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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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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46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5.28 13:00
조회
522
추천
14
글자
7쪽

2-1. 숨바꼭질 (1)

DUMMY

“으아-”


조용한 마법공학실험부의 본관을 작은 하품 소리가 어지럽혔다. 호세는 작게 웃으며 하품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처음 봤을 때보다 키가 조금 자란 데이지가 분홍 머리를 긁으며 의자에 눕다시피 앉아있었다.


“심심해!”

“대장이 개발하라는 건?”

“다 했어. 다 했는데···, 나보고 실험하지 말래! 위험하다고. 재밌을 것 같은데.”


데이지가 의자 위에서 발을 대롱거리며 흔들었다. 호세는 풀고 있던 마법 공식을 잠시 접어두고 기지개를 켰다.


“그러고 보니 차오 씨랑 에밀리아 씨도 안 오네. 바쁜가 봐. 대장도 안 계시고.”

“대장은 귀찮은 일이 있다고 어제부터 안 보이던걸. 차오나 에밀리아는 워낙 바쁜 사람들이니 뭐.”

“너랑 나만 한가한가 보네.”


그러자 데이지는 어깨를 으쓱하며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말했다.


“난 바빠. 바쁜데 심심한 것 뿐이야.”

“아무렴.”


호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다시 마법 공식으로 시선을 돌렸다. 데이지는 의자에서 내려와 호세의 책상에 폴짝 뛰어 앉았다.


“궁금하지 않아?”

“뭘?”


호세가 흠칫 놀라 고개를 뒤로 빼며 되물었다. 데이지는 빙글빙글 웃으며 다시 말했다.


“다들 지금 뭐 하고 있을까?”

“다들이라니?”

“마법공학실험부 총 인원이 다섯인데 셋이 없다니. 반이 넘잖아? 이러니까 공무원이 일을 제대로 안 한다고 욕 먹는 거야.”


호세는 그 셋의 위상에 대해 말하고 싶었지만, 당장 눈 앞의 분홍 머리 소녀도 대단한 인재였기 때문에 입을 다물었다. 데이지는 다시 책상에서 내려와 호세를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찾으러 가자!”

“누굴?”

“전부 다!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봐야겠어.”


호세는 데이지의 기가 막히는 대담함에 입을 쩍 벌리고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 이거 풀어야 해. 이거 네가 준 거잖아.”

“봐줄게. 하루쯤은 쉬어도 돼. 그러려고 연습시킨거야.”

“대장이 화 낼거야.”

“지금은 내가 대장이야. 너보다 오래 일했으니까.”


호세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다시 펜을 쥐었다. 그러자 데이지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콧방귀를 뀌더니 문으로 향했다.


“그럼 나 혼자 가지 뭐. 실종되면 찾으러 와 줘!”


호세는 양 손에 얼굴을 파묻고 쓸어내렸다. 간만의 평화로운 일상이 박살 나는 순간이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호세는 재빨리 겉옷을 들고 뒤따라 나갔다. 펜이 그 모습을 보고 웃는 것처럼 데굴데굴 굴렀다.


“어디로 가게?”

“제일 찾기 쉬운 사람이 있는 곳부터.”


호세는 빠른 걸음으로 데이지를 쫒으며 머리를 굴렸다. 곧 익숙한 공간이 눈에 보였다.


“구원 기사단!”


기합 소리가 벌써부터 들렸다. 햇빛을 번쩍이며 반사하는 갑옷의 무리가 연무장에서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호세는 그리움과 두려움이 동시에 찾아와 몸을 부르르 떨며 연무장으로 향했다. 패트릭이 호세를 알아보고 투구를 벗으며 다가왔다.


“오, 이게 누구야. 신참이잖아?”


그러자 훈련하고 있던 수많은 기사들이 고개를 돌리더니 화색을 하며 다가왔다. 호세는 게걸음으로 재빨리 벗어나려고 했지만, 데이지가 등을 밀어 댔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어정쩡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오래간만이네!”

