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54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6.12 13:00
조회
468
추천
11
글자
7쪽

2-15. 발명품 (2)

DUMMY

“항복하시오 1호···?”

“눈치챘겠지만, 당연히 에밀리아가 지은 이름이다.”


호세는 ‘호세 지키미’의 작명을 투덜댔다가 에밀리아의 사과를 받았던 일이 기억났다. 기억이 떠올라 퍼뜩 정신을 차린 호세는 손뼉을 마구 쳐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이름이네요! 좋은 이름! 무시무시하기도 하고. 항복을 안 하면 당장이라도···.”


호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장이 악마와 같은 얼굴로 킬킬대며 다가왔다.


“애쓰는군, 애송이.”


호세는 말을 얼버무리며 대장의 시선을 피했다. 대장은 여전히 악마처럼 웃고 있었다. 에밀리아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맞다. ‘호세 지키미 2호’ 도 줘야하는데.”

“마침 잘 됐군. 발명품 두 개를 한 번에 실험할 수 있으니 말이다.”


호세는 불길한 느낌에 되물었다.


“한 번에?”


대장은 웃음을 흘리며 ‘항복하시오 1호’를 들었다.


“애송이의 방패를 가져와라, 데이지.”

“알겠어!”


데이지는 폴짝폴짝 뛰며 실험실로 향했다. 호세가 식은땀을 흘리며 도망칠 궁리를 하고 있었지만, 만약 그랬다가는 등에 구멍이 뚫릴 것이 뻔했으므로 체념했다. 에밀리아는 흥미로운 눈길로 호세와 불을 뿜는 막대기의 대치를 구경하고 있었다.



데이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호세는 암울한 표정으로 있다가, 문득 기억이 난 듯 조금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대장, 저 투하쿰이 됐어요!”

“뭐라?”


호세는 용족의 말을 쓴 것을 알아채고 다시 고쳐 말했다.


“그러니까, 제가 용족 소년의 선생님이 됐어요.”

“투하쿰이 뭔지 정도는 나도 알아. 차오가 단단히 일을 벌였군.”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


대장이 ‘항복하시오 1호’를 만지작대며 대답했다.


“너는 이제, 용족 단합의 중심이 됨과 동시에, 갈등의 중심이 된 거다.”


호세는 다시 우중충한 표정이 되어 물었다.


“왜요?”


그러자 에밀리아가 대답했다.


“용족이 색깔로 나뉜 이유는,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보다 다른 종족을 대하는 태도가 차이가 큰 까닭에 있어.”

“다른 종족?”


호세가 되묻자, 에밀리아가 다시 대답했다.


“그래. 예를 들자면 우리 인간이지. 붉은 용족은 다른 종족에게 호의적인 편이야. 그 다음은 푸른 용족, 마지막으로 검은 종족이 가장 다른 종족을 배척하지.”


호세는 궁금해진 듯 눈을 껌뻑거렸다.


“다른 색깔은요?”


그러자 대장이 무심하게 대답했다.


“다 죽었다. 그 강한 놈들이 서로 치고받다 동족을 멸종시켜버린거다.”


호세는 클라에의 모습이 떠올라 중얼거렸다.


“인간과 함께 하는 게 그렇게 싫었던 걸까요···.”

“용족은 강하니까. 무예도 그렇고, 체력도 그렇고. 하지만 어떤 종족이든 다른 이들과 교류하는 것은 발전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돼. 지금 붉은 용족의 세력이 가장 큰 것처럼 말이야.”


에밀리아가 조용히 말했다. 호세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차오의 역할이 컸으리라.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씨는 붉은 용족에게만 있는 것일까? 호세가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그러나 인간도 다양한 성향을 가진 이들이 있듯이, 용족도 개개인의 마음을 다를 것이 분명했다. 혹여 붉은 용족 사이에서도 자신을 불쾌하게 여기는 이가 있지 않을까? 호세는 우중충한 마음이 한층 더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용족들의 갈등의 한가운데에 있다니. 문득 차오가 자신에게 정중하게 부탁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은 가볍게 생각했지만, 용족에게 있어서는 큰 사건이 되었으리라. 루디간의 웃음소리가 귀에서 맴도는 것 같았다. 그가 호세를 시험한 이유도 사실 인간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호세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 때 밝은 목소리가 연무장을 울렸다.


“방패 가져왔어!”


데이지가 낑낑대며 나무 방패와, 푸르게 빛나는 팔찌를 들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호세는 데이지에게 다가가 나무 방패를 대신 들고 다시 내려왔다. 호세의 시무룩한 표정을 보았는지, 데이지는 대장에게 물었다.


“대장, 얘 표정 왜 이래?”

“용족의 선생님이 되었다더군.”


대장이 심드렁하게 대답하자, 데이지는 박수를 치며 웃었다.


“대단하다! 네가 처음인 거 아니야? 처음이 제일 중요하니까, 잘 해!”


데이지가 경쾌하게 말하며 호세의 어깨를 때렸다. 호세는 데이지의 손짓마다 덜렁거리는 팔을 내려다보며 그래도 기분이 조금은 풀리는 것을 느꼈다. 최초라는 수식어는 호세를 설레게 했다.


