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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껌
작품등록일 :
2023.05.11 13:24
최근연재일 :
2023.11.12 20:3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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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
추천수 :
18
글자수 :
187,767

작성
23.10.1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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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흑마법사(1)

DUMMY

"성과는 어떤가?"

"매우 좋죠. 매우."


겉으로도 상당히 수상하게 생긴 사람과 덴하르트 하인리히가 같은 장소에 있다.


새부리 모양의 가면과 검은 로브를 입었고, 안쪽은 회색깔의 옷을 입은 굉장히 칙칙한 느낌의 남성이 보인다.


"재료 수집이 너무나 수월해서 말이죠."

"참으로 좋은 일이야."


"그것은 어떻게 아직 잘 작동합니까?"

"그런 말 하지말게."


단호하게 선을 긋는 자작이다.


"뭐. 그렇다면야. 잘 있는 것 같아 좋군요."

"...."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레넥트."

"그 이름은 여기서 말씀 하지 마시죠?"

"후우.... 아무튼 부탁할게 한 가지 있네. 선물이라 해야하나?"

"오호."


수상해 보이는 인물의 이름은 레넥트인 모양이다. 그게 진짜 이름인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내 영지의 사람들도 어느정도 데려가게. 되도록 쓸모 없는 녀석들로 말이야."

"참 잔인하십니다. 어떻게 자신의 영주민을 팔아 넘기시고 그러십니까?"


말과는 다르게 손을 비비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맘에 없는 소리 하지 말게. 그리고 나 혼자만 무사하면 다른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할거야."

"아하핳. 그럴수도 있겠네요."


"대가는 나중에 따로 받겠네."

"이거 제가 의뢰비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럼 이 이야기는 없던 걸로 하지."

"아닙니다. 제가 꼭 하고 싶군요."


그들의 관계에 아무래도 무언가 있는 모양이다. 서로 신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그리고 이번의 성과는 좋았겠지?"

"그럼요. 여기 있습니다."


레넥트는 피와 같이 검고 붉은 구슬을 건네준다. 안에 있는 것이 어떤 물질인지는 모르겠으나 검은 것과 붉은 것이 서로 섞이며 또는 흩어지는 것이 아름답다.


"이번은 순도가 좋군."

"그러게 말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가져가고 싶을 만큼 아쉬운 마음이 크네요."

"그럴리는 없지."

"그럼요."


으아악!


프리실케 자작은 매우 화가 나 있었다.


"왜? 자꾸 내 영지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것이야!"


처음에는 전혀 알아채지 못 했다. 그 대상이 매우 취약 계층의 사람이었기에. 외면받던 이들이 사라져도 알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빈민촌의 사람들이 반쯤 이상 사라지고 나서야 깨닭았다. 아니. 농부가 하나 사라지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조치가 취해지기 전까지 시간이 걸렸고, 그 동안 더 많은 사람이 실종 되었다.


"왜 그걸 알아내지 못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사실 그의 잘못은 아니다. 많은 병력이 사라졌으니 이를 조사하기는 커녕 사람을 지키는 것에 배치할 인원 조차 모자르다.


"후우....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지?"

"굉장히 외람된 말이지만, 외부의"

"닥쳐! 그러면 정말 끝장이야!"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이 빈 강정이나 다름 없는 상태이다.


이 상황에서 다른 외부인을 들이면 곧바로 상황을 눈치챌 정도로 무너진 군권이다.


"망할! 어떤 새끼야!"


이도 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음이 참으로 통탄스러운 자작이다.


"앙투안. 자네가 직접 나서주면 안 되겠나?"

"그렇지만, 제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뭔지 모를 조직들이 그런 짓을 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


참으로 요상한 조직이다. 처음에는 그냥 인신매매나 하는 파렴치한 녀석들인 줄 알았는데. 쉽사리 잡히지가 않는다.


그리고 너무 대범하다. 그래서 한동안 자신의 병사들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어떠한 연관성을 찾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다고 연속해서 이런 일만 벌어지는 가!"

"주군...."


주군이 다시 정신병이 도진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또다시 칩거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이제 그가 무너지면 이 영지는 끝장이다. 더 재기할 구석도 없을 것이다.


다른 이가 영주 대리를 하는 그 순간 사실상 먹힌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차출해!"

"예?"

"이렇게 다 잡혀가는 일은 더 두고 볼 수 없어 그렇지?"

"그렇죠."

"그렇다면 그 인원을 징병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렇기엔."


그렇기엔 이번 농사가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아무 수도 내지 못하고 당하기만 할 수는 없는 법.


