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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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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70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6.16 13:00
조회
450
추천
10
글자
7쪽

2-18. 칸 투레 (2)

DUMMY

호세는 방패 뒤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물었다.


“발전이요?”

“도구는 스스로 발전하지 않아. 발전하는 건 그걸 다루는 사람 뿐이다.”


대장은 ‘항복하시오 1호’의 끝 부분으로 머리를 긁어댔다.


“용족의 반응 속도는 인간과 달라. 아무리 네가 예측한다고 해도, 네가 공간지각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상대가 아는 순간 대처하기 어렵지 않아지지. 널 속이면 되니까.”

“저를 속인다뇨?”


대장은 차오에게 다가가 말했다. 대장은 쥐고 있던 무기를 양손으로 잡고 천천히 움직였다.


“잘 봐. 지금 내가 차오를 ‘항복하시오 1호’의 앞 부분으로 때리는 것처럼 보이지? 그런데 차오가 이 방향을 미리 알고 있다는 걸 깨달으면, 순식간에 방향을 돌려 뒷 부분으로 공격하는 거다.”


호세가 입을 다물고 가만히 대장의 동작을 지켜보았다.


“용족은 근력과 순발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넌 최대한 ‘네 실력으로 막아내는 척’을 해야 한다.”


대장의 말에 차오가 미안한 듯 말했다.


“물론 상대의 공격을 미리 알 수 있는 것도 뛰어난 실력이지만, 아마 클라에는 그것을 편법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대장은 무기를 내려놓으며 다시 말을 꺼냈다.


“아무리 상대방의 공격을 알 수 있더라도, 막아내지 못하면 끝이야. 민첩하게 움직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네가 이제까지 배웠던 건 막는 것과, 체력 기르는 방법 뿐이니까.”


호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대장이 다시 웃음을 지었다.


“고로, 오늘 훈련은 ‘항복하시오 1호’에게 항복하지 않는 것이다, 애송이.”


호세는 식은땀이 솟는 것을 느꼈지만,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비무를 위해 하는 연습인 만큼 이를 악물고 각오를 다졌다. 차오는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 다시 위치로 돌아가라. 콩알은 아직 많이 남았다.”


호세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패를 들고 연무장 가운데로 향했다. 호세의 눈빛이 뚜렷해졌다. 그 눈빛은, 분명 루디간이 보았다면 ‘전사의 눈’이라고 불렀을 것이었다.


차오의 저택은 점점 더 바빠졌다.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길을 새로 닦고, 분주하게 청소하거나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호세는 비무장에 올라 후룸바와 코하투의 대련을 지켜보았다. 루디간이 옆에서 팔짱을 끼고 섰다.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팔을 가져가야지! 너무 느려!”


루디간이 호통치자 후룸바와 코하투는 움찔하며 빠르게 무기를 휘둘렀다.


“이제 내일인데, 큰일이오.”


루디간의 말에 호세가 대답했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은데요.”

“끌끌, 저 정도도 못 하는 녀석들이었으면 애초에 내보낼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오.”


호세는 머쓱하게 웃었다. 루디간은 두 어린 용족에게 다가가 자세를 교정해주었다. 호세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내일 있을 자신의 비무를 떠올렸다. 처음 차오가 자신과 대련을 했을 때, 자신이 덜 호전적이라고 했다. 코하투와 후룸바만 하더라도, 점차 좋아진 모습에 뛰어난 신체적 기량을 보이고 있는데, 과연 검은 칸은 얼마나 강할 것인가. 게다가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고 들었다. 분명 혼신의 힘을 다해 호세를 짓누를 것이 뻔했다.


‘세 번의 공격이라.’


