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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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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48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6.04 13:00
조회
503
추천
11
글자
7쪽

2-8 차오의 부탁 (1)

DUMMY

연무장에서 돌아와, 힘을 몽땅 써 버린 까닭에 핼쑥해진 호세가 의자에 널부러지듯이 앉아 있자, 그제야 차오가 문을 열고 본관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호세 군? 안색이 나빠 보이는데.”

“죽다 살아났으니 그럴 만도 하지.”


데이지가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멍하니 있는 호세의 볼을 쿡쿡 찌르며 대신 대답했다.


“무슨 뜻입니까?”

“에밀리아랑 대련했거든. 방금 전에.”


차오는 작게 웃으며 이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호세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였다. 호세는 정신이 되돌아온 표정으로 고개를 꾸벅 숙이고 인사했다.


“차오 씨, 오셨군요···.”

“하하, 에밀리아 경의 무서움을 체험하신 모양이군요.”

“네에···.”


대장이 귀를 후비며 말했다.


“전쟁에나 쓰일 기술을 막아냈으니, 지칠 만도 하지. 애송이가 에밀리아의 맘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대장이 심드렁하게 말하자, 에밀리아는 미안한 얼굴로 안절부절 못하고 호세를 기웃거렸다. 수건이나 시원한 물 따위를 들고 호세의 안색을 살피고 있었다. 차오는 놀라며 되물었다.


“기술까지? ‘실바람’ 말입니까?”

“‘된바람’까지.”


차오가 깜짝 놀라며 호세에게 시선을 돌렸다. 호세는 차오의 놀란 모습을 처음 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차오는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호세 군, 저를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아무래도 호세 군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대장, 호세 군을 잠시 빌려 주십시오.”


차오가 고개를 돌려 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장은 지루한 표정으로 손짓을 하며 대꾸했다.


“그래. 죽이진 말고.”


호세의 가뜩이나 지친 얼굴이 창백해져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사람처럼 보였다. 차오는 대견해 하며 호세를 등에 업듯이 끌고 갔다.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호세가 데이지를 간절하게 바라보았지만, 데이지는 웃으며 손을 흔들 뿐이었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호세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히 집 아니겠습니까. 일단 휴식을 취하셔야지요. 물론 휴식이 필요 없다고 하셔도 집으로 갈 생각이었지만요.”


호세는 눈을 꿈뻑이며 얼굴이 비치는 갑옷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일단 부탁이고 자시고, 자야겠어···.“


호세가 점점 내려오는 눈커풀을 간신히 지탱하며 생각했다. 차오는 호세를 숙소에 데려다주고는 손수 얼굴까지 닦아준 다음 이불에 묶다시피 하여 눕혔다. 호세는 차오의 모습에 당황해 하면서도, 머리를 대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


꿈에서는 차오가 야채 농사를 부탁했다. 호세는 당근을 뽑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다음 날, 호세는 부시시한 얼굴로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정오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호세는 벌떡 일어나 얼굴을 씻었다. 그 때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문을 열자, 익숙한 얼굴의 작은 용족이 기다리고 있었다.


“호세 공!”

“코하투?”


호세는 얼굴의 물을 훔치며 인사했다. 코하투는 웃으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 호세 공을 모셔오라고 칸이 말하셨습니다.”

“맞아. 부탁할 일이 있다고 하셨거든.”


코하투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세는 의아했지만, 일단 준비를 하는 것이 먼저였으므로 서둘러 얼굴을 닦은 뒤 옷을 챙겨입었다. 차오가 건네주는 과일을 입에 구겨 넣으며 밖으로 향했다.


“무슨 부탁이실까?”


호세가 우물거리며 말했다. 코하투는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걸었다. 유난히 조용한 코하투를 이상하게 느끼며 걸음을 옮겼다. 칸의 집무실에서 차오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군요, 호세 군.”

“안녕하세요.”


차오가 차를 가져다주며 의자에 앉았다. 호세는 잔을 받으며 질문했다.


“저기, 어제 말하신 일은···.”

“아, 말씀드리려던 참입니다.”


차오는 호세의 눈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칸 투레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씀 드렸었죠. 기억하십니까?”

“네. 다른 용족도 참여할 수 있다던, 수장을 뽑는 비무 대회라고 그러셨잖아요.”


호세의 대답에 차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리고 칸의 비무가 이루어지기 전에, 여러 종류의 대결이 펼쳐지지요. 그 가운데서, 가장 단순하다고 볼 수 있는 ‘캇쿰’이 있습니다.”

“캇쿰?”

“번갈아 공격을 하고, 수비를 하는 형태의 비무이지요. 두 명이 조를 이루어 출전합니다. 공격을 맡은 사람과, 수비를 맡은 사람.”

“그렇군요.”


호세가 이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코하투는 초조한 표정으로 호세의 옆에 앉아 있었다.


“연령별로 대결을 하는데, 보통 출전 선수는 각 분야의 투하쿰의 추천을 통해 선발됩니다.”


호세는 차를 한모금 마셨다. 차오는 잠깐 침묵하더니 말을 이었다.


“이번에 코하투가 뽑혔습니다. 수비 종목에서 말이지요.”


호세는 사레가 들려 기침을 뱉었다. 코하투를 바라보자, 긴장한 표정으로 눈을 마주쳤다.


“공격은요? 두 명이 한 조라고 하셨잖아요.”

“예. 공격으로 추천 받은 사람은···.”


차오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꺼냈다.


“후룸바입니다.”

‘후룸바?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차오가 기억을 뒤집으며 눈알을 굴렸다. 희미하게 누군가가 떠올랐는데, 도무지 정확한 얼굴을 기억해 낼 수가 없었다. 그러자 코하투가 옆에서 말했다.


“저번 축제에, 호세 공과 비무를 벌인 용족입니다.”


호세는 억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그 사람은 성인 아닌가요? 연령 별로 한다면서요!”

“소년, 청년, 그리고 가장 강한 사람의 순으로 대결이 있는데, 코하투와 후룸바는 이번에 소년으로 선발되었습니다. 성인식일 치뤘더라도, 올해까지는 소년으로 취급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다른 용족들도 그 또래의 아이들을 뽑았을 겁니다.”

“그럼 코하투는 왜 뽑혔죠? 아직 어린데.”

“무예에 또래보다 재능을 보였기에 그렇습니다. 여러 투하쿰들의 강력한 의견이었습니다.”


호세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코하투는 어두운 표정으로 땅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코하투는 전투 경험이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나이가 어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기회가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어렵게 결정을 했습니다.”


호세의 한숨이 더 깊어졌다. 차오가 부탁했던 것이 무엇인지 대충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저를 부르셨군요.”

“그렇습니다. 방패의 사용법을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저도 전투 경험이 많지 않은데요···. 방패를 잡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그러자 차오가 웃으며 대답했다.


“호세 군이 경험했던 전투는 다른 수백 번의 모의 전투보다 가치 있는 것입니다. 구원 기사단의 훈련에, 저와의 비무, 에밀리아 경의 기술을 모두 겪지 않으셨습니까. 실전에도 참가하셨고.”


차오의 말에 코하투의 눈이 동그래졌다. 호세가 그 정도로 엄청난 경력의 소유자일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호세는 민망하면서도 부담스러운 기분에 머리를 감싸쥐었다. 차오가 가져다 준 차가 어느새 식어 차가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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