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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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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49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6.20 13:00
조회
433
추천
11
글자
7쪽

2-20. 칸 투레 (4)

DUMMY

비무장에 코하투와 후룸바가 올라갔다. 목검과 나무 방패를 쥔 그들의 얼굴은 역시나 긴장으로 굳어있었다. 반대쪽에서는 붉은 용족의 상대인 푸른 용족이 올라왔다. 파란 색과 초록 색의 용족이 한 명씩이었다. 파란 용족은 코하투와 비슷한 덩치였고, 초록 용족은 후룸바보다 약간 작았다.


“선수들은 양쪽으로 정렬하시오!”


심판으로 보이는 검은 용족이 올라왔다. 대결에 참가하지 않는 색의 용족이 심판을 맡는 모양이었다. 젊은 네 명의 용족이 서로를 마주보며 차렷 자세를 취했다.


“캇쿰은 서로 공격과 방어를 번갈하 하는 것으로 진행되며, 같은 조를 이룬 둘 중에 한 명이라도 무기를 놓치거나, 경기를 진행할 수 없게 되면 패배요. 선수들은 서로 경례하시오.”


심판의 말에 붉은 용족과 푸른 용족은 손을 교차하여 용족의 인사를 건넸다. 여러 색깔의 용족이 한 번에 하는 그들의 인사는 비장한 면모마저 보였다.


“선공은 제비뽑기로 정하겠소.”


심판은 나무 막대기 두 개를 들고왔다. 파란 용족과 후룸바가 나무를 한 개씩 뽑았다. 후룸바가 뽑은 나무에 붉은색이 칠해져 있었다. 심판은 고개를 끄덕이고 크게 말했다.


“선공은 붉은 용족으로 정해졌소! 푸른 용족의 방어 선수와 붉은 용족의 공격 선수는 앞으로 나오시오!”


후룸바는 여전히 긴장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파란 용족이 나무 방패를 들고 후룸바의 앞에 섰다. 후룸바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루디간은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호세 님, 어떻게 보시오?”

“후룸바가 지나치게 긴장한 것 같은데요, 평소보다 힘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아요.”


호세가 안타까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흠,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오히려 후룸바가 코하투보다 걱정이군. 나이가 많고 덩치가 크다고 하더라도, 알맹이가 어리면 소용이 없지.”


호세는 코하투를 지켜보았다. 후룸바에 뒤에 서서 입술을 꾹 다물고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있는 듯 보였다. 후룸바가 목검을 치켜들었다. 기합을 내지르며 강하게 휘두른 목검은 상대의 방패를 향해 맹렬하게 움직였다. 파란 용족은 방패를 몸에 가까이 대고 꼬리로 몸을 지탱했다. 호세는 감탄을 뱉었다.


“저렇게 방패를 몸 가까이에 대면 충격이 상당할 텐데, 대단하네요.”

“용족만이 저런 방어술을 펼칠 수 있지. 그러나 우리는 모두 용족이기 때문에, 오히려 간파당하기 쉽기도 하오. 후룸바에게도 미리 말해놓았지.”

“그렇군요.”


나무와 나무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기합이 멈췄다. 파란 용족은 살짝 흔들린 것처럼 보였지만 넘어지지 않고 버텨냈다. 후룸바가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관중들은 박수를 보냈다. 호세도 얼른 따라서 박수를 쳤다.


“그래도 기본 자세가 훌륭한 친구군. 후룸바보다 감각이 뛰어난 것처럼 보였소.”


루디간이 작게 웃었다. 호세는 루디간이 웃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루디간은 마저 말을 이었다.


“후룸바도 깨달았겠지. 덩치와 힘만으로 모든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말이오. 이번 캇쿰에 녀석을 출전시킨 건 승리가 아니라 성장을 위해서요.”

“코하투도 그럴까요?”


그러자 루디간이 고개를 저었다.


“코하투는 좀 다르지. 녀석은 정신적인 성장이 아니라, 무예의 성장을 이뤄낼 필요가 있소. 용족의 무예는 색마다 미묘하게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낼 때 도움이 되곤 하지.”

“그렇다면···?”


루디간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호세 님께는 미안한 일이오만, 사실 승리를 기대하진 않았소. 우리는 당장의 승리보다 미래를 이끌어갈 녀석들이 자라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오. 그렇다고 호세 님의 도움이 헛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오.”


호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루디간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비록 이번 경기를 지더라도, 후룸바와 코하투가 더 노력하게 된다면 붉은 용족의 입장에선 달가운 일이리라.

이번엔 코하투와 초록 용족이 앞으로 나왔다. 시작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초록 용족은 양손으로 목검을 쥐고 코하투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코하투는 거리를 다시 벌리며 상대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목검이 왼쪽으로 길게 궤적을 그리며 빠르게 움직였다. 코하투는 호세가 가르쳐 줬던 것처럼 꼬리를 살짝 튕겨 몸에 반동을 실어 검을 막아냈다. 목검을 쥔 손이 흔들렸고, 가까스로 검을 놓치지 않은 초록 용족의 눈에 당황이 실렸다.


“익숙하지 않을 테지. 저런 방어술은 용족이 잘 사용하지 않았던 까닭이오.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잠시 물러날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때문에 나는 호세 님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하오.”


루디간의 말에 호세는 민망한 표정으로 경기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은 가르친 것보다 배운 게 더 많았다.


이후로 번갈아 가며 대결이 펼쳐졌다. 시간이 제법 흘렀고, 처음과 다르게 목검과 방패가 부딪히는 소리가 작아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용족이라고 해도 지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후룸바가 헉헉 소리를 내며 목검을 다시 휘둘렀다. 파란 용족이 몸을 비틀거리며 겨우 목검을 튕겨냈다. 후룸바도 휘두르는 검에 끌려가듯이 몸을 지탱했다.


공수 교대가 이루어지고, 마찬가지로 지친 기색의 초록 용족과 코하투가 비무장 위로 올라왔다. 거친 숨을 쉬며 서로를 바라보며 천천히 원을 그리며 돌았다. 코하투가 걸음을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순간, 관중석에 있는 호세가 눈에 들어왔다. 호세도 코하투와 눈이 마주친 걸 깨닫고, 입술만 움직였다.


‘성인식을 떠올려!’


입만 뻥긋거리는 호세의 얼굴을 자칫 우스워 보일수도 있었지만, 코하투는 무엇인가 깨달은 듯 진중한 표정으로 다시 상대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곧이어 초록 용족이 목검을 들고 크게 휘둘렀다. 그러나 이번엔 초록 용족이 아닌 코하투가 기합을 내질렀다.


“이야아-!”


코하투의 움직임이 일순 빨라졌다. 내려치는 검 사이로 코하투가 민첩하게 방패를 위로 들어올렸다. 초록 용족은 당황하며 검을 거두려 했으나, 이미 속도가 붙은 코하투의 방패가 목검을 때렸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목검이 날아갔다. 초록 용족은 사색이 되어 검을 줍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이미 심판이 일어선 뒤였다.


“그만! 경기는 종료되었소.”


관중들이 웅성댔다. 보통 공격에 지친 방어 담당이 기권을 하거나, 방패가 부서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반대로 방어를 하는 사람이 공격을 무력화 시킨 것이었다. 코하투의 움직임에서 부터 느껴진 이질감이 용족들의 입에서 오르내렸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곧 호세에게 향했다. 호세는 주눅이 들어 얼른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그러나 붉은 용족의 승리에 그들이 함성을 지르며 호세에게 박수를 보낸 까닭에,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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