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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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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71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5.17 13:00
조회
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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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7쪽

45. 마족과 배신자 (3)

DUMMY

호세가 긴장으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훔쳤다. 팽팽한 시선 속에서 백부장이 입을 열었다.


“군단장님···! 어째서 여기까지···.”

“너와 네 부하가 미행 당하는 걸 봤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인데, 그럴 인간은 저기에 서 있는 배신자들의 수재 뿐이라고 생각했지. 맞았군.”


대장은 군단장이 자신의 위치를 읽어낸 것이 불쾌했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군단장은 개의치 않고 발을 굴렸다. 굵직한 나무가 솟아나 차오의 가슴을 때렸다. 갑주가 우그러질 만큼 강한 공격이었다.


차오는 땅을 굴러 무기의 손잡이 부분으로 몸을 지탱했다. 강인한 용족 전사의 눈이 번뜩였다. 차오는 빠르게 쥐고 있던 무기를 군단장을 향해 던졌다. 보이지 않는 빠른 속도로 무기가 날아갔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만이 호세의 귀를 울렸다.


그러나 군단장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손을 움직이자, 허물어져 가는 폐허의 기둥보다 몇 배는 튼튼해 보이는 나무가 솟아나와 무기를 막았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차오의 무기가 나무에 박혔다.


“여전히 용맹하군. 붉은 용족. 그리고 여전히 바보 같아. 무기를 버리다니 말이야.”


군단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차오의 무기가 박혀있던 나무가 꿈틀거리더니 무기를 안으로 빨아들였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같았다. 백부장이 절뚝거리며 일어나 짐과 베일을 부축했다.


“먼저 돌아가라. 걸리적거리는군.”


군단장의 말에 백부장은 고개를 숙이며 바닥에 마법진을 그렸다. 검은 마력석이 박힌 지팡이에서 빛이 새어나왔다.


‘이동마법진!’


호세는 모양이 약간 다르지만 흐름이 비슷한 흑마법의 이동마법진을 순식간에 읽었다. 학습의 결과가 위급한 상황에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재빨리 땅을 박찬 호세는, 차오의 무기를 삼킨 나무를 방패 삼아 백부장의 마법진으로 향했다. 지금 그들이 도망친다면, 언제 다시 잡을 수 있을지 몰랐다.


이를 악물고 호세가 마법진으로 뛰어들었다. 군단장의 시야에서 벗어나, 나무 뒤에서 마법진에 집중하느라 호세를 미처 살피지 못한 백부장의 뒤를 노렸다. 푸른 방패가 펼쳐지고, 뛰어오른 호세가 힘껏 땅에 그려진 마법진을 향해 팔을 뻗었다. 마력의 흐름을 차단하고, 마력석을 망가뜨릴 생각이었다.


퍼억-!


호세는 갑자기 시야가 캄캄해 진 것을 느꼈다. 배에 끔찍한 고통이 찾아왔다. 어느새 발 밑으로 자란 나무가 복부를 강하게 때리고 있었다. 호세는 쉬어지지 않는 숨 때문에 컥컥거렸다. 목 밑으로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호오. 재미있군.”

“호세!”


차오가 소리치며 자신의 무기를 삼킨 나무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두꺼운 나무가 쩍 하며 갈라졌다. 그러나 무기를 다시 뽑아 내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차오는 몇 번 더 주먹질을 했지만, 곧 나무가 다시 자라나 금 간 부분을 메꿨다. 꼬리를 휘둘러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에 잘라내지 않으면 계속해서 자라났다. 무기를 뽑아내기 위해 뻗은 차오의 손마저 감싸고 있었다. 곧 차오의 몸도 삼킬 것 같았다.


“마력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녀석이라. 인간들은 신기하단 말이야. 갓난아기처럼 보이는 꼬맹이가 최고급 마법진을 그려 내질 않나, 칼로 마법을 날려버리는 기사가 있질 않나. 배신자들의 수재는 독특한 취향을 가진 모양이군. 보아하니 가장 높은 지위인 것 같은데.”


군단장이 작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 마법진을 완성한 백부장과 부하들은 고개를 숙이고 사라졌다. 검은 연기가 그들을 감싸고, 곧 마법진도 흙먼지가 되어 날아갔다.