차오가 제시한 조건은 단 세 번의 공격을 막아내야 하는 것이었다. 상대는 분명 첫 번째 공격부터 모든 힘을 실으리라. 인간을 싫어하는 그녀라면, 단 한 번의 공격도 막아내지 못하게 할 것이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호세는 한 번의 공격을 막아내면, 그녀의 최대 힘을 알 수 있게 된다. 호세는 에밀리아의 ‘된 바람’을 막아낸 감각을 떠올렸다. 그것은 막았다기 보다는, 버텨낸 것에 가까웠다. 게다가 방패가 산산조각이 났으니, 사실상 막아냈다고 보기도 어렵긴 했지만.


‘그 때 어떤 생각이었지?’


순간 호세의 시야에서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에밀리아의 검 끝이 다시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에밀리아 뿐만이 아니었다. 호세의 앞에는 차오와, 에밀리아와, 대장과, 클라에가 겹쳐져 보였다. 모두 목검을 쥐고, 또렷하게 호세를 바라보고 있었다.


호세는 침을 꿀꺽 삼키고 팔을 천천히 들었다. 훈련을 위해 팔찌를 풀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반투명한 방패가 팔에 감겨져 있는 것 같았다. 호세의 앞에 선 강한 존재들은 천천히 검을 들어올렸다. 호세는 방패가 있는 것처럼 다리에 힘을 주고 몸을 기울였다. 그 때 루디간이 후룸바와 코하투에게서 시선을 떼고 호세를 바라보았다.


“무아지경(無我之境)이라···. 무엇을 위한 것인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루디간이 눈동자가 풀리다시피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호세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호세가 지금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호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목검이 점점 거대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눈 바로 앞에서 내려오듯이, 자신의 몸통보다 굵은 나무가 하늘을 가르며 자신의 앞으로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호세는 손을 덜덜 떨다가, 루디간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루디간도 호세가 자신을 바라보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둘의 눈이 빈 공간에서 얽혔다.


루디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리를 내지 않고, 입술로 말했다.


호세는 그의 말을 읽었다.


‘지지 마시오.’


루디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도, 호세는 그가 전하고 싶은 말이 생생하게 들리는 착각이 들었다. 거대한 나무는 여전히 자신을 향해 운석처럼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호세는 하늘을 향해 방패를 들어올렸다.


차오와, 에밀리아와, 구원 기사단과, 클라에와, 자신과 겨뤘던 사람들이 다시 보였다. 그들은 검을 쥐고 있지도, 그렇다고 놓고 있지도 않았다. 그들은 모두 한 몸이었으며, 거대한 나무였다. 목검 그 자체였다.


그리고 호세는 깨달았다. 자신이 모든 싸움에서 느끼고 있었지만, 애써 무시한 그 감정을.



‘지고 싶지 않아.’



호세의 상대는 모두 호세보다 아득히 강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에게 가르침을 주었고, 호세가 감히 이기려고 생각하지도 못한 이들이었다. 그러나 호세의 마음 한 구석에는, 그들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호세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마치 심장이 끓어올라 뜨거운 피를 몸 곳곳으로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거대한 나무로 만든 검이 호세의 방패와 닿는 순간, 산산히 부서졌다. 그리고 호세는 아무것도 없는 팔 뒤로 보이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야 후룸바와 코하투가 검과 방패를 맞부딪히는 소리와 기합이 들렸다. 호세는 전혀 다른 공간에 있다가, 이제 다시 비무장으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루디간이 호세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전사들은 환상을 자주 보게 되오. 적이 나타날 때도 있고, 동료가 나타날 때도 있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환상에 잡아먹히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오. 우리는 지금을 살아가는 존재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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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2-17. 칸 투레 (1) +2 18.06.14 459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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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2-15. 발명품 (2) +1 18.06.12 469 11 7쪽
63 2-14. 발명품 (1) +2 18.06.11 483 11 7쪽
62 2-13. 칸 (3) +3 18.06.10 460 11 7쪽
61 2-12. 칸 (2) 18.06.09 450 9 7쪽
60 2-11. 칸 (1) +1 18.06.07 495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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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2-8 차오의 부탁 (1) +5 18.06.04 504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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