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68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6.14 13:00
조회
458
추천
11
글자
7쪽

2-17. 칸 투레 (1)

DUMMY

“3등급 완충석을요?”


호세는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대장은 어제 사 온 우유가 다 떨어졌다고 말하는 것처럼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래. 창고에서 하나 더 가져와야겠군.”


호세는 대장의 대담함에 혀를 내두르며 멍하니 ‘항복하시오 1호’를 바라보았다. 길다란 막대기 주제에 호세가 평생 모아야 살까 말까 한 3등급 완충석을 순식간에 동내다니. 마법공학은 가끔 아득한 구석이 있었다.


“아, 가지고 오는 김에 호세의 방패도 가져다 줘.”


데이지가 대장에게 말했다. 대장은 귀찮은 듯 호세에게 손짓했다.


“네 것이니까 네가 가져와라. 실험실 안 쪽에 있을거다.”


호세는 고개를 끄덕이고 실험실로 향했다.


실험실의 설계도 더미 구석에 팔찌가 있었다. 원래 가지고 있던 ‘호세 지키미 1호’와 모양이 조금 달랐다. 사슬처럼 촘촘한 고리가 마력석을 감싸고 있었다. 마치 장신구 같아보였다. 호세는 얼른 그것을 들고 다시 연무장으로 향했다.


어느새 연무장에는 차오가 완충석을 가져다놓았다. 대장은 무기를 분해해서 다시 마법진을 새겨넣고 있었다.


“조절이 필요하겠군.”

“단추를 몇 개 달아야 해. 마법의 조절을 위해서 말이야. 대장이라면 잘 조절할 수 있겠지!”


데이지의 말에 에밀리아가 조용히 말했다.


“일반인이 사용하기엔 어렵겠군요. 필요한 마력도 그렇고, 다루기도 쉽지 않을 테니.”

“앞으로 더 개량을 해야지.”


대장이 생각에 빠진 얼굴로 인상을 찌푸렸다. 집중할 때 나오는 습관인 모양이었다.


“호세, 이리로 와.”


데이지가 호세를 불렀다. 호세는 강아지처럼 졸래졸래 데이지의 앞으로 향했다. 데이지는 작게 웃으며 ‘호세 지키미 2호’를 받았다.


“저번에 방어막을 펼치는 게 조절이 되지 않아서 말이야. 방어막을 전개할 때 사용자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었어. 단추를 꾹 누르면 전개되고, 떼면 줄어들어.”


호세가 ‘호세 지키미 2호’의 방패를 펼쳤다. 저번보다 넓고, 각진 모양의 방패가 만들어졌다. 1호의 모양이 원에 가까웠다면, 2호는 육각형이었다.


“공격을 위해 날카로운 모서리 부분도 만들었어. 너는 무기를 다루지는 못하니까. 방어와 공격을 한 번에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호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전의 것 보다 상대방의 제압하기에 편리한 구조였다. 얇고 긴 방패는 옆에서 보면 칼날 같기도 했다.


“더 조심해야겠다.”

“공격하는 방법도 연구해야겠군요.”


차오가 말하자, 대장이 눈빛을 번뜩였다.


“그러고 보니, 아까 차오가 재미있는 말을 하더군. 칸 투레에 나간다고?”

“네에.”


호세가 기어가듯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이 없기도 했고, 대장의 허락 없이 행동했기 때문이었다.


“좋다. 대신 비무에서 ‘호세 지키미 2호’를 사용하도록.”

“안 혼내시나요? 제가 막무가내로 결정한 건데.”


그러자 대장의 얼굴이 웃음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물론 혼내야지. 훈련을 겸해서 말이다.”


호세가 금세 울상이 되었다. 대장은 차오에게 목검을 건넸다.


“자, 차오와 비무를 하고 있도록. 어차피 용족과의 대결이니, 차오가 도움이 될 거다. 잠시 후에 내가 참여하도록 하지.”


차오는 고개를 끄덕이곤 호세에게 용족의 인사를 건넨 뒤, 목검을 고쳐쥐었다. 호세는 침을 삼키고 얼른 방패를 펼쳤다. 반투명한 방패 사이로 차오가 보였다.


‘저번 보다 투명해진 것 같네. 상대를 보기 편하다.’


데이지는 세심한 면이 있었다. 호세는 고마운 마음이 솟는 걸 느꼈다. 그러나 곧 차오가 휘두른 검 덕분에 생각할 겨를이 없어졌다. 차오의 강력한 무예가 나무로 만든 검에서 작렬했다. 호세는 가까스로 차오의 검을 빗겨내며 공격할 순간을 살폈다. 그러나 차오는 검을 휘두른 뒤에도 꼬리와 팔로 빈틈을 막아냈다. 호세는 숨을 몰아쉬며 뒤로 물러났다.


“저는 용족 중에서도 검술의 모양이 비교적 덜 호전적인 편입니다. 반대로 클라에는 압도적으로 호전적이지요. 이번엔 클라에의 모습을 따라해 보겠습니다.”


호세가 대답하기도 전에, 차오는 검을 가볍게 쥐고 호세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호세는 헛숨을 삼키고 방패를 들었지만, 이미 검이 옆구리로 파고든 뒤였다. 호세는 꼬리로 검의 일부를 막아냈지만, 검에 실린 육중한 충격에 결국 바닥을 굴렀다.


