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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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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61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5.31 13:00
조회
528
추천
12
글자
7쪽

2-4. 숨바꼭질 (4)

DUMMY

돌이 부딪히는 시끄러운 소리가 가득한 공사판에서는 나무나 흙 따위의 재료를 나르는 용족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코하투는 데이지와 호세를 데려다 준 뒤 인사를 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돌 두드리는 소리가 큰 까닭에 인사는 잘 들리지 않았다. 호세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흔드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데이지는 귀를 막은 채 옆에서 눈으로 차오를 찾고 있었다.


차오는 공사판에서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작업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일하던 용족이 다가와 이것저것 물어 보는 것으로 보아, 전체적인 설계와 모양을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호세는 데이지의 손을 잡고 공사장을 빙 둘러 차오에게 향했다. 흙먼지에 눈이 찌푸려졌다.


“차오 씨!”

“호세 군? 데이지 양?”


차오는 의아한 표정으로 둘을 맞이했다. 무엇인가 말을 덧붙였지만, 바닥이 쿵쿵거리며 소리를 집어삼켜 알아들을 수 없었다. 호세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차오는 옆에 있던 다른 용족에게 말하고 둘을 향해 손짓했다. 호세는 얼른 시끄러운 공간을 벗어나고 싶어 서둘러 그를 따랐다. 비무장 뒤 우거진 나무 사이로 걸음을 옮기자, 작게 마련된 휴식처가 나타났다. 나무로 만든 의자와 책상이 놓여지고, 나뭇잎으로 천막을 만들어 놓은, 이동형 집 같은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게···,”

“호세가 다른 사람들이 일을 잘 하고 있는지 보러 가자고 해서 왔어!”


데이지가 냉큼 대답하자, 호세는 이제 포기한 표정으로 고개만 저었다. 상황을 대충 눈치챈 차오는 웃으며 말했다.


“보시다시피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행사가 있을 예정이라서요.”

“칸 투레 말씀이죠?”


호세가 대답하자, 차오는 작게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지는 나무 사이로 핀 꽃에 시선을 빼앗겼다. 차오는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칸 투레가 무엇인지 알고 계시는 것 같군요.”

“네. 코하투가 설명해줬거든요.”

“식사는 하셨습니까?”


차오가 묻자 호세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달콤한 빵 향이 아직도 입 안에 머무르고 있었다.


“데이지가 여길 구경하고 싶어했어요.”

“많이 달라진 것 같군요.”

“뭐가요?”


차오는 꽃을 관찰하는 것에 흠뻑 빠진 데이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데이지 양 말입니다. 원래 실험실 밖으로 나오는 것도 귀찮아 했는데.”

“정말요? 오늘 심심하다고 먼저 나가자 그랬는데···.”


차오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데이지 양은, 자신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만드려면 마법 공식과 연구에 몰두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호세는 입을 다물었다. 데이지가 천재가 아니었더라면, 왕궁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마법공학실험부에 필요한 것은 데이지 양의 특출난 재능이었기 때문에, 미안하게도 많은 일을 맡기게 되었죠. 물론 데이지 양의 자발적인 의지도 컸습니다만.”


호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지는 자신이 잘 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정도로 영특한 아이였다.


“대장이 호세 군을 뽑은 이유에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네?”

“방패와 일반인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 말입니다.”


호세는 차오의 선문답에 머리를 굴렸지만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 호세가 모르던 재능을 일깨워준 것으로 이미 엄청난 성장을 도와준 대장이, 다른 것을 또 염두해 두었다니. 대장의 생각을 알 수 없다던 데이지의 말이 떠올랐다.


“이제 슬슬 돌아가지요. 대장도 돌아오셨을 겁니다.”

“대장이 어디에 가셨는지 알고 계세요?”

“오늘 폐하를 뵙는다고 하셨지요.”


