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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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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67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6.24 13:00
조회
442
추천
10
글자
7쪽

2-23. 번외 경기 (1)

DUMMY

붉은 용족의 함성이 비무장을 울릴 무렵, 계단으로 이어진 높은 관중석 한 가운데에 앉아 있던 차오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는 조용히 환호하거나, 호세를 노려보고 있는 용족들을 살폈다. 붉은 용족의 진행자는 정숙을 외치고, 말을 꺼냈다.


“다음은 칸 투레의 본 경기인 칸의 비무가 있을 예정이오! 그 전에 앞서, 요청하고 싶은 비무가 있는 자는 손을 드시오.”


함성 소리가 잠잠해지고, 사람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혹시 있을 번외 경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자 검은 용족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비무를 제안하오.”


진행을 맡은 용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하는 대상자를 말하시오. 양쪽의 동의가 있어야 진행되는 점은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오.”


검은 용족은 알고 있다는 듯이 눈짓을 하고 크게 외쳤다.


“붉은 용족의 편에 앉아 있는, 인간에게 비무를 요청한다!”


마치 으르렁 거리는 소리와 같은 그의 목소리에 예상치 못한 호세는 흠칫하며 놀랐다. 루디간이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사방이 잠잠해지고 호세에게 시선이 쏠렸다. 호세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지만, 최대한 침착하려고 노력하며 대답했다.


“거부합니다.”


그러자 검은 용족의 자리에서 야유가 터져나왔다.


“역시!”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실망하게 되는군. 붉은 놈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여기에 있을 자격조차 없다!”


갑자기 쏟아지는 목소리에 아찔한 기분을 느낀 호세는,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눈을 부릅떴다. 그 때 일어서 있는 차오가 보였다. 그는 분명 호세와 클라에의 비무를 신청하기 위해 적절한 순간을 찾고 있었으리라. 그러자 호세는, 자신이 차오에게 의지만 한다면 그에게 불명예를 안겨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오는 담담한 눈빛으로 호세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호세는 가슴이 터져버릴 듯했다.


“조용! 누구든 거부할 권리가 있소!”


사회자가 소리쳤지만, 여전히 투덜거리는 소리가 비무장에 가득했다. 검은 용족 뿐만 아니라 푸른 용족도 의문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루디간이 조용히 콧김을 뿜었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붉은 용족에 불만을 가진 녀석임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호세가 인간이 아니었더라도 일단 비난하고 보는 작자들이었다. 루디간은 차오의 시선을 살피며 중재를 자신이 나서서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때, 호세가 입을 열었다.


“저는, 비무를 요청할 상대가 있습니다.”


호세의 말에 검은 용족들이 입을 다물었다. 호세를 지목한 용족이 의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그게 누구요?”


호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다음, 내뱉으며 나직히 말했다.


“검은 칸 클라에 님과의 비무를 요청합니다.”


잠깐의 침묵이 지나고, 검은 용족들이 기겁하며 반발했다.


“주제도 모르고!”

“칸은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기본적인 예의도 모르는 인간 같으니.”


호세와의 비무를 요청했던 용족은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그러나 호세는 침착한 눈빛으로 클라에를 응시하고 있었다. 클라에는 눈을 한 번 감고는, 조용히 자리를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요청에 응한다.”


그러자 검은 용족들 사이에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칸!”

“칸, 굳이 나서실 필요가 없습니다. 잔꾀를 쓰는 것이니, 철회하시지요.”


클라에의 바로 옆에 앉은 참모가 작게 속삭였지만, 클라에는 개의치 않고 비무장으로 향하며 말했다.


“나는 나에게 도전하는 자를 막지 않는다. 그것이 인간이라도 말이야.”


호세는 떨리는 다리를 들키지 않으려 힘을 주고 계단을 내려왔다. 비무장엔 클라에가 서슬 퍼런 눈빛으로 호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행자는 당황하면서도 경기를 속행하기 위해 말을 꺼냈다.


“양 쪽의 동의가 있었으므로, 경기를 진행하겠소!”


그러자 클라에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저지했다.


“할 말이 있으시오?”


클라에는 잠깐 동안 호세를 응시하다 말했다.


“인간 소년이 내 공격을 세 번 막아낸다면 내가 진 것으로 하겠다.”


진행을 맡은 용족이 헛숨을 삼키며 다시 당황했다. 검은 용족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번졌다. 클라에의 참모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갑작스러운 칸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것은···.”


진행자가 말을 더듬자, 클라에는 답답한 표정으로 말을 뱉었다.


“말 그대로다. 간단한 말조차 이해하지 못하나? 내 공격을 세 번 막으면, 소년이 승리하는 거다.”

“허나 그것은, 전례가 없는 규칙이고···.”


그러자 클라에가 눈을 번뜩였다.