"위기가 언제나 위기라는 법은 없지. 위기도 또한 기회가 될 수 있는 법이야."

"흠.... 알겠습니다. 그러면 징병 방식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그가 생각하기에도 무리인 이야기는 맞지만, 더 나은 제안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거절은 없다. 성인이 된 나이면 전부."

"전부? 그건 수용할 수 없습니다!"

"자네가 영주인가? 그리고 어중간한 징병으로는 작금의 사태도 해결하지 못해."

"그렇지만, 너무 많은 수입니다. 그걸 감내하기엔 지금의 재정상태가 그렇게 좋지 못합니다."

"재정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네. 이미 그 건에 대한 것은 통과되었으니까."


앙투안은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이것은 부탁이나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통보하는 것이라는 것을.


"이미 결정된 사항이군요."

"미안하네. 자네라면 받아드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어."

"기분이 나쁜 것은 사실입니다만.....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죠."


주먹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나 그는 인내심으로 참아내며, 최대한 이성적이게 굴려고 노력했다.


"설마.... 아니겠죠?"

"자네가 무엇을 말하는 지는 모르겠네. 하지만, 그것이 어느정도 맞을 것만 같군,"

"저는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래도 이 일은 진행 될 것이야."


이게 어떻게 된 것이란 말인가. 차라리 영주가 쓰러지는 편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방해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것만 해도 감사하네."


앙투안이 저 멀리 멀어지자.


"이게 나의 욕심인지도 모르겠어. 이게 최선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영주민의 총 동원과 크게 다르지 않는 방안이다. 그만큼 위험하고 얻을 것도 적을 수 있다.


"하지만 가만히 당하고만 있자니. 참을 수가 없네."


프리실케 자작은 무엇인가 알고 있는 것인가? 그는 이번 사건이 덴하르트 하인리히 자작과 어떠한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저 직감에 불과한 일이다. 그저 그의 망상만일 수도 있건만 그는 왠지 모르게 자신의 직감이 확실하다고 믿고 있다.


"내가 미친건가?"


자신이 망가졌다는 자각은 있다. 그러나 그것을 막을 수도 없다는 것도 안다.


"해야지. 우리 아가를 위해. 내 아내를 위해."


무엇이 이미 죽은 이들을 위한 일이란 말인가. 이런 의미 없을 지도 모르는 일에 덧없이 쓰러져갈 사람들은? 아직 숨쉬고 살아있는 이들은?


"누굴 믿어야 하는 것인가."


앙투안은 무너져 내렸다. 지금껏 충성해오던 이유가 무엇이던가. 무엇을 위해 자신이 이렇게 달려온 것인지.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당한 느낌이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 일이 성공하든 말든 난 나가야겠어."


그럼에도 자신의 반평생을 지냈던 곳을 의리없이 떠날 수 없던 앙투안이다. 이번이 마지막이라 읊조리지만, 그가 만약 떠난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미련은 남을 것이다.


"주군...."


명석하고 뛰어나던 그가 어찌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단 말인가.


유일한 약점으로 유약하다고 생각했던 영주가 강인해졌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늦은 시기에 벌어진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 최악의 시기에.


"신이시여.... 제발."


무교였던 그가 지금껏 살아오며 한 번도 기도하지 않았던 이가. 간절히 기도하지만, 영주는 끝내 영주민들을 징병하기에 이른다.


"이건 말도 안돼!"


영주라고 해도 이렇게 억지로 끌고 나갈 수는 없다. 그렇게 반항도 해보지만 그것은 무의미하다.


"내 발로 걸어가겠소."


이미 자신의 자식과 아내가 실종된 사람들은 자진해서 들어오고 그 뒤 징집을 하는 것에 동참해 이미 겁잡을 수 없었다.


"이 비겁한 녀석들!"

"겁쟁이 같으니!"


"미친거야?! 우리가 잡혀가면 농사는! 아이들은 어떻게 하라고!"

"그걸 위해서 우리가 모이는 것이 아니겠냐! 당장 나와!"


아무리 농성을 부린다고 하여도 이들은 막무가내로 굴 뿐이었다.


"얌전히 나와! 어차피 가게 될 거라면 몸 성히 가는 것이 좋지 않겠어?!"


식량 창고에 모여있던 그들은 그 말에도 꿈적하지 않았지만,


"이게 무슨 냄새야?"


킁킁킁


"뭐지?"

"설마?"


"뭔데?"

"이 미친 것들이 불을 지른 모양인데?"

"에이. 그렇기는 힘들지. 여길 불태운다고?"


아직 식량이 가득 들어차 있는 곳이다. 아무리 급하다고는 해도 이런 일이 가능 할리가 없다.


