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62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5.30 13:00
조회
508
추천
11
글자
7쪽

2-3. 숨바꼭질 (3)

DUMMY

“차오 씨네 저택은 가본 적 없어?”


호세가 발걸음을 옮기며 물었다. 그러자 데이지가 빵을 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용족들은 자신의 집에 다른 종족을 잘 초대하지 않는 편이야. 동족간의 유대감이 엄청난 사람들이니까. 다른 색의 용족을 빼면 말이지.”

“색깔이 다르면 싫어해?”


데이지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싫어한다기보다는···, 불편해 하는 것 같아. 저번에 차오가 다른 색의 용족과 함께 있는 걸 봤는데, 서로 꺼림칙한 표정이더라고.”

“무슨 이유가 있을까?”


데이지는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글쎄. 자세한 건 용족끼리만 알고 있겠지.”


호세는 문득 차오가 해줬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용족의 옛 선조들은, 모두 날개가 있었다고 합니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기도 하고요. 모든 종족은 그들을 우러러봤다고 하지요. 그러나 그들이 교만이 하늘 끝에 닿은 어느 날, 날개가 모두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갑자기 몸의 색깔이 달라지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자신과 다른 색의 용족과 싸우고 싶어지는 욕구가 생겼습니다. 그 이후 용족들은 서로의 영역을 정해가며 다투고 있지요. 물론 전설일 뿐입니다만.’


“어쩌면, 서로 싸우고 싶지 않았을지도 몰라.”

“무슨 소리야?”


호세는 눈을 깜빡이며 중얼거렸다.


“본능이 싸우라고 말하지만, 싸우고 싶지 않아서 불편했던 거야. 계속 참아야 하니까.”

“서로 다른 색의 용족들을 말하는 거야?”

“응.”


데이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해?”

“그냥. 나라면 그럴 것 같아서.”


호세는 터벅터벅 걸으며 작게 말했다. 자신과 닮은 사람과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는 운명이라면, 호세는 도망치고 싶어졌으리라. 호세는 모순의 감정을 그들도 견디기 힘들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저택의 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용족의 뿔이 돋아나 있는 붉은 대문이 웅장하게 멋을 자랑하며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데이지는 입을 작게 벌리고 자신보다 수십 배는 더 거대한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왕궁의 문과는 색다른 장엄함이 있었다.


“엄청 크다.”


호세는 이젠 익숙해져버린 자신이 놀라우면서도, 감탄하는 데이지의 모습이 썩 맘에 들었는지 콧김을 내뿜고 안으로 향했다. 드디어 연장자가 된 느낌이었다.


‘이제 우리의 가족입니다 1호’를 착용한 호세는 문을 지키는 용족에게 인사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문지기가 잠시 데이지를 살폈고, 호세는 함께 일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패를 확인한 문지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어주었다. 거대한 대문이 열리는 큰 소리에 움찔한 데이지는 호세의 뒤를 따라 안으로 재빨리 걸었다.


“저기는 과수원이고, 옆쪽으로 가면 연무장이 있어. 아, 그리고 화장실이 무섭게 생겼으니까 마음에 준비를 하고 들어가야 해. 식당은 반대편이고, 제단이 있는 곳은 좀 더 걸어야 해. 광장 근처에 있거든.”

“와, 잘 아네?”


호세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도 그럴 것이, 길을 잃어버린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길을 외우게 된 것은 호세가 암기에 뛰어나서가 아니라, 외우지 않으면 전혀 모르는 공간을 혼자 헤메게 될 것이라는 공포 덕분이었다.


“호세 공!”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데이지와 호세가 고개를 돌리자, 아직 소년으로 보이는 용족이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코하투였다.


“코하투! 오래간만이네. 요즘 무술을 배우느라 바쁘다며?”

“네, 그렇습니다. 무술의 투하쿰이 배움이 빠르다고 하셔서 열심히 하는 중입니다.”


코하투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코 밑을 훔치며 대답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작은 분홍 머리 소녀를 바라보았다.


“이 분은···?”

“아, 나랑 차오 씨랑 함께 일하는 동료야.”

“함께 말입니까?”


코하투는 제법 놀란 눈치였다.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인간이, 호세는 물론이고, 무려 칸과 함께 일하고 있다니. 최근에 무예에 두각을 나타내며 선배 용족들에게 칭찬 받고 있어 들떠있던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투하쿰이 늘 말했지만, 세상은 넓고 뛰어난 이가 많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이번에 견학을 하고 싶다고 해서 데려왔어. 원래는 허락을 맡아야 하지만···.”


호세가 말끝을 흐리고 데이지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데이지가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당당하게 말했다.


“맨날 놀러 오라고 하는 걸! 내가 귀찮아서 안 간거지.”

“그렇대.”


