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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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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59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6.02 13:00
조회
512
추천
10
글자
8쪽

2-6 기분을 말해줘 (2)

DUMMY

품속에 넣어둔 목걸이를 꺼낸 호세는 신기한 듯 다시 만지작거렸다. 영롱한 푸른 빛이 감싼 손을 물들이고 있었다. 에밀리아의 투명한 목걸이를 힐끗거리며 감정과 연결된 작은 보석에 감탄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작동해보지.”


대장이 ‘기분을 말해줘 1호’를 만지며 말했다. 마력석과 같은 푸른 빛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한 기계는 곧 작은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계처럼 회전하던 기계에 그려진 각자의 얼굴이 빛났다. 호세의 얼굴이 그려진 부분이 회전하더니 다른 표정이 나타났다. 눈망울이 크고 분홍빛이던 얼굴이 검은 색으로 그려진 덜떨어진 얼굴로 변했다. 호세는 깜짝 놀라 기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기본 얼굴을 빼면 전부 내가 그렸다. 각자의 특징을 잘 반영했지.”


호세의 표정은 삐뚤삐뚤하고 멍청하게 그려져있었다. 민망해진 호세는 눈을 계속 꿈뻑이며 그림을 쳐다보았다.


“이 얼굴은 놀라거나 충격적일 때 나타난다. 제법 맘에 드는군.”


데이지의 표정은 웃는 얼굴이었다. 코에서 콧물이 나오는 것처럼 그려진 그림에 데이지는 얼굴이 붉어져 빽 소리질렀다.


"이 얼굴은 즐거울 때 나타나고."

“난 저렇게 안 생겼어! 콧물도 안 흘리고.”


대장이 킬킬거리며 웃었다.


“꼬맹이에게 딱 어울리지.”


데이지는 그림을 바꿔야겠다며 툴툴댔다. 대장의 얼굴이 그려진 부분은 전부 똑같은 표정이었다. 악마처럼 웃고 있는 얼굴. 데이지는 자신이 대장의 얼굴 그림을 그릴 거라며 씩씩댔지만, 호세는 어쩐지 대장의 기분은 항상 저 상태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에밀리아의 부분만이 변화가 없이 가만히 데이지의 그림이 그려진 모양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에밀리아는 고개를 흥미로운 듯이 끄덕였지만, 대장은 무엇이 맘에 들지 않는지 또 혀를 찼다.


‘에밀리아 씨는 정말 감정이 변하지 않는 건가?'


호세는 새삼 놀라며 에밀리아의 평정심에 감탄하고 있었다.


“잘 작동 되는지 실험을 해봐야겠군.”

“잘 되는 것 같은데요?”


호세가 대답하자, 대장은 날카로운 이빨이 보이도록 함박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호세, 오늘 에밀리아와 싸워라.”


호세의 감정 상태가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뭐라고요?”

“전투만큼 다양한 감정 변화가 나타나는 행동도 없지. 수련의 성과를 보여라.”

“그래도 갑자기···. 그것도 에밀리아 씨랑 싸우라뇨?”


에밀리아가 벌떡 일어나 말했다.


“좋아, 호세. 연무장으로 나오렴.”


에밀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가자, 호세는 덜덜 떨며 비에 젖은 강아지처럼 대장을 한 번 보더니,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호세의 감정 상태가 공포를 나타내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여전히 덜떨어져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고 싶었어. 마족에게 기죽지 않고 공격했다고 들었는데, 궁금하기도 했고.”


에밀리아가 수련용 목검을 꺼내들며 말했다. 호세는 방패를 펼치고 곧 죽을 사람처럼 핼쑥한 표정이 되어 대답했다.


“오기가 생겨서요···.”

“집념이라고도 하지. 아주 좋은 자세야.”


에밀리아의 말에 대장은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걸 잘한다며 킬킬댔다. 대장이 가지고 나온 ‘기분을 말해줘 1호’는 연무장 구석에 세워졌다. 데이지는 표정의 변화에 집중하며 민감도를 종이에 적고 있었다. 호세의 표정이 가지각색으로 변했다.


