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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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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73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6.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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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
추천
11
글자
7쪽

2-14. 발명품 (1)

DUMMY

클라에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다시 물었다.


“방금 뭐라고 했지?”

“이번 칸 투레에서, 너와 호세 군의 비무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어이없는 표정의 클라에는 결국 화가 난 듯 책상을 강하게 내리치며 소리질렀다.


“거절한다!”

“왜지? 자신 없나?”


클라에의 황금빛 눈이 차오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걸 말이라고 하나? 이건 자존심의 문제다. 약한 인간을 상대하라니! 학대나 다름없어! 나에겐 치욕이고.”

“물론 약간의 제약을 둬야겠지. 아무리 호세 군이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널 이기진 못할 테니까.”

“제약?”

“그래.”


차오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세 번. 호세 군이 네 세 번의 공격을 막아내면 이긴 걸로 하지.”

“웃기는 군. 나는 단 한 번의 일격으로도 녀석을 박살 낼 수 있다. 우리가 누군지 아직도 알지 못하나?”

“우리가 누구인지 알기 때문에 더욱 너를 호세 군과 붙게 하고 싶은 거야.”


클라에는 고개를 저었다.


“거절한다. 인간과 함께 비무장을 오른다는 것 자체가 불쾌해.”


차오는 잠시 침묵하더니, 작게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네가 이기면, 너와 겨룰 때 ‘칸 웅’을 들겠다.”


클라에가 놀라 말을 멈췄다. ‘칸 웅’이란, 용족의 수장들에게 내려오는 일족을 상징하는 무기였다. 강철보다 단단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그것은 명예로운 전투에만 사용할 수 있으며, 전투에서 패배하면 수장의 자격을 내려놓아야했다. 칸의 책임과 힘을 상징하는 무기였다.


“미쳤군. 칸 웅을 이 따위 도박에 사용하다니.”

“도박이 아니야. 신뢰지.”


칸 웅은 칸의 지위를 잃을 위험이 있으므로 사용하면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에, 보통 비무에서는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 설령 그것이 칸 투레라고 할지라도. 때문에 클라에에겐 차오의 말이 불확실한 일에 목숨을 거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너는 아직도 나를 무시하고 있군. 칸 웅을 사용할 만큼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이건가?”


차오는 침묵했다. 클라에는 헛웃음을 뱉었다.


“좋다, 차오. 네 자만을 받아주지. 나는 어제보다 강하고, 내일은 더 강해질 거다. 네가 한 말을 후회하게 해 주지.”

“그럼 받아들인 걸로 알겠다.”


클라에는 검을 다시 들고 일어났다.


“인간 소년에게 미리 사과해 두길 바라지. 네 도박에 목숨을 걸어야 할 테니.”

“사과는 아니지만, 말은 해 둘거야. 깜짝 놀라겠지만.”


클라에는 절레절레 고개를 젓고는, 인사도 없이 문을 열고 나갔다. 차오는 집무실에 홀로 앉아 조용히 차를 마셨다.


그 시각, 훈련을 마무리한 호세는 땀을 닦으며 루디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처음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네요.”

“그렇군.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말이오.”


후룸바와 코하투는 지쳐 비무장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숨을 헉헉대는 그들을 보고 호세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작게 웃었다. 아마 내일 일어서지도 못하리라.


“저는 이만 가 볼게요. 대장에게 보고해야 해서.”

“알겠소. 저 녀석들은 내가 데리고 갈 테니, 어서 돌아가 보시오.”


루디간이 고개를 끄덕였고, 호세는 인사를 한 뒤 서둘러 마법공학실험부로 향했다. 자신이 누군가를 가르쳤다는 사실에 다른 부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본관의 문을 열자, 아무도 없는 공간이 덩그러니 호세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세는 휴게실을 기웃거리며 다른 사람들을 찾았지만, 발견할 수 없었다.


‘다들 어디 있지?’


