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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수 님의 서재입니다.

아크란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정상수
작품등록일 :
2010.11.20 13:40
최근연재일 :
2010.07.23 16:04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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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66,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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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2,184

작성
10.07.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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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아크란 - 1. 뭘 하고 살아야 하니?(4)

DUMMY

어둠만이 존재하는 거대한 동공에 무엇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나직하면서도 장엄한 울림이 퍼졌다.

“무엇이지?”

수면을 취하던 거대한 동체가 움직이더니 나직하게 뭔가를 중얼거렸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미약한 마나유동으로 그의 드래곤 하트에 뭔가 반응이 있었다.

마나의 유동을 감지한 동체는 한동안 그 원인을 조사했다. 뭔가 자신과 관련된 것, 레어의 알람마법이나 일부 중요한 마법진에 연동이 된 경우를 생각해 보았다.

“이것은 수면에 들기 전에 만든 아공간과 연관된 것인데……. 그 안에 마법서를 하나 넣어놓았는데 이제야 누군가 발견한 것 같군. 그간 그 책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 없었는가? 이 정도라면 벌써 30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는데 예상 밖인데. 수면에 방해를 받지 않으려고 이 정도의 미약한 마나유동은 무시하기로 했는데 깬 것을 보면 수면기도 끝나가는 것 같은데. 한데 방향이 이상하군. 마탑은 있던 방향은 이쪽 방향이 아닌데.”

그도 그간 책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기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어 책이 그곳으로 갔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깨어 움직이고 싶은 생각이 없군. 좀 더 자다가 나중에 깨어 할 일이 없으면 살펴보기로 하지. 더구나 아직 제대로 마나를 움직이지 못해 게이트 오픈도 하지 못한 것 같군. 음, 이 정도 실력이라면 몇 년을 더 있어야 아공간을 열어 마법서를 취할 수 있겠는데.”

에스렌자는 수면을 취하다가 중도에 일어나자 귀찮은 생각이 들어 다시 눈을 감았다. 물론 긴 시간동안 수면을 취했기에 지금 바로 움직이지 못할 것도 없지만 쪽 일어나 움직일 정도로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아직 잠에서 다 깨어난 것이 아니기에 못 다한 수면을 더 갖기로 했다.

곧 눈을 감은 에스렌자는 다시 잠이 들었다. 이미 수면기도 끝나가 깊은 수면은 아니지만 마지막 수면의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거대한 생물에게 잠시라는 것이 인간에게 몇 년의 시간이지만 어쨌건 그가 잠을 깼을 때는 몇 년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안토니오 자작가는 전통이 깊은 가문답게 수도에 상당한 규모의 저택을 가지고 있었다. 왕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어지간한 백작들의 저택보다 오히려 더 컸다. 그 저택은 당연히 왕조가 세워지기도 전에 소유하고 있던 것이라 현재의 작위와 어울리지 않게 컸다.

기사아카데미를 졸업하는 제롬은 영지로 복귀를 할 예정이고 새롭게 행정아카데미에 입학할 예정인 아크란이 세 달 먼저 올라왔다.

행정아카데미의 경우 입학시험을 볼 예정자는 예비등록을 하고 아카데미에서 개설한 시험대비과정을 이수할 수 있기에 먼저 올라온 것이다. 예비과정은 고작 하루에 두 시간이나 네 시간만 수업을 하기에 나머지 시간은 외부인도 출입이 가능한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다.

그 시간동안 시험에 필요한 책들을 읽으면서 시험에 대비하였다. 그 기간 동안 같은 과정을 듣는 몇몇의 또래들과 친분을 나누기도 하였지만 그저 얼굴을 맞대야 하기에 그저 알게 되는 정도에 불과했다. 귀족특유의 오만함이 가득하면서 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어울릴 수가 없었다.

진지하면서도 겸손하고 그러면서도 품위가 있는 사람을 찾았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런 인물은 없었다. 아크란의 생각에 그런 존재만이 친분을 나눌 가치가 있어 보였다. 물론 그렇게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런 생각을 드러내놓지는 않았고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과는 그들의 수준에 맞추어 친분을 나누기도 했지만 그들과의 관계에 어떠한 가치를 두지 않았다.

“여어, 아크란, 오늘도 도서관에 가는 거야?”

아크란을 향해 말을 하는 소년은 캐런 드나이로, 드나이로 백작가의 소년이었다. 물론 그 정도 아는 것도 소문을 들어서 알게 된 것이다.

“응, 뭐 갈 곳도 없잖아.”

그렇게 말하고 다시 도서관을 향해 움직였다. 그러나 캐런은 그냥 갈 생각이 없는지 아크란을 따라서 움직였다.

“너는 놀러 갈 생각이 없는 거야? 애들은 오늘 쟌스의 집에서 모이기로 한 것 같은데.”

15세를 앞두고 있는 소년들은 벌써 어른이 된 것처럼 모여서 흥청망청 놀고 있었다. 파티를 하기도 하고 벌써 술을 마시고 온갖 이상한 짓을 하는 자들이 상당했다. 아크란은 그런 사실을 알기에 절대로 아카데미 밖에서 학생들을 만나지 않고 있었다.

“나는 시험에 합격할 자신이 없어 놀 정신이 없어. 그들이야 수도에 있으면서 공부를 했지만 나야 촌구석에 있다 보니 제대로 공부를 못한 실정이야.”