코하투는 고개를 끄덕였다. 칸은 말을 가볍게 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분명 작은 소녀는저택에 초대해도 좋을만큼 믿을만한 동료였으리라.


“그건 그렇고, 혹시 차오 씨가 어디 있는지 알아?”

“칸 말씀입니까? 주로 집무실에 계십니다만, 오늘 보수 공사가 있어 그쪽에 가셨을지도 모릅니다.”

“보수공사?”


코하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비무장을 증축하거든요.”

“비무장은 갑자기 왜? 지금도 충분히 크잖아.”


코하투가 갑자기 비장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칸 투레가 있거든요.”

“칸 투레?”


데이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호세는 코하투와 데이지를 번갈아 보며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뭔데?”


데이지가 대신 대답했다.


“대장을 결정하는 거 아니야?”

“맞습니다. 칸을 결정하는 비무 대회입니다. 가장 큰 행사이지요.”

“그럼 차오 씨는 더 이상 칸이 아닌거야?”


코하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비무에서 패배하지 않으면 계속 됩니다. 애초에 저희 붉은 일족 중 가장 강한 자가 칸이 되기 때문에 수장이 바뀌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럼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거 아냐?”


데이지가 이해되지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 호세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코하투는 망설이다가 입을 뗐다.


“칸 투레에는, 다른 색깔의 용족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호세가 놀라서 말했다.


“정말? 그럼 만약에, 아,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긴 한데, 만약에라도 지면 어떻게 돼? 다른 색의 용족이 붉은 용족의 수장이 되는 거야?”


호세의 물음에 코하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각각의 색마다 정해져 있는 칸 투레의 시기가 있는데, 자신의 일족이 주최한 칸 투레에서 지면 의무적으로 다른 용족의 칸 투레에 참여해야 합니다. 이길 때까지 말이지요.”


호세는 입을 다물고 고민하다 말을 뱉었다.


“엄청난 불명예겠네.”

“그렇습니다. 게다가 저희는 꽤 오랜 기간 동안 진 적이 없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죠.”


호세가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자, 데이지가 호세를 쿡 찌르며 말했다.


“서로 싸우고 싶지 않을 거라며?”


호세가 민망함에 입맛을 다셨다. 둘은 코하투의 안내에 따라 비무장으로 향했다. 차오는 진중한 표정으로 공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일해라, 공무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2 2-23. 번외 경기 (1) +1 18.06.24 442 10 7쪽
71 2-22. 칸 투레 (6) +2 18.06.22 436 10 7쪽
70 2-21 칸 투레 (5) +1 18.06.21 429 11 8쪽
69 2-20. 칸 투레 (4) +1 18.06.20 434 11 7쪽
68 2-19. 칸 투레 (3) +2 18.06.17 457 8 7쪽
67 2-18. 칸 투레 (2) +1 18.06.16 450 10 7쪽
66 2-17. 칸 투레 (1) +2 18.06.14 458 11 7쪽
65 2-16. 발명품 (3) +1 18.06.13 460 10 7쪽
64 2-15. 발명품 (2) +1 18.06.12 469 11 7쪽
63 2-14. 발명품 (1) +2 18.06.11 483 11 7쪽
62 2-13. 칸 (3) +3 18.06.10 460 11 7쪽
61 2-12. 칸 (2) 18.06.09 450 9 7쪽
60 2-11. 칸 (1) +1 18.06.07 495 12 7쪽
59 2-10. 차오의 부탁 (3) +1 18.06.06 481 11 7쪽
58 2-9. 차오의 부탁 (2) +4 18.06.05 607 11 7쪽
57 2-8 차오의 부탁 (1) +5 18.06.04 504 11 7쪽
56 2-7. 기분을 말해줘 (3) +4 18.06.03 489 9 7쪽
55 2-6 기분을 말해줘 (2) +1 18.06.02 513 10 8쪽
54 2-5 기분을 말해줘 (1) 18.06.01 513 12 7쪽
53 2-4. 숨바꼭질 (4) +2 18.05.31 529 12 7쪽
» 2-3. 숨바꼭질 (3) +1 18.05.30 509 11 7쪽
51 2-2. 숨바꼭질 (2) +2 18.05.29 555 10 7쪽
50 2-1. 숨바꼭질 (1) +2 18.05.28 523 14 7쪽
49 49. 할 수 있는 일 (3) +1 18.05.21 549 11 7쪽
48 48. 할 수 있는 일 (2) 18.05.20 554 11 8쪽
47 47. 할 수 있는 일 (1) +1 18.05.18 565 12 7쪽
46 46. 마족과 배신자 (4) 18.05.18 607 13 7쪽
45 45. 마족과 배신자 (3) +1 18.05.17 578 12 7쪽
44 44. 마족과 배신자 (2) +1 18.05.16 566 12 7쪽
43 43. 마족과 배신자 (1) +1 18.05.15 689 14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