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63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5.18 13:00
조회
607
추천
13
글자
7쪽

46. 마족과 배신자 (4)

DUMMY

대장의 지팡이가 계속해서 번쩍였다. 군단장은 불쾌해 하면서도 코웃음을 치며 대장의 말에 대꾸했다.


“2차전 이라니, 수치심을 모르는군. 계속 당하기만 하는 전투라면 지금 그만두는 것이 덜 부끄러울 텐데 말이야.”


대장은 특유의 날카로운 웃음을 계속 흘리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잘 생각해 봐, 옷만 치렁치렁 하게 입고 자신이 고결한 존재인 줄 착각하는 머저리. 저번에 만났을 때, 차오가 널 제지하려고 하자 네놈이 폭발 마법을 쓴 건 기억하나? 그 때 내가 방어 마법을 펼치지 않았다면, 차오는 붉은 재가 됐을 거다. 내 방어 마법이 순식간에 날아간 건 물론이고.”


군단장은 대장의 말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게 지금 무슨 의미가 있지? 내 마법은 어떤 것이라도 배신자들의 우위에 있다. 그 때도 마찬가지지.”

“그럼 질문을 하나 하지.”


대장의 눈이 번뜩였다.


“지금은 왜 폭발 마법을 쓰지 않는거지?”


군단장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당연히 마법의 위력에 부하를 보호하기 위해서지. 이젠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써 줄 테니 말하도록.”


대장이 지팡이로 땅을 톡톡 두들겼다.


“기본적으로 마법진은 마력이 흐르도록 진을 그린 뒤, 시전 하는 사람의 마력을 사용하여 발동되는 거다. 마력석의 마력을 가져간다는 거지. 그리고 네놈은, 몸에 있는 마력을 사용하는 것일 테고.”


군단장이 고개를 저었다. 손에 검은색 마력이 응집하기 시작했다.


“그 따위 쓸모없는 문답을 할 요량이면, 내가 먼저 공격하겠다. 똑똑한 줄 알았더니, 순 겁쟁이 사기꾼이었군.”

“저번에 만났을 때, 그 정도의 대규모 폭발을 막아내는 건 고작 두어 번이 최선이었다. 에밀리아나, 내 마법진이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으니까. 그런데도 넌 모습을 감췄지.”


대장의 마법진도 푸른 빛을 뿜었다. 대장의 웃음이 거세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이야기를 알고 있나?”


군단장이 인상을 찌푸렸다. 대답할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대장은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진 주인은, 거위의 뱃속엔 훨씬 많은 황금알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가른 거위의 뱃속에는 아무것도 없었지. 욕심부리지 말라는 뜻이니 기억해두도록. 교양이 필요해 보이는군.”

“허튼 소리는 집어치워. 배신자는 입까지 지저분하군.”


군단장의 말이 끝나자 불꽃의 덩어리가 수십 개가 넘게 나타났다. 호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열기에 폐허의 나뭇가지들이 말라갔다. 대장은 계속해서 말을 꺼냈다.


“네놈이 그 날, 사라졌던 이유는 이제 확실해졌다.”


대장의 발 밑에서 얼음이 솟았다. 대장의 웃음이 얼음 사이로 울렸다.


“네놈은 거위인 거야. 일정 시간 안에 쓸 수 있는 마력의 한계가 있는.”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마라!”


군단장의 불꽃이 날아왔다. 그러자 대장의 얼음이 송곳이 되어 불꽃을 꿰뚫었다. 큰 소리와 함께 김이 솟으며 얼음 파편이 빠른 속도로 튀었다. 호세는 얼른 방패를 들어 조각들을 막았다. 차오가 마법이 부딪히는 순간을 이용해 군단장의 시야 뒤에서 무기를 휘둘렀다. 군단장이 손을 뻗어 불꽃을 또 만들어냈다. 불꽃은 폭죽처럼 잘게 흩어져 차오에게로 향했다. 차오는 빠르게 손에 쥔 무기를 회전시키며 불꽃들을 튕겨냈다.


튕겨낸 불꽃이 나무에 옮겨 붙어 폐허는 삽시간에 불바다로 변했다. 고아원이 생각나 호세는 입술을 깨물었다. 대장은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만들어냈다. 차오를 상대하느라 미처 대장을 살피지 못한 군단장이 잠시 주춤했다. 곧 수많은 불꽃들이 만들어졌지만, 이미 대장의 얼음 덩어리가 강하게 바닥을 때린 뒤였다. 군단장이 휘청이며 손으로 땅을 짚자, 땅에서 솟은 얼음이 군단장의 손을 감쌌다. 군단장이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얼음을 녹였다.


얼음을 없앤 군단장이 고개를 들자, 마법공학실험부의 사람들은 이미 불타고 있는 폐허를 빠져나간 뒤였다. 대장은 지팡이를 끌고 나와 나오는 순간부터 바닥에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마력의 흐름을 이해하게 된 호세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는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고민이나 망설임이 없는 몸놀림이었다.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구덩이를 향해 대장이 거대한 얼음 덩어리들을 날렸다. 불꽃과 얼음이 만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호세의 방패로 얼음 조각이 튀었다. 산산조각이 난 나무의 파편들도 발 밑으로 쏟아졌다. 호세는 아직도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는 나무들을 걷어내며 앞을 주시했다. 역시 마족은 담담하게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었다. 연기에 휩싸인 모습은 마치 검은 눈동자가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귀찮군.”