“그래도 말이야, 너무 가차없군. 저번의 꼬맹이도 그렇고, 이 녀석도 어려 보이는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장으로 내몰다니 말이야. 아주 가혹해.”


군단장이 호세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황금색 자수가 수놓아진 새빨간 옷이 나풀거렸다. 어디에 있더라도 눈의 띌만한 차림새였다. 호세는 아픔에 몸부림치면서도 물었다.


“어떻게, 숨어있던 거야?”


숨을 몰아쉬며 호세는 질문보다 분노에 가깝게 외쳤다. 군단장은 크게 웃었다.


“호기심이 많은 녀석이로군! 죽음 앞에서 지식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군단장이 가까워지자 호세가 방패로 몸을 감쌌다. 마치 거북이가 등껍질로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군단장은 짐짓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탄식처럼 말했다.


“불쌍하다, 불쌍해. 마력을 읽을 줄 아는 재능이 있는데도, 이런 일에 쓰이고 버려지다니! 봐라, 너를 이용하는 약한 자들을. 나는 인간들과 존재가 다르다. 어떻게 숨어 있었냐고? 숨어 있지 않았다! 너희들이 찾지 못했을 뿐이야.”


어느새 대장도 나무에 몸이 칭칭 감겨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군단장을 쏘아보고 있었다. 군단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호세의 코앞으로 다가갔다. 검은 머리와 검은 눈, 밝은 피부가 호세의 눈망울에 담겼다. 군단장은 서서히 손을 뻗으며 속삭였다.


“다음 생에는, 위대한 분의 뜻을 따라라.”


호세는 도망치려는 듯 손을 뒤로 뻗었다. 여전히 한 쪽 팔은 방패를 펼치고 몸통을 막고 있었다. 군단장은 호세가 가여운 듯 혀를 찼다. 마법을 쓰기 위해 손을 들자, 호세가 포기한 것처럼 멈췄다. 군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그게 나은 방법일 수도 있으리라.



“차오-!”



호세가 감았던 눈을 뜨고,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뒤로 뻗은 손에서 무엇인가 날아갔다. 군단장은 전부 포기하나 싶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호세의 모습에 놀라 주춤했다. 차오가 묶여있는 나무에 검은색 검이 박혔다. 백부장이 쓰던 검이었다. 차오는 숨을 삼키더니 머리로 팔을 감싼 나무를 들이받았다. 팔이 빠지자, 박혀있던 검을 뽑아 자신의 옆구리 부분 나무에 박았다. 우지끈 소리가 나며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황금빛의 기검이 나무를 가르고 있었다.


차오는 빠르게 구멍을 뚫었다. 나무가 감싸 오는 속도보다 빨랐다. 기우뚱 하며 나무가 쓰러지자, 차오가 꼬리로 기울어져 가는 나무를 밀쳐 내고 앞으로 솟았다. 한 손에는 검을 쥐고, 한 손에는 자신의 무기를 쥔 차오가 땅을 강하게 내리쳤다. 군단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섰다. 나무가 바닥에서 솟아났지만, 차오는 같은 수에 두 번 당하지 않았다.


빠르게 나무를 쳐낸 차오는, 호세를 품에 안고 다시 뒤로 물러났다. 처음처럼 대치가 이루어졌다. 그러자 대장을 감싼 나무가 스스로 풀어졌다. 대장이 천천히 걸어 나오며 입을 열었다. 자신의 몸을 스스로 나무에 감싼 것이었다.


“네 놈만 나무 마법을 사용하는 줄 아나 보군. 움직이는 생명을 만들어 내는 게 쉬운 마법은 아니지만. 여전히 바보 같아. 애송이에게 마법을 쓰면 나무로 튕겨내서 낯짝을 뭉개 줄 생각이었는데, 이것도 괜찮군.”


나무가 사라진 바닥엔 이미 수많은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호세가 이제 안정된 숨을 몰아쉬며 일어났다. 대장은 킬킬거리며 웃었다.


“2차전 개시다, 얼간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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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은색의왕
    작성일
    18.05.17 14:46
    No. 1

    잘 봤어요.//왕족들에게 배신자 그러는 걸 보니, 원류가 귀족급 이상의 마족이었나. 마족이 마법 쓴다는 걸 비밀에 부치는 것도 선조로 올라가면 자기들 피에 섞여 있다는 걸 막기 위한 건가?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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