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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껌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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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껌
작품등록일 :
2023.05.11 13:24
최근연재일 :
2023.11.12 20:3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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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추천수 :
18
글자수 :
187,767

작성
23.06.2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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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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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벌레(3)

DUMMY

'남의 험담을 하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은 기분이야.'


두근두근


멈추었던 심장이 다시 돌기 시작하였다. 안전해진 생활. 잃어버린 평온한 일상.


감시가 아직 떨어져 있지 않음을 알지만, 불안감의 주체인 주인이 없으니 심정이 너그러워진다.


편해지니 본성이 나오기 시작한다.


'다이크라고? 기사? 처리하면 될거 아니야.'


기사라고 방심하지 않을리가 없다. 사람을 죽이는 건 아기도 가능하다. 기어다닐 힘만 생기면 불가능 할 것은 없다.


그러나 그런 생각만을 할 뿐 실행에 옮길 예정은 없다. 단순히 그러할 수도 있구나 할뿐.


"이거 섭섭해 나랑도 그렇게 대화해보지?"

"아무래도 저보다 윗사람이지 않습니까. 예를 갖추느라 어쩔수 없었습니다."

"에잉. 쯧."


불퉁하게 말하나 입꼬리는 올라가 있다. 누군가가 신경쓰고 있다는 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다.


"다이크님이 문제가 많은 모양입니다."

"그렇지. 전에는 더 문제가 많았지."

"지금보다도 말입니까?"


지금은 상상이 가질 않는다. 바이셔에게도 얼추 들었지만, 그저 직속 상관이니 그려러니 했었다만.


"그래. 그때는 성주고 뭐고 없던 야만인이라고 들었어. 내가 처음 봤을 때도 환영인사는 커녕 주먹 한대씩 맞았다니까."

"뭐 그런 사람이 다있단 말입니까? 목숨이 한개가 아니랍니까?"

"성주가 또 그런면에 빠졌던 모양이야. 그래도 젠하우어 남작님이 고생 좀 하셨지."


인간말종을 개과천선이라도 시켰단 말인가. 인내심이 참으로 대단한 분인가 보다.


"그런데 저희 기사님과는 그 사이가...?"


그러자 폰은 주변을 살핀다.


"나쁘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살벌하다고 생각하면 되네."

"지금도 죽자살자 하는 것 같은데 말인데도 말입니까?"

"실제로도 그러하시네."


산적을 죽이는 일에도. 마물의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토벌을 할때에도. 둘이 붙어있기만 하면 싸움이 나곤 한다. 철전지원수라도 만난듯. 치명상을 입을 부위에도 망설임이 없다.


"성주님이 뭐라 안하십니까?"

"뭐 한 두번 이런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신 모양이야."


처음에는 둘다 지하감옥에 두는 강수를 보이기도 했다. 그 뒤에는 품위유지비를 빼고 여러 시도를 했던 모양이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다이크 그 양반이면 몰라도 우리 남작님은 진짜 귀족이시니까. 뭔가 더 하기도 그랬던 모양이야."

"그런 일이..."


카이렌이 실수로 죽어버리고 다이크에게 뒤집어 씌운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힘들겠지.


'아니면 몰래 상잔하게 만들수도 있고.'


"무슨 생각해?"

"아... 그냥 고래 사이에 낀 새우라도 된 것 같아서요."

"새우라... 그렇긴 하네."


폰은 한숨을 내쉰다. 그도 이 상황이 마냥 달갑지는 않은 모양이다.


"뭐 문제 없겠죠?"

"그래. 모의전투 말고는 아무 문제 없을 거야."

"그건 어떻게 진행 됩니까?"

"그냥 진짜 죽일듯이 치고 박는 거지."

"진검으로요?"

"아니. 나무로 만든 무기들로. 특히 2소대랑은."

"무슨 일 있었습니까?"

"사망자가 생기니까. 인정사정 없거든 그쪽은."


'그러니까 다른 소대들은 어느 정도 장단을 맞추지만, 저기는 그렇지가 않다는 거지? 위험한거 아니야?'


"암튼 이번에는 내 옆에 붙어있어라. 막내 정도는 지켜줘야지."

"형님..."

"징그럽다. 눈 치아라."

"옙."

"다음에는 안 도와준다. 그때는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퉁명스럽게 말해도 챙겨주는 느낌이 따스하다.


"밥 먹자. 배고프다."

"같이가시죠."


그를 내버려두고 먼저 떠나기에 뒤를 쫒아간다. 그들이 할 일은 훈련에 집중하는 것 뿐이다. 식사 준비, 배식 그리고 순찰 기타 등등을 다른 병사들이 챙겨준다.


기사의 시중을 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병사들이다. 기사의 직속 부하들이니까 어떻게 보면 성주의 사적재산이기는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기사의 사유물이다.


기사를 대우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기사의 병사들까지 챙겨주는 것이라 보는 것이 좋다.