“귀찮은 게 아니라 골치 아픈 거겠지. 어디, 마력을 언제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 한 번 보겠다.”


대장이 지팡이로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이미 수많은 마법진이 대장의 발 밑에 그려져 있었다. 몸에서 김을 뿜으며 천천히 걸어나오는 군단장은 잠시 멈추더니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겼다. 기분이 몹시 나쁜 표정이었다.


“아니, 정말 귀찮아. 너는 모기에게 골치 아픔을 느끼나?”

“널 죽음에 이르게 할 모기인가 보군.”


대장이 대꾸하자, 군단장이 큭큭대며 웃었다. 그리고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아주 재밌군, 배신자의 수재여. 내가 수재라고 부를 만한 가치가 있는 놈이야. 붉은 용족이나, 마력을 읽는 소년도 아주 인상깊었다. 특히 소년은 더 귀찮아질 것 같군.”


호세가 대장의 앞에서 방패를 들고 또렷하게 말했다.


“그래서 우리를 여기서 처단하겠다고? 네 부하도 그런 말을 하던걸.”

“아아, 릭 말이로군. 백부장의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너무 고리타분해. 재미가 없는 부하지. 물론 충성심이나 강직함은 높이 살만하지만. 차라리 나도 너희처럼 별종을 모아다 부하를 삼아야겠어.”

“그런 말은 지옥에 가서 해라. 곧 그 고리타분한 녀석도 갈 테니 마중오고.”


대장이 귀를 후비며 대꾸했다. 군단장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주 즐거웠다. 이제 막을 내릴 시간이군.”


군단장의 표정이 갑자기 싸늘해졌다.


“위대한 뜻을 따르는 전사와, 그렇지 못한 자들의 차이를 보여주겠다.”


호세는 입을 꾹 다물고 대장의 앞으로 나가 방패를 펼쳤다. 무슨 작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많은 마법진과 차오와 함께 막아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으리라.



그러나 곧, 호세의 믿음은 산산조각이 났다. 군단장의 몸이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숨었느냐고 물었나, 소년? 나는 숨지 않는다. 단지 너희를 내려다 볼 뿐이지.”


군단장의 모습이 점점 멀어졌다. 얼음이 빠르게 그를 쫒았지만, 불꽃이 막아냈다. 곧 얼음이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내렸다.


대장은 작게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일해라, 공무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2 2-23. 번외 경기 (1) +1 18.06.24 442 10 7쪽
71 2-22. 칸 투레 (6) +2 18.06.22 436 10 7쪽
70 2-21 칸 투레 (5) +1 18.06.21 429 11 8쪽
69 2-20. 칸 투레 (4) +1 18.06.20 434 11 7쪽
68 2-19. 칸 투레 (3) +2 18.06.17 457 8 7쪽
67 2-18. 칸 투레 (2) +1 18.06.16 450 10 7쪽
66 2-17. 칸 투레 (1) +2 18.06.14 458 11 7쪽
65 2-16. 발명품 (3) +1 18.06.13 460 10 7쪽
64 2-15. 발명품 (2) +1 18.06.12 469 11 7쪽
63 2-14. 발명품 (1) +2 18.06.11 483 11 7쪽
62 2-13. 칸 (3) +3 18.06.10 460 11 7쪽
61 2-12. 칸 (2) 18.06.09 450 9 7쪽
60 2-11. 칸 (1) +1 18.06.07 495 12 7쪽
59 2-10. 차오의 부탁 (3) +1 18.06.06 481 11 7쪽
58 2-9. 차오의 부탁 (2) +4 18.06.05 607 11 7쪽
57 2-8 차오의 부탁 (1) +5 18.06.04 504 11 7쪽
56 2-7. 기분을 말해줘 (3) +4 18.06.03 489 9 7쪽
55 2-6 기분을 말해줘 (2) +1 18.06.02 513 10 8쪽
54 2-5 기분을 말해줘 (1) 18.06.01 513 12 7쪽
53 2-4. 숨바꼭질 (4) +2 18.05.31 529 12 7쪽
52 2-3. 숨바꼭질 (3) +1 18.05.30 509 11 7쪽
51 2-2. 숨바꼭질 (2) +2 18.05.29 555 10 7쪽
50 2-1. 숨바꼭질 (1) +2 18.05.28 523 14 7쪽
49 49. 할 수 있는 일 (3) +1 18.05.21 549 11 7쪽
48 48. 할 수 있는 일 (2) 18.05.20 554 11 8쪽
47 47. 할 수 있는 일 (1) +1 18.05.18 565 12 7쪽
» 46. 마족과 배신자 (4) 18.05.18 608 13 7쪽
45 45. 마족과 배신자 (3) +1 18.05.17 578 12 7쪽
44 44. 마족과 배신자 (2) +1 18.05.16 566 12 7쪽
43 43. 마족과 배신자 (1) +1 18.05.15 689 14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