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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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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47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5.21 13:00
조회
548
추천
11
글자
7쪽

49. 할 수 있는 일 (3)

DUMMY

불꽃이 산산이 흩어지며 검은 연기가 공중에 퍼졌다. 군단장의 붉은 옷이 불과 함께 섞여 땅으로 추락했다. 비명소리가 하늘을 울렸고, 연기가 길게 선을 그리며 땅까지 이어졌다.그러나 차오와 호세가 달려가 확인하자 검은 그을음만 남고 아무것도 없었다. 대장은 예상했다는 듯 옷을 툭툭 털고 왕궁으로 향했다.


“도망쳤겠지. 아직 우리는 놈의 도주까지 잡을 방도가 없다. 한 방 먹여준 걸로 만족하자고.”


호세가 그을음을 힐끗거리며 대장의 뒤를 따랐다. 엉망이 된 공터 사이로 나뭇가지가 굴러다녔다. 이미 들판이 되어버린 폐허에서, 매캐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어떻게 됐어?”


엉망이 된 호세의 몰골을 보고 경악한 데이지는 약상자를 후다닥 가져오며 물었다. 호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그러자 대장이 혀를 차며 대신 대꾸했다.


“당연히 이겼지. 애송이가 면상을 갈겼거든.”

“거짓말!”


데이지가 동그랗게 눈을 떴고, 호세는 곤란한 표정으로 작게 웃음을 흘렸다. 어느새 마법공학실험부에 돌아온 에밀리아가 말했다.


“말씀하신 조사를 마쳤습니다. 곳곳에 비정상적으로 마력 수치가 낮게 나오는 곳이 있었지만, 모두 사라진 뒤였습니다. 아마 눈치를 챈 것 같습니다.”


대장은 의자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그랬겠지. 군단장이란 놈을 빼고도 세 명이나 도망쳤는데. 그 중 백부장, 릭이라는 놈이 낯이 익다 했더니, 나와 고아원에서 마주친 마족이었다. 마법진을 황급히 지우고 있었던 녀석 말이야. 처음엔 불을 지른 녀석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군.”


호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아원에 불을 지른 건 다름 아닌 네드였으므로.


“아마 급한 마음에 불을 진압하는 마법을 썼을 거다. 생각처럼 쉽게 꺼지지 않아서 당황했겠지. 덕분에 흑마법이 노출되었으니 어쩔 수 없이 직접 접촉을 시도한 걸테고.”


호세는 마크를 떠올렸다. 마족에게 공격 당해 정신을 잃은 마크는 왕궁 의료 부서에 맡겼다. 일이 마무리 되었으니, 찾아가 제대로 된 설명을 해야 될 필요가 있었다.


“마크 씨에게 말 해야할까요? 마족에 관한 것도.”

“대충 얼버무려. 정체를 감추는 흑마법을 파악했고, 모두 없앴다고 말이야. 다른 곳에 발설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이고.”

“한동안 바빠지겠군요.”


차오가 말했다. 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족이 비행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알아낸 이상, 대비책이 필요하다. 곳곳에 마력 측정기를 설치하는 일도 필요하겠군.”

“측정기 대량 생산이라면 이미 공업부에 맡겨 뒀어.”


데이지가 말했다. 작은 분홍 머리 소녀는 자신이 전투에 직접 참가하지 못한 사실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었다. 호세는 군단장이 했던 말이 떠올렸다.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전투에, 아이를 가차 없이 내보냈다고 했던 말. 호세는 되도록 데이지가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서지 않기를 바랐다. 마법에 다친 상처가 아직도 뜨끔거렸기 때문이었다. 고통은 구체적인 두려움이 되는 법이었다.


“저는 그럼 뭘 해야 할까요.”


대장은 호세의 말에 피곤한 기색으로 작게 웃었다.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다시 훈련으로 돌아간다.”


호세는 가뜩이나 지친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진 채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차오의 조금 우그러진 갑주가 벌써부터 두려워졌다.