덕분에 정예병사로서 일반병보다 앞선에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기사들은 적진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니까 불평도 할 수 없다. 받는 대우도 매우 좋고 말이다.


"이런건 편하네요."


농사일하는 것 보다는 훨씬 편하고 좋다. 햇볕 아래서 계속 버티고 허리가 굽을 것 같은 통증 보다야 이런건 고생도 아니다. 몸은 훨씬 편한 상태다. 물론 정신이 그렇지 않아서 그렇지.


몸도 편하긴 하지만 느껴보지 못하는 통증을 겪고 있긴 하다. 평소에 쓰지 않던 근육들을 움직이다 보니 불편하고 아프다.


"그치? 여기 생활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아."

'충분히 나쁘긴 합니다만...'


카이렌경에게 벌레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냥 농사일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 중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운명 보다야 몸은 힘들어도 마음 편한 일이 낫다.


"으아아!"

"막내야 그게 힘으로만 되는 일은 아니다."

"그래도 땅이 안파지는 것을 어떻게 합니까?"

"쯧쯧. 힘이 다 능사가 아니다."


언뜻보면 힘도 안들이면서 삽질을 하는 것만 같다.


"안 힘드십니까?"

"힘들어! 그래도 요령이 생기면 할만해."

"그 요령이란거 가르쳐주면 안됩니까?"

"아까 다 알려줬다. 진짜 그것말고는 없어."

"예..."


밭고랑을 가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팔이 다 저려온다.


"저치들은 진짜로 힘이 안드는 것 같습니다?"

"재들 삽질만 종일하면 하루만에 성만한 토벽을 쌓을걸?"

"무시무시하군요."

"그래도 우리도 빨라. 그리고 어차피 같이 하는 거니까. 빨리 끝나면 좋지."


다이크는 이러한 것도 지기 싫은지. 격려 아닌 위협을 하며 돌아다닌다. 동네 깡패가 따로 없다. 순수한 건지 멍청한지.


"저희 남작님은 뭐하고 계십니까?"

"흠? 개인정비? 개인훈련? 뭐 그런거 할걸?"

'편하게 쉬고 계시다는 말을 길게 하시네.'

"편하게 노실 분은 아니야."

"아. 죄송합니다."


쯧쯧. 이래서 막내들이... 라는 꼰대같은 발언들이 주옥같이 쏟아진다.


'지가 마음에 들어서 끌고 왔으면서 말이 많아.'

"알아들었어?"

"옙!"


그래도 같이 있으면 심심하지는 않은 레흐 병사님이다. 꼰대 기질이 있기는 하나 재밌는 사람이기도 해서 시간 죽이기엔 좋다.


"하... 죽겠다."

"다음날에는 더 아플걸? 팔다리 열심히 주무르고 자야돼."


이런 꿀팁도 전수하고 말이다. 부대 내에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카이렌님처럼 꼬인 사람만 있었다면 참으로 힘들었을 거다. 물론 x같이 구는 녀석을 쓱삭해버린 게 좋은 일이 아니었을까? 덕분에 초장부터 기사와 선임병에게 시달리고 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나라시치고 공구리하는 것도 금방 끝날 것 같은데 바로 대결입니까?"

"뭔 노동 끝나자마자 그러겠냐. 체력단련도 하고 뭐 노는 이벤트 정도가 있겠지?"

"기가 질리네요."

"그래도 갑자기 시작한 훈련이라 그렇지. 상당히 양호한 편이야."

"와... 그거 좋네요."


그저 앞날이 불안해 온다.


"기상하시랍니다!"

"기상!"

"기상!"


새벽부터 일반 병들이 깨우고 돌아다닌다.


"으으으으"


다들 좀비마냥 기어 나온다.


"환복 해야되냐?"

"예?"

"아 너가 뭘 알겠냐. 미셀."

"그냥 가시면 됩니다. 2소대야 완전무장이겠지만 말입니다."

"좋아."


우린 막노동 하던 작업복이자 평상복을 입고 정렬했다.


"너희는 하던거 하고 오늘은 내가 신병 데리고 다닌다."

"예!"

"로크. 기대가 많다."


말 한마디로 부담감을 쥐어주는 솜씨가 예술이다.


"넌 달려."

"예?"

"지쳐쓰러지고 토할때까지 그냥 뛰어."


설명을 바라는 눈총을 보냈지만 싸늘하게 식은 눈빛에 심장이 식어간다.


"우에에엑."


이젠 위액도 나오지도 않아 헛구역질이 나온다. 그럼에도 아직도 멈추라는 지시가 없다. 체감상 상당히 오래 달린 것만 같은데 말이다.


"달려!"


그는 망설임도 없이 내 궁뎅이를 걷어찬다. 그리고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누가 쉬래? 달려!"


이내 머리채를 잡혔고 달리지 않으면, 다리를 잘라버리지라고 환청이 들려오길래. 갓 태어난 사슴 마냥 파들거리며 뛰었다.


'이거 나한테만 이러는 것 같은데.'