호세는 자신과 데이지만 대장의 일정을 모르는 것이 못내 불편했다. 미리 말을 해 줬더라면 찾아가기 쉬웠을 테다. 물론 국왕을 찾아가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모르셨습니까?”

“아, 사실 아까 에밀리아 씨도 만나고 왔는데, 그 분이 말해주셨어요.”

“그렇군요. 데이지 양도 알고 계셨을 텐데요.”

“네?”


호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각자의 일정표가 휴게실에 붙어 있습니다. 말하지 않았던가요?”


그러고 보니 저번에 차오가 부서를 안내했을 때 말해줬던 것이 언뜻 기억이 났다. 서로 업무 내용을 적는 줄 알았더니, 세세한 사항까지 적는 모양이었다.


“저는 한 번도 적지 않았는데요?”

“제가 대신 적었지요. 호세 군은 당일 할 일을 대장에게 들으시니까요.”


호세는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데이지가 괘씸하게 느껴졌다.


“데이지!”


호세는 데이지를 향해 씩씩대며 걸었다. 딱밤이라도 먹여 줄 생각이었다.


“호세, 이것 봐! 예쁘지?”


데이지가 꽃 한 무더기를 내밀며 말했다.


“어, 응. 예쁘네.”


당황한 호세가 대답했다.


“이거, 데이지야! 우리 고아원에도 있는 거야. 정확히 말하자면 있었던 거지만.”


호세는 쓸쓸해 보이는 데이지의 옆 얼굴을 보며 하려던 말을 꿀꺽 삼켰다.


“그래. 예쁘다.”

“실험실에 가져갈래. 이제 돌아가자!”


데이지가 같은 이름의 꽃처럼 웃었다. 호세는 고개를 끄덕이는 수 밖에 없었다.


차오의 저택을 떠나 마법공학실험부로 돌아가는 길은, 늦은 오후의 나른한 냄새가 났다. 안드로의 빵집은 여전히 따뜻한 빵 냄새를 풍기고 있었고, 구름은 빵 냄새를 맡으려는 듯 천천히 흘러갔다. 데이지는 꽃을 든 손을 등 뒤로 놓고 경쾌하게 앞서 걸었다. 하얀 꽃이 살랑거리며 춤췄다. 앞에서 걷던 데이지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뒤돌아 어깨를 움츠리며 입을 열었다.


“호세, 사실···.”

“다른 사람들이 어디에서 뭘 하는지 알고 있었다고?”


호세가 웃으며 말하자 데이지가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차오 씨가 말해주더라. 휴게실에 일정표가 있다고.”

“자세한 건 진짜로 몰랐어! 안 읽었으니까.”


호세가 의아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왜 안 읽었는데?”

“그래야 오늘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숨바꼭질 할때, 상대가 어디에 숨었는지 알면 재미 없잖아.”


데이지는 말을 마치고 미안한 표정으로 호세에게 걸어왔다.


“귀찮게 했으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오늘 무지 재밌었어.”


호세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나는 네가 자세한 위치를 알고 있었더라도 따라갔을 거야.”

“왜?”

“감시해야지! 공무원이 일 안한다는 소리 듣기 싫으면.”


데이지가 꽃망울이 터지듯 웃었다.


“그리고,”

“그리고?”


호세가 멈춰있던 걸음을 떼며 말했다.


“오늘은 네가 대장이잖아.”


고아원에 있었다던 앙증맞은 꽃이 함께 웃고 있었다.



“오호라, 이젠 무단으로 도주하기까지 하는군.”

“대장, 그게···.”


데이지가 손을 번쩍 들고 대신 말했다.


“대장! 내가 가자고 했으니까 너무 혼내지 마! 그리고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어!”

“흠?”


대장이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팔짱을 꼈다.


“재밌는 걸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데이지가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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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숨바꼭질 (4) +2 18.05.31 529 12 7쪽
52 2-3. 숨바꼭질 (3) +1 18.05.30 508 11 7쪽
51 2-2. 숨바꼭질 (2) +2 18.05.29 555 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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