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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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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56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6.05 13:00
조회
606
추천
11
글자
7쪽

2-9. 차오의 부탁 (2)

DUMMY

호세가 멍한 얼굴로 코하투를 바라보자, 차오는 목을 가다듬으며 다시 말을 꺼냈다.


“물론 막연히 호세 군에게 전부 맡기는 것은 아닙니다. 코하투의 투하쿰이 도와줄 것이니,함께 하시면 됩니다.”

“저를 가르치시는 투하쿰은 저의 붉은 용족 사이에서도 무예로 손꼽히는 분이십니다.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코하투가 호세에게 미안한 투로 말했다. 아무래도 차오가 뜬금없이 부탁하게 된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호세는 그 모습을 보니 자신이 처음 마법공학실험부에 왔을 때가 떠올랐다. 아무것도 모르고, 모르는 것조차 부끄러웠던 그 시절을. 물론 시간은 많이 흐르지 않았지만, 백 년 같은 백 일이었다. 호세는 눈을 감고 잠시 마음을 추스르다가, 콧김을 흥, 하고 뿜으며 눈을 떴다.


“좋아! 이렇게 된 거 열심히 해 보자. 내가 별로여도 너무 실망하지는 말고.”

“아닙니다! 영광입니다, 호세 공.”

차오가 흐뭇한 표정으로 호세의 어깨를 두들겼다.

“잘 생각 하셨습니다. 호세 군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자신이 알던 것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니까요.”


차오의 말에는 언제나 묵직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호세는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향했다.


“코하투가 안내할 겁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차오가 용족의 인사를 하자, 호세도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마주한 교차된 손이 심장을 두들기는 것처럼 반가웠다. 실망시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코하투가 호세를 데리고 도착한 곳은 새로 지었다던 비무장이었다. 어느새 제법 정리가 되어 깨끗하고 넓어진 모습을 자랑하는 연무장 위에는, 용족 두 명이 서 있었다. 호세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자, 흐릿하게 떠오르는 기억에 겹쳐보이는 갓 청년이 된 용족과, 뿔이 거의 닳아 없어진 중후한 용족이 시야에 들어왔다. 호세는 침을 꿀꺽 삼키고 넙죽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호세 린필드라고 합니다.”


그러자 낮은 목소리가 돌아왔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소. 칸의 동료라고 하더군. 협력을 고맙게 생각하오.”


예사스럽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그의 목소리에, 호세는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계속 숙여댔다. 차오가 말한 코하투의 투하쿰이 분명해 보였다. 그는 가볍게 목례하며 인사를 계속했다.


“소개가 늦었군. 지금 귀하와 함께 있는 녀석의 스승이며, 이번 캇쿰의 투하쿰을 맡은 붉은 루디간 칼룸이라고 하오. 루디간이라고 불러도 좋소이다.”

“칼룸은 용족의 말로 ‘무사’를 뜻합니다. 호세 공.”


코하투의 말에 호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범상치 않은 분위기는 역시 착각이 아니었다. 용맹한 용족 가운데서도, 무사로 인정받은 이는 얼마나 강할 것인가. 그러고보니 루디간의 이마에는 얼굴을 길게 가로지르는 상처가 있었다. 무시무시하면서도, 상대를 압도하는 분위기의 중심지였다. 호세는 마른 입술을 감추고 재빨리 다시 물었다.


“그럼 이 분은···?”


호세가 후룸바를 가리키며 물었다. 물론 대충 알고 있었지만, 혹여나 상대가 자신을 잊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소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자 후룸바가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


“붉은 후룸바라고 합니다. 아직 직책은 없습니다.”


짧은 대답에 호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코하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코하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번에는 신세가 많았습니다. 부디 결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갑자기 후룸바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호세는 화들짝 놀라 다시 안절부절 못하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다. 루디간이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저번에 호세 님이 혼쭐을 내줬다고 들었소. 덩치만 믿고 까불던 녀석이니, 참된 교육이 되었을 게요. 괘념치 마시오.”

“그래도···.”


루디간이 다시 껄걸 웃었다.


“그래가지고 어떻게 가르침을 줄 생각이오? 물론 코하투의 방패를 가르치려 온 걸 테지만, 한 조가 된 이상 이 녀석에게도 대차게 말해야 될 것이 분명 있을 터인데. 말을 듣지 않으면 저번처럼 혼을 내도 좋소이다.”


그러자 후룸바가 흠칫 놀라며 눈치를 살폈다. 호세는 질색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냥, 좋게, 좋게 말할게요···.”


루디간이 계속 웃음을 흘리며 혀를 찼다.


“끌끌, 칸이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아이를 모신 모양이외다.”


호세는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나이 차이랄 것도 없었으므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럼 어디, 실력을 한번 봐도 되겠소? 칸이 데려오신 분이니 실력을 의심한 필요는 없겠지만, 노파심이라고 생각해 주시게나.”

“앗, 네!”


호세는 허둥지둥 루디간의 앞으로 가서 섰다. 코하투와 후룸바가 목검과 나무로 만든 방패를 가져왔다. 호세는 방패를 쥐었다.‘호세 지키미’보다 무거웠지만, 조율을 잘 해서 만든 것인지 균형 잡기가 어렵지 않았다. 호세는 꼬리를 펼치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루디간이 흥미로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는 검을 가볍게 잡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가겠소.”

“네.”


루디간이 말을 마치자,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일직선을 그리며 검을 내리 꽂았다. 호세는 루디간의 목검이 올라간 시점부터 이미 도착하는 곳을 예측할 수 있었다. 내려오는 검을 방패의 옆면으로 쓸어올리듯 밀쳐냈다. 루디간은 목검을 다시 빠르게 거뒀다.


“흠.”


이번엔 루디간의 검이 가로로 빠르게 날아왔다. 처음보다 훨씬 빨라진 속도였지만, 에밀리아나 차오만큼 거세지 않았다. 호세는 방패로 검을 막은 다음, 가볍게 몸을 튕겨내 반동으로 몸을 회전시켰다. 그리고 호세의 눈이 대장의 그것처럼 날카로워지더니, 무의식적으로 들고 있는 방패를 루디간의 몸으로 뻗었다. 호세도 알지 못했지만, 마족과의 전투는 호세를 대담하게 만들었다. 상대를 막아내는 일보다, 제압하는 일이 더 중요한 것을 깨달은 까닭이었다.


루디간은 빠르게 파고드는 방패를 꼬리로 가볍게 쳐냈다. 정확히 중심을 맞추어 가격한 충격 때문에 방패와 호세가 함께 위로 떠올랐다. 호세는 꼬리를 뻗어 땅에 닿게 한 뒤, 중심을 잡아 착지했다. 그리고 퍼뜩 놀란 뒤, 자신이 움직였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고개를 숙여대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게, 공격하려던 게 아니라, 아니, 맞긴 한데···. 이게 제가 하려던 게 아니고, 습관처럼 나온 거라서요···. 아, 아무튼 죄송합니다!”


루디간은 호세의 행동에 크게 웃었다. 코하투가 깜짝 놀라 자신의 투하쿰을 바라봤다. 그가 저렇게 웃은 것은 정말 오랜만이기 때문이었다.


“아니오. 이거, 칸의 안목이 놀랍기 그지없군. 소년인 줄 알았더니, 이미 전사였어.”


후룸바와 코하투는 앞선 전투를 보고 경직된 자세로 호세를 응시했다. 호세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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