호세는 혹시나 싶어 실험실로 향했다. 실험실에는 갖가지 설계도와 각종 부품들이 바닥에 굴러다니며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개중에는 방패를 그린 그림도 있었다.


‘이건 뭐지?’


종이의 상단에는 ‘호세 지키미 2호’라고 쓰여 있었다. 호세의 새로운 방패인 모양이었다. 호세는 잔뜩 들떠 밖으로 향했다. 방패를 만드는 중이었다면, 분명 연무장에 있으리라. 호세는 연무장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역시나 대장과 에밀리아와 데이지가 연무장 한가운데에서 무엇인가를 벌이는 중이었다.


“대장!”

“오, 애송이. 마침 잘 왔군.”


호세는 자신이 오늘 겪은 일을 말하고 싶었지만, 대장이 무시무시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부른 까닭에 경계하며 아래로 내려갔다.


“새로운 발명품을 실험하는 중이다.”

“방패 말이죠?”

“방패? 아닌데.”


데이지가 대신 대답했다.


“어라, ‘호세 지키미 2호’ 아니야?”


작은 분홍 머리 소녀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말했다.


“그거 만든 지가 언젠데. 지금은 대장이 쓸 무기를 만들고 있어.”

“무기?”


대장의 손에는 긴 막대기에 손잡이가 달린 이상한 모양의 도구가 들려 있었다. 호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유심히 그것을 살폈다. 그러자 대장이 강철로 된 판을 호세에게 건넸다.


“이것 좀 저 앞에다 세워라.”


평소에 쓰는 연습용 나무 장비와 달리 묵직하고 단단한 철판을 낑낑거리며 옮긴 호세는, 의아한 표정으로 대장을 바라보았다. 대장이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


“저번에 마족 군단장과 벌였던 전투를 기억하고 있나, 애송이?”

“네.”

“그 때 영감을 얻은 거지. 얼음과 불꽃이 만나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다. 급격한 온도차가 만들어내는 현상이지.”


호세는 대장의 얼음마법과 군단장의 불꽃이 만나 펑펑 터지던 기억을 되살려냈다. 고개를 끄덕인 호세가 다시 물었다.


“기억나요. 근데 그게 무기랑 무슨 상관이죠?”


대장이 길쭉한 막대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안에는 불꽃 마법과, 얼음 마법이 동시에 새겨져 있다. 그것도 마법 증폭을 마구 압축한 걸로 말이야.”


호세는 흠칫 놀라 막대기를 흘겨보았다.


“그리고 흙 마법도 있지. 돌멩이를 만들어 내는 거다. 금강석 만큼 단단한 놈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폭죽에 쓰이는 화약을 빌려왔지.”


대장이 말해준 마법진의 연관성이 이해되지 않은 호세는 눈을 꿈뻑거렸다. 대장은 설명하기 귀찮았는지 호세에게 비키라는 손짓을 했다. 호세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옆으로 물러섰다. 데이지가 귀를 막았다.


콰앙-!


엄청난 소리가 지난 뒤, 연무장 잔디밭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철판에 구멍이 뻥 뚫렸다. 호세는 멍멍한 귀를 만지며 입을 쩍 벌렸다.


“대포? 대포 아닌가요?”

“휴대형 대포라고 할 수 있지. 흠, 데이지. 화약을 자꾸 넣어줘야 하는 게 불편하군. 해결 방법이 없나?”


데이지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화약을 만들어내는 마법진을 찾아볼게. 아마 흙 생성 마법에서 다른 걸 조합하면 될 텐데, 효율을 위해서 만들어내는 과정을 최소화해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몸체가 엄청나게 길어질 테니까, 다시 해볼게.”


호세는 여전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하니 막대기를 쳐다보았다. 보기엔 평범한데,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회전을 추가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위력을 증가시킬 수 있을겁니다.”


에밀리아가 거들었다. 호세가 멍하니 에밀리아를 보고 있자, 그녀는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새로운 발명품, ‘항복하시오 1호’야. 호세. 좋은 무기가 될 것 같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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