이건 분명히 악감정이 맞을거다. 아니면 사람을 이렇게까지 굴릴 이유가 없다. 주변에 살려달라고 하고 싶지만 각자 힘들고 바뻐보이기에 그를 돌아볼 눈치도 없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바닥에 얼굴을 쳐박고 있었다. 어디가 다쳤는지 알 수도 없었고,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상황이 매우 편안하다.


"벌레답게 힘도 없네."


화가 날 만한 상황이건만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냥 아 그렇구나하고 이해할뿐이다.


"전 모의전투 있기 전까지 계속 체력단련하자."

"후욱...."

'씨x.'


무슨 억하심정이 있기에 내게 이러는 건가. 다이크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큰일날 것 같은데 말이다. 이래서야 뭘 하겠냐고...


"다른 훈련은 전부 빼줄게. 오직 달리기에만 신경써라."


부축도 해주지 않고 그대로 버리고 가신다. 매정하기가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조차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괜찮냐?"

"으..."


한참의 시간이 지난뒤 그제서야 막내를 찾은 이들은 산송장을 발견하고 기겁했다.


"남작님이 진심이신가본대?"

"그러게."


로크는 말 없이 무뚝뚝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아무래도 선임병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거다.


"내일은 너희도 고생 좀 해야겠다."

"아 싫은데..."

"예외는 없어."

"예이. 예~"


다들 고개를 끄덕일때 레흐만이 특유의 능글스러움을 보인다.


"남작님."

"왜?"

"너무 몰아세우는 것이 아닙니까?"

"벌레는 그 취급이 달라야지."

"그래도 이번만 해도 문제의 여지가 있습니다."

"다들 긴장하고 있습니다."

"그럼 좋은거 아니야?"

"그래도 염려가 되어서 하는 말입니다."

"동의."


벌레 하나 굴리는 걸로 사기 진작이라 좋은 가성비 아닌가. 고생도 자신이 하는 것도 아니다.


"이정도는 괜찮다."

"예."


필립만 갈려나가는 불쌍한 상황이다. 어쩔 수 있나 본인이 불러온 악재다.


"쓸모있는 말하나 죽였으니 상응하는 대가를 보여야지."


쌍둥이가 나가고 한참을 있다가 내뱉는 혼잣말이다.


'알게 모르게 기강도 잡아주고 좋았는데 말이지.'


지금은 기강도 잡을 필요도 없지만 말이다. 나중이 문제인 것이다. 그래도 그의 부하들은 능력만큼은 다들 좋으니까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절대 배신하지 않을 로크, 그리고 자신의 귀와 눈인 쌍둥이들.'


그리고 필립말고도 한명씩 약점을 쥐고 있다. 물론 이들은 모르고 있다. 그저 남을 믿지 못하는 천성 때문이다.


그의 체스판 위로 모가지가 날라간 나이트를 올려둔다.


"달려!"

"예!"


아침에 달리고 쓰러지고, 저녁에 달리고 쓰러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벌써 5일째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이놈의 몸은 어찌 이리 튼튼한 것인지. 망가지지도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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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악의 재림 23.11.12 5 0 11쪽
36 마물 토벌(6) 23.10.16 7 0 11쪽
35 마물 토벌(5) 23.10.15 8 1 11쪽
34 흑마법사(2) 23.10.14 10 0 11쪽
33 마물 토벌(4) 23.10.13 11 0 11쪽
32 흑마법사(1) 23.10.12 11 0 11쪽
31 마물 토벌(3) 23.10.11 11 0 11쪽
30 마물 토벌(2) 23.10.10 10 0 11쪽
29 마물 토벌(1) 23.10.09 10 0 11쪽
28 스콰이어(4) 23.10.09 9 0 11쪽
27 스콰이어(3) 23.10.08 12 0 12쪽
26 스콰이어(2) 23.10.08 14 0 11쪽
25 스콰이어(1) 23.10.06 16 0 12쪽
24 사교회(4) 23.10.05 14 0 11쪽
23 사교회(3) 23.10.04 16 0 11쪽
22 사교회(2) 23.08.03 17 1 11쪽
21 사교회(1) 23.07.15 23 0 11쪽
20 마석화(5) 23.07.13 29 0 11쪽
19 마석화(4) 23.07.11 24 0 11쪽
18 마석화(3) 23.07.09 27 0 12쪽
17 마석화(2) 23.07.06 28 1 11쪽
16 마석화(1) 23.07.04 30 0 11쪽
15 마물과 기생충(4) 23.07.03 27 1 11쪽
14 마물과 기생충(3) 23.07.01 25 1 12쪽
13 마물과 기생충(2) 23.06.30 27 0 11쪽
12 마물과 기생충(1) 23.06.29 32 0 11쪽
11 벌레(5) 23.06.28 38 1 12쪽
10 벌레(4) 23.06.27 34 1 11쪽
» 벌레(3) 23.06.26 40 1 11쪽
8 벌레(2) 23.06.25 4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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