아크란은 보통의 아이들이 말하는 물정모르는 시골 아이의 처지를 말하여 쟌스가 말을 건넨 목적을 피했다. 그들과 어울리다보면 좋지 않은 일도 당할 가능성이 크기에 형인 제롬도 절대 그들과 어울리지 말도록 당부를 하고 있었다.

“너처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자신이 없다면 나는 아예 명함도 못 내밀 것 같군, 크크. 결국 애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는 것 같군.”

“그런 면도 있지. 괜히 그들과 어울리다가 일이라도 생기면 지금도 눈 밖에 난 상황인데 아버지에게 쫓겨날 거야.”

행정아카데미에 입학하는 경우 절반 정도는 가문에서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귀족의 절반 이상이 기사가문인데 행정아카데미에 가는 경우는 검술에 재능이 없어 마지못해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경우 대부분 집안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알았다. 내 처지나 네 처지나 그리 좋지 못한 상황인데 일까지 벌려 더 나쁜 상황이 벌어지면 곤란하겠지. 뭐, 나 혼자 가지.”

쟌스도 그런 사실을 지적하는 아크란의 말에 더 이상 유혹하지 않고 떠나갔다.


입학시험은 공부한 부분에서 대부분 출제 되었기에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렇기에 시험을 마친 아크란은 그리 불안하지 않았다. 특히 수학이나 마법은 전에 비해 상당히 어렵게 나왔다는 말이 돌고 있어 거의 만점에 가깝게 푼 것 같아 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역시 3일 후에 발표된 시험결과는 예상보다도 훨씬 좋았다. 800점 만점에 760점으로 전체에서 3등이라는 아주 좋은 결과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만도 아니다.”

결과를 들은 큰형 제롬의 반응에 아크란은 맥이 빠지고 말았다. 자신의 가문과 여타 귀족파 가문에 지워진 멍에를 생각하면 그런 결과가 나와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들이 1등으로 졸업하건 꼴등으로 졸업하건 관직에 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야 아버지가 영지로 돌아오라고 하니 돌아갈 것이지만 네 형은 아카데미를 졸업하면 수도에 남아 기사단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기사아카데미는 그런 차별이 없으니, 아니 그런 차별 속에서도 방도가 있으니 다행이지만 행정 쪽은 아예 길이 없다.”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관직이 아니라도 길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어렵다고 항상 어렵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아크란은 비관적으로 보는 큰형 제롬의 의견에 동조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해 자신도 그리 희망을 가지지 않으면서도 의연하게 대꾸를 했다.

“그래 어쨌든 아카데미에 들어갔으니 열심히 해라. 뭐, 준비하고 기다리면 기회는 오겠지.”

더 말을 해보았자 좋은 일도 아니기에 제롬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아크란도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공부를 한다고 길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단 졸업은 해야 하겠지. 그 기간 동안 성적보다는 좀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아크란은 곧 밖에서 부르는 소리에 나가야 했다. 아무리 행정아카데미를 갔더라도 기사가문의 사람이라면 반드시 검술을 익혀야 한다는 안토니오 자작의 주장에 따라 검술을 수련해야 했다.

수도에 오고 행정아카데미에 들어가고 시험결과가 발표되었다고 해도 거를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아크란이 준비를 해서 나가자 이미 익스퍼트가 된 큰형과 둘째형 콘라드를 비롯하여 수도의 저택을 경비하기 위해 와 있는 5명의 기사들이 모두 나와서 수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크란은 자신의 자리로 가서 가문의 검술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고작 마나 소드 중급에 불과한 실력이라 그를 보는 다른 사람의 시선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의 나이 때에 큰형 제롬은 최상급을 지나 익스퍼트를 바라보았고 콘라드는 상급을 지나 막 최상급에 진입을 했으니 그들에 비해 워낙 성취가 느렸다. 다른 기사들도 대부분 그 나이 때 상급이나 최상급이었으니 고작 중급에 불과한 그의 실력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시선을 느꼈지만 아크란은 개의치 않고 한쪽에서 검술을 전개하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는 큰형 제롬은 혀를 차면서 안타까운 얼굴을 했다.

그 이유는 아크란의 검술 실력이 수도에 처음 올라왔을 때보다도 오히려 퇴보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가문의 검술을 정확하게 전개하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미묘하게 그 흐름이 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자 아크란에게 뭐라 말을 하고 싶은 표정이지만 결국 혀를 차면서 그냥 무시하고 자신의 수련을 하였다.

한편 아크란은 최근 가문의 검술을 전개하면 뭔가 어색한 기분이 들기 시작하였고 검술이 자신의 호흡과 일치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 때문에 자신의 호흡에 맞추어 검술을 전개하다보면 가문의 검술과 약간 다른 검술이 되고 말았다. 어떤 때는 내려 베는 1/3 지점에서 힘을 주어야 하는데 2/3 지점에서 힘을 주는 것이 편했고 어떤 때는 그와 반대로 빨리 힘을 주는 것이 편안했다.

그런 사실을 형들이나 다른 기사들에게 말할 수가 없기에 그저 혼자 검술을 수련하면서 끙끙대고 있었다. 그저 가문의 검술과 최대한 가깝게 전개가 가능하도록 주의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런 혼란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에 검술 실력은 진보가 없이 항상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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