“몸이 좀 커진 것 같다? 운동하지!”


한 기사의 말에 몇몇이 호세에게 다가와 몸을 주물렀다. 은빛 투구 사이로 긴 하늘빛 생머리가 흘러나온 기사가 호세의 몸을 더듬자, 데이지는 한쪽 눈썹을 치켜 떴다. 호세는 곤란한 표정으로 멋쩍게 웃었다.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는 모양이군.”

“네. 봐주는 분이 있어서요.”

“아마 마법공학실험부의 그 용족이시겠지? 이것 참, 복이 터졌군. 교관이 우리에 이어서 용족이라니 말이야.”


그러자 데이지가 불쑥 말을 뱉었다.


“호세는 기검도 막아냈대!”


패트릭의 표정이 찰나 바뀌었다.


“뭐라?”


데이지는 아차 싶었는지 말을 얼버무렸다.


“그, 용족도 기검을 쓸 수 있잖아. 연습할 때 막았대···. 맞지?”


데이지의 시선에 호세는 핼쑥한 표정으로 눈치를 살폈다. 패트릭이 굴러다니던 목검을 쥐고 붕붕 휘둘렀다.


“오호라, 그렇단 말이지.”


호세는 뒷걸음질하며 손사래쳤다. 그러나 패트릭은 낮게 웃으며 호세에게로 다가왔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호세는 한층 더 창백해진 얼굴로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데이지를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쏘아보았지만, 데이지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딴청을 피웠다. 호세는 데이지를 바라보다가 다리가 꼬여 휘청거리며 뒤로 넘어졌다.


호세의 다리가 기우뚱하며 패트릭의 몸으로 빠르게 향했다. 패트릭은 민첩한 몸놀림으로 피했지만, 발끝이 손에 들린 목검에 맞았다. 예상치 못한 발길질에 놓친 목검이 데이지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패트릭은 움찔 하며 빠르게 날아간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목검이 날아갔다. 패트릭이 주먹을 뻗어 목검을 튕겨낸 것이었다. 패트릭의 주먹의 끝에는 어느새 방패를 펼친 호세가 곤란한 표정으로 데이지를 감싸고 있었다. 패트릭의 표정이 다시 변했다.


다른 기사들도 일순 조용해지더니, 곧 하나 둘씩 목검을 줍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의 기검이 호세의 눈앞에서 펼쳐졌다. 호승심으로 이글거리는 눈빛이 호세에게로 향했다. 호세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호세는 마치 천사처럼 다가오는 에밀리아를 보며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 같은 표정을 지었다.


“단장님!”

“호세를 괴롭히고 있었나?”


에밀리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패트릭을 바라보았다. 패트릭은 당황한 얼굴로 다른 기사들을 찾았지만, 이번엔 기사들이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그게, 기검을 막아냈다고 해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기검으로 공격했다? 지켜야 할 국민을 말이지.”


패트릭을 제외한 기사들은 이미 흩어져 제각기 훈련으로 되돌아간 뒤였다. 패트릭은 뒷머리를 긁었다.


“오늘은 나와 개인 대련을 해야겠군. 정신이 해이 해진 모양이다.”


패트릭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지에게 다가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 그는, 기사들 사이로 돌아가 그들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다른 기사들이 큭큭대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엔 무슨 일이지?”

“호세가 에밀리아가 일을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하대. 땡땡이라도 치면 어떡하냐길래 찾아왔지.”


호세는 다시 지옥에 굴러 떨어진 얼굴로 데이지와 에밀리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에밀리아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함께 훈련해야겠군.”


데이지는 큭큭대며 웃었다. 그러나 에밀리아는 데이지에게도 말했다.


“이번엔 데이지도 참가다. 적당한 운동은 성장에 도움이 되니까.”


데이지의 당황한 얼굴은 호세와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작가의말

돌아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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