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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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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69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6.01 13:00
조회
513
추천
12
글자
7쪽

2-5 기분을 말해줘 (1)

DUMMY

“잠깐 실험실에 다녀올게.”


데이지가 호세의 손을 이끌고 대장에게 말했다. 대장은 여전히 팔짱을 낀 채로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호세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데이지를 따라갔다. 이동진이 반짝이고, 실험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고요하고, 차분한 공간이었다.

데이지는 꽃병을 가져와 하얀 꽃을 꽂아 두고는,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뭐해?”

“재밌는 게 생각나서.”


한참을 종이 뭉치 사이에서 뒤적거리던 데이지가 소리쳤다.


“찾았다!”


호세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데이지 쪽으로 갔다. 거대한 종이 뭉치를 들고 끙차 소리를 내며 데이지가 일어섰다. 책상에 먼지가 뒤집힌 종이들이 펼쳐졌다. 호세는 콜록이며 눈을 찡그렸다. 여러가지 연구 주제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력 굴절과 저장’ ‘마력진의 인쇄’ 따위의. 데이지는 그 중 한 가지를 가리켰다.


“사람의 감정과 마력의 흐름의 상관관계.”

“어렵다.”


호세가 계속 콜록대며 말했다. 데이지는 씨익 웃고는 빠르게 종이를 훑기 시작했다. 필요한 정보를 찾아낼 요량이었다.


“음···, 이건 아니고. 이것도 필요 없고. 여기있다! 좋았어.”

“뭔데?”

“예전에 대장이 연구해 보라고 한 내용인데, 떠오른 게 있어.”


데이지가 의자를 끌고 와 앉아 호세에게 손짓했다. 호세도 의자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앉았다.


“이것 봐. 사람의 감정의 상태에 따라 주변의 마력이 미세하게 변화한다는 거야. 실제로 측정을 해봤는데, 정말 변하더라고.”

“진짜야? 그럼 사람이 많은 공간은 마력의 흐름이 흐트러지는 거 아니야?”

“그 정도로 강하진 않아. 정말 미세하게 변한다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자란 정도?”

“그럼 제법 강한데.”


데이지가 새초롬한 눈으로 호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호세는 윽 소리를 내며 쪼그렸다.


“막상 이 연구를 할 때는 측정 기구가 별로여서 실패하는 일이 많았어. 그런데 저번에 마족 주위의 마력을 측정할 때, 그쪽 부서에서 새로운 걸 만들었더라고.”

“마력석 담당 부서에서?”

“응. 저번에 그쪽 마력 공식 담당한테 증폭 공식을 설계한 걸 보여줬더니 짜 맞춘 모양이야. 완성도가 높은 건 아닌데, 조금만 손 보면 괜찮을 것 같아.”

“그런데 이건 갑자기 왜?”


데이지의 눈이 반짝였다.


“일정표에, 감정 상태를 넣는거야!”

“뭐라고?”


데이지는 신나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말했다.


“사람의 감정으로 움직이는 마력은 정말 미세해서, 측정할 수 있는 거리가 크지 않을거야. 증폭 공식을 몇 번 꼬아도 고작해야 100미터 쯤 될걸. 그러니까, 근처에 있는 걸 확인 할 수 있다는 거지.”

“오호.”

“또, 각 감정이 가지는 마력의 흐름도 조금씩 달라서, 감정 상태도 표시 할 수 있어. 이를테면 아무 생각 없는 상태가 0이라고 할 때, 양 쪽으로 움직이는 거지. 나쁜 감정이면 왼쪽으로, 즐거운 감정이면 오른쪽으로.”

“와, 재밌다!”

“그렇지? 저번엔 생각을 못 했는데. 사실, 대장이 들고 있는 지팡이가 이 연구에서 나온 거야. 연구 결과를 보여줬더니 대장이 만들었거든. 시도 때도 없이 반짝여서 문제지만.”