“그리고 데이지, 만들어야 할 게 있다.”

“뭔데?”

“원거리 무기. 이번에 떠올랐다.”

“좋아. 실험실로 가 있을게.”


대장은 고개를 끄덕였고, 데이지가 호세에게 인사를 건넨 뒤 사라졌다. 대장도 차를 한 잔 마시고 실험실로 내려갔다. 에밀리아와 차오는 전투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번에 경험한 것을 에밀리아에게 전달해주는 것 같았다. 에밀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오의 말에 집중했다. 호세는 조용히 문을 나섰다.


병실에 누워있는 마크는 생각보다 침착한 얼굴로 호세를 맞이했다. 호세는 가져온 빵 봉투를 내려놓으며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얼굴이 부은 마크를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사람을 일에 끌어들인 셈이었다.


“죄송해요.”


호세가 작게 말을 꺼냈다.


“그 때, 고아원에 불을 지른 녀석들입니까?”


잠시 고민한 호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드가 불을 지르게 된 원흉이니까 크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 까닭이었다. 마크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잡으셨나요?”

“아뇨···. 하지만 마법을 전부 파악했고, 더 이상 숨어 있는 마족은 없다고 생각하셔도 좋아요. 저희 쪽에서 전부 처리했거든요. 워낙 대단한 사람들이 있어서요.”


마크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잠겨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네드는 왜 죽어야 했을까요?”


호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마크는 담담한 표정으로 호세를 바라보며 말을이었다.


“꼭, 꼭 녀석들을 잡아주세요. 안 그러면 너무 미안하잖아요. 네드나, 고아원의 꼬마들에게.”


호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크가 호세의 손을 잡았다. 호세는 위로하러 온 주제에, 위로 받고 있는 자신에게 욕을 퍼부으면서도, 턱에 힘을 주고 터져 나올 것 같은 울음을 삼켰다. 가장 목 메이는 것은, 마크는 자신이 당한 고통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마크는 좋아하는 빵을 먹게 되었다며 웃었다.


호세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네드의 무덤에 들렸다. 무덤에 직접 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수많은 꽃들이 둘러싸고 있는 공간은 얼핏 보면 무덤이 아니라 꽃밭 같았다. 호세는 조용히 쪼그려 앉아 묘비명을 읽었다.


“모두의 희망이었던 천재, 의로운 별이 되다.”


호세는 가지고 왔던 옷을 꺼냈다. 네드가 입었던 검은 로브였다. 호세가 편지를 찾느라 칼질을 해 놓은 바람에 여기저기 흠이 나 있었다. 호세는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냈다. 그리고 검은 로브의 찢긴 곳에 금화를 넣었다. 마치 주머니처럼 금화가 안으로 툭, 하고 들어갔다. 호세는 네드의 묘비에 로브를 둘렀다. 바람에 로브가 펄럭였다.


꽃으로 뒤덮힌 추모의 장소에서 호세는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조용히 내뱉었다.


“할 수 있는 일.”


노을이 이제야 지고 있었다.




“군단장님!”


릭이 절뚝거리며 마법진을 통해 돌아온 군단장에게 다가갔다. 군단장은 분노로 소리지르며 릭의 손을 뿌리쳤다. 타버린 옷과 검게 그을린 얼굴에서 비명에 가까운 울부짖음이 터져나왔다.


“당장! 당장 부장들을 모아라.”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이 허공을 향했다. 군단장은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위대한 분께 말씀드릴 것이다.”


릭이 고개를 숙였다.


“우리가 트란실바니아를 치겠다고.”

“명을 받듭니다!”


릭이 크게 대답했다.


작가의말

1권의 내용이 끝났습니다. 공모전도 끝이 났군요. 하하


좋은 결과가 있진 않았지만, 꾸준히 읽어준 여러분 덕분에 정말 즐거웠습니다!


일주일 뒤에 2권을 시작하겠습니다. :) 


기대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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