“에밀리아에게 한 방이라도 먹이면 호세의 승리라고 하지.”

“좋습니다.”


에밀리아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당당한 그녀의 모습에 호세의 절망이 한층 깊어졌다.


“자, 그럼 체험해 봐라. 호세.”


대장이 말했다. 호세는 창백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뭘요?”

“에밀리아 호프라이트라는 존재를 말이야.”


에밀리아는 조용히 검을 양손으로 잡고, 심호흡을 하며 눈을 감았다. 호세는 빨리 끝나길 기도하며 에밀리아가 눈을 감을 틈을 타 방패를 앞으로 내밀며 빠르게 다가갔다. 호세가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방패를 내리꽂는 순간, 에밀리아가 눈을 떴다.


그리고 호세는 처음 에밀리아의 훈련 모습을 바라볼 때처럼 연무장 바닥을 나뒹굴렀다. 잠깐 호세를 바라본 데이지가 고개를 저으며 다시 기계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호세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에밀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처음처럼 목검을 들고 차분하게 서 있었다.


“상대의 빈틈이 지나치게 보인다면,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해. 특히 강한 사람과 겨룰 때는 더욱 더.”


호세는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만만하게 볼 상대가 전혀 아니었다. 대장은 호세의 몰골을 배를 잡고 웃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호세는 숨을 가다듬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 무엇인가 떠오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꼬리를 펼쳤다. 붉은 꼬리가 호세의 뒤로 솟았다.


호세가 빠르게 에밀리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에밀리아는 꼿꼿히 서서 호세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검의 간격까지 호세가 접근하자, 에밀리아는 바람처럼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호세에게는 보이지도 않는 몸놀림이었다.


퍼억-!


에밀리아의 빠른 움직임을 깨닫고 방패를 미리 준비하고 있던 호세가, 목검을 막았다. 그러나 강한 힘에 밀려났다. 호세는 이를 악물고 걸음을 내딛으며 팔찌를 풀어 방패를 공중으로 던졌다. 에밀리아가 순간적으로 반응해 고개를 돌려 방패를 피했다. 피하는 순간 호세의 손이 에밀리아가 들고 있는 목검에 닿았다. 그러나 에밀리아가 빠르게 검을 휘둘러 바람으로 호세의 몸을 저지했다. 호세는 중심을 잃고 휘청이며 에밀리아의 뒤쪽으로 굴렀다.


“무기를 빼앗을 생각이라면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지.”


흙먼지를 일으키며 구르는 호세에게 에밀리아가 말했다. 그러나 호세는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빼앗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호세의 웃음에 에밀리아는 낌새를 눈치채고 빠르게 손을 살폈다. 손에 특이한 모양의 고리가 걸려 있었다. 목검에 걸려 손까지 타고 내려온 모양이었다.


“이건···.”

“가족의 힘을 빌렸죠.”


호세의 말이 끝나자마자 미리 작동시킨 꼬리가 빠르게 펼쳐지며 에밀리아의 손과 목검을 감쌌다. 호세는 먼지를 털고 일어나 미리 던져둔 방패를 들고 에밀리아에게 향했다.


“한 번만 성공하면 제가 이긴 거라고 했죠?”


팔찌를 착용한 호세의 방패가 펼쳐지며 푸르게 빛났다. 혹시 모르니 방패로 공격할 요량이었다. 그러자 에밀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견한 듯 말했다.


“제법이야. 공간을 미리 읽었구나. 내가 안일했네.”


호세는 뒷머리를 긁으며 다가왔다. 쑥쓰러움과 미안함이 섞여 불편한 감정이 되었다. 그리고 방패를 뻗으려는 순간,


“데이지, 미안해.”


에밀리아가 갑자기 말했다. 데이지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계속 감정 측정기를 살폈다. 에밀리아의 감정 상태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에밀리아의 손에 씌워진 꼬리가 진동하더니, 곧 엄청난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그녀의 목검에, 호세가 평생 보지 못한 엄청난 크기의 기검이 붉은빛을 일렁이며 발현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대장이 낄낄거리며 말했다.


“이제 2차전에 익숙해질 때도 됐다, 애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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