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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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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65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5.29 13:00
조회
555
추천
10
글자
7쪽

2-2. 숨바꼭질 (2)

DUMMY

데이지가 땀 때문에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내며 숨을 몰아쉬었다. 호세는 데이지의 체력에 맞추었기 때문에 한결 편해진 까닭에 오히려 다행이었다. 에밀리아는 데이지의 다리를 가볍게 주물러주며 말했다.


“이렇게 근육이 없으면, 나중에 무슨 일이든지 오랜 시간 집중할 수가 없어. 몸이 고장나기 시작하니까. 꾸준히 운동을 해 줘야 해.”


데이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호세는 땀을 닦으며 물끄러미 광경을 지켜보았다. 마치 나이 터울이 많은 자매 같았다. 호세는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가족 생각이 났다. 그러나 마법공학실험부에 들어온 이후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대장이 알게 되면 골치 아파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데이지는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호세에게 발치에서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던졌다. 호세의 발등에 툭하고 떨어진 돌멩이는 호세처럼 아픈 듯 데구르르 굴렀다.


“에밀리아,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어?”

“방금 대장과 함께 있다가 오는 길인데, 왜 묻지?”

“그냥. 호세가 대장도 놀고 있는지 궁금해 할 것 같아서.”


호세는 오금이 저리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에밀리아는 호세를 빤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대장님은 지금 국왕 폐하를 만나고 계시는데.”

“돌아가자, 데이지.”


호세는 에밀리아의 말을 듣자마자 경직된 모습으로 삐걱삐걱 걸어갔다. 나무로 만든 인형 같았다.


“어휴, 저 겁쟁이.”


데이지는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어느새 송글송글 맺힌 땀이 말라 기분 좋은 시원함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같이 가!”


데이지가 에밀리아에게 손을 흔들고 호세에게로 뽀르르 달렸다. 에밀리아는 둘의 뒷모습을 잠시 보더니 뒤돌아 훈련하고 있는 기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평소처럼 차분한 표정이었지만, 평소보다 따뜻해 보이기도 했다.


“멈춰 봐, 호세.”


호세는 데이지가 말해도 고개를 저으며 계속 앞으로 걸었다. 데이지가 호세의 팔을 잡고 매달리자 호세는 아랑곳하지 않고 데이지를 질질 끌고 걸음을 내딛었다.


“국왕님을 뵈러 함부러 가면, 사형 당할지도 몰라.”

“폐하가 그렇게 쪼잔한 사람으로 보여?”

“대장한테 말이야.”


데이지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납득이 되는 말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마법공학실험부로 돌아가면 또 지루한 시간의 연속일 것이 뻔했다. 데이지는 호세에게 끌려가다시피 하면서도 입을 계속 나불거렸다.


“안 돼! 대장은 둘째 치고, 아직 차오 아저씨가 남았잖아. 아무리 그래도 에밀리아만 보고 가는 건 아니지! 기껏 나왔는데 말이야. 나는 평소에 다른 부원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전혀 모른단 말이야. 나는 실험실에 있거나 심부름만 다니니까. 너는 여기저기 많이 다니잖아!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더 있다가 가자. 응?”


데이지의 목소리는 점차 부탁에서 애원으로 변했다. 호세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한숨을 길게 쉬었다. 생각해보니, 고아원이나 실험실 바깥의 공간에서 데이지를 마주한 적이 없었다. 왕궁은 넓었지만, 데이지에겐 의미가 없는 공간이리라.


“그럼.”


호세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데이지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호세를 바라보았다. 호세는 눈빛이 부담스러운 듯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빵부터 먹자.”

“빵?”


호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지도 그제야 배고픔을 느꼈는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빨리 가자!”



안드로는 호세가 평소보다 일찍 가게에 온 것이 놀라운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나왔다.


“아니, 호세! 이 시간에 웬일이냐? 땡땡이 친 게로군!”


안드로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호세를 반겼다. 호세는 작게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데이지가 앵무새처럼 따라 말했다.


“오, 이쪽의 숙녀 분은 누구신지? 가만 있자, 어디서 본 얼굴인데···.”


안드로는 곰곰히 생각하다 아직 밀가루가 묻어있는 손으로 무릎을 탁 쳤다. 무릎에 하얀 손자국이 남았다.


“옳거니! 고아원에서 본 적이 있어. 맞지?”

“네. 맞아요!”


데이지가 헤헤, 웃으며 대답했다.


“오호라. 그리핀의 숙녀께서 별볼일 없는 촌놈과는 무슨 관계인고?”

“직장 동료에요!”

“뭣이라?”


안드로는 이해가 되지 않아 호세를 쳐다보았다. 호세는 멋쩍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게, 이 친구가 무지 똑똑해서 특채로 들어왔다나 봐요. 대단하죠?”


안드로는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무릎을 때렸다. 밀가루가 햐얗게 날렸다.


“대단하구만 그래! 이거, 대단한 분이 처음 오셨는데 그냥 넘어갈 수가 없지. 조금만 기다리게.”


안드로는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더니, 곧 빵 봉투가 두툼하게 보일 정도로 가득 빵을 담아왔다. 꽃송이와 닮은 빵이었다. 데이지는 빵을 받아 들고 작은 감탄을 뱉었다.


“너무 예뻐요!”

“그렇지?”


안드로는 뿌듯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다른 빵이랑 번갈아 먹으면 더 맛있단다. 사실 하나만 계속 먹기엔 좀 달거든. 밋밋한 빵과 함께 먹을 때 이 녀석의 진가가 발휘되지.”


데이지는 빵을 입에 넣고 한 번 더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드로는 어깨로 살짝 호세를 밀쳤다. 호세는 움찔거리며 안드로를 바라보았다. 안드로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호세 이 녀석이 밋밋하긴 해도, 제 역할을 잘 할 아이야. 너처럼 특별한 아이가 곁에 있어주니 좋겠구나. 아마 호세도 그렇게 생각할 거다. 안 그러냐?”


호세는 봉투에서 빵을 하나 꺼내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데이지처럼 대단한 아이와 함께 일 할 수 있다는 건 큰 복이었다. 자신을 위해 만들어 준 장비만 해도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었다.


“당연하죠. 아까 말씀 드렸잖아요. 데이지는 대단하다니까요.”


한입 먹은 빵은 행복한 단맛으로 입을 채웠다. 호세가 빵을 우물거리며 데이지를 바라보니, 데이지는 귀 밑까지 붉어진 얼굴로 빵 봉투만 바라보고 있었다. 호세는 데이지가 칭찬을 받아 기분이 무척 좋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자주 칭찬해야겠다는 생각을 빵과 함께 삼켰다.


“이제 갈게요, 아저씨. 저희가 업무중이라서요.”


업무라는 말을 담기에 사실 조금 부끄러웠지만, 어쨌든 데이지가 원하는 대로 다음 사람을 찾으로 가봐야 했다. 안드로는 다시 크게 웃으며 인사했다. 호세가 고개를 꾸벅 숙이자, 데이지도 따라 고개를 숙였다. 아직도 빨간 볼이 빠르게 뒤돌아 걸었다. 호세는 서둘러 걸음을 옮기는 데이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같이 가!”


안드로는 쿡쿡거리며 다시 가게로 향했다. 달콤한 냄새가 거리에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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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2-3. 숨바꼭질 (3) +1 18.05.30 509 11 7쪽
» 2-2. 숨바꼭질 (2) +2 18.05.29 556 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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