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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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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45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5.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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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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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8쪽

48. 할 수 있는 일 (2)

DUMMY

대장은 서둘러 검게 타버린 바닥에 마법진을 그렸다. 날아온 불꽃을 막는 호세와 차오 뒤로 완성된 마법진에서 나무가 솟아나왔다. 나무는 마치 계단을 쌓는 것처럼 차근차근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높아졌다. 군단장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생각하는 게 정말 단순하군.”


대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 방향에서 솟아나온 나무를 서로 엮어 하늘로 향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불쌍할 정도야.”


군단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거대한 불꽃을 나무 발판에 던졌다. 하늘을 향해 뻗던 나무에 불이 붙더니, 순식간에 아래로 번지기 시작했다. 나무를 잔뜩 얽어 놓은 까닭에 금세 모든 나무가 불타기 시작했다. 매캐한 냄새와 함께 자욱한 연기가 만들어졌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연기가 곧 흔들거렸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움직인 것이었다. 곧 연기에 점점 속도가 붙더니, 빠르게 군단장 쪽으로 향했다. 그는 날아올라 연기를 피했다. 그러나 바람의 방향이 다시 군단장의 쪽으로 향했다. 그제야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아래를 바라보자, 차오가 무기를 맹렬하게 휘두르며 바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시야를 가릴 작정이었나!’


군단장이 대장의 의도를 파악했을 때는 이미 연기가 몸을 집어삼킨 뒤였다. 불꽃과 비행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느라 연기를 흩어낼 다른 마법을 사용할 여유가 부족했다. 그렇다고 불꽃을 거두자니,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적들을 공격할 수가 없었다. 군단장은 소매로 코와 입을 막고 눈을 찌푸렸다. 방향을 알 수조차 없었다.


군단장은 일단 연기를 피하기 위해 무작정 위로 날기 시작했다. 깜깜한 시야를 벗어나야 그 다음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빠르게 위로 올라가며 연기가 사라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차츰 연기가 옅어지고 맑은 공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군단장은 눈을 깜빡이고 배신자들을 찾았다. 그러나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자신을 쫓지 않는 연기가 자연스러운 바람에 날려 흩어지자, 그제야 자신의 바로 밑에서 마법진을 잔뜩 그리고 기다리고 있는 적들을 발견했다.


‘내가 위로 올라갈 줄 알고···!’


군단장을 빠르게 아래로 향하며 불꽃을 마구 쏴댔다. 그러자 방어막이 불꽃을 감쌌다. 특이한 모양이었다. 보통의 방어막처럼 볼록한 형태가 아니라, 그릇처럼 오목한 형태였던 것이다. 군단장은 아예 방어막을 깨뜨려버릴 생각으로 거대한 불꽃을 날렸다. 이제 조금씩 지치기 시작한 까닭이었다.



“됐다!”


호세가 소리쳤다. 대장이 마법진을 다시 전개하자, 오목한 방어막은 불꽃이 닿기 직전에 구(球)를 이루며 입구가 닫혔다. 조금의 틈을 남기고 동그란 마력의 막으로 감싸인 불꽃이 안에서 거세게 타올랐다. 방어막이 붙은 방패를 따라 호세의 몸이 떠올랐다. 불꽃이 폭발하며 온도가 점점 뜨거워질수록 더욱 빠르게 날기 시작했다. 차오는 비명과 기합이 섞인 소리를 내지르며 군단장이 있는 공간으로 날았다.


군단장은 잠시 당황하더니 재빨리 옆 쪽으로 몸을 피했다. 호세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날아왔지만, 방향 전환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비행을 한다기 보다는, 비행 물체에 매달려 있는 상태였다. 갑자기 펼쳐진 기이한 상황에 흐트러진 정신을 가다듬은 군단장은, 호세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대각선으로 물러났다. 어느새 호세가 군단장과 비슷한 높이까지 날아왔다. 군단장은 호세를 향해 마력을 겨냥했다. 공중에 떠 올랐다는 사실과 속도에 놀라서 상황 판단이 느려졌지만, 마법으로 맞춰서 떨어뜨릴 생각이었다.


“별 신기한 광경을 다 보는군. 극장에 온 기분이야. 잘 가라, 광대 소년.”