바닥과 마주하는 것이 이젠 익숙해져 버린 호세는 몸을 툭툭 털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차오는 흐뭇한 표정으로 검을 움직였다. 여유로우면서도 빠른 검이 몸 곳곳을 노렸다. 호세는 비지땀을 흘리며 정신없이 방패를 휘둘렀다. 목검과 방패가 부딪히는 소리가 연무장을 울렸다. 에밀리아는 흥미로운 눈길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그만, 거기까지 하도록.”


호세는 한숨을 길게 몰아쉬며 방패를 내렸다. 차오도 검을 다시 제자리에 두고 호세의 어깨를 한번 토닥인 다음 대장에게로 갔다. 호세도 뒤따라 가려는 찰나, 대장이 말했다.


“너는 가만히 있어라, 애송이. 이제 혼날 시간이니까.”

“네에?”

“불꽃을 막던 순간을 기억하나?”


대장이 물었다.


“네, 당연하죠.”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때의 공포는 아직도 가끔 생각나곤 했다. 악마 같은 웃음을 흘리며 불꽃을 쏘아 대던 대장의 모습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일단 대장의 기분부터 살피게 된 호세의 습관에 기여한 바가 컸다.


“오늘은 그 훈련을 하지.”


호세는 눈이 동그래졌다.


“불꽃 대신 콩알로 하겠다. 물론 불꽃보다 콩알이 낫겠지?”


호세는 불꽃을 쏴대지 않는 것에 안심하면서도, 한편으로 저 무서운 콩알이 날아올 미래에 대해 절망하고 있었다. 대장이 킬킬거리며 웃었다.


“그냥하면 재미 없으니, 나도 움직이겠다.”


대장은 호세 주위를 서서히 돌았다. 호세는 방패를 들고 움추린 모양으로 대장의 막대기를 살폈다. 곧 막대기가 큰 소리를 내며 콩알을 발사했다.


호세는 소리가 난 순간에 이미 방패를 들어 콩알이 날아올 궤도를 막았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콩알이 방패에 튕겨져 나갔다.


“흠, 회전을 좀 더 추가하는 게 좋겠군.”


다시 콩알이 날아오자, 처음 쐈던 것보다 강한 충격이 방패를 때렸다. 방패를 쥐고 있는 손이 웅웅대며 진동했다.


“아니, 압축을 한 번 더 하는 게 좋겠어. 거리 계산까지 해야겠군.”


다음의 콩알은, 방패의 한가운데를 정확하게 맞췄다. 호세는 막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몸통에 찌릿한 통증을 느꼈다. 헉 소리와 함께 숨을 뱉자, 데이지가 안쓰러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혹시 저는 실험용 허수아비인가요?”


호세가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


“허수아비였으면 다른 걸 쐈겠지. 그리고 허수아비는 발전하지도 않을 거고.”


대장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일해라, 공무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2 2-23. 번외 경기 (1) +1 18.06.24 443 10 7쪽
71 2-22. 칸 투레 (6) +2 18.06.22 436 10 7쪽
70 2-21 칸 투레 (5) +1 18.06.21 429 11 8쪽
69 2-20. 칸 투레 (4) +1 18.06.20 434 11 7쪽
68 2-19. 칸 투레 (3) +2 18.06.17 457 8 7쪽
67 2-18. 칸 투레 (2) +1 18.06.16 450 10 7쪽
» 2-17. 칸 투레 (1) +2 18.06.14 459 11 7쪽
65 2-16. 발명품 (3) +1 18.06.13 460 10 7쪽
64 2-15. 발명품 (2) +1 18.06.12 469 11 7쪽
63 2-14. 발명품 (1) +2 18.06.11 483 11 7쪽
62 2-13. 칸 (3) +3 18.06.10 460 11 7쪽
61 2-12. 칸 (2) 18.06.09 450 9 7쪽
60 2-11. 칸 (1) +1 18.06.07 495 12 7쪽
59 2-10. 차오의 부탁 (3) +1 18.06.06 481 11 7쪽
58 2-9. 차오의 부탁 (2) +4 18.06.05 607 11 7쪽
57 2-8 차오의 부탁 (1) +5 18.06.04 504 11 7쪽
56 2-7. 기분을 말해줘 (3) +4 18.06.03 490 9 7쪽
55 2-6 기분을 말해줘 (2) +1 18.06.02 513 10 8쪽
54 2-5 기분을 말해줘 (1) 18.06.01 513 12 7쪽
53 2-4. 숨바꼭질 (4) +2 18.05.31 529 12 7쪽
52 2-3. 숨바꼭질 (3) +1 18.05.30 509 11 7쪽
51 2-2. 숨바꼭질 (2) +2 18.05.29 556 10 7쪽
50 2-1. 숨바꼭질 (1) +2 18.05.28 523 14 7쪽
49 49. 할 수 있는 일 (3) +1 18.05.21 549 11 7쪽
48 48. 할 수 있는 일 (2) 18.05.20 554 11 8쪽
47 47. 할 수 있는 일 (1) +1 18.05.18 565 12 7쪽
46 46. 마족과 배신자 (4) 18.05.18 608 13 7쪽
45 45. 마족과 배신자 (3) +1 18.05.17 578 12 7쪽
44 44. 마족과 배신자 (2) +1 18.05.16 566 12 7쪽
43 43. 마족과 배신자 (1) +1 18.05.15 689 14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