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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광이 님의 서재입니다.

죽음의 사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광광이
작품등록일 :
2020.05.17 16:11
최근연재일 :
2021.01.27 20:39
연재수 :
1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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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62
추천수 :
552
글자수 :
447,419

작성
20.07.31 19:09
조회
251
추천
5
글자
8쪽

39.마지막 시험.

DUMMY

숨을 들이 마시자 머리가 띵 하며 어지럽고 눈앞이 흐려졌다.

제노는 이상을 감지하고 즉시 암흑기를 운용했다.

공기중의 냄새 입자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온 이질적인 기운을 몰아내자 정신이 맑아졌다.

주위를 돌아보자 모든 이들이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모두 정신 차려라. 냄새에 이상한 성분이 섞여있다. 호흡을 멈추고 이 장소를 벗어난다.”

제노의 큰 목소리에도 움직이는 이가 한명도 없었다.

옆의 고블린의 얼굴을 살펴보니 눈동자가 풀려 있는 것이 약에 취한 이 같았다.

혼자말을 하고 시야에 초첨이 맞지 않으며 보이지 않는 다른 무언가를 보는 느낌.

곧 무리 전체가 같은 현상을 보였고 주위를 서성이기 시작했다.

‘메뚜기맨 체액에 환상을 유발하는 성분이 있구나.’

그냥 평범한 목소리엔 반응하지 않으니 이번엔 암흑기를 잔뜩 끌어올려 크게 소리쳤다.

“정신 차리고 전진.”

강력한 힘이 담긴 목소리가 머리를 때리자 잠시 조용해지던 이들이 제노를 향해 살기를 드러냈다.

적으로 인식한 것이다.

“췩. 저기 괴물이 있다. 모두. 돌격하자.”

“췩. 자랑스러운 오크 전사는 싸움을 좋아하지. 크크크”

“췩. 나 먼저 공격한다.”

“췩. 아니 내가 먼저다.”

오크들이 일제히 제노를 향해 몸을 날려 왔다.

그러자 제노 주위의 고블린들이 저주 주문을 외며 뒤로 물러 섰고 후방의 인간들이 검을 빼들고 찔러 왔다.

“!아. 짜증나게 이게 무슨 일이야? 힘 아끼며 편하게 갈려고 했더니 상황이 안 도와주네.”

말을 하며 마신의 손을 만들어 천장에 달라 붙은 제노.

무리 전체가 달려 드는데도 크게 긴장한 모습이 아니다.

저들이 약에 취하지 않은 멀쩡한 상태였다면 아무리 제노라도 이기기 힘들었겠지만 지금은 어딘가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 뻗어 오는 공격들이 크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숫자는 상대방이 월등히 많지만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제각기 따로 노는 이런 적은 한명씩 상대하면 그만이다.

만약 제노가 허둥대며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낭패를 당했겠지만 숱한 죽음의 위기를 넘긴 경험이 있기에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먼저 고블린이 날린 저주를 방어막을 만들어 상쇄 시켰다. 그리고는 날아오는 오크들의 무기를 쳐내며 앞으로 전진했다.

그 와중에 달려 오는 지쿱스를 그대로 잡아서 10미터 전방으로 던져 버렸다.

털썩

떼구르르.

‘녀석. 많이도 굴러가네.’

이후 마신의 손을 이용해 같은 방법으로 주위의 오크들을 내던졌다.

“역시 생각대로다. 체액에서 멀리 떨어지면 멀쩡해 지는구나. 야 너희들. 꼼짝말고 거기 그대로 있어.”

10미터 밖으로 던져진 오크들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제노의 명령을 따랐다.

자리에 주저 앉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할려는 모습.

제노는 오크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고블린들과 인간들이 자신을 따라오면 체액의 영역에서 쉽게 벗어날 테고 그럼 지금의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테니까.

하지만 생각과는 달랐다.

“피식. 쉽게는 안된단 말이지?”

고블린과 인간들은 걸음을 멈추고는 체액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환각에 제대로 붙들린 모습.

뭐가 그리 좋은지 입가에 멍청한 미소를 메달고는 주변을 서성이는 그들은 왠지 행복해 보였다.

가만히 놔두면 굶어 죽을 때까지 배회할 것 같았기에 제노는 한명씩 마신의 손을 이용해 밖으로 꺼집어 내었다.

그렇게 10분여가 흘러서야 모든 이들이 정신을 차렸다.

제노는 메뚜기맨의 위험성을 알려 주었고 자신들이 환각에 빠져 허우적 거렸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낀 일행들은 아주 침울해졌다.

만약 제노가 없었다면 몰살을 당했으리라.

그것도 모든 힘을 동원해 싸우다가 맞이하는 죽음이 아닌 굶어 죽는 것이라니.

상상만해도 끔찍했다.

오크들이야 제노의 실력을 알고 있었으니 덤덤했지만 고블린과 인간들은 아니었다.

그저 약하고 능력없고 입만 산 녀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마법사였다.

갑자기 제노가 새롭게 보였다.