“오늘 처음으로 이 휴대용 대포에 맞아보겠군. 축하한다, 애송이.”


대장이 찬물을 끼얹듯 말하자, 호세의 표정이 다시 핼쑥해졌다. 데이지는 호세에게 다가와 팔찌를 건넸다.


“자, ‘호세 지키미 2호’야. 저번 왼쪽 단추의 출력을 조절할 수 있게 바꿨어. 꾹 누르면 방어막이 점점 커지고, 누르지 않으면 다시 줄어들어. 상황에 따라서 사용하면 될 거야.”


호세는 새롭게 빛나는 팔찌를 받아 들고 손목에 감았다. 마력석이 손목 가운데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애송이, 먼저 나무 방패를 들어라.”


호세는 대장이 시키는 대로 나무 방패를 들고 섰다. 대장이 손짓하며 철판이 있던 곳으로 호세를 보냈다. 호세는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지만 하는 수 없이 대장이 원하는 곳으로 향했다.


“자, 애송이. 이 ‘항복하시오 1호’에 화약 대신 콩알을 넣겠다. 식료품 창고에서 털어온 거지.”


호세는 대장의 횡포에 입을 벌리고 고개를 연신 저었다. 분명 그쪽에서는 새파랗게 질린 채 어쩔 수 없이 넘겼으리라.


“콩알의 한계가 있어서 일정한 충격을 넘으면 부숴지니까, 크게 걱정 할 필요 없다.”


대장의 말이 끝나자 마자 펑 소리와 함께 막대에서 불꽃이 솟았다. 호세는 인지하지도 못한 채 날아오는 콩알에 맞아야 했다.


“아야!”


대장이 킬킬대며 웃었다. 호세는 빨갛게 부어오른 자국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


“방패는 폼으로 준 게 아니다, 애송이. 잘 막았어야지.”

“말도 안 하고 쏘셨잖아요!”


호세의 억울한 외침에 대장은 귀를 후비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평소의 대사를 꺼냈다.


“마족은···,”


대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항복하시오 1호’가 불을 뿜었다. 그러나 이미 호세의 앞은 나무 방패가 막고 있었다.


“···이제 기다림을 배울 때도 되지 않았을까요.”


대장이 호세의 모습을 보고 배를 잡고 웃었다. 호세는 무엇이 그렇게 웃긴지 몰랐지만, ‘항복하시오 1호’의 단점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호세에겐 아주 편리한 단점이었다.


“저는 콩알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오호라.”


대장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호세는 자신이 괜한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일해라, 공무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2 2-23. 번외 경기 (1) +1 18.06.24 442 10 7쪽
71 2-22. 칸 투레 (6) +2 18.06.22 436 10 7쪽
70 2-21 칸 투레 (5) +1 18.06.21 429 11 8쪽
69 2-20. 칸 투레 (4) +1 18.06.20 434 11 7쪽
68 2-19. 칸 투레 (3) +2 18.06.17 457 8 7쪽
67 2-18. 칸 투레 (2) +1 18.06.16 450 10 7쪽
66 2-17. 칸 투레 (1) +2 18.06.14 458 11 7쪽
65 2-16. 발명품 (3) +1 18.06.13 459 10 7쪽
» 2-15. 발명품 (2) +1 18.06.12 469 11 7쪽
63 2-14. 발명품 (1) +2 18.06.11 483 11 7쪽
62 2-13. 칸 (3) +3 18.06.10 460 11 7쪽
61 2-12. 칸 (2) 18.06.09 450 9 7쪽
60 2-11. 칸 (1) +1 18.06.07 495 12 7쪽
59 2-10. 차오의 부탁 (3) +1 18.06.06 481 11 7쪽
58 2-9. 차오의 부탁 (2) +4 18.06.05 606 11 7쪽
57 2-8 차오의 부탁 (1) +5 18.06.04 504 11 7쪽
56 2-7. 기분을 말해줘 (3) +4 18.06.03 489 9 7쪽
55 2-6 기분을 말해줘 (2) +1 18.06.02 512 10 8쪽
54 2-5 기분을 말해줘 (1) 18.06.01 513 12 7쪽
53 2-4. 숨바꼭질 (4) +2 18.05.31 528 12 7쪽
52 2-3. 숨바꼭질 (3) +1 18.05.30 508 11 7쪽
51 2-2. 숨바꼭질 (2) +2 18.05.29 555 10 7쪽
50 2-1. 숨바꼭질 (1) +2 18.05.28 523 14 7쪽
49 49. 할 수 있는 일 (3) +1 18.05.21 549 11 7쪽
48 48. 할 수 있는 일 (2) 18.05.20 554 11 8쪽
47 47. 할 수 있는 일 (1) +1 18.05.18 565 12 7쪽
46 46. 마족과 배신자 (4) 18.05.18 607 13 7쪽
45 45. 마족과 배신자 (3) +1 18.05.17 577 12 7쪽
44 44. 마족과 배신자 (2) +1 18.05.16 564 12 7쪽
43 43. 마족과 배신자 (1) +1 18.05.15 689 14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