군단장의 손바닥에 검은 기운이 모이고, 불꽃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그 때, 호세가 목이 터져라 소리질렀다.


“차오-!”


마치 백부장의 검을 차오에게 건넬 때처럼, 결연한 목소리였다. 곧 무엇인가 날아왔다. 군단장은 피하기 위해 방향을 살폈지만, 물체가 향한 곳은 호세가 매달린 방어막이었다. 차오가 던진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무기가 방어막을 꿰뚫었다.


“방향도 제대로 잡지 못하다니, 역시 바보 같은 용족이야.”


호세는 이를 악물고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불꽃이 무기에 옮겨 붙어 타올랐다. 곧 자루가 완전히 불꽃에 삼켜졌고, 뚝 하고 끊어졌다. 무기가 메우고 있던 공간에서 불꽃이 폭발적으로 새어나왔다.


“이야아-!”


갑자기 솟아 오른 불꽃의 추진력에 이를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눈을 감지 않은 호세가 소리쳤다. 눈동자는 정확히 군단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군단장은 호세를 향해 불꽃 마법을 날렸고, 호세는 방향을 비틀어 어깨와 다리로 받아 내며 계속 날았다. 옷이 타올랐다.


호세가 코 앞으로 다가오자, 군단장은 빠르게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불꽃이 모이고, 발사되는 순간, 호세가 방패의 오른쪽 버튼을 눌렀다. 빠르게 방패가 축소되며 방어막이 사라졌다. 막고 있던 방어막이 사라지자 뿜어 나온 불꽃이 호세와 군단장의 사이로 거세게 튀었다. 예측하지 못한 호세의 움직임에 마법의 흐름이 흐트러졌다. 호세는 다시 방패를 펼쳐 몸을 막고는, 마지막으로 소리지르며 팔을 뻗었다. 군단장은 빠르게 다음 마법을 준비했지만, 이제 지나치게 거리가 가까웠다.


호세는 방패를 다시 접었다.


호세는 지금까지 살아오며 누군가에게 주먹질을 날려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얻어맞은 적은 몇 번 있었어도, 모질게 때리지 못했던 까닭이었다. 아버지는 가끔 걱정했다. 사내 녀석이 맞고 다니기만 해서 되겠느냐고. 언젠가 주먹을 휘둘러야 할 때가 있다라며.


그리고, 호세에게 ‘언젠가’는 지금이었다.


갓 열 아홉살이 된 소년의 주먹이 군단장의 얼굴을 직격했다. 균형이 흔들리며 뒤로 조금 날아간 그는, 입술에 피를 흘리며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제 매달릴 곳이 없는 호세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군단장은 매우 화가 난 듯 떨어지는 호세를 향해 마법을 퍼부었다.


그러자 얼음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막이 호세를 감쌌다. 바닥에는 이미 엄청난 크기의 마법진이 완성되어 있었다. 바람이 호세를 감쌌고, 호세의 몸이 천천히 지상으로 향했다. 곧 차오의 품에 안긴 호세는, 진이 빠진 얼굴로 작게 웃었다. 아직 손에는 생생한 감촉이 남아 있었다.


“잘 했다, 애송이.”


군단장이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이, 천한 것이, 감히-! 네놈은 죽음으로도 갚지 못할 만큼의 죄를 저질렀다! 뼛가루까지 전부 태우고 말 테다!”


대장은 지친 호세에게서 시선을 거둔 뒤, 어깨를 으쓱이고 킬킬거리며 군단장을 바라보았다.


“빨리 다음 마법을 준비하는 게 좋을 거다, 얼간이.”

“뭐라?”


대장의 말에 군단장이 되물었다.


“마법공학실험부는 기다려주지 않거든.”

“무슨···.”


군단장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바닥을 살폈다. 그러나 어느 마법진도 발동되지 않고 있었다. 그는 계속 고개를 돌리며 꺼림칙한 느낌을 주는 원인을 찾았다. 그리고, 결국 고개 바로 밑에서 발견하고야 말았다.


가슴 앞섶 사이에 옷을 찢어서 만든 것 같은 작은 천이 끼워져 있었다. 네드가 고아원에 불을 지를 때에 썼던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방패 뒤에 숨겼나!“

“이···!”


퍼엉-!


거센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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