이런 능력을 가지고도 그동안 자랑하지도 않고 자신을 무시하는 말에도 덤덤히 넘어가다니.

유약해 보이던 성격이 이젠 참을성 있고 마음이 아주 넓은 사람으로 인식되어졌다.

고블린들은 제노에 대해 관심이 더 많아지며 더 잘 따르게 되었고, 인간들은 오크들의 전력이 상상한 것에 대해 경계심이 더 깊어졌다.

일행이 정신을 차리고 있던 그때

“쿠룩.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제노. 대단하구나. 그런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니. 우리에게 큰 소리 칠만해.”

고저가 심하지 않은 카셀의 목소리였지만 왠지 어감이 비꼬는 느낌.

하지만 제노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냥 설명을 했다.

“실력을 숨긴적 없어. 그냥 가만히 있었을 뿐이지. 당신들은 그 위에서 우리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아주 재미있나봐?”

“쿠룩. 당연하다. 어차피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텐데 힘빼지 말고 지금 포기해.”

피식.

제노가 작은 웃음을 지었다.

“내 실력을 보고 쫄았나봐? 우리가 성공할까봐 포기하라는 말도 하고 말이야.”

“쿠룩. 어떤 결과가 나와도 상관없다. 시간이 흘러 가는데 출발 안해도 되나?”

“지금 출발 할려던 참이었어. 가자 유적 탐험대”

“유적 탐험대? 그게 뭐야?”

제노의 말에 브랜든이 물었다.

“아. 그냥 이름이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지어봤어. 어때? 좋지?”

“별론데.”

“엉? 내가 몇시간 동안 고민한 이름인데 뭐라고 했니? 나랑 싸우자는 말이지?”

제노가 적의를 드러내자 오크들이 앞으로 나섰다.

“췩. 이런 나쁜놈을 봤나? 감히 우리 대장의 말에 반대를 해?”

“췩. 일단 두들겨 패고 보자. 맞고 나면 고분고분해져.”

오크들의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브랜든은 즉시 말을 바꿨다.

괜히 뻗대다가 맞기 싫었다.

“아니야. 아주 좋아. 내가 잠시 미쳤었나봐. 유적 탐험대가 우리 이름으로 딱이야. 그렇지?”

브랜든이 주변을 둘러보고 동의를 구하자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인간들과 고블린들.

만약 이 순간 반대를 한다면 떡 실신 될 것임을 느껴서였다.

이렇게 아주 민주적(?)으로 유적 탐험대라는 이름을 지은 무리는 다시 앞으로 전진했다.

그 뒤로도 메뚜기맨이 간간히 무리를 지어 일행을 습격했지만 어렵지 않게 막아내었다.

체액의 냄새만 맡지 않으면 되니. 방법은 여러 가지였다.

기를 운용해 호흡을 길게 가져가거나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주먹으로 쳐내거나. 아니면 체액이 뿜어져 나온 장소를 빠르게 이탈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냄새를 흡입하지 않으면 환각에 저항 할 수 있었기에 유적 탐험대는 안정적으로 전진 할 수 있었다.

약 십여분 뒤.

일행은 갈림길을 마주 하게 되었다.

“오른쪽. 오른쪽이야. 내 말을 들어봐. 나 이런 쪽으로 아주 촉이 좋아.”

샤브린이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녀는 탐험대 내에서 자신의 존재감이 너무 희미한 것 같아 뭐라도 말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빠져 아무 말이나 던지고 보았다.

길이 맞으면 자신의 위신을 세울 수 있고, 틀리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어차피 누구도 정답을 알지 못하는 갈림길이다. 선택이 틀린다고 해서 누구도 자신에게 뭐라고 하지 못한다.

이런 분위기를 읽었기 때문인가?

고블린들도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오른쪽이다.”

“아니 왼쪽이다.”

“무슨 소리. 오른쪽이라니까.”

“아니다. 멍청아. 왼쪽이라니까.”

“너. 지금 제사장인 나에게 멍청이라고 했냐?”

“허걱. 아닙니다. 저는 그저 옆의 이 녀석에게 말 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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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지하세계 20.07.24 298 4 8쪽
34 34.지하세계 +2 20.07.22 301 3 8쪽
33 33.지하세계 20.07.20 301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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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지하세계 20.07.17 333 6 7쪽
30 30.지하세계 20.07.15 354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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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슬픔의 계곡 20.07.06 487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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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사신의 태동 20.07.03 523 8 7쪽
22 22.사신의 태동 20.07.01 561 8 9쪽
21 21.붉은 돌 20.06.29 540 7 8쪽
20 20.붉은 돌 20.06.27 546 8 8쪽
19 19.고블린의 비약 20.06.26 563 9 9쪽
18 18.고블린의 비약 20.06.24 574 8 7쪽
17 17.고블린의 비약 20.06.22 655 7 8쪽
16 16.성장 20.06.20 670 10 8쪽
15 15.대결 20.06.19 688 10 7쪽
14 14.대결 20.06.17 736 1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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