(06) +56 08.09.27 41,125 110 11쪽
86 트레블러(086) - 헤르시나 제국의 분할(05) +44 08.09.26 32,512 93 12쪽
85 트레블러(085) - 헤르시나 제국의 분할(04) +46 08.09.25 32,996 92 13쪽
84 트레블러(084) - 헤르시나 제국의 분할(03) +39 08.09.24 34,143 115 12쪽
83 트레블러(083) - 헤르시나 제국의 분할(02) +41 08.09.23 34,328 97 14쪽
82 트레블러(082) - 헤르시나 제국의 분할(01) +47 08.09.22 34,954 91 10쪽
81 트레블러(081) - 헤르시나 정벌(04) +49 08.09.20 36,653 96 15쪽
80 트레블러(080) - 헤르시나 정벌(03) +38 08.09.19 36,824 85 12쪽
79 트레블러(079) - 헤르시나 정벌(02) +39 08.09.18 36,158 85 13쪽
78 트레블러(078) - 헤르시나 정벌(01) +47 08.09.17 39,038 101 12쪽
77 트레블러(077) - 미케란 대공국(05) +50 08.09.16 40,831 96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