호세는 대장의 무섭게 번쩍이는 지팡이를 떠올렸다. 감정 변화를 나타내는 것일 줄이야. 앞으로 지팡이를 유심히 살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몇 가지가 더 필요하니까, 대장한테 부탁해야겠어. 따라와!”


데이지는 종이 뭉치를 가슴에 품더니 다시 이동마법진으로 향했다. 먼지가 회오리를 일으키며 뒤를 쫒았다.


“흐음.”


데이지가 설명한 내용을 듣고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론상으로 이해가 된 까닭이었다. 그러나 대답은 달랐다.


“재미 없군.”

“왜? 실용적이고, 기분도 알 수 있으니까 좋잖아.”


대장은 귀를 후비며 대꾸했다.


“지루해. 실용적인 건 재미가 없지.”


데이지가 입을 내밀고 궁시렁거렸다. 호세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몰라 어정쩡하게 웃으며 서 있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에밀리아가 말했다.


“좋은 것 같은데.”


대장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렇지 않습니까? 서로의 기분 상태를 알 수 있다는 건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쳇.”


대장이 혀를 찼다. 곧 머리를 벅벅 긁더니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어떤 게 필요하다고 했지? 데이지.”

“어, 마력 측정기랑, 변환 공식이랑···, 그리고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어!”

“그림?”


호세가 물었다.


“응. 기분 상태에 따라 돌아가게 만드는 거지. 표정을 그려서 말이야.”


그러자 대장의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좋다, 데이지. 그림은 내가 그리도록 하지.”


호세는 불길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몇 시간 뒤, 대장은 데이지와 함께 실험실로 내려가더니, 거대한 시계처럼 생긴 물건을 가져왔다.


“완성이다. 이름 ‘기분을 말해줘 1호’”

‘에밀리아 씨가 지었구나···.’


호세는 이제 말하지 않아도 유추할 수 있었다. 거대한 원에는 각자의 얼굴이 작게 그려져 있었다. 얼굴은 데이지가 그렸는지 모두 초롱초롱한 눈에 분홍색 볼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것이라곤 머리 색깔과, 용족인 차오의 피부 색이었다.


“아무래도 감정자체의 흐름을 읽으려니 방해물이 너무 많았다. 쉽게 가려지는 모양이더군. 미세한 움직이니까 말이야.”

“그래서 만들었지!”


데이지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곧 가지고 온 봉투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마력석으로 만들어진 목걸이였다.


“마침 소속을 나타낼 만한 건이 없기도 했고.”


대장이 말했다. 데이지는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호세에게 데이지가 다가와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푸른 빛으로 빛나는 목걸이가 호세의 가슴께에서 빛을 발했다. 호세는 마력석의 밝기 때문에 오금이 저렸지만.


“목걸이를 매고 있으면 ‘기분을 말해줘 1호’가 더 쉽게 마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지. 기왕 만든 김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생각이니, 늘 착용하고 있도록.”


대장이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착용하지 않거나, 잃어버린다면 죽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뜻임이 분명하다고 호세는 생각했다. 침을 꿀꺽 삼킨 호세는, 재빠르게 목걸이를 옷 사이로 집어넣었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라도 하면 골치 아파질 것이 확실했다.

데이지는 에밀리아에게도 목걸이를 건넸다. 그런데 에밀리아의 목걸이는 다른 사람의 것과 조금 달랐다.


“어, 마력석이 아니네요?”

“마력석이야. 대신 색깔을 덧씌운 거지.”


데이지가 대답했다. 에밀리아의 목에 걸린 ‘기분을 말해줘 1호’는 투명한 색이었다.


‘왜 에밀리아 씨 것만 다르지?’


호세가 속으로 생각하자, 데이지가 다가와 속삭였다.


“대장이 일부러 색을 투명하게 만들었어. 감정이 반응하면 색이 변하도록. 저 차분하고 맨날 똑같은 표정의 에밀리아의 감정이, 속에선 어떨지 궁금하지 않아?”


호세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힐끗거리며 목걸이에 달린 보석을 훔쳐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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