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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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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74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6.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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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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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7쪽

2-13. 칸 (3)

DUMMY

호세와 루디간이 다시 후룸바와 코하투와 함께 훈련하고 있을 무렵, 검은 용족의 칸 클라에는 차오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클라에가 문을 두들기자, 곧 차오가 문을 열었다.


“클라에?”

“차오. 간만이야.”


클라에는 차오를 지나쳐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차오는 문을 닫으며 물었다.


“어쩐 일이야? 연락도 없이.”

“언제는 연락을 하고 왔나? 칸 투레가 다가왔으니 너도 예상을 했을 텐데.”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 몰랐지. 아직 제법 남았는데.”


클라에가 턱을 치켜올라며 말했다.


“하, 고작 한달도 안되는 시간이 이르다니. 준비를 소홀히 한 게 아닌가?”

“난 언제든 준비하고 있어, 클라에.”


클라에는 검을 집무실 책상 위에 턱 올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그러시겠지. ‘날개의 희망’께서는 항상 대단하니까.”

“클라에.”


차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불편해? 용족이라면 누구든 너를 알고 있잖아. 모두 널 칭송하지. 네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차오는 고개를 저으며 클라에 앞에 마주앉아 말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데?”

“겁쟁이. 강하지만 항상 숨는 겁쟁이지.”


클라에의 말에 차오가 말했다.


“나는 숨지 않았어.”

“네가 힘을 숨기고 있는 걸 모를 줄 알았나? 넌 항상 그런 식으로 남을 깔보지.”


차오가 일어나 차를 준비하며 나직히 말했다.


“나는 무시하지도 않았어. 클라에.”

“그래, 그렇겠지.”


클라에는 차오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 차오가 차를 가져오자, 클라에는 당연한 듯 받아 입으로 가져갔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방을 채우고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지?”

“비무장을 새로 지었다길래, 구경하러 온 거다. 평소엔 칸 투레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더니, 웬일로 준비를 하길래 말이야.”

“그래. 이번에 새로 지었다. 너무 낡은 것 같아서.”

“쓸만하더군. 신경 쓴 모양이야.”


차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하는 거면 제대로 해야지.”


클라에가 코웃음쳤다.


“그렇군. 이번에 우리 검은 용족을 아예 박살내 놓을 생각인 모양이야. 번듯한 비무장 위에서.”

“클라에, 나는···.”

“색깔이 중요하지 않다고? 또 그런 이야기군.”


차오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이었다.


“용족은 하나가 되어야만 해. 색은 중요하지 않아. 인간들도 서로를 색으로 구별하지 않듯이.”

“인간? 이번엔 인간을 들먹이는군.”


클라에가 찻잔은 거세게 책상 위에 놓았다. 쾅 소리가 조용한 집무실을 울렸다.


“배울 게 많은 종족이야.”


차오가 대답했다.


“배워? 인간에게? 인간은 나약하다. 힘도 없는 주제에 어떻게 하면 다른 종족을 이용할까 하는 궁리 뿐인 족속들이야. 아직도 그걸 모르나?”

“클라에, 그들을 모르는 건 너야.”


차오가 대답했다.


“좋아. 아주 좋군. 저번엔 인간 밑으로 들어가더니, 아예 인간 행세를 할 생각인가?”

“내가 맘에 들지 않나 보네. 클라에.”


차오의 말에 클라에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연하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네 모습을 잘 알고 있으니까. 결국 너도 인간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거야. 무예가 뛰어난 것과는 상관 없어. 약삭빠른 인간에게 홀린 거다.”


차오가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클라에, 나는 네가 다른 종족들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눈을 돌려 보면, 세상엔 용족 말고도 뛰어난 종족들이 많다는 걸 알아야 한다.”

“웃기는군. 그래, 네 말대로 능력이 뛰어난 종족들은 많이 있지. 마법을 쓰는 인간들이나, 상처를 회복시키는 요정처럼.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력이다. 무엇에도 굴복하지 않을.”

“그들도 뛰어난 정신력을 가지고 있어.”


클라에는 기가 찬 표정으로 대꾸했다.


“누가? 마법에 숨어 사는 인간들이? 모습을 나타내지도 않는 요정이? 아니면, 마족을 말하는 건가? 정신력의 뜻은 알고 있나?”


차오는 지긋이 클라에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외부의 압박에 버텨내는 힘이지. 클라에.”

“그래, 차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인간 따위와 놀아난단 말이지. 진정한 정신력이란, 갈고 닦은 무예에서 나오는 거다. 누구도 무시 못할 강함 말이야. 마법이나 소환 따위의 요령에 기대지 않고 말이야. 인간이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마족이 괴물들을 소환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과연 지금처럼 살고 있을까? 그들이 그 요령을 사용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과연 네가 말한 정신력을 지켜낼 수 있을까?”


클라에는 씩씩대며 계속 말했다.


“아니! 그렇지 않다. 그들은 그제야 우리 용족의 정신력을 알겠지. 그리고 우리를 존경하고, 숭배하고, 이해할 거다. 녀석들이 우리의 노력을 알 수 있는 건 그 때 뿐이야.”

“클라에, 우리는 숭배 받지 않아도 돼. 모든 종족은 다르지 않고, 각자의 노력이 있다.”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거냐! 용족을 제외한 나머지들은 고통을 알지 못해. 근육이 찢어지고, 뼈가 깎여도 계속해서 강함을 향해 노력하는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클라에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차오는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클라에는 답답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번엔 인간 소년을 집에 들였더군.”

“호세 군 말이지. 맞다.”

“도대체 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일을 벌이는 거냐!”


클라에가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녀의 검이 충격을 받아 부르르 떨렸다.


“호세 군은 강한 사람이야. 정신력 뿐만 아니라, 겸손하고 노력할 줄 알지.”

“고작 방패를 다를 줄 아는 소년에게 향한 칭찬이라고 생각하기엔 과분하군.”


차오는 잠시 놀라며 물었다.


“호세 군을 만났나?”

“그래. 꼬리가 달렸길래 마족인 줄 알고 검을 휘둘렀다. 막아낼 줄 몰랐지만.”


차오가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검을 막을 정도니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고작 열 아홉을 넘긴 소년인데. 청년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어리지.”

“네가 그래서 무르다는 거다. 그 정도 가지고 칭찬이라니.”


차오가 차를 한모금 마시고 말했다.


“에밀리아 경을 기억하나?”

“갑자기 그건 왜 묻지?”

“네가 유일하게 인정한 인간이니까.”


클라에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인간 정도는 되야 이야기가 통하지. 왜 인간으로 태어났는지 안타까울 따름이지만.”

“호세 군은 에밀리아 경의 일격도 막아낼 수 있는 소년이야. 에밀리아 경도 놀랐고, 대견해했지.”


클라에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입을 열었다.


“또 인간이 수작을 부렸군. 분명 마법 따위의 편법을 썼을 것이 분명해. 에밀리아라는 인간이 불쌍할 지경이야.”


차오가 한숨을 길게 쉬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결심한 듯 말했다.


“이번 칸 투레에서, 호세 군을 내보내겠다.”

“뭐라?”

“네 상대로 말이야.”


클라에는 충격에 빠져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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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 할 수 있는 일 (2) 18.05.20 554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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