“내 일격이 우스워 보이는가?”


클라에의 말에 붉은 용족이 입을 다물었다. 검은 용족에서 튀어나오던 불만도 사그라들었다. 그들의 칸이 장난삼아 경기에 출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다음엔 호세에 대한 조롱이 몇몇 용족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제 죽겠군. 붉은 놈들이 원망스럽겠어.”

“아직 어려 보이는데, 불쌍할 지경이야.”


혀를 차는 자들도 있었다. 푸른 용족은 붉은 용족과 검은 용족의 대치를 살피며 흥미로운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좋소. 각 선수는 상대에게 인사하시오.”


혼란스러운 정신을 바로잡은 진행자가 말했다. 차오는 가만히 서서 호세를 응시하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성장이 빠른 소년이었다. 호세의 떨리는 다리가 보였지만, 반대로 흔들리지 않는 눈빛을 보며 차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과 자신의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되새기는 중이었다.


호세는 클라에에게 용족의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클라에는 가볍게 무시하고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뽑았다. 진행자가 깜짝 놀라며 외쳤다.


“비무에는 진검을 사용할 수 없소! 목검을 드시오!”

“칸에게 도전하는 자에게 어줍잖은 마음으로 대할 수는 없다. 소년도 분명 목숨을 걸었을 테니.”


클라에의 말에 붉은 용족의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반대로 검은 용족들은 환호하며 칸을 응원했다. 개중에는 호세의 경솔함을 욕하는 이들도 있었다. 호세가 ‘호세 지키미 2호’를 펼치자, 야유가 더 커지기 시작했다. 진행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정숙을 말했지만, 오히려 호세를 향해 과일이나 옷 뭉치 따위를 던지는 용족도 나타났다. 호세는 옆에서 날아오는 과일을 미처 보지 못하고 맞았다.


과육이 터져 호세의 옷에 번졌다. 킬킬대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클라에는 귀찮은 표정으로 검은 용족의 관중들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웃음소리가 잦아들고 곧 비무장이 조용해졌다. 루디간이 한숨을 쉬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진행자는 눈치를 살피며 차오를 바라보았다. 차오는 담담한 표정으로 번쩍이는 클라에의 칼 끝을에 집중했다. 방패 뒤에 있는 소년을 향한 그것은, 유난히 날카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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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2-22. 칸 투레 (6) +2 18.06.22 436 10 7쪽
70 2-21 칸 투레 (5) +1 18.06.21 429 11 8쪽
69 2-20. 칸 투레 (4) +1 18.06.20 434 11 7쪽
68 2-19. 칸 투레 (3) +2 18.06.17 457 8 7쪽
67 2-18. 칸 투레 (2) +1 18.06.16 450 10 7쪽
66 2-17. 칸 투레 (1) +2 18.06.14 458 11 7쪽
65 2-16. 발명품 (3) +1 18.06.13 460 10 7쪽
64 2-15. 발명품 (2) +1 18.06.12 469 11 7쪽
63 2-14. 발명품 (1) +2 18.06.11 483 11 7쪽
62 2-13. 칸 (3) +3 18.06.10 460 11 7쪽
61 2-12. 칸 (2) 18.06.09 450 9 7쪽
60 2-11. 칸 (1) +1 18.06.07 495 12 7쪽
59 2-10. 차오의 부탁 (3) +1 18.06.06 481 11 7쪽
58 2-9. 차오의 부탁 (2) +4 18.06.05 607 11 7쪽
57 2-8 차오의 부탁 (1) +5 18.06.04 504 11 7쪽
56 2-7. 기분을 말해줘 (3) +4 18.06.03 490 9 7쪽
55 2-6 기분을 말해줘 (2) +1 18.06.02 513 10 8쪽
54 2-5 기분을 말해줘 (1) 18.06.01 513 12 7쪽
53 2-4. 숨바꼭질 (4) +2 18.05.31 529 12 7쪽
52 2-3. 숨바꼭질 (3) +1 18.05.30 509 11 7쪽
51 2-2. 숨바꼭질 (2) +2 18.05.29 556 10 7쪽
50 2-1. 숨바꼭질 (1) +2 18.05.28 523 14 7쪽
49 49. 할 수 있는 일 (3) +1 18.05.21 549 11 7쪽
48 48. 할 수 있는 일 (2) 18.05.20 554 11 8쪽
47 47. 할 수 있는 일 (1) +1 18.05.18 565 12 7쪽
46 46. 마족과 배신자 (4) 18.05.18 608 13 7쪽
45 45. 마족과 배신자 (3) +1 18.05.17 578 12 7쪽
44 44. 마족과 배신자 (2) +1 18.05.16 566 12 7쪽
43 43. 마족과 배신자 (1) +1 18.05.15 689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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