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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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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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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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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35,868

작성
18.06.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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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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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8쪽

2-21 칸 투레 (5)

DUMMY

호세는 갑자기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박수에 어쩔 줄 모르고 연신 고개를 숙여댔다. 환호하는 붉은 용족과는 달리 검고 푸른 용족들은 무서운 눈빛으로 호세를 노려보고 있었다. 호세는 부담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며 안절부절했다. 성인식 때 만났던 후룸바의 어머니가 눈물을 훔치며 호세의 어깨를 다독였다.


“감사합니다. 걱정이 많은 아이였는데···.”

“아녜요! 후룸바가 스스로 잘 한 거에요. 제 도움 없이도 잘 했을 게 분명해요.”


그러자 후룸바의 어머니가 젖은 눈으로 웃었다. 호세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어머니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강한 사람이었으나, 유독 호세가 왕궁으로 떠난다고 했을 때 눈물을 보였다. 자식을 처음으로 떠나보내는 부모의 마음이었으리라. 어머니는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했다. 칸 투레에 참여하고, 마족과 싸우고, 구원 기사단에게 훈련 받으며 보내는 날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어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호세,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을 떨쳐내는 것도 능력이란다.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야 해. 알겠지?’


호세는 코끝이 찌릿거림을 느꼈다. 자신의 손을 꼭 잡은 후룸바의 어머니의 손을 맞잡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저기서 어깨를 다독이거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분명 경기를 벌인 것은 후룸바와 코하투였는데도 자신이 주인공이 된 것 같아 미안해졌다.


호세가 시선을 돌려 후룸바와 코하투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가 보이도록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당장 치고받고 싸운 것은 자신들이었는데도, 개의치 않고 호세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루디간이 그 모습을 보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성과가 있구만 그래.”


그러나 호세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는···, 가르쳐준 것보다 배운 게 많아요. 이런 환호를 받을 사람은 제가 아닌데···.”


그러자 루디간이 여전히 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당연하오. 모든 존재는 가르치기도, 배우기도 하지. 그리고 지금 호세 님은 용족을 배웠고, 우리는 인간을 배운 셈이오. 그리고 그 배움을, 저들에게 보여준 것이지.”



루디간이 눈짓으로 반대편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른 색깔의 용족들을 가리켰다. 호세는 고개를 돌려 그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받았다. 이제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클라에의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호세의 시야에 들어왔다. 호세도 가만히 그녀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심장이 다시 쿵쾅거렸다. 루디간의 목소리가 들렸다.


“승패는 상관 없소. 호세 님, 그대의 모습을, 전사의 모습을 보여주시오.”

“네.”


호세가 짧게 대답했다. 루디간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차오가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미소지었다.



캇쿰이 몇 경기 더 진행되었고, 비무장은 여전히 무거운 침묵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서로의 움직임을 읽는 눈길 만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각자 다른 색을 지닌 용족들은 승자를 축하하기도, 패자를 위로하기도 하며 의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었다.


“마지막 캇쿰이 있겠소! 각 부족의 대표는 앞으로 나오시오!”


진행을 맡은 붉은 용족의 말에, 술렁이던 모두가 조용해졌다. 호세는 눈을 뒤룩뒤룩 굴리며 분위기를 살피고 있었고, 그러자 옆에 있던 루디간이 조용히 일어섰다.


“이제 내 체면을 세울 차례군.”


호세는 걸어나가는 루디간의 뒷모습을 보며 땀을 닦고 있는 코하투에게 다가가 물었다.


“루디간 씨도 출전하는 거야? 그런 말은 없었는데.”

“이번엔 ‘칸을 제외한 각 부족의 최강자’의 캇쿰이거든요. 두 명이서 조를 이루지 않고, 한 명이 공격과 방어를 함께 하는 거예요. 모두들 기대하고 있는 순간이죠.”