"당장 나와!"

"겁쟁이들은 거기서 타 죽어라!"


밖에 사람들은 여전히 으름장을 늘어놓는 것은 같았으나. 그 뉘앙스가 어째 불길하다.


"진짜? 여길 태우겠다고?"

"말도 안돼!"


믿을 수 없다는 반응들이 대다수다. 그러나 긴 시간이 흐르지도 않아. 그들은 알 수 있었다.


"이 미친 새끼들!"

"나가자! 여기 있다간 다들 죽겠어!"


설마하니 식량 창고를 태우겠거니 생각했지만, 그들의 예상과 달리 이미 불을 지른 뒤였다.


콜록콜록


"이... 미친 새끼들."


"닥쳐! 당장 따라오지 못해?"


그렇게 나온 녀석들을 끌고 나간다. 이미 불은 겁잡을 수 없이 커져 이제는 전소가 될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으리라.


"다 굶어죽게 생겼네."


몇 달은 먹고 살 정도의 분량이 있던 창고다. 분명 식량 문제가 일어나리다.


"이러고도 무사할 것이라 생각해?"


퍽!


"너희들이 협조적으로 굴었으면 문제가 없었겠지. 그리고 영주의 명이다."

"미친! 그럴리가!"


인자하신 우리 영주님이다. 흉작이라도 나면 세금을 덜 걷어가시고 하는 영주님이다. 성군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좋은 영주님이다.


"사실이야! 모두 영주님의 뜻대로 하는 것이니.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너에게 있겠지."


식량 창고를 태우는 불미스러운 짓을 저지르고 저렇게 뻔뻔하다니. 정말로 그 말이 참이란 말인가.


"어쩌자고 이런 짓을."

"다 생각이 있으신 모양이겠지."

"생각은 무슨!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상식선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일도 동시다발적으로 그리고 대다수의 인간들이 그렇게 행동하자면 그것이 정상이다.


"내가 왜!"


그는 임시 감옥에 갇혀있다. 죄목은 병역기피 및 기물 파손 등으로 극심한 형별이 있을 것 같으나,


"걱정마. 몇 대 맞고 풀려날거야."


이미 들어온 선배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 형에 비해 큰 처벌은 하지 않는 모양이다.


"난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어!"

"그러면 나는? 내가 그런 짓을 저질러서 온 것 같으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처지의 인물들이라는 것을 깨닭았다.


"....이건 아니야."

"그냥 이제 받아들이게."

"맞아. 이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따라야지."


그렇게 자포자기한 이들이 수 없이 생겨났다. 그리고 군의 사기는 프리실케 영지 사상 최고로 높아졌다. 독기만 가득한 이들로 가득 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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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악의 재림 23.11.12 4 0 11쪽
36 마물 토벌(6) 23.10.16 7 0 11쪽
35 마물 토벌(5) 23.10.15 8 1 11쪽
34 흑마법사(2) 23.10.14 10 0 11쪽
33 마물 토벌(4) 23.10.13 10 0 11쪽
» 흑마법사(1) 23.10.12 11 0 11쪽
31 마물 토벌(3) 23.10.11 11 0 11쪽
30 마물 토벌(2) 23.10.10 10 0 11쪽
29 마물 토벌(1) 23.10.09 10 0 11쪽
28 스콰이어(4) 23.10.09 9 0 11쪽
27 스콰이어(3) 23.10.08 12 0 12쪽
26 스콰이어(2) 23.10.08 13 0 11쪽
25 스콰이어(1) 23.10.06 16 0 12쪽
24 사교회(4) 23.10.05 14 0 11쪽
23 사교회(3) 23.10.04 16 0 11쪽
22 사교회(2) 23.08.03 17 1 11쪽
21 사교회(1) 23.07.15 22 0 11쪽
20 마석화(5) 23.07.13 29 0 11쪽
19 마석화(4) 23.07.11 24 0 11쪽
18 마석화(3) 23.07.09 27 0 12쪽
17 마석화(2) 23.07.06 28 1 11쪽
16 마석화(1) 23.07.04 30 0 11쪽
15 마물과 기생충(4) 23.07.03 27 1 11쪽
14 마물과 기생충(3) 23.07.01 25 1 12쪽
13 마물과 기생충(2) 23.06.30 26 0 11쪽
12 마물과 기생충(1) 23.06.29 32 0 11쪽
11 벌레(5) 23.06.28 38 1 12쪽
10 벌레(4) 23.06.27 33 1 11쪽
9 벌레(3) 23.06.26 39 1 11쪽
8 벌레(2) 23.06.25 4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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