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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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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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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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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5,868

작성
18.05.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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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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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7쪽

41. 실마리를 찾다 (2)

DUMMY

‘셔츠에 잉크를 쏟은 게 아니라, 글자가 쓰여 있던 검은 로브에서 묻어 나온거야!’


호세는 그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자신과 마주친 순간에도 네드는 다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장은 천천히 네드가 쓴 글을 읽어 내려갔다. 곳곳에 잉크가 번져 알아보기 힘든 단어도 있어서 눈살을 찌푸렸다. 호세도 대장에게 건네준 것과 같이 네드의 로브를 찍은 종이를 읽기 시작했다.


시작은 호세가 예측한 대로였다.


「데이지, 너였으면 좋겠다.」


네드는 데이지에게 편지를 남긴 것이었다. 호세는 침을 꿀꺽 삼키고 다음 문장을 읽었다. 제법 긴 내용이었다.


「안녕, 데이지. 네가 이걸 읽고 있을 때 나는 죽었을 테지. 그렇게 계획했으니까. 부디 화재에 피해를 입은 애꿎은 사람이 없길 바라. 일부러 옷을 너에게 전달되게 해 놨으니, 너는 영특한 아이니까 여기에 쓰여진 편지를 찾아 낼 거라고 믿어.


데이지, 나는 스스로 죽어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죽게 될 테니까. 내 손으로, 내가 만든 --- 의해서 말이야.


나는 ---을 배웠어. 데이지. 너에게 마법 공학의 기초를 물어본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야. 마족은 아주 가까이에 있어. ------로 숨어있던 거야. 그래서 처음 그들이 나에게 접근 했을 때, 아무 의심도 없이 받아들였지. ---인 줄도 모르고 흠뻑 빠져버린 거야. 내가 이 분야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버린 거지. 어쩌면 너와 비슷할 지 모르겠다.


나는 나를 막을 수 없었어. ----를 만들면 만들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지식에 눈이 멀어버리니까. 지금까지 했던 공부와 전혀 다른 즐거움이었어. 재능이란 때로는 잔인해. 분명 이대로라면, 나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내고 말거야.


그래서 나는 죽기로 결심했어. 지금 끊어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거든. 그리고 언젠가, 네가 더 ---- 사람이 되면, 너도 깨달을지 몰라. 진보 된 마법을 말이야. 그 발판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이걸 알아선 안 돼. 스스로가 만들어 낸 것에 취해버리니까. 나처럼.


내 죽음을 마족에게 알려야 해. 때문에 마크를 이 일에 연관 시킨 거야. 나를 죽일 누군가가 필요했거든. 마족에겐 이렇게 말했지.


‘왕국이 눈치 챈 것 같다. 위험하다.’


마크는 얼굴이 잘 알려진 사람이고, 왕국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 임무를 행하기에 적합한 사람이지. 내가 화재에 휘말렸다고 하면, 단순한 범죄나 사고라고 생각하겠지만, 왕국의 얼굴과 같은 사람이 개입했다면 달라. 뒤에 누군가 있다고 생각하겠지.


데이지, 마크의 집에 선물을 몰래 가져다 줘. 돈이나, 보석 같은 걸로. 그리고 마크에게 항상 집중해. 그들이 접촉하는 순간을 노려. 나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마지막은 한 방 먹여줘야겠거든. 나를 ----- 놈들한테 말이야. 어떻게 숨어있는지 알았으니, 찾아내는 방법을 연구해야 해.


미련은 없어, 데이지. 나는 여행을 떠나는 거야. 내가 항상 원했던 것처럼. 호세라는 친구가 널 잘 보살피리라 믿어. 좋은 사람 같더라.


우리가 알았던 모든 것은 거짓이야. 신은 공평하지 않아.


잘 지내렴.」


호세는 네드의 편지를 내려놓았다. 얼추 이해가 되긴 했지만, 정작 중요한 내용은 잉크가 번져 읽을 수 없었다. 네드가 만들어낸 건 뭘까? 마족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는 걸까? 호세는 왜 진작에 잉크에 얼룩진 옷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후회했다. 그러나 대장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데이지를 불렀다.


“너도 읽었나, 데이지?”

“응, 대장.”


데이지가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녀석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줘야겠지. 금화를 줄 테니, 마크의 집에 몰래 가져다 놓고 와라. 호세.”

“제가요?”

“그래. 마족은 아마 너도 주의 깊게 보고 있을 거다. 네드와 어울려 다녔으니.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너를 적극 이용할 생각이다.”


호세는 식은땀을 흘렸다. 곧 엄청나게 무거운 금화 뭉치가 든 주머니가 호세의 손에 쥐어졌다. 호세는 한숨을 푹푹 쉬며 뛰어나가 대장이 알려준 마크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주머니를 던진 다음 힘껏 사람이 많은 곳으로 도망쳤다. 창문이 깨지는 와장창 소리가 났다. 분명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돈을 몰래 두고 오는 일인데도, 범죄자가 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우리는 마크 씨를 지켜내야 합니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금화를 가져다 놓고 돌아온 호세에게 차오가 말했다.


“네드 님이 계획한 일은 분명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의사도 없이 마족의 목표가 된 마크 씨는 피해자니까요.”


호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세, 이리로 와.”


데이지가 호세를 실험실로 불렀다. 도착한 실험실에는, 푸른 빛으로 번쩍이는 마력석이 박힌 팔찌가 있었다. 팔찌에는 호세의 꼬리처럼 두 개의 단추가 있었다.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자, 이게 네 방패야.”


호세가 데이지의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팔찌를 착용하자, 은은한 불빛이 팔찌에서 흘러나왔다.


“오른쪽 단추를 눌러 봐.”


호세가 단추를 누르자, 얇고 투명한 막이 몸통 크기로 만들어졌다.


“마력으로 만든 방어막이야. 보통 공성전에서 쓰이는 고급 마법이지. 튼튼하긴 하지만, 마력이 다 떨어지면 마력석을 갈아야 하니까, 빛이 희미해지기 전에 교체 해.”


호세는 꿀꺽 침을 삼켰다. 3등급 마력석 정도로 되어 보이는 뚜렷한 빛이었다. 집 한 채를 팔에 들고 다니는 셈이다.


“또 왼쪽을 누르면 자폭해?”


호세가 창백해진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데이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 그걸 믿어? 네 꼬리나 방패의 왼쪽 단추는, 네가 막기 버거운 강한 공격이 있을 때 사용하게 될 거야. 아직은 필요 없겠지만.”


호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무튼 고마워, 데이지.”

“조심해. 언제 다칠지 몰라.”


데이지가 손등으로 호세의 배를 툭툭 치며 말했다. 호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참, 그리고 이름은 에밀리아가 지었어.”

“···뭔데?”

“호세 지키미.”


호세는 이마를 짚은 채 실험실 밖으로 향했다. 데이지의 웃음소리가 호세를 마중했다.



마크는 집에 느닷없이 찾아온 엄청난 액수의 금화를 어쩌지 못하고 결국 왕궁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주머니 안의 쪽지에는 가지고 있으라 적혀 있었지만, 어쩐지 꺼림칙한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눈치 채기 전에 얼른 가져다 놓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지나친 복은 화를 불러오기 마련이었다.


마크의 급한 발걸음은 뒤따라오는 검은 인영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은 그림자처럼 조용히 마크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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