코하투는 지친 기색으로 대답했지만, 들뜬 목소리였다. 호세는 침을 꿀꺽 삼키고 다시 비무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붉은 용족과 검은 용족, 그리고 파란 용족이 서로를 마주보며 서 있었다.


“간만이네, 타레우, 푼락.”

“잘 지내셨습니까, 칼룸.”


검은 용족이 조용히 대답했다. 파란 용족은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자네들은 기백이 더 나아진 것 같군 그래? 나는 이제 늙기만 할 뿐인데.”


루디간이 웃으며 말했지만 나머지 둘은 웃지 않았다. 대화가 끊기자 진행자가 말을 꺼냈다.


“‘칼룸’에 대한 예의로, 검은 용족과 푸른 용족의 대표가 먼저 캇쿰을 시작하겠소.”


검은 용족과 파란 용족은 서로를 마주보며 자세를 취했고, 루디간은 조용히 비무장을 내려갔다. 곧 검은 용족 타레우와 푸른 용족 푼락의 캇쿰이 시작되었다. 방패와 목검을 양손에 쥔 둘은, 서로의 움직임을 찬찬히 살피다가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방패와 검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비무장을 크게 울렸다. 나무와 나무가 부딪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사람이 압도 당할 정도의 충격이 바닥에 퍼졌다. 호세는 입을 쩍 벌리고 그들의 비무를 지켜보았다.


‘세상엔 강한 사람이 정말 많아···.’


에밀리아와 루디간, 차오, 대장, 구원 기사단, 그리고 지금 보는 검고 푸른 용족들. 손에 꼽을 수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호세와 비견할 수 없는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호세는 방금까지 박수를 받은 자신이 부끄러워지면서도, 한편으론 그들을 따라잡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았다. 이제까지는 그 마음을 부정하고 있었지만, 무아지경(無我之境) 속의 루디간이 그의 호승심을 일깨워 준 것이었다. 자신의 욕망을 알아야 원하는 방향으로 향할 수 있는 법이었다.


호세가 생각에 잠긴 사이에 이미 타레우와 푼락은 검과 방패를 빠르게 부딪히고 있었다. 마치 서로 미리 합을 짜 맞춘 것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에서 상대를 제압하려는 강한 투지가 뿜어져나왔다. 관중들은 숨을 죽이고 그들의 뛰어난 기량에 감탄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검은 용족의 타레우가 푸른 용족의 푼락을 미세하게 앞서고 있었다. 타레우가 뻗은 검에 푼락이 비틀거렸다.


“지면 안 돼!”


푸른 용족의 사이에서 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파란 빛깔을 가진 용족이었다. 목소리로 보아 여성인 것 같았다. 그녀는 곧 자신도 모르게 외친 소리에 당황했는지 황급히 자리에 앉았다.

푼락은 이를 악물고 타레우의 옆구리를 향에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타레우는 흔들리지 않고 푼락의 검을 받아낸 다음, 방패로 강하게 푼락의 몸을 밀쳐냈다. 푼락의 몸이 공중에 띄워졌다. 땅으로 떨어진 푼락의 방패가 반으로 갈라졌다. 검은 용족의 환호가 이어졌다. 타레우는 넘어진 푼락에게 손을 건넸다. 푼락은 조용히 손을 잡고 일어나 용족의 인사를 건넸다. 타레우가 함께 인사했다. 검은 용족의 박수소리가 비무장을 울렸다.


루디간은 조용히 지켜보다 다시 비무장 위로 올라섰다. 검은 용족의 환호가 점차 잠잠해졌다.


“이것 참 불공평하군. 이미 힘을 쓴 상대와 겨루라니 말이야.‘칼룸’의 칭호는 이러려고 받은 것인 아닌데.”


타레우가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당신의 강함을 하루 이틀 본 것이 아니니 상관 없습니다. 오늘은 부디 한 번이라도 제 공격이 성공하기를 바라겠습니다, 칼룸.”


루디간이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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